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1,180건 ]
[전시] 전통 공예 현대적 조형으로 확장되다.  특별전
[전시] 전통 공예 현대적 조형으로 확장되다. 특별전
[서울문화인]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우리의 전통 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확장하여 선보이는 특별전 <공예 다이얼로그(Dialogue)>를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공예 다이얼로그>전은 전승 장인과 현대공예 작가는 물론 화가와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층위에서 공예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전시로 금박, 분청, 채화 3개 분야에서 사물의 탐구를 통해 공예의 조형적 확장을 모색하는 6인(팀), 영원불멸의 빛을 새기는 ‘금박’(장연순×김기호), 산수를 담아내는 화폭으로서의 ‘분청’(이강효×김혜련), 피어나는 생명을 상징하는 ‘채화’(황수로×궁중채화서울랩)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 없이 다양한 조형성으로 공예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먼저 현대 섬유예술가 장연순과 국가무형문화재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가 말하는 ‘금박, 빛을 새기다’에서는 <중심에 이르는 길Ⅲ>과 <천상열차분야지도> 연작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각 산업용 테플론 메시와 전통 직물에 금박을 입혀 그들이 추구하는 고유한 정신적 질서를 기하학적 도형과 천문으로 형상화했다. 금박은 예로부터 고구려 고분벽화의 연꽃 장식에서부터 백제 무령왕비의 목제 베개와 발받침, 가야의 고리자루 큰 칼, 신라·통일신라의 허리띠와 ‘화조도를 새긴 장식물(선각단화쌍조문금박, 線刻團華雙鳥文金箔)’, 고려의 등롱, 조선의 병풍, 초상화, 불화, 불상, 단청, 현판, 투구 등에 이르기까지 주로 왕실의 위엄과 종교의 신성함을 시각적으로 과시하는데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장연순(1950~)은 모시, 삼베, 아바카 등 섬유 재료에 대한 집요한 실험과 탐구에 천착해 온 섬유예술가로 그는 최근 ‘금박’과 테플론 코팅을 한 유리섬유인 ‘테플론 메시’에 주목해, 동아시아 철학의 본질을 순수조형으로 표현했다. 그는 여러 번 반복해서 덧입힌 순금박 기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기호(1968~)는 조선 철종 때부터 대대로 금박장 가업을 잇는 5대손으로, 201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금박의 전통기술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영역이나 기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며, 현재 서울 북촌의 ‘금박연’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어 옹기와 분청 기법을 결합해 작업하는 이강효와 분청의 문양을 탐구하는 김혜련이 말하는 ‘분청, 산수를 담다’에서는 분청을 이용해 각각 <분청산수>와 <예술과 암호-분청> 연작을 제작했다. 분청사기는 회청색 바탕흙 위에 백토로 분장한 뒤 유약을 입혀 구운 자기의 한 종류이다.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활발히 제작되었다가 자취를 감추었으나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오늘날 현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탐구 대상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강효(1961~)는 홍익대학교 공예과에서 도자를 전공한 뒤 울산의 황말수 장인에게 옹기 기술을 배웠다. 사람 키를 넘는 대형 옹기 표면에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화장토와 산화철을 흩뿌리고 쏟아붓는 <분청 퍼포먼스>로도 해외에 잘 알려진 도예가이다. 전통 옹기와 분청 기법을 결합한 그의 작품은 분청 특유의 우연성, 회화성이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마음에 떠오르는 자연의 형상인 산, 바람, 물 등을 거대한 산수 기형에 그려냈다. 김혜련(1964~)은 국내외 유적지와 박물관을 답사하며 고대 암각화나 선사 유물에서 발견되는 문양을 탐구하는 화가로 그는 분청에서 발견되는 도공들의 자유분방한 손길과 정신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기호화하여 자신만의 모노크롬(monochrome) 회화로 진화시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귀얄, 덤벙 기법 등 도기에 표현된 회화적 필치를 대형 캔버스에 먹으로 담아냈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 회화와 도자, 전통과 현대라는 장르와 시대의 구분에 구애받지 않고 분청에 깃든 회화적 가능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하여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보유자 황수로와 궁중채화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궁중채화서울랩이 말하는 ‘채화, 꽃을 피우다’에서는 황수로와 궁중채화서울랩이 궁중채화의 원형을 재현한 <홍벽도화준(紅碧桃花樽)>과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수목(神樹木)>을 소개하고 있다. 채화(綵花)는 ‘비단 등으로 만든 꽃’을 의미하며 주로 궁중의 물품이나 행사를 장식했다. 정조19년(1795)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의하면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해 11,919송이의 채화가 소용될 만큼 조선시대 궁중에서 열린 잔치는 꽃 잔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시에 참여한 황수로(1935~)는 100여 년간 단절된 우리의 채화를 세상에 알린 장인으로,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 기능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그의 작업은 채화 유물이 전무한 실정에서 옛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채화를 오늘날로 소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궁중채화서울랩은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이수자 최성우가 궁중채화의 현대적 확장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연구소로 이번 전시에는 최성우(총괄), 유은정·이윤정(금속), 김우현·신유나·신혜연·장준호·조혜진(섬유), 오수(이끼), 최범석(설치)이 참여해 붉은색과 흰색의 매화가 함께 뒤엉킨 연리지로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수목을 탄생시켰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반평생 만들어온 매듭 작품, 박물관에 기증한 매듭공예가 이부자
[전시] 반평생 만들어온 매듭 작품, 박물관에 기증한 매듭공예가 이부자
“실 한 올부터 직접 염색을 하고 그 실로 끈을 엮고, 맺고 조이며 힘들게 만든 것이라 가족들에게도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서울문화인] 여든에 접어든 매듭공예가 이부자(1944년) 선생님이 반평생 고된 노동으로 완성하여 하나하나 자식과 같은 매듭 작품 144점을 지난 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였다. 매듭공예는 단순 매듭을 맺고, 그것을 길게 늘어뜨리는 ‘술’을 만들어 연결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매듭실을 용도에 따라 염색하고 때로는 매듭에 들어가는 자수까지 직접해야하는 아주 힘든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매듭의 역사는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고, 특히 어떤 대상에 연결되어 주인공의 품격을 높이는 빛나는 조연으로서 생활용품에서부터 노리개 같은 장신구, 상여의 유소 장식 등 의례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매듭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매듭장’과 ‘다회장(매듭의 재료인 끈목을 만드는 장인)’은 주로 남성이었다고한다. 그러나 20세기 초부터 다회와 매듭은 서양의 복식이 유입되고 정착됨에 따라 제작과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1970~80년대에는 여성들의 규방공예가 유행하면서 매듭이 다시 부흥, 수많은 매듭 강좌가 개설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으로 ‘동양 매듭’이 유행하며 매듭 벽걸이 장식 등이 남대문시장,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많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부자 선생님이 전통매듭의 매력에 빠진 것 것처럼 현대에도 많은 매듭 공예가가 활동하고 있고 매듭 동호회도 늘어났고 매듭전문매장 등도 여전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매듭 모양이 종류는 약 30사지 정도로,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종류가 약간 다르며 명칭도 다르다고 한다. 그 이름도 기능적으로는 ‘도래매듭’, ‘삼발창매듭’ 등이 있고, 동이나 식물의 모양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장식적 매듭으로는 ‘생쪽매듭’, ‘국화매듭’, ‘잠자리매듭’, ‘나비매듭’ 등이 있다. “좋은 매듭은 구성이 예쁘게 되고 모든 게 맞아야 하지, 색상도 그렇고, 노리개 같으면 한복에 어울리게 나와야지 그러니까 모든 톤이 맞아야 해” 기증자 이부자가 매듭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인생의 중반부인 1980년대 초, 우연히 신문에서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매듭장 故 김희진(1934~2021)의 매듭 강의 소식을 본 이부자는 호기심에 이를 찾아갔고 매력을 느껴 그날로 매듭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김희진의 한국매듭연구회에 들어가 매듭을 배우고, 스승 김희진의 작업을 도왔다. 여러 차례 작품 전시회에 출품하고, 전승공예대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총 7번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에는 개인전도 개최하였다. 이부자는 깐깐하다 싶을 만큼 꼼꼼한 스승에게 매듭을 배웠기에 그의 솜씨도 다져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전만해도 매듭이라는 걸 몰랐어, 그러다가 선생님이 인간문화재라니까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등록했어, 정말 행운이었지”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서 우리 선생님은 깐깐하셨어요, 그런 스승이니까 제자가 그 밑에서 보통으로 넘어가서는 안 돼, 그러니까 내 솜씨가 다져진 거예요” 깐깐한 선생님 못지않게 깐깐한 제자는 매듭뿐만 아니라 수를 놓고 바느질도 하며,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까지 다양한 작품을 손으로 빚어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기증받은 이부자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리개이며, 모시발 발걸이 유소(길게 늘어뜨리는 형태의 장식물), 주머니, 선추, 목걸이, 묵주, 인로왕번(불교 의례용 깃발), 보자기 등 다양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까지 이부자가 손으로 빚어낸 시간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증하던 날, 섭섭해 눈물이 흘렀지만…이제는 마음 편안 2023년 2월에서 3월, 세 차례에 걸쳐 기증자의 작품들을 박물관으로 모두 옮겨졌다. 본인의 반평생을 바친 작품들이 모두 나간 날, 기증자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함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작품들이 박물관에 보관되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박물관에서 내 매듭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을 보고 혹시 내 매듭 가운데 어떤 것을 가져가려고 살펴보는 것이 아닌가. 해서 당시는 조금 섭섭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듭공예가 이부자가 기증을 결심한 것은 기증 경험이 있는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의 권유 덕분이었다. 이병찬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천연 염색과 관련된 자료 221점을 기증하여, 2013년에 기증 특별전 《자연을 물들이다》를 개최한 바 있다. 귀중한 기증의 경험이 또 다른 귀중한 기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이부자 선생님의 기증 매듭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오는 11월 6일(월)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이부자 기증 특별전《매듭》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매듭공예가 이부자 선생님이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매듭 작품을 비롯하여 160여 점의 자료로 전통 매듭의 세계를 선보인다. 또한, 박물관은 우리 전통 매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현대인들에게 전달하고자 관람객이 다회를 짤 때 나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감상해 보고, 직접 다회틀에서 끈을 짜보는 체험도 할 수 있게 진행하며, 매화·국화·잠자리 등 자연물의 형태를 본떠 만드는 매듭의 이름을 맞춰보는 게임 등도 진행한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800년 전 고려의 빛 담은 나전칠기 1점 국내로 돌아오다.
[문화재] 800년 전 고려의 빛 담은 나전칠기 1점 국내로 돌아오다.
[서울문화인] 국화넝쿨무늬와 모란넝쿨무늬가 흐트러짐 없이 배열된 나전칠기는 80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선에 따라 형형의 색을 발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김정희, 이하 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새롭게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폭 33.0 x 18.5cm, 높이19.4cm)를 언론에 최초 공개하였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상자)’의 문화재적 가치는 희소성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 약 22여 점으로, 완형은 약 15점이 남아있는 것을 파악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국내에는 총 6점이 남아있는데 고려 나전칠기 완형은 국내에 단 2점(경함 1점, 불자 1점) 뿐이다. 그러다 2020년 일본의 한 소장가로부터 환수하여 ‘나전합’이 1점 환수되어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 환수된 ‘나전합’은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미국, 일본)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에서(대영박물관에 손상된 1점, 국립중앙박물관에 일제강점기 출토품 2점이 불완전한 잔편으로 소장), 유일하게 매입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매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 년 이상 보관되어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물로 문양과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고려나전이라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협력망(네트워크)을 통해 최초로 확인되었고 이후 문화재청과 재단은 1년여 간의 치밀한 조사와 협상 끝에 지난 7월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다. 환수를 위해 재단은 정밀조사를 위해 소장자와 오랜 기간 설득하여 올 4월 국내와 들여와 사전 조사를 진행, 고려나전임을 확인하였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다.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 라고도 일컬어진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12세기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의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라고 기록했으며, <고려사(高麗史)>에도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 주변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고려도경(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1123년(인종 1)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이 지은 책으로 당시 고려의 문물과 풍속 등을 기록한 자료이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며, 무늬의 정교함은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라 할 수 있다. 문양을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하여 만든 무늬)무늬가 고루 사용되었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으며,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5,000개에 달한다. 또한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다.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mm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mm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이처럼 자개로 국화 또는 모란무늬를 기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한 점, 단선의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한 점,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의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한 점 등은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전 본래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중에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밝혔듯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환수 과정에서 매입 전에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 재료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밝혀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X선 촬영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정밀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로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허중학 기자]
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Anish Kapoor》
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Anish Kapoor》
[서울문화인] 검은색과 붉은색을 뒤집어쓴 커다란 바위가 건물의 외벽을 뚫고 박혀있다. 그리고 거기서 떨어져 나올 것 같은 파편을 그물망으로 씌어놓은 것 같다. 또 다른 공간에는 피가 튀고, 내장이 튀어나온 어느 끔찍한 사고현장을 입체적으로 박제해 놓은 같다. 이 기괴한 형태의 작품은 1954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런던과 베니스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이다.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모든 작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적 지향점이다.” – 아니쉬 카푸어 국제갤러리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을 K1, K2, K3 전 공간에 걸쳐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 측에서는 먼저 갤러리 가장 안쪽에 위치한 K3로 안내했다. K3에는 네 점의 거대한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작품을 평가하기에 앞서 지구 반대편인 런던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옮겨왔을까 하는 쓸 때 없는 걱정마저 들게 하는 이 작품은 카푸어를 대표하는 색채인 진한 빨강과 검정을 입은 〈그림자(Shadow)〉와 〈섭취(Ingest)〉라는 제목의 조각 작품은 지질학적 조직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해부학적 내장의 모양새에 기대기도 한다. 작가는 각기 다른 성격의 건축 공간을 활용, 작품들 간의 새로운 대화의 제안이자 ‘신체’에 대한 집중력의 피력이다. 이는 카푸어의 작업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생(生)의 숭고한 격렬함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K2에서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폭발적으로 표현주의적인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캔버스 위에 흩뿌려지거나 진이겨진 듯한 검은색과 붉은색이 가득한 입체 작품은 마치 유혈이 낭자한 내장을 연상시킨다. 이 회화 작품은 유화, 섬유유리 및 실리콘으로 제작돼 날것의 상태를 구현한 이 작품도 역시 ‘신체’의 다공성 경계에 대한 작가의 지속되는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제는 K1 바깥쪽 전시 공간에 설치된 과슈 작품을 통해 다소 절제된 방식으로 고찰된다. 회화에 비해 작은 크기로 제작되는 이 종이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서와 마찬가지의 시각적 혼돈 안에 문 내지는 창문을 암시하는 어떤 공(空)의 영역을 묘사한다. 창에 대한 기하학적 환영은 작가가 조각 및 회화 작업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장치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작품 안에 투영시켜 자신이 놓인 환경과 대면하는 신체의 불안정성을 인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전의 작품은 관객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다면 K1의 안쪽 전시장에 놓인 검정 작품들은 블랙홀처럼 관객을 끌어들인다. 작품을 정면에서 응시하면 평면의 원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발길을 옮겨 보면 검은색 점에서 무언가가 솟아나거나 아닌 평면이 아닌 반구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마치 마법에 홀린 것 같다. 카푸어의 검은색이라는 이 특수한 안료는 빛을 99.9%을 흡수한다는 한다고 알려졌다. 이 안료가 개발되었을 때 카푸어는 이 안료에 대한 권리를 사들여 이 특수 안료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가졌다고 한다. 멀리서 기존과 너무나 대비되는 이 작품을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이것이 작품일까 싶었다. 그러다 막상 이 검은색 작품을 들여다보고는 그가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비록 과학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검정으로 염색된 이 작품들은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이지만 어쩌면 앞서 마주한 거칠고 괴기스런 작품들보다 더 잔혹하게 시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카푸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한동안 그의 작품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것 같다. 전시는 10월 22일(일)까지 진행된다.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 더불어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는 양혜규 자각의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휴면 상태에 있는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로 공간의 상태를 적극 반영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제목의 ‘동면’이 주는 느낌을 전시 연출의 주된 방법론으로 채택,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것은 여러 한약재 냄새와 전기 양초들이 한옥의 어느 구석에는 조각이 방치된 듯 바닥에 늘어져 있다. 또 다른 구석에는 저장용 항아리나 가마니처럼 조각 작업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비교적 협소한 한옥 공간 내부에 높은 밀도로 전시된 작품들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제작 시기도 모두 상이하지만 이들 작품에는 마치 무속인의 다양한 무구들을 연상케 한다. 이 전시는 10월 8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작품 대부분 공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작품 대부분 공개
[서울문화인] 평면의 캔버스는 그의 자유로움 표현하기에 부족하였을까... 그가 빚어낸 도자기는 형태는 자유롭지만 그 도자기에 그려낸 그림의 소재도 인물, 동물, 물고기, 신화 평소 그가 캔버스에 그려낸 주제를 담아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누가 봐도 피카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카소는 회에서와는 달리 도자 작품에는 해학이 넘쳐 보인다. 피카소는 도예 작업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으며 흙을 만지면서 느낀 창작의 자유가 유희적 도예의 근간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도자 작품은 유희적 도예로 분류하고 있다. 피카소는 일상의 기물을 예술로 전환하는 도예 작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노년에도 불구 그 어느 때 보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9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가 2021년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112점 가운데 보존처리 문제로 5점이 제외된 107점을 공개하는 전시 《피카소 도예》를 열었다.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작품의 대규모 공개는 2021년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 피카소의 도자 90점이 공개된 이후 두 번째이다. 입체주의의 선구자이며 현대미술의 천재 화가로 불리는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은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도예는 화가로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말년의 시기에 시도한 새로운 도전으로, 흙과 불의 특성에 매료되어 수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피카소가 처음 도자를 접하게 된 계기는 1906년 스페인 출신 도예가 파코 프란시스코 두리오(Paco Francisco Durrio, 1868-1940)를 만나면서다. 또한 그가 소개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도예 작품을 보고 도자의 매력을 발견하였다. 1929년에는 도예가 장 반 동겐(Jean Van Dongen, 1883-1970)과의 협업으로 화병을 제작하는 등 도예에 대한 호기심을 이어갔다. 그리고 1946년 휴가차 머문 지중해 연안의 도시 발로리스 마두라 공방을 방문하게 되면서 도예와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피카소는 마두라 공방에서 도예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성실하게 배워나갔다. 화장토, 산화물, 유약 등의 도자 재료와 불과 흙의 특성 및 번조의 과정을 익혔으며, 공방에서 규칙적으로 생산되는 접시, 그릇, 화병 등에 대해 연구하며 도자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초기에는 도자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접시 위에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나 점차 도자의 모양을 변형하면서 피카소만의 조형적 특성을 형성하며, 도예에서 회화와 조각, 판화의 요소를 두루 발견할 수 있는 점은 피카소 도예의 묘미이다. 특히 피카소는 평소 즐겨 다루었던 주제를 도예에 자유롭게 응용했다. 여인과 동물, 신화와 투우, 사람들과 얼굴 등 각각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거나 주제의 상충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을 즐겼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물은 피카소에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주제로 가장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었다. 이번 전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도 31점의 작품이 얼굴을 주제로 한 것이다. 피카소는 얼굴의 정면과 측면을 음각과 양각 기법, 나이프 각인 등으로 장식하거나, 백토와 적토의 접시와 화병에 단순하고 재치있게 묘사하며 재료와 기법에 따라 무한하게 주제를 확장했다. 1955년부터는 판화와 같이 원본을 기초로 여러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에디션의 개념을 도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07점은 모두 에디션 작품으로, 피카소가 사용한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원본을 복제한 에디션 피카소(edition picasso), 작품 원판을 석고틀로 제작하고 점토로 찍어내는 엉프렁트 오리지널(empriente originale), 리놀륨 판화에 새겨 만든 도장을 점토 위에 눌러 제작한 뿌앙송 오리지널 드 피카소(poinçon original de picasso) 등의 방식으로 에디션을 표기했다. 이런 에디션 제작은 도예의 대중성과 범용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랬던 피카소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는 여인, 신화, 얼굴, 투우 등의 주제별로 구성되었으며, 1946년부터 프랑스 남부 도시 발로리스 등에서 꽃피운 피카소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따라가는 여정을 담아내었다. 또한, 전시 공간은 지난 전시와는 달리 도자 뒷면의 에디션 기록을 관람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되었다. 이 외에도 당시 마두라 공방의 모습과 작업 환경을 담은 사진 등 아카이브 56점과 영화 1편(루치아노 엠메르, 피카소를 만나다, 2000)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는 2024년 1월 9일(화)까지 진행되며, 누리집(mmca.go.kr)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한편, 청주관 외벽과 로비에는 MMCA 청주프로젝트로 ‘미래의 가상 도시’ 담아낸 안성석 작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안성석: 모두의 안녕을 위해》이 진행되고 있으며, 청주관 2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9월 5일(화)부터는 《보이는 수장고: MMCA 이건희컬렉션 3》를 개최한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하여 1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부 박생광의 <무속> 등에 이어 3부에서는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과 변관식의 <무창춘색>(1955)을 선보인다. 서양화가 1세대인 백남순의 광복 이전 화풍을 살펴볼 수 있는 <낙원>과 산수화가 변관식의 독자적 표현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무창춘색>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를 잇는 새로운 잇는 새로운 회화와 이상향의 모습을 담고 있다. [허중학 기자]
백남준아트센터, 20세기와 21세기 기술문명의 상징하는 백남준의 작품 국내 첫 공개
백남준아트센터, 20세기와 21세기 기술문명의 상징하는 백남준의 작품 국내 첫 공개
[서울문화인] 9/11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002년 여름에 도시 곳곳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하나로 록펠러 센터 광장에서 진행된 전시 개막식에서 백남준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피아노 퍼포먼스 〈20/21〉을 선보였다. 당시 백남준은 뉴욕과 시드니에서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1997)와 함께 8미터 높이의 메인 타워와 사이드 타워들로 구성된 〈트랜스미션 타워〉 작품을 함께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백남준의 레이저 협업자 노먼 발라드는 백남준의 피아노 사운드에 맞추어 네온과 레이저가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하여, 움직임이 불편했던 노년의 거장 백남준이 자유롭게 빛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백남준의 2002년 뉴욕 록펠러 센터 광장과 2004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전시되었던 이 대형 레이저 설치 작품 〈트랜스미션 타워〉(2002)가 국내 최초로 백남준아트센터 야외에 공개하였다. 메인 타워 옆면에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의 네온이, 상단에 레이저가 설치되었는데 방송 송신탑 형태의 타워들과 네온, 레이저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빛을 통한 21세기 정보시대의 상징하는 것으로 이번 타워의 레이저 작업은 윤제호 작가가 새롭게 〈공명하는 주파수〉로 재구성하였다. 윤 작가는 모차르트 진혼곡의 음, 타워를 둘러싼 네온의 네 가지 색 요소들, 그리고 타워 상단의 레이저 광선들을 분절하고, 중첩하며, 확장하고, 디지털로 재가공하여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공명하도록 했다. 타워의 레이저는 숲과 언덕을 가르며 스펙터클한 경관을 연출, 20년 전 백남준이 상상했던 기술과 정보, 생태가 균형을 이루는 미디어 환경을 눈앞에 펼쳐내었다. 이와 함께 199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처음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백남준의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가 〈트랜스미션 타워〉와 함께 설치되었다.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는 폐차된 실제 자동차 32대로 구성된 작품으로 작품 속 자동차들의 좌석에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시청각 기계들의 잔해가 가득하다. 이 작품은 자동차를 통해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술문명에 진혼곡으로 고별을 알린 작품으로 새로운 세기의 매체인 레이저를 사용하는 〈트랜스미션 타워〉와 한 자리에 전시되어 기술문명이라는 세기의 변환을 보여준다. 백남준은 “자동차는 20세기 기계 문화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레이저는 21세기 정보 문화의 상징입니다.” 라고 언급하며, 이 작품들을 두 세기를 은유하는 메시지의 완성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두 작품은 백남준아트센터 2층으로 연결되어 〈트랜스미션 타워〉와 관련된 기록과 백남준의 퍼포먼스 영상이 유리를 통해 안팎으로 조응한다. 특히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아트센터 야외에서 역동적인 레이저와 네온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트랜스미션 타워〉는 뉴욕에서 선보인 이후 백남준이 경기문화재단에 기증하였으며,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는 현재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타워의 레이저는 외부에서 전시실 내부로 이어진다.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운 아카이브 영상들은 2002년 뉴욕 록펠러 센터 앞 광장을 담고 있다. 뉴욕 전시의 오프닝 현장과 저녁 시간에 반짝이는 타워의 모습을 벽면 전체에서 감상하며, 귀에 익숙한 미국적 레퍼토리로 구성된 백남준의 피아노 퍼포먼스 〈20/21〉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볼 수 있다. 밀레니엄을 맞으며 제작된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레이저 조각 〈삼원소〉 앞에서 육성으로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열창하는 백남준을 보여주며, 한국적 상상력에 기초하여 백남준 예술의 실험성과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또 다른 레이저 조각 〈삼원소: 삼각형〉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레이저 빛으로 신비로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흔히 백남준은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라 지칭한다. 백남준은 인간과 기술이 균형을 이루는 긍정적인 미디어 환경을 예견했고, 미디어와 공존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은 20년 전 백남준의 레이저 광선을 다시 쏘아 올리며, 백남준이 보낸 미디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오는 12월 3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막 오른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사물의 지도’주제로 57개국 251작가‧팀 3,000여점 소개
막 오른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사물의 지도’주제로 57개국 251작가‧팀 3,000여점 소개
[서울문화인] 회화와 달리 한 점 한 점 우연의 결과물이 아닌 작가의 오랜 수해의 결과물을 보는 듯하다. 1999년, ‘조화의 손’을 시작으로 24년을 이어오고 있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31일(목)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4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에는 세계 57개국 251작가․팀의 작품 3,000여점이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할 미래 지형도를 ‘생명애Biophili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예정신이 다섯 가지 서사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80%에 달하는 본전시, 참여작가들이 신작을 내놓았다. #1.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전시장 입구 엄청난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하는 황란 작가의 대형 섬유작품을 지나 만나게 되는 이곳에는 땅에 묻힌 금속의 변색된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작가 아디 토크부터 원시 식물의 풍경을 테라코타로 빚는 김명진, 도자 넝쿨과 풀꽃으로 정원을 구축하는 작가 다카하시 하루키까지, 국적도 작품세계도 모두 다르지만 첫 번째 서사에 함께한 작가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는 ‘대지와 호흡하고 마주하는 관찰자’들이라는 점이다. 이 땅위에 살아가며 마주치는 모든 생명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공예에 녹여내었다. #2. 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공예는 인류의 태초부터 함께 해 온 장르지만 대대로 이어진 가업과 지역, 문명권마다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되었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돼 왔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로병사, 그리고 의식주와 가장 밀접한 예술이기에 공예는 전통과 현대를 잇고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이 공간에는 아름다운 삶만큼이나 중요한 아름다운 죽음을 공예적인 장례문화로 담아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3. 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방식과 기술들 이 공간은 30kg의 은을 오로지 두드림만으로 단조한 원시적인 작업(이상협 작가)부터 수학적 규칙의 아름다움을 3D도자로 구현해낸 작품까지 극과 극의 제작방식과 기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세 번째 서사의 특이점은 ‘기록’이라는 문명을 만들어낸 연금술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장부터 벼루장, 활자장, 필장과 배첩장까지, ‘직지’라는 인류가 창조해낸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태동한 청주의 공예적 DNA에 관한 헌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4.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 산업 폐기물로만 치부되던 구리 조각과 덩어리를 아름다운 가구와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스튜디오 더스댓, 버려진 플라스틱 로프와 어망을 수집해 지역의 직공들과 협업해 타피스트리로 제작하는 아리 바유아지, 해진 옷과 버려지는 사물을 수선해 정서적인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실리아 핌, 동물 실험 반대와 친환경 캠페인을 실천하는 기업 ‘러쉬LUSH’까지, 이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공예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 청주에서 나고 자랐고, 또 생을 다한 팽나무로 제작된 유르겐 베이 작가의 벤치부터 죽은 생명체를 표본화해 맑고 투영한 유리 속에 오래도록 살게 한 양유완 작가의 작품까지, 공예로 인간과 자연이라는 새로운 ‘사물의 지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제관을 맞은편에는 스페인이 주빈국으로 참여 스페인공예진흥원이 ‘Soul+Matter’을 주제로 31명의 작가의 150여 점을 통해 스페인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예품과 현대적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올해 ‘청주공예공모전’의 수상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문화제조창 동부창고에서도 다양한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동부창고 6동 이벤트홀에는 문화재청 한국문화재단이 문화재를 첨단기술로 구현한 실감형 미디어 포퍼먼스 <공존(共存): 전통공예,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동부창고 8동에는 참여형 열린 비엔날레로 60여명의 작가의 200여 점이 소개되는 <어마어마 페스티벌>이, 동부창고 8, 34, 36, 38동에는 지역 작가(협회) 참여로 <작가의 사물전>이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 전시 외에도 비엔날레 기간에는 국내외 공예 관련 석학들의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과 7개국 13작가‧팀이 진행하는 ‘국제공예워크숍’부터 어린 시절 공예비엔날레를 보며 자란 일명 ‘비엔날레 키즈’들이 구현한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에서 ‘조물조물 두둥 탁!’ 공예를 체험하는 ‘어린이 비엔날레’, 그리고 주빈국으로 참여한 스페인 문화주간(10월 8일~14일)에는 스페인의 춤‧음식‧영화‧여행 등 다양한 스페인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비엔날레 강재영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주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 1층에 들어서면서부터 처음 마주하게 되는 류종대 작가의 디지털 크래프트 작품부터 엄청난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하는 황란 작가의 대형 섬유작품을 지나 마지막에 만나게 될 오마스페이스의 몰입적인 음향 공예작품까지, 본전시장의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자 추천작”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국내와 해외작가를 막론하고 이번 주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들이 21세기 공예와 함께 던지는 메시지에 귀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K-컬처 이벤트 100선에도 꼽힌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월의 첫날 정식 개장해 10월 15일까지 45일간의 여정을 이어간다. [허중학 기자]
국제갤러리 부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 최욱경 작가의 흑백 드로잉 작품 소개
국제갤러리 부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 최욱경 작가의 흑백 드로잉 작품 소개
[서울문화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여성작가로 알려진 최욱경(1940-1985)의 개인전 《낯설은 얼굴들처럼(A Stranger to Strangers)》을 지난 8월 25일(금)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욱경 개인전은 이번이 국제갤러리와는 네 번째 전시이지만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최욱경은 대담한 필치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부산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시에서는 미국 유학시절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개인 및 작가로서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흑백 드로잉 및 판화 29점과 크로키(인체 드로잉) 9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의 제목 “낯설은 얼굴들처럼”은 최욱경이 1972년 첫 번째 미국 체류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던 시기에 출간한 국문 시집의 제목을 차용하였다. 이 시집에는 유학 시절에 쓴 45편의 시와 함께 16점의 삽화로 구성되었다. 최욱경은 앞서 1965년에는 『작은 돌들(Small Stones)』이라는 영문 시집을 출간, 문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국문 시집 『낯설은 얼굴들처럼』(1972)은 작가가 ‘뿌리를 흔드는 경험’이라 표현했을 만큼 모든 것이 새로웠던 당시의 생경한 환경과 자극을 마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다져가던 과정을 가장 직접적인 텍스트와 이미지로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미술 교육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그의 이 시집에서 차용된 만큼 전시에는 이 시집에 삽화로 소개되는 16점의 작품 중 〈습작 (習作)〉, 〈실험 (實驗)〉, 〈I loved you once〉, 〈Study I〉, 〈Study II〉, 〈experiment A〉 6점이 이번 전시에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흑백의 종이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콜라주 작품들은 작가의 일상을 채우던 생각의 파편들이 담겨있어 마치 일기장 속 미완의 이야기들을 엿보는 듯하다. 특히 최욱경의 콜라주 작품들은 현실과 이슈들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면, 드로잉 작품에는 종종 의식의 흐름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단어 또는 생각 등이 담긴 텍스트가 등장한다. 〈Untitled〉(c. 1960s)에서는 최욱경 자신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인물 옆에 영문으로 “I DON’T KNOW WHAT YOUR DOING, BUT. I CAN’T HELP YOU BECAUSE I DON’T LIKE IT.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렇지만. 내 맘에 안 들기에 난 도와줄 수 없겠다.)”라 쓰인 문구를 볼 수 있다. 작품 속 텍스트는 작가가 직접 들은 말이든 생각의 단상을 적은 글이든 이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1969년 3월 22일이라는 날짜가 명시된 〈Untitled〉 작품 속 컴컴한 어둠에서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과 함께 “When the time comes will the sun rise / … / will the time ever come to me? (때가 되면 해가 뜰까 / … / 과연 내게 때가 오긴 할까”라는 글귀는 암담한 당장의 현실 속에서 기대해보는 희망의 미래를 역시 꽤나 솔직한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Untitled (AM I AMERICAN)〉(c. 1960s)에서는 작가가 머나먼 땅에서 혼자 작업하고 생활하며 ‘나는 미국인인가’와 같은 생각의 파편이 담긴 작품 속에서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에 담긴 시 「그래도 내일은」(p.36)을 보면 작가는 “그래도 내일은, 다시 솟는 해로 밝을 것입니다. 꽃피울 햇살로 빛날 것입니다.”라며, 무수히 괴롭고 외로운 나날들 속에서도 내일은 희망찰 것이라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욱경은 1963년 서울대학교 회화과 졸업 이후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작가로서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1963년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이후 크랜브룩 미술학교 서양화과, 브루클린 미술관 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고,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의 미술과 조교수로 일하였다. 유학 중 작가는 잉크, 연필, 차콜, 콩테,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탐구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 숱한 실험과 수행을 거쳐 자신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 대학원 과정에 진학한 후에는 그간 단순히 연습 과정이라 여겼던 드로잉 작업의 중요성을 인지해 다시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방대한 양의 소묘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때 정말 많이 그렸다” 회고하던 작가는 “2년을 그렇게 그리고 나니까 졸업할 무렵엔 ‘아, 이것이 그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는 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마음을 굳힐 수가 있었다”라 말한다. 끝없는 연습과 함께 회화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의 열의를 놓지 않았던 작가의 의지는 어쩌면 자신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매체로 찾아낸 시와 드로잉의 언어를 통해 가감 없이 발현시켰다. 1978년 귀국한 작가는 영남대학교 회화과 부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후학 양성 및 창작활동에 전념하였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21년 최욱경의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되었었다. 당시 전시는 미국 유학 후 1970년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작품 창작과 강의를 병행했던 작가의 전방위적인 활동 이력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으로 진행되었다. [허중학 기자]
국내 최대 미술장터,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선의의 경쟁 시작되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선의의 경쟁 시작되다.
[서울문화인] Kiaf SEOUL 2023(이하 키아프)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이하 프리즈)이 6일 VIP데이를 시작으로 7일 일반 관객을 맞이했다. 지난해에 이어 키아프와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프리즈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트페어로 학자, 수집가, 애호가 및 일반 대중을 위한 현대 미술 세계 최고의 플랫폼이다. 프리즈는 프리즈, 프리즈 마스터스 매거진, 프리즈 위크 등 3개의 잡지와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 프리즈 뉴욕,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프리즈 서울 등 5개의 국제 아트페어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지난 6일, 초대로 이뤄진 VIP데이 전시장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3층 프리즈 전시장(코엑스 3층 C·D홀)은 한 때 입장을 제한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이는 코엑스 1층 전관을 사용하는 키아프(코엑스 1층 A·B홀, 그랜드볼룸)에는 그동안 아트페어를 다녀본 분들이라면 느끼겠지만 키아프에 소개되는 작품은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라면 프리즈에는 국내 아트페어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컬렉터나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에 지난해 입소문도 한 몫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키아프를 두고 ‘죽 쒀서 개줬다’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국내 대형 갤러리는 키아프 뿐만 아니라 프리즈에도 부스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키아프보다 프리즈에 관람객이 몰린 것은 작품의 다양성이다. 프리즈 현대 미술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반명 프리즈는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중세 시대 회화부터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20세기 거장의 작품은 물론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 체급의 차이는 쉽게 좁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해외에서 많은 컬렉터들이 전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는 미술계 큰 손이 된 중국의 컬렉터들이 지난해 여전히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적이어서 이들의 방문이 많지 않았다는 점인데 올해 두 기관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컬렉터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들어내었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해외 매체도 방한하여 취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과거 미술애호가들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미술작품을 관람하며 미술시장의 동향과 미술 작품을 보는 시각을 높일 수 있는 자리였다면 하루 8만원이라는 입장료와 1만원 정도하던 도록도 비싼 가격을 책정, 상업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주변에서는 대중들을 위한 미술관보다 상업 화랑의 전시에 너무 많은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별 전시에 있어서 올해 프리즈에서는 LG올레드(LG OLED)가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 세계 최초 97형 무선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작가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비롯한 원화 12점과 함께 그의 작품을 새롭게 표현한 미디어아트 5점을 올레드 TV로 소개하고 있다. 키아프에서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2개의 특별전 ‘뉴미디어 아트 특별전 <Gray Box Area : 사건으로서의 공간>’과 ‘박생광·박래현의 <그대로의 색깔 고향>’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성향과 동시에 전통 한국화를 조명하고 있다. 한편, 경기 침체와 미술 시장의 모멘텀 둔화 우려 속에서도 키아프 서울 첫날 방문객 수는 작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한다. 개막일에는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예상보다 높은 판매가 이뤄졌다고 한다. 젊은 갤러리와 작가의 참여가 특징적인 키아프 플러스 섹션도 신진 작가의 화력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2023 프리즈 서울은 9일(토), 2023 키아프 서울은 10(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서울문화인]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한선학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북경연산燕山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의 특별전시와 연구, 교육 등을 통해, 세계적인 고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중국 북경 류리창에 있는 북경연산출판사에서 계약을 마친 한선학 관장은 “한국 고판화박물관 유물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동아시아 인쇄문화의 꽃인 고판화 문화가 활짝 피는 초석이 마련되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30여 년간 모은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 유물 6,000여점의 다문화적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라고 밝혔다. ‘한국고판화박물관장품집’의 발간은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고판화박물관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판화가 대중들에게 조명을 맞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고판화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를 14년 동안 꾸준히 열면서 국가별, 장르별로 열린 다양한 고판화 특별전과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박물관에서 제작된 30여종의 도록과 12여종의 학술지 등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이 중국에서 출판되어 한국을 비롯한 동 아시아 고판화의 아름다움을 세계 속에 전파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 관장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었던 것은 12년 동안 연속 선정된 문화재청 생생문화사업을 통한, 문화재청, 강원도, 원주시의 지속적인 후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고판화장품집’이 중국에서 전집으로 출판되는 계기는 중국 역대 불교 판화 중 3천여 점을 정리한 ‘중국불교판화전집’(中國佛敎版畵全集)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한 중국판화 100여점이 수록되면서, 고판화박물관의 유물의 가치가 중국에 알려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2월에 북경연합출판공사에서 한국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을 대형 컬러 상하권 2권으로 발간하기로 계약하면서였다. 하지만 이 계약은 4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폐기되었으며, 이를 아쉽게 생각하여 팬더믹 이후 4년 만에 지난 6월 북경에서 만난, 한선학관장과 주심혜선생 마문대선생, 북경연산출판사와 북경연합출판공사 공동 대표인 하염대표 등이 의기투합하여 중국 고판화만을 다루지 말고 한국, 일본, 티벳,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되었던 국가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고판화를 확대하여 8권의 전집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어 8월 17일 계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들어난 전집의 규모는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8권으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그동안 수집한 유물 6,000여점에서 선별되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가별로 이루어지며, 전적에 들어있는 삽화판화와 탱화 형식의 거는 판화인 종교판화, 판화로 만들어진 한국의 민화, 중국의 연화, 일본의 우키요에와 오츠회, 베트남의 동호, 향총 판화를 비롯한 민간판화, 판화를 찍었던 판목을 비롯하여, 판목으로 인출한 판화 등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다. 수록될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한국 국가 보물로 강원도에서 추천하여 문화재청에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2점을 비롯하여, 이미 지정된 강원도 문화재 7건을 비롯하여, 중국 소장품으로는 세계 유일본으로 인정받는 명나라 헌종(憲宗) 성화(成化) 13년(1477) 판각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과 오대산성경전도 등이 있으며, 일본 판화로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를 에도시대에 판각한 대형 오백나한도 판화와 관경만다라를 찍었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판목 중 하나로 평가받는 관경만다라 판목 등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 전집은 1년 6개월의 편집과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질 예정이며, 이번 전집의 주편을 맡은 마문대선생(북경수도도서관 관원)은 “중국 출판사상 한국, 중국, 일본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하였던 국가의 유물이 함께 실리는 최초의 출판 기획으로 고판화사에 남을 중요한 출판물로 기록 될 것이며, 이는 한국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 관장이 30년 전부터 동 아시아 유물을 국가를 망라하여 다문화적으로 수집하였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에서 최근 발행되는 대형 출판물들이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소장되는 추세에 따라 세계 곳곳에 소개될 예정이며, 출판저작권료로 한화 2억 5천만 원에 상당하는 200세트를 한국고판화박물관에 현물로 주는 계약에 따라 한국의 유수 도서관과 박물관에도 소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예정이다. 이 계약을 성사한 당사자인 북경연산출판사 하염사장은 “이 전집에 순조롭게 편집되고 제작되어 인쇄 문화의 꽃인 동 아시아 고판화가 세계에 알리는 계기되고 이를 통해 미술사, 서지학, 판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판화작가들을 비롯하여 판화를 사랑하는 세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사랑 받는 출판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