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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 최욱경 작가의 흑백 드로잉 작품 소개
국제갤러리 부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 최욱경 작가의 흑백 드로잉 작품 소개
[서울문화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여성작가로 알려진 최욱경(1940-1985)의 개인전 《낯설은 얼굴들처럼(A Stranger to Strangers)》을 지난 8월 25일(금)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욱경 개인전은 이번이 국제갤러리와는 네 번째 전시이지만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최욱경은 대담한 필치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부산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시에서는 미국 유학시절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개인 및 작가로서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흑백 드로잉 및 판화 29점과 크로키(인체 드로잉) 9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의 제목 “낯설은 얼굴들처럼”은 최욱경이 1972년 첫 번째 미국 체류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던 시기에 출간한 국문 시집의 제목을 차용하였다. 이 시집에는 유학 시절에 쓴 45편의 시와 함께 16점의 삽화로 구성되었다. 최욱경은 앞서 1965년에는 『작은 돌들(Small Stones)』이라는 영문 시집을 출간, 문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국문 시집 『낯설은 얼굴들처럼』(1972)은 작가가 ‘뿌리를 흔드는 경험’이라 표현했을 만큼 모든 것이 새로웠던 당시의 생경한 환경과 자극을 마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다져가던 과정을 가장 직접적인 텍스트와 이미지로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미술 교육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그의 이 시집에서 차용된 만큼 전시에는 이 시집에 삽화로 소개되는 16점의 작품 중 〈습작 (習作)〉, 〈실험 (實驗)〉, 〈I loved you once〉, 〈Study I〉, 〈Study II〉, 〈experiment A〉 6점이 이번 전시에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흑백의 종이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콜라주 작품들은 작가의 일상을 채우던 생각의 파편들이 담겨있어 마치 일기장 속 미완의 이야기들을 엿보는 듯하다. 특히 최욱경의 콜라주 작품들은 현실과 이슈들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면, 드로잉 작품에는 종종 의식의 흐름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단어 또는 생각 등이 담긴 텍스트가 등장한다. 〈Untitled〉(c. 1960s)에서는 최욱경 자신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인물 옆에 영문으로 “I DON’T KNOW WHAT YOUR DOING, BUT. I CAN’T HELP YOU BECAUSE I DON’T LIKE IT.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렇지만. 내 맘에 안 들기에 난 도와줄 수 없겠다.)”라 쓰인 문구를 볼 수 있다. 작품 속 텍스트는 작가가 직접 들은 말이든 생각의 단상을 적은 글이든 이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1969년 3월 22일이라는 날짜가 명시된 〈Untitled〉 작품 속 컴컴한 어둠에서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과 함께 “When the time comes will the sun rise / … / will the time ever come to me? (때가 되면 해가 뜰까 / … / 과연 내게 때가 오긴 할까”라는 글귀는 암담한 당장의 현실 속에서 기대해보는 희망의 미래를 역시 꽤나 솔직한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Untitled (AM I AMERICAN)〉(c. 1960s)에서는 작가가 머나먼 땅에서 혼자 작업하고 생활하며 ‘나는 미국인인가’와 같은 생각의 파편이 담긴 작품 속에서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에 담긴 시 「그래도 내일은」(p.36)을 보면 작가는 “그래도 내일은, 다시 솟는 해로 밝을 것입니다. 꽃피울 햇살로 빛날 것입니다.”라며, 무수히 괴롭고 외로운 나날들 속에서도 내일은 희망찰 것이라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욱경은 1963년 서울대학교 회화과 졸업 이후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작가로서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1963년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이후 크랜브룩 미술학교 서양화과, 브루클린 미술관 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고,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의 미술과 조교수로 일하였다. 유학 중 작가는 잉크, 연필, 차콜, 콩테,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탐구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 숱한 실험과 수행을 거쳐 자신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 대학원 과정에 진학한 후에는 그간 단순히 연습 과정이라 여겼던 드로잉 작업의 중요성을 인지해 다시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방대한 양의 소묘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때 정말 많이 그렸다” 회고하던 작가는 “2년을 그렇게 그리고 나니까 졸업할 무렵엔 ‘아, 이것이 그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는 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마음을 굳힐 수가 있었다”라 말한다. 끝없는 연습과 함께 회화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의 열의를 놓지 않았던 작가의 의지는 어쩌면 자신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매체로 찾아낸 시와 드로잉의 언어를 통해 가감 없이 발현시켰다. 1978년 귀국한 작가는 영남대학교 회화과 부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후학 양성 및 창작활동에 전념하였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21년 최욱경의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되었었다. 당시 전시는 미국 유학 후 1970년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작품 창작과 강의를 병행했던 작가의 전방위적인 활동 이력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으로 진행되었다. [허중학 기자]
국내 최대 미술장터,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선의의 경쟁 시작되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선의의 경쟁 시작되다.
[서울문화인] Kiaf SEOUL 2023(이하 키아프)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이하 프리즈)이 6일 VIP데이를 시작으로 7일 일반 관객을 맞이했다. 지난해에 이어 키아프와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프리즈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트페어로 학자, 수집가, 애호가 및 일반 대중을 위한 현대 미술 세계 최고의 플랫폼이다. 프리즈는 프리즈, 프리즈 마스터스 매거진, 프리즈 위크 등 3개의 잡지와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 프리즈 뉴욕,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프리즈 서울 등 5개의 국제 아트페어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지난 6일, 초대로 이뤄진 VIP데이 전시장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3층 프리즈 전시장(코엑스 3층 C·D홀)은 한 때 입장을 제한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이는 코엑스 1층 전관을 사용하는 키아프(코엑스 1층 A·B홀, 그랜드볼룸)에는 그동안 아트페어를 다녀본 분들이라면 느끼겠지만 키아프에 소개되는 작품은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라면 프리즈에는 국내 아트페어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컬렉터나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에 지난해 입소문도 한 몫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키아프를 두고 ‘죽 쒀서 개줬다’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국내 대형 갤러리는 키아프 뿐만 아니라 프리즈에도 부스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키아프보다 프리즈에 관람객이 몰린 것은 작품의 다양성이다. 프리즈 현대 미술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반명 프리즈는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중세 시대 회화부터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20세기 거장의 작품은 물론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 체급의 차이는 쉽게 좁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해외에서 많은 컬렉터들이 전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는 미술계 큰 손이 된 중국의 컬렉터들이 지난해 여전히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적이어서 이들의 방문이 많지 않았다는 점인데 올해 두 기관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컬렉터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들어내었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해외 매체도 방한하여 취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과거 미술애호가들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미술작품을 관람하며 미술시장의 동향과 미술 작품을 보는 시각을 높일 수 있는 자리였다면 하루 8만원이라는 입장료와 1만원 정도하던 도록도 비싼 가격을 책정, 상업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주변에서는 대중들을 위한 미술관보다 상업 화랑의 전시에 너무 많은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별 전시에 있어서 올해 프리즈에서는 LG올레드(LG OLED)가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 세계 최초 97형 무선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작가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비롯한 원화 12점과 함께 그의 작품을 새롭게 표현한 미디어아트 5점을 올레드 TV로 소개하고 있다. 키아프에서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2개의 특별전 ‘뉴미디어 아트 특별전 <Gray Box Area : 사건으로서의 공간>’과 ‘박생광·박래현의 <그대로의 색깔 고향>’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성향과 동시에 전통 한국화를 조명하고 있다. 한편, 경기 침체와 미술 시장의 모멘텀 둔화 우려 속에서도 키아프 서울 첫날 방문객 수는 작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한다. 개막일에는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예상보다 높은 판매가 이뤄졌다고 한다. 젊은 갤러리와 작가의 참여가 특징적인 키아프 플러스 섹션도 신진 작가의 화력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2023 프리즈 서울은 9일(토), 2023 키아프 서울은 10(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서울문화인]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한선학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북경연산燕山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의 특별전시와 연구, 교육 등을 통해, 세계적인 고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중국 북경 류리창에 있는 북경연산출판사에서 계약을 마친 한선학 관장은 “한국 고판화박물관 유물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동아시아 인쇄문화의 꽃인 고판화 문화가 활짝 피는 초석이 마련되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30여 년간 모은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 유물 6,000여점의 다문화적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라고 밝혔다. ‘한국고판화박물관장품집’의 발간은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고판화박물관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판화가 대중들에게 조명을 맞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고판화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를 14년 동안 꾸준히 열면서 국가별, 장르별로 열린 다양한 고판화 특별전과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박물관에서 제작된 30여종의 도록과 12여종의 학술지 등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이 중국에서 출판되어 한국을 비롯한 동 아시아 고판화의 아름다움을 세계 속에 전파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 관장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었던 것은 12년 동안 연속 선정된 문화재청 생생문화사업을 통한, 문화재청, 강원도, 원주시의 지속적인 후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고판화장품집’이 중국에서 전집으로 출판되는 계기는 중국 역대 불교 판화 중 3천여 점을 정리한 ‘중국불교판화전집’(中國佛敎版畵全集)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한 중국판화 100여점이 수록되면서, 고판화박물관의 유물의 가치가 중국에 알려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2월에 북경연합출판공사에서 한국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을 대형 컬러 상하권 2권으로 발간하기로 계약하면서였다. 하지만 이 계약은 4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폐기되었으며, 이를 아쉽게 생각하여 팬더믹 이후 4년 만에 지난 6월 북경에서 만난, 한선학관장과 주심혜선생 마문대선생, 북경연산출판사와 북경연합출판공사 공동 대표인 하염대표 등이 의기투합하여 중국 고판화만을 다루지 말고 한국, 일본, 티벳,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되었던 국가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고판화를 확대하여 8권의 전집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어 8월 17일 계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들어난 전집의 규모는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8권으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그동안 수집한 유물 6,000여점에서 선별되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가별로 이루어지며, 전적에 들어있는 삽화판화와 탱화 형식의 거는 판화인 종교판화, 판화로 만들어진 한국의 민화, 중국의 연화, 일본의 우키요에와 오츠회, 베트남의 동호, 향총 판화를 비롯한 민간판화, 판화를 찍었던 판목을 비롯하여, 판목으로 인출한 판화 등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다. 수록될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한국 국가 보물로 강원도에서 추천하여 문화재청에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2점을 비롯하여, 이미 지정된 강원도 문화재 7건을 비롯하여, 중국 소장품으로는 세계 유일본으로 인정받는 명나라 헌종(憲宗) 성화(成化) 13년(1477) 판각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과 오대산성경전도 등이 있으며, 일본 판화로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를 에도시대에 판각한 대형 오백나한도 판화와 관경만다라를 찍었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판목 중 하나로 평가받는 관경만다라 판목 등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 전집은 1년 6개월의 편집과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질 예정이며, 이번 전집의 주편을 맡은 마문대선생(북경수도도서관 관원)은 “중국 출판사상 한국, 중국, 일본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하였던 국가의 유물이 함께 실리는 최초의 출판 기획으로 고판화사에 남을 중요한 출판물로 기록 될 것이며, 이는 한국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 관장이 30년 전부터 동 아시아 유물을 국가를 망라하여 다문화적으로 수집하였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에서 최근 발행되는 대형 출판물들이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소장되는 추세에 따라 세계 곳곳에 소개될 예정이며, 출판저작권료로 한화 2억 5천만 원에 상당하는 200세트를 한국고판화박물관에 현물로 주는 계약에 따라 한국의 유수 도서관과 박물관에도 소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예정이다. 이 계약을 성사한 당사자인 북경연산출판사 하염사장은 “이 전집에 순조롭게 편집되고 제작되어 인쇄 문화의 꽃인 동 아시아 고판화가 세계에 알리는 계기되고 이를 통해 미술사, 서지학, 판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판화작가들을 비롯하여 판화를 사랑하는 세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사랑 받는 출판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중학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세계문화관 ‘고대 그리스·로마실’ 신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세계문화관 ‘고대 그리스·로마실’ 신설
[서울문화인] 인류의 역사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남긴 유산은 넓고도 깊다. 민주정, 로마법, 철학과 같이 오늘날의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도적 유산은 물론 우리가 늘 바라보는 하늘의 별과 별자리도 그리스 신화와 관련되어 있다. 우주는 언제나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계인 것처럼 호기심이 가장 많은 어린이들에겐 그리스·로마 신화는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화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웬만한 성인들보다 그리스 신화를 줄줄 꿰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새롭게 신설한 ‘고대 그리스·로마실-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에는 이런 특징을 반영하듯 가족과 동반한 어린이들이 유독 많이 보이고 있다. 이번 ‘고대 그리스·로마실’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이 2019년부터 조성한 이집트실(2019~2022년), 세계도자실(2021~2023년), 메소포타미아실(2022년~현재)에 이어 개최하는 네 번째 세계 문명·문화 주제관 전시이다. 전시는 세계적인 서양 고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 기획하였으며, 027년 5월 30일까지 4년간 진행된다. 특히 이 전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드문 전시이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열렸던 그리스, 로마 관련 전시는 대부분 그리스나 로마 중 한쪽에 집중하였다. 물론, 그리스를 주제로 한 전시에도 필연적으로 로마 시대 작품이 다량 포함되곤 했지만, 이번 전시는 처음부터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의 신화와 문화를 살펴보려 한다는 점에 차별점이 있다. 전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먼저 1부 ‘신화의 세계’에서는 말 그대로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다루고 있다. 이곳에는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리스 도기와 토제 등잔, 로마 시대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 소형 청동상 등 55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신들의 왕 ‘제우스’ 상이 LG디스플레이의 투명OLED를 통해 신비롭게 구현 마치 신들의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는 중요한 신들의 권능과 관장 영역, 관련된 일화를 전시품과 영상으로 소개하는 한편으로 고대인들에게 이 같은 신화가 왜 필요했는지를 중심에 두었다. 또 그리스의 신화를 로마인들이 받아들이면서 세계에 대한 해석, 즉 세계관을 공유하게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도 신의 모습을 아름다운 인체로 표현한 이유와 신화의 종교적 성격에 대해 알려주는 전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인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적으로 서로를 도운 두 문화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스가 기원전 2세기 로마에 점령당하는 역사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신화, 철학, 문학, 조형 예술은 로마에 깊이 영향을 주었다. 조형 예술에 있어서 로마는 그리스 고전기의 조각 걸작들을 수집하고 대규모로 복제해 공공장소와 개인 저택에 세워두곤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같은 로마의 그리스 애호 덕분에 그리스의 문화 요소가 로마 제국 곳곳에 전파될 수 있었고, 그리스의 원본 걸작들이 대부분 없어진 지금에도 그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2부 공간은 초상 조각들이 주로 전시되었던 로마 시대 빌라의 모습으로 꾸몄다. 관람객들도 한가운데 차려진 연회에 초대받아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처럼 신과 죽음, 그리고 현실에 대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참석자가 되어 볼 수 있다.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후관을 살펴보고 있다. 대부분의 고대 국가에서 나타나듯 그리스·로마인들도 죽음으로 삶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 형태로 이행하거나 전환된다고 생각했고, 무덤과 장례의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산 자가 계속 기억해 준다면 망자는 영원히 산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가족뿐만 아니라 행인들이 죽은 이의 이름을 읽고 새겨진 형상을 보고 그를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무덤의 위치를 길에서 가깝게 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도록 호화롭게 꾸몄다. 유골함과 석관에도 글과 이미지를 새겨 죽은 이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전시 말미에는 다시 처음의 질문,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로 돌아온다. 신화는 한 공동체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했던 방식인 만큼, 신화의 공유는 생각과 가치의 공유로 이어졌다. 이 공통된 세계관과 사후관이 그리스와 로마의 기반이었다. 뿐만 아니라 로마는 그리스라는 자양분을 토대로 예술과 철학과 문학을 꽃피울 수 있었고, 그리스는 로마 덕분에 잊히지 않는 영원한 고대의 문화로 살아남게 되었다. 전시는 신화, 초상 미술, 장례 등의 주제를 통해 얽혀 있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함께 나누고 또 따로 이루었던 예술과 문화와 역사의 장면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가지와 세계관은 아주 넓게 뻗어 있고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의 한 공간에는 음악평론가, 물리학자, 패션디자이너, 사제,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사 8인의 인터뷰를 모은 영상인 “나의 원픽”이 상영되고 있다. 이들은 전시품을 한 점씩 골라 각자 분야의 시각으로 본 감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전시품을 보는 다양한 방법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이 전시에는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쉬운 해설 정보와 촉각전시물, 점자안내판이 준비되어 있다. 전시는 무료이며 전시 설명은 7월 1일부터 하루 3회(11:00, 13:00, 15:00)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통한복부터 생활한복까지 다양한 한복 입어보고 구매하세요. 한복박람회 ‘2023 한복상점’
전통한복부터 생활한복까지 다양한 한복 입어보고 구매하세요. 한복박람회 ‘2023 한복상점’
[서울문화인] 현대사회에서 한복은 생활옷으로 입기에는 불편함 때문에 특별한 행사에만 입는 옷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젊은 사람은 한복을 입지 않는다는 얘기가 종종 매스컴을 통해서 듣지 않아도 일상에서 보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러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복을 입어보고 싶은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광화문 부근을 비롯해서 고궁에서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경쟁 때문인지 이것이 한복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한복이 등장하면서 어렵게 정착시킨 한복문화가 오히려 업체들이 한복의 정체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그곳을 벗어나면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한 때 젊은 세대에게 외면 받던 우리의 전통 의상 한복이 이곳에서는 이것은 기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점점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복, 더 이상 특별한 행사에 입는 옷이 아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이 운영하는 한복진흥센터가 한복문화 진흥사업 결과물과 함께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진행하는 ‘2023 한복상점’이 코엑스 D홀에 상점을 오픈하였다. 지난해 코엑스로 자릴 옮겨 4일간 3만 명 이상 방문하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던 국내 유일의 한복박람회인 ‘한복상점’이 지난해 보다 규모를 2배로 확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참여업체도 지난해 74개 업체에서 108개 업체로 늘어났다. 업체는 부스 이용료를 따로 내고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입점 응모를 하면 절차에 따라 선정된 업체가 입점하게 되어 그만큼업체의 다양하고 참신한 한복 상품을 정상 판매가의 평균 30%,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판매관에서는 전통한복은 물론 생활한복, 한복 소품, 반려동물 한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복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구매 금액별로 노리개, 주머니 등 다양한 사은품도 제공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미 한복을 착용하고 방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복상점’에는 판매부스는 물론 전통춤 관련 한복 기획전시와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수상작, 한복근무복 등 다양한 전시 마련되어 있어 전통한복은 물론 21세기 한복이 나아가는 길을 가늠해볼 수 있다. 먼저 기획전시관에서는 패션과 전통문화를 결합한 다양한 전시를 연출해온 서영희 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기획전시 ‘춤의 날개, 한복’에는 전통춤 의상 22벌(착장) 한자리에 펼쳐놓았다. 여기에 시각예술가 박귀섭 씨의 승무, 탈춤 등 아홉가지 전통춤(승무, 탈춤, 풍물놀이, 검무, 한량무, 학연화대합설무, 처용무, 춘앵무, 지전무) 영상 ‘이음’이 더해져 한복의 단단한 멋과 흥을 역동적으로 선보인다. 한복진흥센터 사업홍보관에서는 문체부가 공진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한복문화 진흥사업 결과물을 알리고 있다. ▴2023년 ‘성별의 경계를 깨뜨린 한복’을 주제로 열린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수상작 30벌과 ▴2022년 개발된 운송 및 여가서비스 한복근무복 등 26벌, ▴2022년 개발된 전통한복원단 10점 및 한복소재 100여 점 등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한복의 날(10. 21.)을 전후해 진행하는 올해 ‘한복문화주간’(10. 16.~10. 22.)과 ▴지역 중심의 한복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2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지역 한복문화 창작소(강릉, 경북, 부산 3개소), ▴전통복식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의 활동을 만나볼 수 있는 교육관, ▴한국 무형문화재 콘텐츠와 전통공예품 전시, 협업 이벤트가 열리는 협력관이 마련되어 있다. 체험관에서는 의궤 스탬프 채색엽서와 전통문양 노리개, 금박댕기 머리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사전 신청자에 한해 한복을 바르게 입고 사진을 남기는 포토존이 운영되고 있다. ‘2023 한복상점’은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5천 원이나 한복을 입거나 사전 등록한 사람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남북 이념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잊혀진 작가 월북작가 ‘임군홍’ 조명
[전시] 남북 이념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잊혀진 작가 월북작가 ‘임군홍’ 조명
[서울문화인] “저희 집안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일종의 금기였습니다.” 월북화가 임군홍의 차남이자 네째 임덕진 선생의 말이다. 이념적으로 남북으로 분열된 이 나라 안에서 가족 중에 월북 한 사람이 있는 집안에서는 숙명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는 예술계도 마찬가지이다. 월북 작가는 비단 한 가정에서만이 아니라 예술계에서도 철저히 잊혀 졌고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은 대부분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 2015년, 해방 70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20세기 한국미술의 대표화가이자 월북화가 이쾌대의 타계한 지 50년을 맞아 진행한 그의 회고전을 통해 왜 우린 이런 화가를 모르고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예화랑(강남구 가로수길 73) 김방은 대표가 월북화가 ‘임군홍’ 개인전을 한다는 초대글에 ‘지난 12월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말을 그냥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를 빗대어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임군홍 작가를 세세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의 작품의 이미지와 월북화가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우리 미술사에서 저평가된 근대기 작가를 발굴,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두터운 토양을 복원하고자 기획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시리즈을 통해 임군홍이 새롭게 조명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당시 전시에서 본 임군홍의 작품은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임군홍 작품 5점은 1985년, 월납북 작가 해금 무드가 고조되던 시기 당시 그의 개인전을 미술관에서 개최한 후, 유족(임덕진)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라 한다. 이번 예화랑에 전시 된 작품을 보고 단번에 몇 작품은 그때 보았다는 것이 떠오를 정도로 내게도 각인되어 있었다. 월북화가 임군홍은 해방 후 1940년대 화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해방전 그는 중국 한커우와 베이징을 오가며 자유로운 화풍의 풍경화를 남겼다. 또한 그는 광고사를 운영하며 직접 그린 관광 브로슈어 도안 등의 아카이브를 통해 초기 광고디자인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1950년 가족과 이야기는 조금 차이는 있지만 월북한 것으로 들어나 이후 남한의 미술사 연구에서 제외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임군홍의 유화 작품은 약 130점에 이르는데, 이는 모두 1930년대 중반에서 1950년까지 약 15년 사이에 걸쳐 제작된 것이다. 이 시기 조선의 화가들 중에서 이 정도 규모의 유화 작품을 남긴 이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임군홍(林群鴻, 1912-1979)은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치과에서 기공사로 근무. 경화양화연구소 등에서 미술을 배우고 《조선미술전람회》, 《서화협회전람회》에 입선했다. 1936년 녹과회를 결성하면서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39년 일본인 은행장의 후원을 받아 만주에서 《임군홍. 김혜일 2인 양화전》을 성공리에 개최했다. 이후 한커우에 정착하여 광고사를 운영하는 한편, 한커우와 베이징을 오가며 풍경화를 그렸다. 같은 시기 한국 화단에서 보기 드문 맑고 강렬한 색채로 중국의 이국적인 풍경을 표현했다. 해방 후 귀국하여 서울에서 광고사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렸으나 ‘운수부 월력사건’으로 1950년 한국전쟁 직후 행방불명됐다가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조선미술가동맹 개성시 지부장을 맡았고 조선화가로 전향했다. 운수부 월력사건은 임군홍이 동료화가 엄도만과 함께 1948년 철도국의 달력제작을 의뢰받고 최승희(46년 월북)를 모델로 한 달력을 제작하였다. 그러나 모델이 북로당 간부 최승희이며 최승희가 쓴 갓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적색, 갓끈은 소련 16연방을 의미하는 16개의 구슬. 갓 측면에는 조선을 더하여 소련 17연방을 의미하는 17개의 구슬, 최승희의 부채에는 삼팔선을 상징하는 선, 하단에는 소련 국기의 망치와 낫과 유사한 모양 등이 있다는 이유로 검거되어 약 4개월 간 옥살이를 하였다. 임덕진 선생은 “아버지(임근홍)는 성품이 워낙 인자하시고 남들에게 베풀기 좋아하며 어려운 사람 돕기를 좋아했다. 당시 아버지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미군들까지 탄원서를 써서 48년 5.10 총선을 앞두고 사면 복권되어 출소하셨다. 당시 감옥에서 아버님이 읽고 싶다고 영치품으로 넣어드렸던 일본책 ‘서양미술사’를 아직도 제가 보관하고 있다. 감옥에서 그 책을 내준 날이 1948년 3월 28일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이 날이 아버님이 출소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과거 국현에서 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화 79점, 수채화 10점, 드로잉 27점, 파스텔 1점을 포함하여 총 117점이라는 작품이 전시장에 나왔다. 작품은 대부분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유족이 국현에 기증한 작품도 다시 이번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는 임군홍 화가의 아드님인 임덕진(1948년) 선생이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앞서 서두에서 얘기했듯 오랫동안 집안에서 금기시 되었던 아버지(임군홍)이 이제 대중 앞에 당당히 소개할 수 있어서 그런지 임덕진 선생님의 설명은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을 반추하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작품 속 여인은 대부분 가족 혹은 친인척이라 설명해 주셨다. 작품 속 여인들의 당시에는 쉽게 볼 수 없는 복장과 당당함이 묻어난다. 이는 당시 부유했던 그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특히 임군홍이 월북 전 가족을 그린 그림 <가족>에서 잘 나타난다. 작은 아들을 안고 있는 부인과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큰 딸을 그렸다. 부인의 뱃속에는 곧 태어날 작은 딸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임군홍이 수집한 도자기들이 놓여져 있으며, 왼쪽 앞에는 임군홍의 집 마당에 피어있던 백합이 그려져 있는데 백합이 활짝 핀 것으로 보아 6월,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임덕진 선생은 “이 작품은 아버지가 남한에서 그린 마지막 작품이다. 그림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북으로 떠나셨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 아버지 그 자체로 여겨집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명륜동 집을 팔고 이사 나올 때까지 마루에 이젤 그대로 서 있었던 작품입니다. 어머니도 이 그림을 절대 놓지 않았다. ‘아버지 마지막 작품이니까 손 못 댄다고 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며 “그림 속에는 어머니와 큰누나, 그리고 제가 있다. 큰누나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아 아버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둘째 누나는 늘 할머니가 옆에 끼고 있어서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장난꾸러기였던 당시 열 살 형 성태도 밖에서 노느라고 집에 없었던 것 같다.”, 또한 “그림 속 조선 청화백자 두 점, 손잡이가 달려있는 큰 컵 등은 다 집안에서 쓰던 것들이다. 아버지가 모두 수집한 것들이다. 빨간 주칠을 한 테이블도 당시로서는 매우 귀했던 것이다. 특히 맥주 컵은 한커우에 살고 있던 독일 사람들이 맥주잔이었다고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996년인가 한 컬렉터가 산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저는 아버지의 마지막 혼이 깃든 작품이라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제가 갖고 있을 것입니다. 제 아들에게도 계속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그림이 우리 가족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머니도 그랬지만 제 품에서 절대 놓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며 작품을 아버지와 동일 시 하였다. 그러나 테이블 위 도자기들은 임군홍이 떠난 후 이것을 팔아 가족이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현재는 위스키 병만 남아 유족에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위스키 병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덕진 초상>은 임근홍이 아들 덕진을 100일 정도 됐을 때 그린 것으로 액자는 황금색으로 화려한 것에 반해 그림은 당시 크로키 화첩 두꺼운 표지 뒷면에 그렸다. 임덕진 선생은 “아버지가 생전에 손수 선택하시고 주문하신 액자를 끼운 유일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복원하려고 액자에서 꺼내다 놀랍고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림 뒤에 고양이를 그려 넣은 다른 그림이 겹쳐 있었다. 별도 서명까지 있었다. 아시다시피 고양이는 영물아닙니까.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혼도 본다잖아요. 초롱초롱한 고양이 눈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100일 된 둘째 아들의 얼굴을 그리며 부디 나쁜 기운을 쫓아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아비의 마음이 오래오래 전해져오는 그림이다.”고 이 작품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를 준비한 예화랑 김 대표는 ‘예화랑 전신인 천일화랑을 만들고 우리나라 산업미술의 원조 격으로 활동했던 외할아버지(이완석)의 삶을 추적하다. 처음 접한 ‘임군홍’이란 이름이지만 두 분 모두 태어난 무렵이 비슷했고 (임군홍-1912년, 이완석-1915년) 서울에서 살던 집도 똑같이 명륜동이었다는 대목에서 분명히 외할아버지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가였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임군홍이 일제강점기 중국과 경성에서 광고 회사를 했다는 것도 산업디자이너 1세대로 활약했던 외할아버지 삶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선생을 통해 임덕진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고 화랑에 오신 임덕진 선생님이 외할아버지 사진들을 보는 순간 ‘완석이 아저씨’라고 부르며 임군홍 선생님과 이완석 할아버지는 동료였다는 것을 알려주셨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말한다. “임군홍 외에도 배운성, 이쾌대 등 주로 월북한 화가들은 1930-40년대 작품을 상당량 남한에 남겨 놓았다. 박수근, 이중섭 등 월남한 화가들이 이 시기 작품을 모두 북에다 남겨두고 내려온 것을 생각하면,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우리에게 남겨진 이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 양화계를 이해하고 실증하는 데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전시] 이탈리아 미술의 역동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소장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
[전시] 이탈리아 미술의 역동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소장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
파르네시나 컬렉션의 이탈리아 근현대 걸작 70여점의 한국 첫 전시 [서울문화인] 서용선 작가의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전시와 함께 아트선재센터 3층 스페이스2에서 이탈리아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 1939)의 기획으로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소장의 이탈리아 미술 컬렉션을 지칭하는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을 만나볼 수 있다.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새롭게 이전한 이탈리아 외무부 청사(파르네시나 궁. 1939년에서 1943년 지어진 건물)의 내부를 채우기 위해 소장하게 된 컬렉션으로 2000년 당시 외교협력부 사무총장이었던 움베르토 바타니(Umberto Vattani)의 주도로 동시대미술 연구를 통한 문화 정책 전략의 일환으로 설립되어, 각 분야의 전문 위원회를 구성하고 1950년대와 1960년대 이탈리아 현대미술작품을 시작으로 20세기 전반에 걸친 컬렉션을 선별, 구성되었다. 이 컬렉션은 특이하게 외교부가 구매하여 소장한 작품이 아니라 대여형식으로 이뤄졌다. 움베르토 바타니(현, 베니스 국제대학 총장)는 “외무부에는 예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1793년 루이앙투안 드 생쥐스트가 제헌의회에서 제정한 ‘공화국은 예술과 천재를 존중한다’는 명제를 확장한 이탈리아 헌법 9조가 우리의 제도적 주도권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다만 그것의 구현 방법을 찾아야만했다. 결국 우리는 대여 계약이라는 해결책을 찾았다. 외무부에 전시된 작품은 작가 또는 작품대여 기관의 재산으로 그대로 남게 되었다.” 며 그는 “우리는 작품들이 외무부의 공간과 벽을 영구적으로 차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여 계약을 통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파르네시나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는가하면, 몇 년 후에 대여 기관에 반환되는 작품도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바뀌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현대 미술 분야 홍보의 일환으로 ‘파르네시나 컬렉션’ 가운데 20세기와 21세기 작품 중 엄선된 걸작으로 움베르토 보초니(Umberto Boccioni)의 미래주의 청동 조각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에트루리아인 동상에 금박을 입힌 청동 조각 설치 ‘에트루리아인’ 등 전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온 작품을 비롯하여 63인의 70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작품은 미래주의, 추상미술, 앵포르멜, 팝 아트 및 키네틱 아트, 개념 미술, 아르테 포베라, 트랜스아방가르드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예술의 정체성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동시대적 유산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은 시대순이 아닌 주제별 큐레이션을 통해 서로 다른 표현 양식 간의 균형, 역사와 지리, 20세기의 감수성과 현대성을 향한 추진력, 친밀과 대립, 환경과 이민 문제, 새로운 형태의 빈곤, 대화와 연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비전을 보여준다. 개막에 앞서 페데리코 파일라(H.E. Federico Failla)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전시작들은 변화와 기억의 여정에서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창조적 추진력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변화와 기억은 한국 현대 미술사의 중심이기도 하므로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동시대에 창조된 한국 작품들과의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이탈리아와 한국은 공통적으로 20세기 전반기에 걸친 수십 년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오늘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민주주의의 선도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번 전시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공유하는 양국의 우호 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지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협력하에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아트선재센터의 주최로 오는 8월 20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아트선재센터, 서용선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사, 연구하여 선보이는 서베이 전
[전시] 아트선재센터, 서용선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사, 연구하여 선보이는 서베이 전
[서울문화인] 서용선(1951~ ) 작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신화’, ‘역사’, ‘도시’ 그리고 ‘자화상’, ‘풍경’이라는 주제 안에서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탐구와 함께 세계사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동시대적 삶의 조건과 그 의미에 대해서 성찰하는 작품을 강열한 텃치와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먼저 자화상은 1995년 첫 해외 레지던시(Vermont Studio Center)에 참여하면서 주된 작업 영역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청년기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매진해온 장년기까지 동시대의 시간을 거친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매일의 삶을 반영한 그의 자화상은 풍화와 견딤의 연속을 그대로 드러내며 서용선의 변화하는 정체성을 인지하게 한다. 자화상 드로잉은 자기비판과 고백을 통해 미술가로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1980년대부터 우리 역사 속 인물과 동양신화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등장한다. 그는 역사 속 인물이나 우리 신화와 관련된 연구문헌을 분석하고 현장을 직접 찾아 과거의 사건에 감정을 이입시킨 후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있다.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도시’와 그 도시 속 ‘군상’은 작가에게 가장 오랜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작가는 도시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작가의 시선을 통해 관찰하며, 도시의 건축물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순간의 포착력과 섬세한 손놀림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큰 틀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작품 속에 그려내는 시선은 변화가 있다. 8, 90년대에는 도시와 군상이 암울한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최근에는 활기찬 모습으로 변했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유독 붉은색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이번 전시에 독특하게 빨강으로 표현된 눈이 들어간 자화상이 눈에 뛴다. 작가는 “빨강은 투명한 색이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작가가 투명한 눈으로 바라본 이 시대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 <내 이름은 빨강>은 바로 작가가 빨간색 눈으로 바라본 이 시대 모습을 ‘삶과 도시’, ‘삶과 정치’, ‘삶과 자연’이라는 주제로 나눠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70여점의 작품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 주제를 3부로 나눠서 진행되며, 3부는 오는 9월 15일부터 새 전시 공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이번 1부에서는 서용선 회화의 중요 공간인 도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8, 90년대 집중적으로 서울이라는 공간을 그렸다. 어린시절 한국 전쟁이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의 재건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던 작가는 8, 90년대 서울의 변화에 주목했다. 특히 사대문안과 그 변두리의 재건과 뉴 서울인 강남으로의 확장을 목격하면서 작가는 서울이 과거와 현재가 응축된 장소로서 인식했다. 1부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숙대 입구 07:00-09:00>(1991), <도시-차 안에서>(1989, 1991), <버스 속 사람들>(1992), <도심>(1997-2000) 등을 선보인다. <빨간 눈의 자화상>(2009)으로 시작하는 2부는 그의 회화의 중요 주제인 역사와 현재를 다룬다. 그는 자화상이라는 장르를 통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고, 인간을 사회적으로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정치와 역사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그는 한국전쟁, 일제강점기, 계유정난 등의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배열과 배치를 통해서 정치와 역사가 야기한 갈등과 불신, 파괴와 폐허를 치유와 화해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고 있다. 2부에서는 그의 다양한 자화상 시리즈뿐만 아니라, <음모>(1988, 1990), <여자 • 분노>(1991), <사막의 밤-포로들>(2004), <철암>(2004), <낙화>(2006, 2007), <청령포 1, 2>(2007), <개사람 1>(2008), <폐허 1>(2018, 2019), <사가모어 힐>(2019), <'경'자바위>(2014) 등 작가의 주제별 회화 대표작들이 선보인다. 특히, 작가의 초기작인 <정치인>(1984)은 80년대 등장한 새로운 군사정부 아래서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직업인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업이다. 21세기 새로운 정치의 출현과 더불어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방송인에서 정치인으로,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정치인들의 출현 속에서 의미심장하다. 오는 9월 15일부터 새롭게 시작될 3부에서는 보편적 세계를 향한 작가의 의지와 예술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줄 예정으로 8점의 풍경화와 3점의 인물화 그리고 나무 조각들을 통해 삶과 예술의 일치를 위한 작가의 탐구와 성찰을 드러낼 예정이다. 또한, 전시 기간에 특별강연(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과 작가와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9월 1일 를 주제로 진행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9월 1일 를 주제로 진행
18개국 96명이 참여하는 본전시 외 60여 개국 300여 작가‧팀 2,000여점 선보일 예정 [서울문화인] ‘지속가능한 다음을 만드는 공예’, ‘로컬 공예 콘텐츠의 글로벌화’,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비엔날레’ 총 3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는 9월 1일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장 이범석 청주시장) 조직위가 개막을 앞두고 행사 전반을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예는 단순히 ‘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정의되어서는 안된다. 공예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수천 년간 이어진 교감과 상대에게 미치는 공진화로 만들어진 ‘사물(Objet)'의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의 강재영 예술감독은 더불어 ‘기후변화와 팬데믹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는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정의하며, 올해 비엔날레는 ‘자연의 사물을 이용해 인간을 위한 다양한 기물을 제작해온 공예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공예 정신을 제안하며,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풀어낼 예정이라 밝혔다. 올해 주제를 풀어낼 본전시에는 ‘걷고’(대지와 호흡하며 관찰한 사물), ‘잇고’(인간, 자연, 사물을 연결하는 공예), ‘만들고’(제작 방식과 기술), ‘사랑하고’(업사이클링), ‘감지하는’(인간과 자연의 협력과 공존) 이라는 5개 테마로 자연의 천연재료와 장인의 오래된 기술이 결합된 순수한 형태의 공예부터 손‧도구‧기계‧디지털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미래의 공예까지 조망한다. 또한 자원의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그레이딩을 하며 생태적 올바름을 실천하고 있는 공예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자연-사물이 엮어내는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전했다. 개막 50여일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는 본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황란, 이상협, 유르겐 베이 3인이 함께 했다. 먼저 고행과도 같은 숱한 반복의 수작업으로 삶과 죽음의 순환, 찰나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이고 압도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두바이 오페라 하우스, 아부다비 왕궁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영구 소장된 섬유작가 황란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한 신작 준비가 한창이라 밝혔다. 이어 평평한 1mm의 은판을 수만 번의 두드림과 불질로 단조해 가장 한국적인 조형미를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영국 등 유럽 무대마저 평정한 작가 이상협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항아리 형태의 단조기법에서 벗어나 선의 느낌의 작품을 예고했다.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세계적인 ‘Tree Trunk Bench’의 디자이너 유르겐 베이(네덜란드)는 현재 청주에서, 청주의 생태 속에서 자란 나무와 자연에서 영감을 바탕으로,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버전 ‘Tree Trunk Bench’를 제작 중이라 밝혔다. 늘 예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주변에 널려 있는 자원에서 쓸모의 가능성을 발견해온 그는 이번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외국인 홍보대사로도 위촉돼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간다. 올해 홍보대사에는 유르겐 베이를 비롯하여 이상봉(특별강연, 폐막식 패션쇼), 이효재(보자기 특별강연), 한잼마(발달장애인과 공예케이크만들기), 강익중(국내외 홍보), 손미나(스페인주간 북토크), 김봉곤, 김다현(오디오 가이드 참여)을 비롯하여 시민 200명이 공식 홍보대사로 참여한다. 한편, 강재영 예술감독은 올해 본전시에는 황란, 이상협, 유르겐 베이를 비롯해 18개국 96명의 작가가 함께 하며, 대부분의 참여 작가가 신작을 선보이기 위해 현재 열심히 작업중이라 전하며, 더불어 17명의 작가(서로재)가 공동 작업을 통해 옻칠나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밝혔다. 특히, 올해 비엔날레는 다양한 연계행사로 공예의 지도를 한층 더 확장할 것이라 전했다. 먼저 비엔날레 기간 동안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6동에서는 한국문화재재단이 ‘문화재’를 테마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인다. K-공예의 원류라고도 할 수 있는 문화재의 미학과 미래가치를 구현한 몰입감 넘치는 미디어 퍼포먼스가 관전 포인트라 전했다. 같은 기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피카소 도예’가 진행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 작품 112점이 모두 공개되는 전시로 ‘검은 얼굴’, ‘이젤 앞의 자클린’, ‘큰 새와 검은 얼굴’ 등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으며, 청주시립미술관도 같은 기간 ‘건축과 미술이 만나는 현대미술특별전’을 개최한다. 국립청주박물관 역시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으로 청주를 찾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선보여 4개월 만에 22만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이건희 컬렉션의 지역순회전으로, 공예비엔날레의 계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4개 기관이 협력한 연계행사와 더불어 총 250여 팀 500여 명의 시민‧예술인이 주도하는 비엔날레의 ‘어마어마 페스티벌’에는 공예는 물론 회화, 조소,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지역 예술인을 소개하고 철학을 공유하는 작가들의 사물전, 어린이 비엔날레 등을 비롯해 매주 다른 테마로 펼쳐지는 공예마켓, 주말마다 펼쳐지는 버스킹과 공연 등 펼쳐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스페인을 주빈국으로 전시 ‘Soul+Matter’와 춤‧음식‧영화‧여행 등 스페인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는 문화주간 행사가 기다리는 <초대국가전>, 총 상금 1억 4천 3백만원 규모를 자랑하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여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이 비엔날레 기간 진행된다. 전시, 마켓, 공연뿐만 아니라 올해 비엔날레는 세계공예협회(WCC)‧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공인하는 글로벌 공예도시로의 포석을 위해 16명 국내외 공예관련 전문가들의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과 7개국 13작가팀이 진행하는 ‘국제공예워크숍’ 등 학술 프로그램을 강화, 비엔날레 기간인 9월에 진행된다. 한편, 지난 15일 집계에 따르면 본전시를 비롯하여,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등 올해 비엔날레 참여 규모는 약 60여 개국 300여 작가‧팀 2,000여점이라 밝혔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오는 9월 1일 개막해 10월 15일까지 청주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개최된다. [허중학 기자]
‘미술진흥법’ 국회 본회의 통과로 작가, 미술업계 무엇이 달라지나
‘미술진흥법’ 국회 본회의 통과로 작가, 미술업계 무엇이 달라지나
[서울문화인] ‘미술진흥법’ 제정안이 지난 6월 30일(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2021년 ‘미술진흥법’ 법안 발의 이후 2년여 만이다. 그동안 개별법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문학, 공연, 출판, 음반, 영화 등에 비해, 예술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미술은 개별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미술진흥법’ 제정안의 핵심은 ▴체계적인 미술진흥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미술업계를 짜임새 있게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 마련, ▴작가의 권리보장을 위한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이다. 아울러 작가, 업계 등 미술관계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법 시행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었다. ▴정책적 기반 구축은 공포 후 1년, ▴미술업계의 제도권 편입은 공포 후 3년,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은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 이 가운데 일명 ‘추급권(Resale right)’이라고도 불리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의 도입이다. 이는 미술품이 작가로부터 최초 판매된 이후, 재판매될 때 해당 미술품을 창작한 작가가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미술품은 복제가 쉬운 음반, 도서, 영상물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작가가 최초 판매 후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술품의 가격은 작가의 평생에 걸친 창작 노력과 활동에 따른 명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작가의 명성에 따라 이후 작품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미술품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창작자 권리보장 제도이다. 이른바 ‘추급권’은 고흐, 세잔 등의 미술품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및 그 가족이 빈곤하게 삶을 마감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응하고자 프랑스에서 1920년 처음 도입되었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며, 재판매보상금 요율은 작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도 마련 이번 ‘미술진흥법’에는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미술의 유통 및 감정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된다. 현재는 미술 서비스업이 별도의 제도 없이 자유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이 어려웠다. 문체부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미술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지원 대상을 파악할 제도적 기반이 부재하여 미술업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쉽지 않았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업계에 대한 짜임새 있는 정책 지원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세부적인 신고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한 거래, 유통질서 조성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미술 서비스업자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도입된다. 더불어 문체부는 이번 ‘미술진흥법’ 통과에 대해 ‘K-미술 생태계의 창작-유통-향유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강화할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올해 초 발표한 미술시장 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 유통액은 1조 3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2%가 급성장했다. 문체부는 미술시장 규모 발표 당시 미술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법·제도 기반이 부족해 정책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술진흥법이 조속히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2022년 11월 14일, ‘미술진흥법’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한국미술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한국조각가협회, 한국미디어아트협회, 대학미술교육협의회, 국제미술교류협회, 서울미술협회, 한국화진흥회, 한국화여성작가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파주아트벙커, 서울시미술관협의회, 대한민국현대구상화가협회, 극동예술연합, 한불조형예술협회, 한이조각가협회, 박수근연구소 등 모두 21개 단체와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공동 성명서를 낸 바가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