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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추억으로 떠나는 골목길 공연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추억으로 떠나는 골목길 공연
[서울문화인] 경향신문사 맞은 편 경희궁 옆 골목 안쪽,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서울 성곽의 4대문(四大門) 가운데 서쪽 큰 문으로 일명 ‘서대문(西大門)’이라고도 일컫는 ‘돈의문(敦義門)’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일제의 도시 계획에 따른 도로 확장을 핑계로 철거되어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는 이름만으로 남게 되었다. 돈의문이 처음 세워진 것은 1396년(태조 5)이지만 태조 때인 1413년에 폐쇄되어 사용되지 않고 대신 태종 대에 서전문(西箭門: 서살문)을 새로 지어 도성의 출입문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세종 때 다시 서전문을 헐고 그 남쪽 마루에 새 성문을 쌓고 돈의문이라 하였다. 그 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1711년(숙종 37) 9월에 고쳐 지으라는 왕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숙종 때 고쳐지어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터만 남은 옛 돈의문을 갓 지은 ‘새문’이었을 때 그 안쪽에 있다고 해 ‘새문안 동네’로 불렸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1960년대엔 경기고 등 인근 명문고 진학을 위해 가정집을 개조한 과외방이 성행했고, 강북삼성병원 같은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는 골목식당 집결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조선시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건물과 옛 골목길을 간직한 이 작은 마을은 지난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전면 철거될 뻔 했지만 ‘15년 서울시가 삶과 기억이 잘 보존된 마을 그 자체를 박물관마을로 재생하기로 하면서 ‘17년 마을 내 건물을 최대한 살린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조성되었다. 그 과정에서도 마을 내의 건물은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하였으며, 일부 집을 허문 자리에는 넓은 마당을 만들면서 근현대 건축물 및 도시형 한옥,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골목길 등 정겨운 마을의 모습은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많은 시민이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한 추억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재탄생하였다. 처음에는 예술가를 위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돼 왔지만, 2019년 4월부터 전시·행사·체험 등이 열리는 시민참여형 공간(마을전시관(16개동), 체험교육관(9개동), 마을창작소(9개동))으로 재탄생하였다. 지난 9월 30일부터 이곳에서는 관객이 직접 배우가 되고, 마을 전체가 무대가 되는 ‘관객참여형 공연’ <백 년의 밤>이 진행되고 있다. <백 년의 밤>은 박(博), 문(門), 영(影),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서울의 지난 50년의 기억을 바탕으로 중, 장년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부모세대의 서울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백 년의 밤>은 ‘서울 100년의 이야기’를 주제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콘텐츠를 만들어, 서울을 시민과 예술이 일상 속에서 가깝게 호흡하는 ‘시민문화향유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공연인 만큼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은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져 잔치에 손님으로 참여하거나, 준비된 의상을 입고 거리를 걷는 등 공연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또한, 공연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원하는 만큼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스스로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제는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 화려한 네온사인도 없지만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고즈넉한 밤, 마을 전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공연장 무대에서 만나는 작품과는 사뭇 다른 애틋한 향수를 가득 안겨준다. 5명의 배우와 함께하는 <백 년의 밤>은 오는 12월 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내외로 진행되며, 매 공연마다 15명의 관객만이 함께할 수 있다. 공연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은 돈의문박물관마을 누리집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티켓은 전석 1만원이다. 한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공연과 더불어 친환경 벼룩시장 <돈의문 시장>, 서대문 주변 직장인들의 퇴근 후 자기계발을 공략한 강좌 프로그램인 <돈의문 야학당>을 함께 개최된다. 또한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한옥에서는 전통 공예 프로그램 <예술가의 시간> 등, 다양한 문화 행사 와 프로그램을 운영되고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뒤뷔페와 예술로 우정을 쌓은 자크 빌레글레를 만나다.
[전시]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뒤뷔페와 예술로 우정을 쌓은 자크 빌레글레를 만나다.
[서울문화인] 2차 대전 후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으로 대변되던 당대 세계미술 흐름 속에서 세계 미술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유럽 미술은 침체에 빠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사조인 ‘앵포르멜’ 미술을 개척한 뒤뷔페는 파격적인 예술실험과 독창적 스타일로 유럽의 자존심이자 당시 서구 미술계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구상과 비구상을 초월하여 모든 정형을 부정하고 새로운 조형의 의미를 만들어내며, 가공되지 않은 날것, 원초적 가치를 추구하여 ‘아르 브뤼(Art Brut,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 개념을 창시하였다. 또한, 여러가지 물질을 이용해 평면적인 타블로 회화에 삼차원성을 부여하는 기법으로, 평면적인 콜라주와 구분하기 위해 ‘아상블라주(Assemblage)’ 개념을 만들어냈다. ‘아상블라주(Assemblage)’는 ‘모으기, 집합, 조립’ 이라는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물질을 이용해 평면적인 타블로 회화에 삼차원성을 부여하는 기법을 말한다. 용어의 기원은 피카소로 보고 있지만, 1954년 장 뒤뷔페가 콜라주의 구별을 위해 풀 먹인 종이 와 여러 물질들로 이루어진 작은 인물상을 지칭한 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소마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와 올해 6월 향년 96세로 타계한 자크 빌레글레(Jacques Villeglé, 1926-2022) 사이의 서신교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기획된 전시로 두 예술가의 편지는 2021년 <뒤뷔페 빌레글레, 서신교환 1975-1985. 도시전설>이라는 뒤뷔페 재단의 전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 6월 작고한 자크 빌레글레가 생전 마지막으로 준비한 회고전이기도 한 전시인 만큼 뒤뷔페의 전 생애를 조망한 작품(67점)들뿐만 아니라 빌레글레(32점)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나는 50년대에 예술가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열망을 포기했었다.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된 예술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고 더 이상 그 세계에 맞추려는 열정을 상실했다. 나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사랑했고 내 유일한 욕망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같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예술작품이란 존재 저 깊숙한 곳에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투영이 일어날 때 비로소 흥미로운 것이다. 나는 순수하고 원시적인 상태에서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예술의 창작 과정을 오직 이 ‘아르 브뤼’ 안에서만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장 뒤뷔페 뒤뷔페는 ‘아카데믹한 교육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선언하며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6개월간 공부한 것 외에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41세까지 가업을 이어 포도주 상인으로 살다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전통적 미술 양식을 거부하고 서구문명이 맹목적으로 좇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으나 회화 재료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어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1950년대 파리에서는 회화적 아방가르드가 추상 회화에 의해 나타났다. 여기서는 더 이상 발명할 것이 없었다.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타이포그래피와 벽보가 탐험해야 할 길처럼 보였다.”-자크 빌레글레 빌레글레는 1960년 파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적 미술 운동으로 ‘신사실주의’라 불리는 ‘누보 리얼리즘’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1947년 생말로에서 발견된 물체(철선, 생말로의 대서양 옹벽에서 나온 벽돌)를 수집하여 처음으로 미술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49년 12월, 그는 거리에서 찢어진 광고 포스터에 그의 작품을 집중, 거리의 마구 찢어진 포스터들을 수집해 <벽의 외피> 작업의 핵심으로 삼았다. 1974, 뒤뷔페와 빌레글레와의 만남 뒤뷔페가 1975년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CNAC에서의 자신의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포스터가 훗날 퐁피두 센터가 세워지는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같은 시기, 자크 빌레글레는 동네를 산책하다가 장 뒤뷔페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비회화속의 회화’ 작업에 사용하기 위해 그의 포스터 한 장을 떼어냈다. 그는 1975년 2월과 12월 사이에 제작된 40여개의 찢어진 포스터를 제작하며 뒤뷔페의 뒤를 이을 새로운 인물이 된다. 이 포스터는 빌레글레가 10년 후인 1985년에 렌느 도시의 문화회관에서 <우를루프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하게 되면서 연결점이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뒤뷔페의 앵포르멜 시기의 초기작부터 그의 일생 최대 프로젝트인 ‘우를루프’ 연작은 물론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잘 알려진 ‘쿠쿠바자’까지 5부(<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우를루프(L’Hourloupe)‘ 연작>, <우를루프의 귀환, 뒤뷔페와 빌레글레의 만남>, <우를루프의 귀환, 뒤뷔페와 빌레글레의 만남>, <앵포르멜의 선구자 장 뒤뷔페>,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 뒤뷔페의 이야기>)로 나눠서 소개한다. 특히 그의 작업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포스터 도안가 뒤뷔페’를 다루면서 어떻게 뒤뷔페의 포스터 중 하나가 25세 어린 자크 빌레글레의 고유한 시리즈에 등장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허중학 기자]
[전시] 서울공예박물관, 한국 대표 금속공예가 故유리지 기증작 327점 소개
[전시] 서울공예박물관, 한국 대표 금속공예가 故유리지 기증작 327점 소개
[서울문화인]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개관 이후 첫 번째 기증특별전으로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故유리지(1945-2013)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327점의 기증작을 선보이는 기증특별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유리지는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1세대 작가로서 1970년대 미국 유학 이후 국내 현대 금속공예의 성립과 발전 과정에 크게 기여한 공예가이자 교육자, 미술관인으로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1916-2002)의 장녀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서정적 풍경을 표현한 금속공예 작품을 비롯하여 장신구, 환경조형물, 장례용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작품 활동과 함께 1981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로 재직하였고, 2004년 우리나라 최초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인 ‘치우금속공예관’을 설립해 2010년부터는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금속공예를 연구·전시하고 차세대 공예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힘쓰다. 2013년 2월 백혈병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개관 준비 단계부터 현대 금속공예 대표작가인 유리지의 위상과 그가 남긴 작품과 자료의 가치에 주목해왔다고 한다. 유리지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은 그를 기리고자 미술관의 명칭을 ‘유리지공예관’으로 바꾸어 현재까지 운영하며 유지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2022년 여름, 유리지의 작품과 자료를 관리해 온 유족이 숙고 끝에 유리지의 전 생애 주요작품 총 126건 327점(37억 28백만원 상당)에 이르는 작품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기증작품에는 유리지의 시대별 대표작품과 더불어 유리지와의 협업으로 유자야(여동생, 섬유공예가, 前 고은보석 대표, 現 유리지공예관 관장)가 제작·판매하였던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 황금찻잔 등의 고급 금속공예 제품 컬렉션도 함께 기증되었다. 전시는 ‘사유思惟하는 공예가 유리지’를 타이틀로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총 4부로 구성되어 유리지의 전 생애 작품과 우리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예가의 역할을 살펴보고 있다. 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에 이어 유족들은 한국 공예발전에 깊은 뜻을 가졌던 故유리지의 유지를 이어 ‘서울시 공예상’ 제정과 운영에 후원 의사를 밝혀 향후 ‘서울시 공예상’에 귀추가 주목된다. 기증자(유족)은 서울시 공예상 제정을 위한 총 6억 규모의 상금을 기부하여, 이에 서울시는 한국 공예작가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노력한 유리지의 뜻을 기려 향후 20년간 우수한 한국공예가를 선정·시상하는 ‘공예분야 작가상’ 제정, 공예 재료분야별 1인 격년 시상(’23년 하반기 제정 목표)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시실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은 기중자의 컬렉션이 아닌가 싶다. 현재 박물관에는 옛 한국자수박물관의 허동화(1926~2018)∙박영숙의 기증컬렉션관을 상설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서울시에 무상 기증한 공예품은 무려 4,241건(5,129점)에 이른다. 기증품에는 집중적으로 수집했던 자수병풍, 보자기 등 1천여 점 비롯해 자수공예 및 복식 등 각종 직물공예품, 장신구, 함, 바늘과 같은 침선구를 망라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41호 <운봉수 향낭>, 국가 민속문화재 42호 <일월수다라니 주머니>, 국가 민속문화재 43호 <오조룡 왕비보> 3건도 포함돼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기증특별전시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유리지의 주요 작품을 감상하며 일상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공예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시길 바라고, 동시에 박물관의 현대금속공예 컬렉션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여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교류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지의 기증 작품을 비롯하여 개관 전후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기증한 이봉주(국가 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 등 금속공예가 9인(김승희(1947-), 김여옥(1945-), 서도식(1956-), 신혜림(1971-), 이봉주(1926-), 정영관(1958-2020), 정용진(1965-), 조성혜(1953-), 최현칠(1939-))의 작품도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故유리지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만나볼 수 있는 이번 기증특별전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11월 2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허중학 기자]
[전시] 회화의 추상주의와 미니멀리즘을 사진으로 담아내다. ‘프랑코 폰타나’ 회고전
[전시] 회화의 추상주의와 미니멀리즘을 사진으로 담아내다. ‘프랑코 폰타나’ 회고전
[서울문화인] 마이아트뮤지엄이 지난 9월 30일부터 컬러 사진의 선구자인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한국 최초 회고전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를 선보이고 있다. 프랑코 폰타나는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경이로운 추상적 색채 풍경으로 세계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로 흑백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에 컬러 사진을 탐구한 색의 선구자이자 동시에 도시와 건축의 풍경 및 멀리 있는 인간피사체와 같은 장르의 선구자이다. 프랑코 폰타나(b.1933년 이탈리아, 모데나)는 사진과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던 그는 28세가 되던 1961년이 되어서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65년 토리노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독일, 스위스, 미국, 스페인 등 세계의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400회 이상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출품하는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성장해나갔다. 그의 작품은 뉴욕 모마 미술관,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 토리노 근현대 시민 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예루살렘 이스라엘 미술관 등에서 선보였으며, 세계적인 브랜드인 캐논, 소니, 페라리, 볼보, 돌체앤가바나, 베르사체, 코닥 등과도 협업하였다. 뉴욕과 도쿄에서 다수의 컨퍼런스와 워크숍을 개최했고, 미국 보그, 프랑스 보그, 뉴욕 타임스 등의 패션잡지와 언론지에도 폰타나의 사진이 담겼다. 그는 1960년대 초반에 흑백 사진의 관습을 벗어난 순수 예술 사진작가가 거의 없었을 때부터 컬러 필름을 받아들였고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하여 한 폭의 회화 작품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들었다. 기존 스타일과 관행으로부터의 단절은 전후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발단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1960년대 회화의 추상주의와 미니멀리즘의 형태와 색상에 집중, 이를 흡수해 사진에 담아내며, 그만의 특유의 추상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마치 회화 작품을 연상케 하면서도 독특한 기하학적 구성을 형성하며 놀라운 시적 감각을 전달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폰타나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인다. 자연, 도심, 인물, 도로가 피사체가 되어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라는 이름의 네 가지의 섹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첫 번째 섹션 <랜드스케이프>는 작가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며 담은 경이롭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 섹션의 작품들은 그림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평면적이다. 강렬한 색감의 대비와 간결한 구도는 평면성에 신비감을 더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원래 모습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폰타나는 늘 사진을 찍으러갈 때 혼자 가지 않고, 네다섯의 친구들과 동행하였다고 한다. 모두 같은 장소를 탐색하지만, 폰타나만이 조금 더 특별하고 경이로운 장면을 포착하고 담아냈다. 두 번째 섹션 <어반스케이프>는 우리 주변의 도시 풍경과 사물을 특별한 시점과 해석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건물, 표면, 물체 및 색상 등이 모두 폰타나에게는 영감이 되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이미지가 아닌, 공간의 차원에서 접근, 건물이나 물체의 전체 형태를 담기보다는 그것들이 겹쳐지는 특정 부분을 확대하여 그 안에 있는 공간, 부피 및 조형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집중하였다. 마치 디지털 합성이라도 한 듯한 비현실적으로 평면적인 풍경이지만 폰타나는 오롯이 현실 그대로만 담아내었다. 세 번째 섹션 <휴먼스케이프>에서는 앞 섹션의 주제와 맥락을 이어가지만, 사람을 피사체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피사체가 벌거벗은 사람이든 나무이든 큰 주제와 예술관은 동일하다. 표현의 방법적인 시도는 달라졌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을 조금 색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네 번째 섹션 <아스팔티>는 폰타나의 ‘아스팔티’ 시리즈와 ‘아우토스트라다’ 시리즈로 구성된 섹션으로 ‘아스팔티’는 아스팔트의 이탈리아식 발음이며, ‘아우토스트라다’는 현대의 고속도로 개념을 가장 일찍 도입한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고속도로’를 부르는 명칭이다. 아스팔트와 고속도로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그 당시 폰타나에게는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풍경의 등장으로 폰타나에게 새로운 풍경을 그려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영감이자 표현적 요소가 되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와 새로운 건축 재료인 아스팔트 위에 도로 기호, 페인트선과 깨진 틈 등 부가적으로 생겨난 요소를 촬영하였다. 특히, 셔터 속도와 피사체의 움직임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낸 묘하게 뭉개진 형상과 색의 블렌딩은 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법이라 하겠다. 폰타나에게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모습이다. 일상의 모든 찰나가 그에게는 풍경이 되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포착하고 드러내는 것이 폰타나의 예술이다. 특히 대상이 사물, 장소 혹은 사람이든 삶의 풍경 속에서 매혹적인 부분과 대비를 발견할 줄 알고 그것을 색과 구도의 관계로 정제하였다. 전시는 2023년 3월 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통성과 독창성의 공존을 보여주는 ‘제43회 서울무용제’, 11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전통성과 독창성의 공존을 보여주는 ‘제43회 서울무용제’, 11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서울문화인] 올해로 43회를 맞이하는 ‘서울무용제’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오는 11월 11일부터 11월 27일까지 17일 동안 다양한 장르의 춤의 여정을 펼친다. 서울무용제는 1979년 <대한민국무용제>로 출발 한국무용, 현대무용은 물론 발레 등 무용 전 장르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무용제로 그동안 경연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2017년부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4마리 백조 페스티벌’ 등을 신설해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대한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상명대학교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은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변화의 바람, 서울무용제와 함께!’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경연 부문에서 특히 큰 변화를 줬다.”라고 밝혔다. 그 변화는 올해 기존 8개 팀이 참가했던 경연대상 부문의 참가 팀을 4개로 줄이는 대신 각 참가작의 길이를 기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렸다. 이와 함께 창작지원금도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확대하였다. 안병주 서울무용제 운영위원장은 “그동안에 짧은 공연시간에 안무가들이 제대로 공연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선정 팀을 줄이는 대신 공연 시간을 확장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선정된 4명의 안무자(팀)들은 수상 여부를 떠나 무용분야 ‘올해의 작가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경연을 통해 선정된 4팀은 ▲가림다 댄스 컴퍼니 ‘블루 아워’(안무 이지희), ▲시스템 온 퍼블릭 아이 ‘이너 그루밍’(안무 김영진), ▲조성민 무용단 ‘울, 음’(안무 조성민), ▲안덕기 움직임 연구소 ‘바다는 내게’(안무 안덕기)가 선정되었으며, 4팀은 11월 18일부터 4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경연을 펼친다. 또한, 경연부문 중 올해 ‘Seoul Dance Lab’ 부문이 신설되었다. 신설부문은 “전염의 무도-코로나 시대에서의 춤의 실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현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예술 담론을 가장 혁신적으로 표현하며 대한민국 안무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는 창작작품을 선정하는 경연으로 올해 12명의 안무자들이 참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1월 22일(김재권, 김강민, 윤명인, 조현도, 김시연, 박영대), 11월 24일(김단우, 조혜정, 양병현, 방지선, 임우빈, 최종원)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Seoul Dance Lab’부문 최우수작에는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축제를 알리는 11월 11일(금)에는 서울무용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무용 역사 속에 큰 자취를 남긴 춤의 거장과 대중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무용계 스타들의 구성으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는 <무.념.무.상(舞.念.舞.想)Ⅰ,Ⅱ>과 개막식이 함께한다. 조남규 이사장은 “올해 무용계의 ‘레전드’라고 할 분들을 어렵게 모셨으며, 일반 대중도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전국 각지에 숨어있는 우수한 작품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인 <명작무극장>에는 ‘타악, 리듬으로 노닐다’로 새롭게 기획하여 11월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두드림 소리로 채울 예정이며, 무용계를 대표하는 젊은 무용가들의 열정이 발하는 <열정춤판>, 중견의 세련됨과 노련함이 돋보이는 <남판여판춤판>을 통해서는 무용계에 이제 막 입문한, 그리고 관록 있고 안정된 작품을 선보이는 무용가들의 춤사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감동의 ‘춤판 시리즈’ 무대가 펼쳐진다. 부대행사로 무용계의 밝은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전국 33개 대학교 무용전공생들의 열정의 무대 <대학무용축제>가 10월 27일(목)부터 10월 31일(월)까지 5일간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진행되며, 작년에 반응이 뜨거웠던 대상 상금 500만 원을 두고 사전에 진행된 <4마리 백조 페스티벌 – 춤추는 Reelswan>의 Best 10이 오는 11월 7일(월)에 선정될 예정이며, 1등을 한 대상 작품은 11월 27일(일) 시상식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무용제는 11월 11일(금) 개막식에 앞서 무용교육혁신위원회와 함께 대한민국 무용교육의 미래 “응답하라 2025!”라는 주제로 ‘2022 대한민국 무용교육 포럼’이 개최된다. 한편, 올해 서울무용제에는 가수, 배우를 넘나들며 아시아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정민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성장하고 있는 트로트 가수 조정민이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제43회 서울무용제와 함께한다. 무용이라는 장르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서울무용제가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장르를 대상으로 하거나 다른 무용을 주제로 하는 축제에 비해 인지도가 크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올해 서울무용제의 ‘변화의 바람’이 대중성을 위한 변화가 아닌 내부의 사정에 의한 변화의 바람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너무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과연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고민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중의 관심을 잃은 장르는 언제나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허중학 기자]
세계 고급음식과 관객참여로 즐길 수 있는 공연,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세계 고급음식과 관객참여로 즐길 수 있는 공연,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서울문화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분명 공연장에서 진행하는 것이니 공연이거니 하겠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타이틀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여전히 생소할 수밖에 없다.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관객이 극의 스토리를 바꾸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는 관객 몰입형 공연을 흔히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er)’ 공연이라 한다. 여기에 고급 식당을 의미하는 ‘파인 다이닝(Fine-dining)’이 결합된 형태의 공연을 ‘이머시브 다이닝’이라 일컫는다. 흔히 연말에 볼 수 있는 디너쇼가 ‘이머시브 다이닝’이라 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콘서트에 가깝다. 이 ‘이머시브 다이닝’은 최근 몇 년 사이 영미 문화권에서 신개념 공연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grand expedition)’은 여행을 테마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2010년부터 12년간 영국 최고의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진저라인(GINGERLINE)이 2018년 초연으로 선보인 작품으로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90%를 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선보이는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관객이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가 되어 각 나라를 방문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공연장에 도착하면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은 동화책을 만나게 된다. 거대한 동화책을 통해 공연장을 들어선 관객은 이륙 준비 중인 열기구 콘셉트의 테이블에 착석한 뒤 바람의 요정 정령 ‘실프’가 안내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열기구에 탑승해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으로 떠나는 120분의 여정은 영국 그리니치, 일본 홋카이도, 러시아 시베리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거쳐 우주까지 향한다. 각 나라에 도착하면 해당 도시를 테마로 한 감각적인 영상을 비롯해 그곳의 옷으로 갈아입은 배우들이 특색에 맞는 음식을 나르고, 객석 사이를 돌아다닌다. 공연만큼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공연 중에 제공되는 음식은 세계 각지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테크닉으로 한국의 식재료와 음식을 재해석한 테이스팅 메뉴로 2020년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후 3년 연속 1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레스토랑 EVETT(에빗)의 쉐프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가 참여했다. 조셉은 “지난 4년간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번 공연의 메뉴를 설계할 때도 한국인만의 오묘한 고유의 입맛을 잘 접목하도록 최고로 염두했다.”고 밝혔다.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감상 위주인 공연 관람의 통념을 탈피한 퍼포먼스와 관객의 미각을 자극하는 공연인 만큼 관객의 자유로운 참여도 중요하다. 배우들이 정해진 움직임만 반복하지 않고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인 만큼 관객 본인이 즐기는 만큼 즐거워질 수 있다고 하겠다. 진저라인의 프로듀서 수즈 마운트포트 “작품을 개발할 때는 이야기나 음식을 먼저 정하기보다는 관객이 하게 될 경험이 무엇일지를 정한 뒤에 그에 맞춰 이야기와 음식을 채워나간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보려는 관객은 “약간의 도전정신이 필요한 쇼”라며 그만큼 음식과 공연, 관객이 모두 합쳐질 때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밝혔는데 이경윤 캡틴 퍼포머는 “외국인들은 이렇게 되게 개방적인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부끄럽고 수줍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공연에 막상 들어와 보니까 되게 잘 즐기시더라고요”고 밝혔다. 여행, 요리 그리고 공연까지 함께하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2023년 3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진행된다. 한편, 이번 한국 공연의 기획/제작에는 공연 제작사 아이엠컬처와 NCC(뉴컨텐츠컴퍼니)가 참여하였다. [허중학 기자]
세계샤머니즘포럼 창설 “샤머니즘 국제학술 및 콘텐츠 활용 도모”
세계샤머니즘포럼 창설 “샤머니즘 국제학술 및 콘텐츠 활용 도모”
[서울문화인] 인류 역사상 오래된 보편적 신앙이자 국가 및 지역, 생태마다 다양한 샤머니즘에 대해 국제적 학술 교류와 콘텐츠 활용을 도모을 목적으로 지난 10월 6일 서울 금성당·샤머니즘박물에서 세계샤머니즘포럼이 출범했다. 이날 창립식에서 금성당·샤머니즘박물관 관장인 양종승 박사가 포럼의 초대회장에 추대됐으며, 금성당·샤머니즘박물관은 앞으로 본부 역할을 맡게 됐다. 포럼의 고문에는 김인회 전 연세대 교수, 로렐 켄달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교수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국내외 학자와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다양한 인사들이 자문위원 등에 임명됐다. 양 박사는 “샤머니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종교로써 삶의 이성과 감성을 다스리며 영적 가치, 문화예술의 계승을 발전시켜 온 세계 종교문화”라며 “앞으로 ▲샤머니즘의 학술조사 및 연구 ▲유무형문화 보존 및 계승 ▲아카이브 기록 및 공유, 교육 및 연수 ▲국제교류 및 공연예술문화콘텐츠 개발 및 활용 ▲국제저널 및 학술지 발간, 샤머니즘상 및 공로상 시상 등 사업을 통해 샤머니즘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샤머니즘(Shamanism)이란 샤먼이 신(神)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의 대행자와 중재자로 자리잡아 집단의 중심이 되는 원시종교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에선 무속신앙이 이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샤머니즘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신앙, 몽골과 북아시아 일대의 텡그리 신앙이 있다. 한반도에도 일찍이 불교가 전래되어 국가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그 맥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오랜 박해로 인해 현재는 거의 남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샤머니즘 신앙인 무교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북방 유목민족의 샤머니즘인 텡그리 신앙과 한반도의 자생적인 원시 종교가 섞인 것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허중학 기자]
[전시] 한국인의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으로 그려낸 화가 이만익
[전시] 한국인의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으로 그려낸 화가 이만익
[서울문화인]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잘 다뤄지지 않은 작가를 조명하는 취지로 격년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작가 재조명전으로 2020년 조각가 류인의 일대기를 다룬 《류인-파란에서 부활로》展에 이어 올해 서거 10주기를 맞이한 이만익 작가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한 《이만익-별을 그리는 마음》展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으로 그리는 화가 화가 이만익의 작품은 그림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왠지 익숙하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는 한국인의 근원과 원류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화가였다. 전통적 가족애, 국가와 고향, 나아가 건국신화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근원을 주된 소재로 삼아 왔다. 그 과정에서 “그림이 어렵고 모호해져서 공허한 논리로 옹호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직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구축해 왔다. 또한, 시와 문학을 사랑했던 화가는 시를 읊고 사유하듯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의 신화, 전설, 민담 등 설화를 주제로 한 작품과 윤동주, 김소월, 박목월, 이중섭 등 문학가와 선배 화가를 오마주한 작품을 그려내었다. 이 외에도 1988년도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역임하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그려내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 <명성황후>의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그의 <유화자매도>가 차용되어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는 이처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 《별을 그리는 마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이만익은 생전에 윤동주 시인의 작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구절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부분을 좋아했고 자주 되새겼다고 한다. 시인에게 별이란 단지 하늘에 떠있는 형체를 넘어 민족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희생된 존재를 상징한다. ‘우리의 얼굴로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 말했던 이만익에게도 별은 민족적 정기의 상징이었다. 이에 전시 제목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 에서 ‘노래하는’을 ‘그리는’으로 바꿔 “별을 그리는 마음”이 되었다. 여기서 ‘그린다’는 ‘Painting’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리워하다’, ‘기리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포스터 속 그림 원화 공개 이만익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역사와 문화 속 일원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예술가와 대중이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작품 중 일부는 공연 및 뮤지컬 포스터로 활용되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마나볼 수 있는 〈명성황후〉 작품은 1997년 뮤지컬 ‘명성왕후’의 포스터로 주문제작 되었고, 〈유화자매도〉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로 사용된바 있다. 특히 〈명성황후〉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버전으로 사용되었다. 작가의 생애와 성장 그리고 변혁의 과정들 전시 구성은 1, 2부와 아카이브로 나눠졌다. 1부에서는 작가의 생애와 성장 그리고 변혁의 과정을,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만익의 특색이 뚜렷한 설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아카이브실에는 드로잉과 스케치, 그 밖의 사진, 도서 등의 자료를 만날 수 있으며 다큐영상을 통해 이만익의 예술가적 면모와 삶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88올림픽 아카이브’ 공간에는 작가가 1988년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의 미술감독을 역임하며 제작한 올림픽 판화의 원본, 개·폐막식에 사용된 세계수 모형, 공연의상, 무대장치, 행사연출 계획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올림픽 이전에는 이렇게 큰 행사에 미술감독이란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나부터도 미술감독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공연단의 한복 색깔을 고르기 위해 석주선기념관을 샅샅이 뒤지고, 개·폐회식 20개 프로그램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전광판에 띄우는 일 등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잠실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1999년 11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발췌 그는 “한국적인 것의 상투성을 극복하고 촌스럽지 않게 보편적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했는데 평생 평면 회화 작업에만 매진해온 작가가 대형 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고심하고 한편 과감하게 도전했던 과정을 볼 수 있다. 먼저 화가 이만익의 생애와 성장 그리고 변혁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1부(1-2전시실)에의 1전시실은 1950년대 전쟁을 전후로 제도권 미술계 안에서 공부하고 연습했던 초창기 유화 작품과 함께 학창시절을 비롯하여 전쟁의 피난길 그리고 화실에서 작품세계를 연구하고 고민한 작가의 노력이 담긴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그 시절 나의 눈에 차라리 아름답고 의미 있게 보인 것은 찌들고 찌그러진 우리의 모습처럼 남아 있는 청계천변의 누덕누덕한 판자촌이다. 그림 소재를 구하기 위해 구정물이 흐르고 빨래가 찢어진 기폭처럼 널려 있는 삶의 상처, 서울역 광장에 살기 위해 어둥지둥 나와 있는 밤의 군상들, 그 속을 헤매며 대학 4년을 보냈다” 2전시실에는 1960~80년대의 유화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깨달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림의 주제와 색, 형태 등 모든 면에서 정리되고 있다. 서양화의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한국의 토속적인 소재가 만나면서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게 된다. 이후 윤곽선이 강조되거나 명암이 생략된 이만익 작가만의 화풍으로 굳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만익은 어린 나이에 국전 입선과 탈락의 좌절을 맛보면서 제도권 미술의 한계를 깨닫는다. 그리고 36세의 나이에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짧은 유학기간 동안 서양의 예술문화를 겪은 후 본격적으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색채를 연구하게 되었다. 2부(3-4전시실)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만익의 특색이 뚜렷한 신화, 전설, 민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고집스럽게 설화와 시가, 예컨대 헌화가, 정읍사, 청산별곡, 판소리, 소월의 시 등을 그림 속에 담아보려고 하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우리의 희노애락을 긍정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학으로, 이야기로 표현된 것이나 인간을 담고 있는 것이며, 나는 그림 속에 우리를, 어쩔 수 없는 인간을 담아 보고 싶은 것이다” 이만익은 파리유학 시절의 고민과 화단의 분위기에 맞물려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는다. 이 시기에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이 지닌 위대함을 표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흥부와 놀부」, 「춘향전」, 「심청전」과 같은 전래동화를 소재로 이야기와 그림이 결합된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윤동주, 이육사, 박목월 등 문학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민족적 정신을 고취시키기도 하였다. 시와 문학을 사랑했던 작가는 시를 읊고 사유하듯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역사와 문화 속 일원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예술가와 대중이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기를 기대했다. 아카이브 전시실에는 드로잉과 스케치, 그 밖의 사진, 도서(단행본, 도록), 기사글(신문, 잡지)등의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드로잉센터를 운영하는 소마미술관의 정체성에 맞춰 그간 미공개 되었던 그림들 중 작품성이 뛰어난 드로잉을 선별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속 해학과 정한의 감정이 담겨 친숙한 이만익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 미의식과 감성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2023년 2월 5일까지 소마미술관 1관에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장르의 경계를 횡단한 조각가 문신의 예술세계를 선보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장르의 경계를 횡단한 조각가 문신의 예술세계를 선보이다.
[서울문화인]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과 창원특례시(시장 홍남표)와 공동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진행하고 있다. 문신(文信, 1922-1995)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귀국 후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였지만 프랑스로 건너가 회회에서 탈피 조각가로 이름을 얻었다. 이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흐름 안에서나 1950년대 중반 이후 전개된 한국 추상조각의 맥락에서도 이례적인 작가이다. 일반적으로 조각가는 회화 작가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신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익숙한 하지 않거나 혹은 그의 대표 작품이 무엇인지 기억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공원을 돌아본 분들이라면 기억을 되살려 평화의 문 우측 소마미술관 쪽 주차장 위치에 30여 미터의 스테인레스 조각 작품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문신 작가의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한 스케치와 모형으로 다뤄지고 있다. 회고전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 공예, 건축, 도자 등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전모를 소개하고 있다. 문신은 일제강점기 일본 규슈의 탄광촌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現 창원특례시)에서 보내고 16세에 일본에 건너가 일본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촉망받는 화가로 활동하던 그는 1961년 불혹 무렵에 프랑스로 건너가 1980년 영구 귀국할 때는 조각가로 이름을 떨쳤다. 귀국 후 마산에 정착해 창작에만 몰두하다가 직접 디자인,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이듬해 타계했다. 한국과 일본, 프랑스를 넘나들며 인생 대부분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작가의 삶은 그가 감수해야만 했던 불운이 아니라, 진정한 창작을 가능하게 만든 동력이 되었다. 이방인으로서 지리적, 민족적, 국가적 경계를 초월, 회화에서 조각, 공예, 실내디자인, 건축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삶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유기체적 추상과 기하학적 추상, 깎아 들어감(彫)과 붙여나감(塑), 형식과 내용, 물질과 정신 등 여러 이분법적 경계를 횡단하고 이들 대립항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찾아냈다. 그의 추상 조각에 나타나는 독창적인 ‘시메트리(Symmetry·대칭)’는 단순한 형태적, 구조적 좌우대칭을 뛰어넘어 균제미, 정면성, 수직성, 고도의 장인정신이 잘 나타난다. 작가의 이런 ‘대칭성’은 자연과 우주의 생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하였다고 한다.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전시의 부제 ‘우주를 향하여’는 문신이 다양한 형태의 여러 조각 작품에 붙였던 제목을 인용하였다고 한다. 작가에게 ‘우주’는 그가 평생 탐구했던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 그리고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는 ‘고향’과도 같은 존재로 그의 갈망을 내부로 침잠하지 않고 언제나 밖을 향했던 그의 도전적인 태도를 함축한다. 그는 특정 시기에 특정 형태를 집중해 제작하기도 했지만 그의 조각 작품은 단순한 선형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1960년대 제작한 드로잉을 1980, 1990년대에 다양한 크기와 재료의 조각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이를 이번 전시를 통해 잘 확인할 수 있다. 조각(95), 회화(45), 드로잉, 판화, 도자 등 총 230여 점으로 역대 최다 작품과 10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연대기적으로 접근하는 대신 크게 4부로 회화, 조각, 건축(공공미술)으로 나누고 전시의 중심이 되는 조각 부분에서 형태의 다양한 변주를 감상하고 창작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1부 <파노라마 속으로>에서는 문신 예술의 시작인 회화를 다룬다. 50여 년에 걸쳐 제작된 문신의 회화는 작가를 대표하는 조각과는 별개로 아름다운 조형미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회회에서도 변화되어가는 예술적 특징이 드러난다. 이를 보면서 그가 조각가가 아닌 회화의 장르를 이어갔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부 <형태의 삶: 생명의 리듬>에서는 도불 후 1960년대 말부터 그가 본격적으로 제작한 나무 조각을 중점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조각에서 형태를 가장 중시했는데 문신의 조각은 크게 구 또는 반구가 구축적으로 배열되어 무한히 확산되거나 반복되는 기하학적 형태와 개미나 나비 등 곤충이나 새, 식물 등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문신의 독창적이면서 추상 형태의 조각에는 ‘생명의 리듬’, 즉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생명’또는 약동하는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다. 3부 <생각하는 손: 장인정신>에서는 브론즈 조각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같은 형태를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제작했는데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지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했다. 다양한 재료와 조각 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했고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작품에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부단한 노동의 흔적이 깃들어있다. 마지막 4부 <도시와 조각>에서는 도시와 환경이라는 확장된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본 문신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소위 환경조각이라고도 불리는 야외조각과 체불 시절 작가가 시도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공원 조형물 모형’ 등 공공조형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현재 사진과 드로잉만 남아 있어, 남겨진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은 VR로, ‘공원 조형물 모형’은 3D 프린팅으로 구현하였다. 특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지은 건축물로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자 작가의 50년 예술 경력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이를 영상과 함께 미술관 건축을 위한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작품명이 <무제>인 3점의 작품을 감상하고 참여자가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을 직접 지어보는 <전시를 말하다: 무제 워크숍_제목 짓기>를 진행된다. 이 워크숍은 전시된 작품 옆의 QR코드를 통해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워크숍이며, 참여자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제목을 선정해서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될 예정이다. 또한, 2전시실 앞 교육공간에서는 전시를 감상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드로잉, 그리고 조각> 워크숍이 운영되고 있다. 관람객은 연필과 스티커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조각 드로잉을 제작할 수 있으며 참여자들의 작품은 향후 SNS에 공유될 예정이라 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1월 29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서울문화인]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생명체가 영생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이래 인류는 불로불사를 꿈꿨다. 그리고 이를 위한 끊임없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만큼 생명체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보의 한 축은 호기심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이 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과학을 발전시켜 왔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에 탐사선을 보내는 한편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수 있었던 출발점은 우리의 기원과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최고 호기심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내세관 역시 어쩌면 인간이 맞이해야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싶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에 가서는 영원한 이별을 피할 수 없다. 얼마나 사랑했든, 비할 데 없이 애틋했든, 누구보다 풍족했든 간에. 우리는 영생을 얻지 못했고,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은 여전히 과학으로도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며, 죽은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가는지, 저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저자 권태효, 지식의날개, 2022년 7월 31일)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런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인간의 영원한 과제 ‘죽음’이라는 소재로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저자 권태효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민속문화를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거인설화》, 《중국 운남 소수민족의 제의와 신화》, 《한국 구전신화의 세계》, 《한국신화의 재발견》 등의 책을 썼으며, 《신화학입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초의 죽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전승되는 죽음과 관련된 여러 신화를 바탕으로 신화에서 말하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책을 열어보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해 온 죽음과 저승에 관한 온갖 신이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삶에 관한 지혜를 던져준다. 이를 통해 오늘의 삶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이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 ‘불노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해 본다면’,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 등 7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죽음》은 알고 보니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다.(1장) 동물이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었지만 실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신의 뜻은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장) 그러고 보면 선물 같은 인생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데 실은 이 모두가 죽음과 맞바꾼 대가였다면?(3장) 그래도 여러분은 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싶은가? 알고 보니 이것이 죽음값인데. 예나 지금이나 죽지 않는 것만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영원한 젊음이었다.(4장) 그런데 젊어진 할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손자 때문에 우리가 노쇠를 피할 수 없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5장)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장차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저승은 어떤 모습일까.(6장) 정말 〈신과 함께〉에서 그려 낸 것처럼 저승차사가 와서 우리를 안내할까. 강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궁금하다.(7장) 등 100여 편의 이야기로 죽음과 연관된 우리의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저자는 “죽음기원신화의 내면에는 나름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생명의 출산이 있다면 그만큼 죽어야 세상이 온전히 유지된다고 말한다. 신화 중에 태초에 거북과 인간, 돌이 영생하며 함께 살았는데, 돌은 출산에 관심이 없었지만 거북과 인간은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 해서 신에게 찾아가 출산 능력을 갖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자 신은 너희가 죽어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인간과 거북은 그 말에 동의하여 드디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죽음을 얻었으며, 영원히 살기를 원한 돌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태어나는 만큼 죽음 또한 필요하다는 인식의 신화가 제주도에도 전해지며, 일본의 <고사기>에도 있다. 생산이 있다면 당연히 죽음이 있는 것이 순리일 텐데, 인간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죽음을 내리는 창조주마저도 인간의 편이 되어 어떻게든 죽음을 주지 않으려고 힘쓰고,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부여했더라도 하다못해 수명이라도 늘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죽음신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신의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어 “죽음을 다루는 시각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죽음의 어두운 측면보다는 밝은 측면에서 주로 기술한 책이다. 원하지도 않은 죽음을 억지로 맞게 된다면 고통스럽겠지만 인간이 스스로 원해서 신에게 죽음을 달라고 했다면 죽음은 두렵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또 죽음이 없어서 세상이 혼돈스러우니 죽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여 신이 죽음을 내리는 당위성을 신화에서는 나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무속학회라고 하면 무속인들의 연합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 있는데, 그런 곳이 아니다. 학자들이 모여서 무속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세미나도 하는 등 연구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1998년 결성되어 45호째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고 일 년에 네 번 정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무속은 어떻든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같이 해왔다. 그 속에는 신화도 있고, 음악과 무용도 있으며, 회화라든가 복식, 의례 등 아주 다양한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미신이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더라도 이런 문화적인 요소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속을 종교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그 가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라 강조했다. 이 책은 저승신을 그린 상상도와 죽음과 관련한 온갖 상징물과 장소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곳의 컬러 사진을 통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옛날 사람들은 결코 죽음을 우울한 주제라 여겨 피하지 않았다. 《최초의 죽음》과 함께 죽음을 향한 유쾌한 상상의 여행을 떠나 본다면 어떨까?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벗겨질 것이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