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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술은 다양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 리만머핀, 마릴린 민터 개인전
[갤러리] “입술은 다양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 리만머핀, 마릴린 민터 개인전
[서울문화인] 캔버스 화면 가득한 여성의 얼굴, 입술 그리고 입술사이로 드러나 치아,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여성까지 캔버스의 모델들은 누군가를 유혹하듯 한껏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입술은 다양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 “나의 작품의 자주 표현되는 입술은 함축적이면서도 다층적”이다. “입술은 사람의 숨결과 생명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에로틱함이기도 하다. 입술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이다. 리만머핀 서울(용산구 이태원로 213)에서 여성의 입과 입술 이미지를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미국의 다학제적 예술가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마릴린 민터(1948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 출생,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작업)는 사진, 회화,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여성의 체모는 물론 자연스러운 신체적 특징을 강조하며 여성 묘사에 관한 미묘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민터가 표현하는 이런 요소는 대중 매체 속 여성 이미지에서 제거하고 부재해야하는 대상이었으나, 작가는 이를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 정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작품에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초기 작업에서 민터는 남성 창작자가 남성 소비자를 위해 주로 그렸던 에로티카를 탐구하며, 여성 소비자가 전유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에로티카를 구축함으로써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러한 착취적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성권과 생식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여성이 스스로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여성 신체의 복권과 과거 여성을 대상화한 남성의 관음적 시선을 전복시키는 데 앞장섰다. 사진과 회화를 모두 전공한 작가는 인물을 포착한 일련의 사진을 더 큰 규모의 회화로 옮겨내는 독특한 작업체계를 확립했다. 그의 회화는 사진을 복제하지만 작업 전 먼저 그는 피사체(모델)와 카메라 사이에 유리판을 배치해 화면을 흐리게 하는 물리적 장막을 형성하여 추상의 요소를 이미지에 도입 초점 원리 같은 사진의 문법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후 작가는 캔버스에 반투명한 에나멜페인트를 수천여 번 덧바르는 기법을 통해 김이나 서리 같은 장치의 농도를 더하고, 이미지의 시점을 이동시킨다. 비전통적이고 흔하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여성들과 협업 이처럼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델은 유리판이라는 물리적 장막을 형성되어 인물을 파악하기 쉽지만 않지만 작가는 “미래지향적인 모델들과의 협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모델은 세계적인 패션 아티스트도 있지만 흰머리, 작은 키, 하얗지 않은 외모 등 흔하지 않은 모델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적인 패션 아티스트이자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의 아내 미셸 라미(Michele Lamy)부터 키도 150cm 남짓이고 하얗지도 않지만 현재는 유명 뷰티 모델이 된 필리핀 여성의 매혹적인 입술까지 다양하다. 페미니스트 렌즈를 통해 여성 이미지를 재고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민터의 신작들로 여성 표현에 관한 담론과 매력·아름다움의 개념에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의 대담한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White Lotus>(2023)에서 굵은 진주와 비즈 목걸이를 착용한 인물의 입술은 열려 있고, 피사체의 초점을 흐리는 물방울과 수증기가 화면 전체에 서려 있다. 또한, <Gilded Age>(2023)에서는 살짝 벌어진 검붉은 입술 사이로 보석이 감입된 금속 치아가 드러난다. 이 같은 이미지는 화면 위에 펼쳐진 형상 그 이상을 암시하며 보는 이를 끌어들이고, 사적이고 친밀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고판화박물관,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과 중국 관련 목판 아카이브 작업 진행
고판화박물관,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과 중국 관련 목판 아카이브 작업 진행
[서울문화인]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약 30년간 수집해 온 다양한 고판화 작품 중 중국 관련 목판을 아카이브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03년에 개관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 이상 다양한 주제의 고판화 전시회와 국립민속박물관, 해인사대장경축제, 청주 고인쇄박물관, 일본 동경국문학연구자료관, 중국 쑤저우 공예미술대학 등 국내외 초청전을 통해 이제는 접하기 어려운 우리의 고판화는 물론 아시아의 다양한 판화의 세계를 선보여 왔다. 이번 작업을 위해 한국의 국가 인간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 허베이 우창 마시친(馬習欽66세)과 그의 제자인 한국의 도 인간문화재인 성급 년화 전승인 쉬샤오이(徐曉毅 41세)과 함께 내한하여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고판화박물관에 머물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국가급 마시친 중국 년화 전승인은 1975년 무강년화공방에 입문하여 49동안 중국 년화 한길을 걷고 있으며, 1992년에 창립한 년화공방 숭이자이(承斋藝)의 대표이기도한 중국 년화 전승의 산증인이다. 한국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년화 목판 1,000여점 중 다색목판을 중심으로 100여점이 인출되어 세상에 다시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이며,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할 수 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고판화박물관의 목판 소장품의 아카이브를 완성하는 일이다. 중국 년화 다색판화는 한국과 일본의 칼라 판화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던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일본 우키요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판화박물관은 그 동안 꾸준히 소장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등의 목판 2,500여점에 대한 아카이브 작업을 사진과 인출 장인들의 판화 인출 본 작업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판화는 주로 흑백판화로만 이루어져 있어 다색판화를 인출할 수 있는 장인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이루어진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를 통해 중국, 일본의 다색판화 전문가를 초청해서 다색판화 인출 시연회를 매년 열고 있으나 짧은 시간으로 인해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를 타개하고 한국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8C, 19C 청나라 작품 100여점의 중국 년화 작품을 다색으로 인출하기 위해 이번에 2명의 중국 국가급, 성급 전승인을 초빙하여,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아카이브를 완성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제작되는 다색 판화작품들은 내년 11월 말에 중국 북경시 문물국 소속인 베이징옌산(北京燕山)출판사에서 발간되는 8권의 전집에도 실린 예정이어서 사라질 수도 있는 세계문화 유산을 복원하여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은 힘주어 말했다. 작년 8월,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베이징옌산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동방고판화-한국고판화장품집’이란 제목으로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발간되며, 8권 전집에는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베트남 등 여러 지역의 고판화 유물 6천여 점 가운데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엄선해 실리며, 특히 판화를 찍었던 판목(版木·인쇄를 위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나무 또는 목판을 의미) 사진과 인출한 판화가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며, 그동안 난이도로 인해 인출하지 못한 다색판화가 이번 기회로 전집에 실려 다채로운 편집으로 이루어게 되었다. [허중학 기자]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1984년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1984년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서울문화인] 1984년 컬러TV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 방송에서 주목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직 현대미술, 미디어아트를 인식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방송에서는 백남준이라는 아티스트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었고 어린 나이에 TV앞에서 그를 지켜봤다. 기억으로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결정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인이 필요하였고 그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백남준이었다. 1984년 1월 1일 TV에서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라이브 쇼로 방송되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백남준이 기획한 위성 쇼로, 미국 공영 방송 WNET과 각 도시의 방송국,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과 대중음악 가수들의 협력으로 1984년 새해에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 연결하는 위성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미국, 프랑스는 물론 한국, 독일 등 많은 국가에 라이브로 방송되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미디어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의 해가 되었을 때, 백남준이 고인이 된 오웰과 소설에 대한 응답으로 위성 방송을 통해 내놓은 것이었다. 오웰이 우려한 통제의 기술을 백남준은 전 세계 2천5백만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즐거운 소통의 기술로 전환했다. 1980년대 위성은 냉전의 산물이자 거대한 국가적 자본을 투입한 하이테크놀로지의 결정체로, 이러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몇몇 방송국과 나사(NASA) 정도였다. 그러나 백남준은 위성 방송 시스템을 대륙 간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구상했고, 여러 협업자들과 예술로 소통하며 이를 실현했다.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을 기념하여 2개의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와 《빅브라더 블록체인》을 지난 3월 21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은 암울한 감시 사회를 예견했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대해 ‘조지 오웰, 당신은 반만 맞았다’는 백남준의 응답이 담겨 있다. 특히 당시 제한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인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4년, 조지 오웰의 시선과 백남준의 답변이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감시와 통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가 무엇인지 두 특별전을 통해 사유하고자 진행하는 전시이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뉴욕 라이브 방송과 이를 구성하는 22개의 시퀀스 중 주요 장면 제시 먼저 《일어나 2024년이야!》은 미국 밴드 오잉고 보잉고가 1984년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하며 발표한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2024년으로 재설정한 것이다.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의 장면들을 통해 현재를 마주한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주요 전시작으로 백남준이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를 찾아 제작한 〈과달카날 레퀴엠〉(1977/1979)을 시작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 뉴욕 라이브 방송, 마지막 위성 작품 〈세계와 손잡고〉(1988)를 통해 백남준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조명한다. 백남준의 작품과 더불어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와 미술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기술에 대한 백남준의 집요한 관심과 협업, 쌍방향 예술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조각·설치 작품 〈로봇 K-456〉, 〈TV 첼로〉,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등 1960년대 텔레비전과 컴퓨터 실험, 로봇 제작, 70년대 말 위성 실험을 거쳐 1980년대 위성 프로젝트에 당도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TV 정원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로봇 K-456, TV 첼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인의 시선 두 번째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제2전시실)은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하여 대안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동시대 미디어 작가 아홉 명의 커미션 작품 6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며 사회를 감시하는 가상의 독재자를 의미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 저장하여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서로 상충하는 두 단어가 맞서고 있는 전시 제목이 의미하듯, 전시는 중앙집권적인 정보 기술에 대항하여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해 보고 있다. 홍민키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뉴욕과 파리를 연결했던 사회자에 주목하여 1984년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작가는 빅브라더를 상징하는 유투버 BB를 등장시켜 디지털 세계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감시와 착취를 드러낸다. 장서영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로리 앤더슨이 공연하는 비행기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의 〈터뷸런스〉는 AI 자동추천 알고리듬으로 초개인화되는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홍민키,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2024 장서영, 터뷸런스, 2024 HWI(휘)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부터 40년 떨어진 미래인 2024년에 서서,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반추한다. 신작 〈너의 전생〉을 통해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물에 잠긴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계를 재건하는 가상의 미래를, 권희수는 프로젝터 앞에 셔터스피드 조절장치를 설치하여 분해된 빛이 전시실 풍경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변형하는 〈나선필름〉을 상영한다. 이 작품은 즉석에서 촬영한 영상과 여러 비디오 소스들을 편집하고 합성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반세기를 뛰어넘어 관통한다. HWI(휘), 너의 전생, 2024 권희수, 나선필름, 2024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2015)은 모션캡쳐 스튜디오에 고용된 이들의 육체적인 노동이 가상 세계로 전환되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우리의 현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상 세계, 즉 오늘날 데이터 기반 사회를 드러낸다.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2022)은 인간의 감정과 행위를 기계에 위임하는 행위를 읽을 수 있는 모티프를 전시실 곳곳에 설치하여 기술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는 신념과 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 2015 삼손 영,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2022 조승호는 기술의 통제를 거부하고 숨으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신작 〈은신처〉를 제작하여 동시대의 기술 환경에 대한 저항을 드러낸다. 이양희는 신작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에서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춤으로 함께 몰입하는 과정을 촬영하고 후편집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퍼포머와 관객이 이원화된 공연예술의 전형에서 벗어나, 누구나 어디서나 퍼포머이자 관객이 되는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 공연예술의 미래를 제시한다. 조승호, 은신처, 2024 이양희,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2024 마지막 상희는 〈원룸바벨〉(2022-2023)에서 한국 청년들의 특수한 주거공간이자 거주자들의 사적인 삶이 기록된 원룸을 표면화하는 한편, 원룸을 심해에 쌓아 올린 몽환적인 공간으로 그려냄으로써 VR의 매체성을 경유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역설을 그려낸다. 상희, 원룸바벨, 2022-2023 <일어나 2024년이야!>는 2025년 2월 23일까지 진행되며, <빅브라더 블록체인>는 2024년 8월 18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제갤러리] ‘합이합일 분이분일’, 재료(나무)가 내가 하나가 되어야 작업이 이뤄진다. 김윤신의 개인전
[국제갤러리] ‘합이합일 분이분일’, 재료(나무)가 내가 하나가 되어야 작업이 이뤄진다. 김윤신의 개인전
[서울문화인] “어린 시절(일제강점기)에는 나무가 귀했다. 그때 쓰러진 나무를 보았는데 그것을 세워주고 싶었다. 어릴 때 시골에는 친구도 없고 해서 울타리의 나무를 뽑아서 구르마(수레의 방언)도 만들고 물감이 귀한 시절이라 나무로 땅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김윤신 작가에게 어린 시절 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이자, 재료고 때로는 친구가 되었고 어느덧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그때처럼 열린 마음으로 나무를 재료로 조각과 회화로 실험 및 도전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1935~, 강원도 원산)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당시 세계 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최신 미술 경향을 접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독창적인 조형감각을 발전시켰다. 이후 1969년 귀국한 김윤신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기 전까지 십여 년 동안 1세대 여성 조각가로서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설립을 주도했다. 1973년 제12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한국 조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다 1983년, 아르헨티나에 여행을 갔다가 한국과는 다른 자연의 풍경에 매료되어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를 결심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단단한 나무는 김윤신이 작품 안에 건축적 구조와 응집된 힘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김윤신은 1988년부터 1991년까지는 멕시코, 2001년부터 2002년까지는 브라질에서 머물며 새로운 재료(오닉스)에 대한 탐구를 계속했다. 2022년부터는 한국에 머물면서 왕성하게 작업 중이다. 특히 그는 나무와 돌 등의 자연 재료를 사용하며 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조각의 정통 문법을 구사하며, 디지털 시대에 희미해진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근원적 감각을 일깨우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이주, 한국의 주류 모더니즘에서 물리적으로 단절된 채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문법을 구축한 그가 40년을 뿌리내렸던 곳을 떠나 그가 한국으로 거점을 옮겨 꾸리고 지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 작가가 1970년대부터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철학에 기반한 목조각 연작과 함께 꾸준히 지속해온 회화 작업을 비롯하여 팬데믹 시기 탄생한 ‘회화 조각’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을 K1과 K2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합(合)과 분(分)은 동양철학의 원천이며 세상이 존재하는 근본이다. 나는 1975년부터 그런 철학적 개념을 추구해오고 있고, 그래서 나의 작품에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 分一)’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두 개체가 하나로 만나며, 다시 둘로 나누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서처럼 계속적으로 무한대적으로 합과 분이 반복된다... 전기톱을 사용하여 분에 의하여 창조된 선과 면은 합이요 동시에 분이다. 나의 정신, 나의 존재, 그리고 나의 영혼은 하나가 된다. 절대자로부터 축복받은 존재이길 염원하면서.” – 김윤신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김윤신의 조각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작품의 제목이다. 둘을 합하여도 하나가 되고, 둘을 나누어도 하나가 된다는 이 우주적인 문구는 작가에게 작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자 삶의 태도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고, 그렇게 만난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의 또 다른 하나가 되는 역학의 반복은 곧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무에도 각 나무마다 향기가 있고, 근육의 움직임이 있고 숨을 쉬고 있다. 작업할 나무가 주어지면 며칠 동안 그 나무를 지켜본다. 그 나무에서 어떤 향기가 들어있는지, 나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파악한다. 주어진 나무와 내가 하나가 되는지를...” 그의 작업은 자신 앞에 주어진 재료를 관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작업에 앞서 나무를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 대상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다 한 순간 전기톱을 들고 거침없이 나무를 잘라 나간다. 이렇게 조각의 재료인 나무와 작가가 하나가 되며 합(合)을 이루고, 그러한 합치의 과정은 나무의 단면을 쪼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여러 분(分)의 단계들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물로서 비로소 또 하나의 진정한 분(分), 즉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K1에서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근원이 되는 1970년대 작 〈기원쌓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작가가 꾸준히 매진해온 원목 조각들과 함께 회화 작업의 일부가 소개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고찰하며 초월적 존재에 닿고자 하는 염원의 정서는 일찍이 그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초창기 전통에 대한 (재)해석에 유독 관심을 보이기도 한 그는 파리 유학 이후 민간신앙 속 장승의 모습이나 돌 쌓기 풍습 등의 토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한옥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나무를 수직적으로 쌓아 올리게 되었고 이에 대한 형식적 변주는 자연스레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그의 톱질을 통해 드러나는 나무의 속살과 원래의 모습 그대로 살려둔 나무의 거친 껍질이 이루는 시각적 대조는 김윤신 조각의 대표적인 표현적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제목을 염두 해두고 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화는 나의 삶을 투영한 그림이다. K2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대지, 그 특유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연상시키는 회화와 회화 조각을 대거 선보인다. “그림을 해야 조각을 하고, 조각을 함으로써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조각과 회화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규정하는 작가의 회화 역시 조각과 일맥상통, 표면의 분할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의 회화는 남미의 토속색과 한국의 오방색에서 영감 받은 원색의 색감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멕시코 여행을 계기로 아스테카의 흔적을 입기도 하는 등 작가의 환경과 심경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작가는 “회화는 나의 삶을 투영한 그림이다.”고 말한다. 〈이루어지다〉, 〈내 영혼의 노래〉, 〈원초적 생명력〉, 〈기억의 조각들〉, 〈진동〉 등의 제목으로 진행되는 회화 작업은 나이프로 물감을 긁는 기법으로 원시적 에너지를 표출하거나, 물감을 묻힌 얇은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찍어내 구사한 다양한 색상의 선과 자유분방한 면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의 본질 및 삶의 나눔을 찬양한다.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김윤신의 시각적 문법은 자연스레 목조각에 채색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작가가 ‘회화 조각’이라 명명한 이 유형의 조각들은 팬데믹 시기에 이뤄졌다. 그는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일상 주변의 나무 조각들을 모아 작업하는 새로운 방식에 몰두하게 되었다. 목재 파편 내지 폐목을 재활용해 자르고 붙여 색을 입힌 회화 조각은 회화와 조각을 잇고 나누는 작업이 또 하나의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보여주는 작품은 태어나게 되었다. 남미의 토테미즘에서 한국 전통 색상 및 패턴의 유사성을 발견한 그는 앞서 회화 작업처럼 조각에도 색조 및 기하학 실험의 장으로 삼게 되었다. 전시는 4월 28일(일)까지 진행되며, 더불어 국제갤러리 서울 K3에서는 강서경 개인전, 한옥에서 김용익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계절과 시간을 담아낸 산수가 펼쳐지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전시] 계절과 시간을 담아낸 산수가 펼쳐지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서울문화인]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작가의 갑작스런 암투병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기 대표작에서 발전된 작업부터 새롭게 확장된 신작에 이르기까지 총 130여 점을 선보인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이 진행되었었다. 당시 강서경은 “더 많은 작품으로 채우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투명중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었다. “회화란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다.” 강서경(b. 1977)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액티베이션)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면서도, 이러한 전통을 동시대 예술 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며 매체, 형식, 시대의 구분을 뛰어넘는 조형적, 개념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하여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 그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관계를 통해 ‘진정한 풍경(眞景)’을 늘 고민해오고 있다. 강서경 작가는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m Luxembourg, 2019),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베니스 비엔날레(2019),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 (2018, 2016) 등에 참여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2013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국제갤러리,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시간’을 ‘공간’에 펼쳐내다. 국제갤러리 K3에서 진행되는 이번 강서경 개인전은 그의 주요 개념 ‘정(井)’ 및 ‘모라(Mora)’를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강서경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사각 그리드(정)을 여러 회화 및 조각의 물리적 틀로서 기능하며 무한한 시공간을 담는 그만의 회화를 구축해왔다.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이 사각 그리드의 논리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바둑판처럼 생긴 정간보 안에서 ‘우물 정(井)’자 모양의 각 칸은 음의 길이와 높이를 나타낸다. 작가는 이 음이 연주되는 방식을 서술하는 이 사각의 틀을 개념적으로 번안해 회화의 확장의 무대로 삼았다. 이는 마치 땅속 깊이 파고든 우물과 같이 ‘정’의 터전 위에서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며 자신의 회화가 서술하는 시공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언어학에서 ‘모라’는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칭한다. 강서경에게 ‘모라’는 회화, 즉 서사가 축적될 수 있는 시간의 시각화된 단위를 뜻한다. ‘정’이 자신의 회화에서 음의 길이와 높이를 나타낸다면, ‘모라’는 시간을 담는 틀로 활용하고 있어 〈모라—누하〉 연작은 시간성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어쩌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강서경은 캔버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린다. 수평으로 눕힌 캔버스 위로 쌓아 올리는 물감은 캔버스의 네 옆면으로 흘러내리게 마련이다. 이런 방식으로 도출되는 캔버스의 옆면은 일찍이 강서경 회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모라—누하〉 연작은 오랜 시간 캔버스의 면면을 따라 흘러내려 밑으로 떨어지는 물감을 모아 종이에 비단의 층위를 덧대어 완성한 작품으로 각기 다른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직관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워스—일〉 연작과 신작 〈산—아워스〉, 〈산—꽃〉도 만나볼 수 있다. 〈아워스—일〉 연작 안에서 강서경의 〈모라〉 회화는 둥근 나무 프레임 안에 담긴다. 실을 꼬아 수놓은 나무 프레임은 생(生)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자 여성의 노동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나아가 나무 프레임의 둥근 형태는 그 모양으로서 직접적으로 시간의 순환을 상징한다. 여기에 나무 프레임이 감싸고 있는 반투명한 비단은 새벽과 석양의 하늘빛을 닮도록 은은하게 염색하였다. 천장과 바닥에 작가의 새로운 조각군 〈산—아워스〉은 브론즈를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제작한 신작으로 공중에서 낮게 매달려 관람객을 맞이한다. 나무 좌대 위에 선 둥근 형태의 작업은 벽면의 다른 회화를 작품 내부의 공간으로 함께 담아내며, 꽃잎을 닮은 곡선 고리를 두른 〈산—꽃〉은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을 상기시키며, K3 넓은 전시장이 마치 작가가 그려낸 계절을 달리하듯 변화하는 산수가 펼쳐지는 듯하다. 전시는 4월 28일(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국제갤러리 서울에서는 현재 K3에서는 강서경 개인전, K1, K2에서는 김윤신 개인전, 한옥에서 김용익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새와 원숭이가 노니는 경복궁 왕비의 침전 ‘교태전’의 부벽화, 모사도로 설치된다.
[문화재] 새와 원숭이가 노니는 경복궁 왕비의 침전 ‘교태전’의 부벽화, 모사도로 설치된다.
[서울문화인] 창덕궁 내 왕과 왕비의 침전(寢殿)인 대조전大造殿을 비롯하여 희정당熙政堂, 경훈각景薰閣은 국왕이 편안히 거할 수 있는 생활공간인 내전(內殿)에 속하는 건물이다. 희정당을 비롯하여 대조전, 경훈각은 창덕궁 창건 때인 1405년(태종 5)에 처음 건축되었으나 이후 수차례 소실 재건을 반복하였다. 현재의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 화재로 전소된 것을 1920년에 재건한 건물이다. 1920년 다시 지으면서 내부를 장식하기 위하여 비단에 그려 벽에 붙인 부벽화(付壁畵) 형식의 작품이 그려졌다. 먼저 대조전에는 동벽에는 정재 오일영, 묵로 이용우가 합작하여 그린 ‘봉황도’(鳳凰圖, 등록문화재 제242호)와 서벽에는 이당 김은호가 그린 ‘백학도’(白鶴圖, 등록문화재 제243호)가 그려졌다. 대조전 대청 동쪽 벽에 그려졌던 ‘봉황도’는 상상의 동물인 봉황을 주제로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과 나리꽃, 바위 등을 화려하게 표현하였다. 또한, 16마리의 학이 달을 배경으로 소나무로 날아 앉는 모습을 기품 있게 묘사한 ‘백학도’는 ‘봉황도’와 마주하여 서쪽벽을 장식하고 있어 두 그림이 완벽한 대칭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희정당에는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이 1920년 그린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벽화 두 점이 경훈각에는 고사인물화를 주제로 동벽에는 심산 노수현이 그린 <조일선관도>가 서벽에는 청전 이상범이 그린 <삼선관파도>가 배접한 비단 위에 그림을 그려 벽에 붙이는 ‘부벽화(付壁畵)’ 형식으로 진채의 청록산수화풍으로 그려져 벽면을 장식했다. 이들 작품은 모두 1920년에 그려졌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대조전 벽화의 안전한 보존관리를 위해 2013년부터 벽화를 떼어내어 보존처리하고 대조전에는 모사본을 제작하여 부착하고 보존처리가 완료된 원본은 2014년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되었고 희정당의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 벽화 두 점 2017년 12월 역시 보존처리를 마치고 잠시 일반에게 공개되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일반인들이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경복궁에도 고종연간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된 교태전의 벽면에도 왕비의 모성애를 투영한 원숭이, 왕비의 해로를 상징하는 앵무새를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화조도’와 ‘원후반도도’가 조선시대 궁중회화를 계승한 부벽화가 그려졌다. 그러나 1918년 일제에 의해 훼철이 결정된 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 대조전 복구를 위한 자재로 쓰여지면서 훼철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995년 문화재청에서 복원한 것이다. 그리고 교태전 부벽화는 해방 이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국가로 귀속된 끝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중이다. 최근 문화재청은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의 모사도를 제작·설치하는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교태전 부벽화의 모사도 작업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와 협력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구찌가 지난해 경복궁에서 진행한 패션쇼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이번 협력은 앞서 2022년 11월 구찌(Gucci)와 체결한 ‘문화유산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업무 협약(MOU)’(22.11.1.)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문화재청과 구찌는 관계 전문가의 사업안 검토(23년 12월)와 문화재위원회 안건보고(24년 3월)를 거쳐, 경복궁 교태전의 원형 보전과 관람 콘텐츠 확충을 위해 부벽화 모사도를 제작하고 전시를 개편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문화재청에서는 현재 (모사도)제작업체가 선정된 상태이며, 올해 연말경에는 교태전 내부 벽면에 설치되어 다양한 전시 콘텐츠와 함께 대국민 공개될 예정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국제갤러리] ‘주역’ 21세기에 다시 캔버스로 소환. 김용익 개인전
[국제갤러리] ‘주역’ 21세기에 다시 캔버스로 소환. 김용익 개인전
‘레트로토피아’을 통해 다시 ‘저엔트로피’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서울문화인] 예술을 하는 작가가 더 이상 물감을 구입하지 않고 물감을 소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 작업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것일까... 그러나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에 담긴 의미는 단순 붓을 놓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점의 확장인 원, 그리고 면, 선의 모더니즘적 기하학적 도형의 회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오고 있는 김용익 작가가 국제갤러리 부산과 서울 한옥 공간에서 동시에 개인전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진행되는 개인전이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천착하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전시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그의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근작 46점(부산점 19점, 서울점 한옥 27점)을 다루고 있다. 김용익 작가(b. 1947)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제목의 새 연작을 시작했다. 현재진행형인 이 연작은 지금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 회구(繪具)들을 그의 여생에 걸쳐 모두 소진(消盡)하는 프로젝트이다. 남아있는 회구(繪具,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물감, 붓 따위)를 색깔별로 골고루 소진하고자 화폭을 잘게 나누어 작업한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양을 띄며 김용익이 예술가로서 평생 추구해온 ‘저엔트로피(low entropy 에너지 낭비의 최소화)적인’ 삶의 방식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이전 작업을 ‘모더니즘 프로젝트’라 칭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궁극적인 추구는 ‘계몽주의로 각성된 인간의 이성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 세계를 탐구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하여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진보가 인류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것이라는 꿈’이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 그리고 기후 위기는 모더니즘 프로젝트의 실패를 예증하며 자신은 “한국전쟁 이후 현대를 살아오면서 어릴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의식주의 풍요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달콤한 열매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와 자가용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이전의 작업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기하학적 도형과 얇게 발린 물감 등 비교적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듯 보이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에도 과거의 조형적 특성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광활한 우주변화의 원리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인 동양의 ‘주역’ 사상이 내제되어 있다. 종이 혹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기하학적 도형들은 실제 『주역』이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괘(卦)의 형태를 차용하거나, 중국의 전통 우주론의 바탕이 되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개념에서 빌려온 원과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 작업에도 도형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더니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작가의 철학을 대변할 수 없었는지 작가의 캔버스에는 작가의 생각과 철학이 묻어나는 글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주역’의 철학의 개념을 상징적으로 담아내었다. 그래서 캔버스 위에 땅을 상징하는 네모와 하늘과 방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원을 배열하여 음과 양의 균형과 조화를 드러낸다. “50년 이상 작업을 하다 보니 주체성, 일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싸여서 오히려 정보가 혼란스럽다” 이러한 변화는 오랫동안 그가 캔버스에 그려내었던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여러 방면에서 실패하였음을 간접적으로 그 대안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작업의 키워드를 ‘레트로토피아’(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 하려는 것)라고 정의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그림자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주역’이라는 사상을 통해 마지막으로 띄우는 자유와 저항이자 비록 희망이 작가가 꿈꾸던 유토피아를 향한 마지막 그의 희망의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예술가로서 자유로운 행위’라 말한다. 더불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재료에 따라 작품 표면을 이루는 물감의 두께가 얇아 흐릿하거나 때로는 붓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다소 거친 질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이번 작품 가운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레이어 작품에 우연히 앉았다가 물감에 붙어 생명을 다한 모기 한 마리도 그의 작업의 일부가 되어 또 다른 레이어를 형성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와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용익 작가는 “나의 삶과 예술이 같이 종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작가는 자신의 논리에 자유로워야 한다. 이는 예술을 한다는 것에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죽음에 대한 자유로워야 하는 제의(祭儀)작업이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갤러리] ‘바람이 만드는 경치’, 세 작가(김민정, 도윤희, 정주영)의 시각과 시선으로 담아낸 ‘풍경(風景)’
[갤러리] ‘바람이 만드는 경치’, 세 작가(김민정, 도윤희, 정주영)의 시각과 시선으로 담아낸 ‘풍경(風景)’
[갤러리현대] 에디션 R - 《풍경 (Incorporeal Landscape)》 전 [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가 작가의 과거 작품을 되돌아보고(Revisit), 현재의 관점에서 미학적 성취를 재조명(Reevaluate)하여 작품의 생명을 과거에서 현재로 부활(Revive)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0년대 생 김민정(1962년생), 도윤희(1961년생), 정주영(1969년생) 세 작가가 ‘풍경(風景)’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이라는 대상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심미적인 풍경으로 형상화한 김민정의 작품, 비가시적인 인식에서 시작하여 실체를 인식하는 도윤희의 내적인 풍경, 이미 선택되어 변용된 풍경을 다시 선택하고 변용함으로써 풍경이란 주제가 가지고 있는 개념에 도전하는 정주영의 풍경까지, 현실과 그 너머의 비가시적인 풍경까지 주제를 폭 넓게 아우르는 세 작가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주요 작품을 통해 세 작가가 20대에서 40대에 마주했던 각각 ‘풍경’을 소개하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세 작가가 현실과 비가시적인 풍경까지 주제를 폭 넓게 아우르며 각각 그려낸 ‘풍경’을 통해 각자 풍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감각할 수 있는지, 또한,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제각각 얼마나 다채로운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지 마주할 수 있다. 김민정 작가 [제공=갤러리현대] “제가 생각하는 풍경이란, 내 마음과 머릿속을 완전히 비운 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가 내 마음과 눈에 투영되어 그 풍경과 내가 하나가 됐을 때를 의미합니다. 그럴 때 그 풍경이 나를 통해, 선이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작업으로 전유됩니다.” – 김민정, 2024 먹을 밀어내는 수채 물감과 한지와의 흥미로운 관계 김민정은 지난 30여 년 동안 동아시아 회화 예술의 유산인 지필묵(紙筆墨)의 전통을 서구 추상미술의 조형 어법과 결합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작가는 2018년 영국 런던의 화이트큐브, 2019년 독일 노이스의 랑겐 파운데이션, 2020년 미국 뉴욕의 힐 아트 파운데이션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 오고 있다. 이번 《풍경》 전에서 소개되는 김민정의 작품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작가가 이탈리아에서 머물며 완성한 작업들이다. 1991년 이탈리아로 떠나 밀라노 브레라국립미술원에 입학한 그는 영상과 사진 작업이 주를 이루던 당시 학업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어린 시절부터 서예를 통해 익숙하게 다뤄온 한지를 재료로 삼고 있다. 김민정 작가는 1990년대 먹과 수채 물감의 관계, 얼룩과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일련의 수묵 채색 추상 작품을 선보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작품의 일부를 불로 태워 동아시아 회화 예술의 관례를 폐기하는 과감한 변신을 준비하며 독창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 세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김민정, Primavera, 1998, Ink and watercolor on mulberry Hanji paper, 67.5 x 62.6 cm [제공=갤러리현대] 김민정, Primavera, 1998, Ink and watercolor on mulberry Hanji paper, 67.5 x 62.6 cm [제공=갤러리현대] 특히 1990년대는 작가에게 다채로운 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이고 동양철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시기였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생각과 마음의 ‘비움’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불교적 관점의 풍경을 선보였다. 마음과 머리를 완전히 비운 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가 마음과 눈에 투영되어 나와 하나가 됐을 때의 상태가 비로소 작가가 보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대지, 봄, 월식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의 제목 〈La terra〉, 〈Primavera〉, 〈Eclisse〉는 바로 작가가 자연 현상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화했음을 암시한다. 그의 작품에서 당시 작품의 주재료인 수채 물감의 안료 성분이 먹을 밀어내는 서양 양지와 재료가 표면 위에서 마르는 한지와 흥미로운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도윤희 작가 “제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삶입니다. 작가의 주제는 작가의 원인이고, 페인팅은 내적 현실의 반영입니다. 그래서 그림은 작가의 내면 현실의 반영이며, 전시는 타인의 시선에 저의 내면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 도윤희, 2024 문학적 언어를 캔버스에 그려내다. 도윤희는 지난 40여 년 동안 다양한 기법의 추상회화를 통해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다.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최근 도윤희 작가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에겐 이 작품이 도윤희 작가의 작품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컬러의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은 1996년부터 2009년까지의 작업으로 작가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세포나 화석의 단면과 같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며 ‘Being’ 연작을 남겼다.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집중하던 당시, 시간성에 매료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흑연 드로잉 위에 바니시를 흑연과 반복적 레이어 작업 통해 독특한 질감과 깊이감이 돋보인다. 그가 구축한 화면은 겹겹이 자리한 나무숲의 단면, 수증기의 움직임, 부유하는 세포들 등 다양한 형상을 연상한다. 당시 작가는 세포 또는 화석의 단면을 관찰하고 발견한 이미지를 추상의 화면으로 승화했다. 도윤희, 천국과 지상의 두개의 침묵은 이어져 있다, 2004 도윤희, Being - Swamp, 1996, Oil and pencil with varnish on linen, 122 x 244 cm [제공=갤러리현대] 이 시기 도윤희는 문학적 언어와 시각적 언어 양쪽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세상으로부터 포착한 아름다움을 일기로 쓰고, 작품의 제목으로 일부 문구를 차용했다고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밤은 낮을 지운다〉(2007-2008), 〈천국과 지상의 두 개의 침묵은 이어져 있다〉(2004),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2008-2009)와 같은 작품의 제목은 바로 그의 글귀에서 인용되었다. 도윤희 작가는 삶에서 마주하는 현상과 물질 등 인간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시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의 당시 작업은 이 ‘시’를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후 2015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Night Blossom》에서 작가는 작품 제목을 모두 ‘무제’로 정하며 문학적 요소와 결별을 암시하고, 억제했던 색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도윤희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 작업은 세상, 현상, 사건 등 표면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여기서의 아름다움은 유행이나 예쁜 것(pretty)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속되어야 드러나는 것들, 나를 적중하는 것들, 진실과 같이 일상의 갱도에 흐르고 있는 것들이죠. 아름다움은 윤리입니다.” 정주영 작가 “본다는 것은 개인의 감각적 경험을 넘어 집단의 기억, 회상을 통해 전통이나 원형의 문제를 수반한다고 봅니다. ‘봄’의 행위가 광학 장치와 비교되고 기억의 문제도 디지털 데이터화되는 지금의 환경에서, 여전히 본다는 것은 인간의 지각과 인식체계가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 정주영, 2024 김홍도와 정선이 그려낸 진경산수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해석 정주영은 한국 미술계에서 ‘산의 작가’로 통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작가는 산의 풍경을 캔버스로 옮겨 그렸다. ‘산’은 서양회화에서는 풍경화, 동양회화에서는 산수화로 불리는 장르의 대표적인 공통 화제(畵題) 중 하나로, 정주영에게 풍경화는 회화의 방법론을 실험하는 장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김홍도, 시중대 (부분)〉(1998), 〈김홍도, 가학정 (부분)〉(1996), 〈정선, 인왕제색 (부분)〉(1999)은 1995년에서 1997년 사이 작가가 암스테르담에서 유학하던 시기에 그려졌고, 일부는 그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제작된 작업이다. 정주영, 김홍도, 가학정(부분), 1996, Oil on linen, 200 x 400 cm [제공=갤러리현대]. 정주영, 정선, 인왕제색(부분), 1999, Oil on linen, 200 x 360 cm [제공=갤러리현대] 이 작품들에서 정주영은 산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김홍도와 정선이 이상을 현실에 옮겨 놓은 그 회화적 공간의 작은 일부를 대형 캔버스에 확대해 그려내고 있다. 원본과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새로운 회화적 공간으로 구축하며, 진경과 실경, 관념과 실재, 추상과 구상 사이에 놓인 이중적인 ‘틈’ 회화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관념과 추상을 넘어선 감각과 체험의 구체적이며 원초적인 차원으로 우리 인식의 뿌리를 잡아 이끄는 풍경의 초상”을 작업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이 작품들은 작가가 ‘산’을 회화의 방법론으로 삼게 된 시작점에 있는 풍경들이라 할 수 있다. ‘회화에 대한 회화란 무엇일까?' 독일 유학 초기 회화를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했던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은 조선시대 문인 화가인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를 만나면서 “진경”이라는 개념에서 그 해답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진경산수는 그 자체로 풍경의 해석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산이라는 구체적 소재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김홍도와 정선의 산수화에 등장하는 산을 서양 회화의 풍경화에서 중요한 화재(畫材)로 재인식하게 된 순간이었다. 산과 바위의 형상은 동서양의 회화론에서 흔히 인체와 비견되곤 했기에 알프스 연작으로도 연결되었고, 최근에는 기상학 연작으로 확장되었다. 돌아보건대 풍경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향한 여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이 작품들은 작가가 ‘산’을 회화의 방법론으로 삼게 된 시작점에 있는 풍경들이라 할 수 있다. 정주영 작가의 풍경에 대한 탐구는 결국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풍경에 대한 해석과 그것의 동시대적 의미를 살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상상과 책을 통해 예술을 펼쳐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전시] 상상과 책을 통해 예술을 펼쳐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서울문화인] 영화와 그 영화 속의 소품과 세트가 전시장에 펼쳐져 있고 벽면에는 대형 목판화(차콜 드로잉)와 마치 여러 작가의 화풍을 모아 놓은 듯한 오일 파스텔화가 가득하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국내 첫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가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 두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b.1983)는 가상과 실제, 평행우주 안의 무한한 개연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는 작가로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 매체에서 클리핑 한 이미지나 역사적 인물의 삶에 대한 기록 등 일차적 사료를 기반으로 각 작품 속 독특한 세계관을 영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 영상(영화)에는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여 회화를 확장시키고 있다.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공상은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 틈으로 내다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볼 수 있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그만큼 덜 알게 된다.’는 도덕경의 노자의 말처럼 작가의 특이점은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자신의 작업실 안에서 상상과 공상만으로 스스로 설계한 내적 여행을 떠나고 이를 영상과 회화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11세 때 부모와 그랜드 캐니언을 보기 위해 미국여행을 떠났지만 장시간 비행과 이동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도착하여서도 차에서 내리기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는 ‘차라리 집에 머무는 게 낫다’, ‘내적 여행’, ‘안락의자 여행자’ 등 최근 그의 작품 제목에도 잘 드러난다. 반 데 벨데는 직접 여행하는 대신 잡지, 미술 서적, 역사서, 인물 전기 등 책과 영화, 뉴스 등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력만으로 모험을 즐기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이번 그의 첫 한국에서의 개인전에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작가 특유의 상상적 여행을 회화와 조각 그리고 영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먼저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회화는 어딘가 익숙하듯 하면서도 어떤 것이 작가의 특징인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풍이 다르다는 점에서 마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최근의 오일 파스텔화는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같은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들과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반 데 벨데가 많은 미술 사조들 속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에 대해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상상하여 상상의 풍경에 도달하거나 과거의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이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는 반어적으로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들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자신과는 가장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 외광파 화가들이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보고 겪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반 데 벨데는 작업실 안 안락의자에 머물며 상상의 여행을 하고 상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외광파 작가로서의 반 데 벨데가 그린 하늘, 바다, 호수, 숲, 들판을 담은 풍경화들로 가득하지만 작가의 회화는 마치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다양한 작가의 예술을 세계를 마주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 제목은 그의 작품 제목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3)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글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인용문을 여러 색의 빛으로 가득한 추상화 밑에 손 글씨로 써서 빛을 찾아 여행한 20세기의 야수파 화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편 사실 자신은 실제로 떠나지 않고도 자기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작업관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앞서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영상(영화)에는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이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2, 3층에는 회회 외에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먼저 영화 <라 루타 내추럴>(2019-2022)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하루의 삶>(2021-2023)은 외광파 작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며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저마다의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골판지 등으로 직접 만들어 제작하고 있다.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상상의 여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영화 세트이자 조각인 ‹소품, 터널›(2020) 외에도 공상을 하고 영감을 얻는 자리이자 여러 평행우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인 빈 침대를 그린 차콜 드로잉 그리고 탐험가, 예술가 등의 실존 인물들의 전기에 기반해 ‘허구적 자서전’을 담은 오일 파스텔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미술과 언어 등이 충돌하고 또 서로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작가의 삶과 내적 모험을 풀어낸 작품과의 동행을 통해 기존의 미술 시야를 벗어나 예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는 5월 12일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에서 전시를 마치고 5월 말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이동해 전시를 이어간다. 전시 기간에 평일 오후 3시, 주말 오후 3시, 5시에 도슨트 전시해설이 진행된다. 스페이스 이수는 토, 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0원이며, 스페이스1, 스페이스2, 더그라운드의 전시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3월, 궁궐을 찾아야 하는 4가지 특별한 프로그램, 놓치면 후회
3월, 궁궐을 찾아야 하는 4가지 특별한 프로그램, 놓치면 후회
[서울문화인] 아직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듯 겨울의 여운이 남아있지만 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봄을 맞이하여 서울의 고궁이 겨우내 굳게 닫혔던 창을 열어 관람객에게 그동안 감춰진 내부를 선보이고 있으니 주말 고궁나들이는 어떨까... 창덕궁 으뜸전각 ‘인정전’ 내부 관람 평소 밖에서만 볼 수 있었던 창덕궁 인정전 내부를 좀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오는 3월 31일까지 매주 수~일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은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던 곳이다. 외관은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위아래가 트인 통층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 단을 높인 천장 중앙에는 다른 궁궐에서는 볼 수 없는 구름 사이로 두 마리 봉황 목조각을 달아놓아 으뜸 공간으로서의 화려한 권위를 극대화했다. 인정전은 1405년(태종 5) 창덕궁을 창건할 때 지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즉위년인 1608년에 재건되었다. 이후 1803년(순조 3)에 있었던 큰 화재로 소실되어 이듬해 새로 지었으며, 1856년(철종 7)에 다시 보수되었다. 이와 관련해 두 종의 의궤가 전하는데 『인정전영건도감의궤』(1805년)는 수백 년을 이어온 창덕궁 인정전이 1803년 12월 13일 밤 화재로 소실되자 1804년 12월까지 1년여에 걸쳐 새로 짓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며, 『인정전중수도감의궤』는 그로부터 53년 후에 인정전을 보수한 기록이다. 두 의궤의 도설 편에는 당가와 오봉병의 옛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인정전을 수리하면서 전등, 유리창, 커튼이 새로 설치되고, 실내바닥이 전돌(흙으로 구워 만든 벽돌)에서 마루로 바뀌는 등 근대적인 요소가 가미된 전환기의 궁궐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 매주 수·목요일에 기존 창덕궁 전각 정규해설과 연계하여 언어권별(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진행되며, ▲ 매주 금·토·일요일은 궁궐 내 관원들의 업무공간인 궐내각사를 둘러보는 ‘창덕궁 깊이보기, 궐내각사’ 심화해설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운영된다. * 한국어 정규해설 연계: 수·목 9:30 / 금·토·일 10:30(‘창덕궁 깊이보기, 궐내각사’ 연계) * 외국어 정규해설 연계: (영어) 수·목 10:15 / (일본어) 수 11:00 / (중국어) 목 10:00 문화유산 보호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하여 인정전 입장은 한 번에 20명씩으로 한정된다. 수·목요일은 기존 정규해설 관람객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20명씩 순차 입장 가능하며, 금·토·일요일은 ‘창덕궁 깊이보기, 궐내각사’ 사전 예약자(15명) 및 현장접수(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회당 선착순 5명)한 관람객에 한해 입장 가능하다. 현장접수는 창덕궁 관람지원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9시부터 선착순 접수된다. (우천 시 취소) 평상시 굳게 닫혀 있던 창덕궁 전각 내부 들여다보기 평상시 굳게 닫혀 있던 궁궐 건물의 창과 문을 활짝 열렸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창호를 통해 관람객들이 전각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덕궁 빛·바람들이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람시간 오전 9:30∼오후 5시) 창덕궁에서는 평소에도 일부 구간에 한해 창호를 일상적으로 개폐하여 관리하고 있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주요 전각(희정당, 대조전, 낙선재, 궐내각사)의 창호를 동시에 전면 개방하였다. 특히, 희정당 서행각 입구, 희정당과 대조전을 잇는 복도각, 대조전 행랑채 등 평소 쉽게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실내공간까지 살펴보며 궁궐의 보존과 일상관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궁궐의 이색 풍경도 즐길 수 있다. 덕수궁 주요 전각 내부 공간 체험 봄을 맞아 덕수궁에서는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매일 2회(오전 10시, 오후 3시 30분) 덕수궁 주요 전각 내부를 관람하며 살구꽃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덕수궁 전각 내부 특별해설 프로그램’은 전문 해설사의 깊이 있는 해설을 들으며 덕수궁의 5개 주요 전각인 중화전, 함녕전, 석어당, 즉조당, 준명당에 직접 들어가 궁궐 내부 공간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덕수궁 석어당은 궁궐에서 보기 드문 2층 목조 건물로, 참여자들은 석어당 2층에 올라 만개한 살구꽃을 감상하며 덕수궁의 봄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또한, 덕수궁의 정전으로 왕의 즉위식이나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던 중화전과 고종의 침전으로 1919년 고종이 승하한 장소이기도 한 함녕전, 대한제국 초기 잠시 정전으로 사용되었고 후에는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되었던 즉조당과 고종의 외동딸인 덕혜옹주의 유치원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준명당의 내부도 해설사와 함께 살펴본다. 이번 특별해설은 약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중학생 이상 참여할 수 있으며, 오는 15일 오전 11시부터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http://royal.cha.go.kr)에서 선착순으로 회당 15명씩 신청하면 된다. 궁궐 그림 ‘동궐도’ 속 옛 창경궁 만나러 봄나들이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동궐도를 보며 창경궁의 옛 모습을 알아보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이 3월 17일부터 5월 12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 선착순 20명 현장 참여로 진행된다. 동궐도(東闕圖): 1826년에서 1830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창경궁과 창덕궁의 궁궐 그림으로 이번 동궐도 특별관람은 현재 창경궁 내 빈터로 남아있는 왕세자의 공간인 동궁지역과 관원들의 업무 공간인 궐내각사(闕內各司) 터의 군무를 담당했던 도총부(都摠府), 궁궐의 말과 가마 등 탈것들을 관리했던 내사복시(內司僕寺) 등에 대하여 동궐도를 직접 보고 전문 문화유산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예전 창경궁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창경궁에 남아있는 주요 전각인 명정전, 환경전, 경춘전, 통명전, 양화당의 외전과 내전,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변형된 내농포(內農圃,왕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정을 살피던 곳) 일대 지역을 동궐도 상의 19세기 창경궁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특히, 산수유, 생강나무, 살구나무, 귀룽나무 등 봄을 맞아 아름답게 피기 시작하는 봄꽃의 향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번 특별관람에서는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문화재재단이 제작한 ‘동궐도 지도’가 기념품으로 제공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정도이며, 매회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20명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