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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영수)이 2016년부터 박물관 소장 자료를 예술 창작의 소재로 활용,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의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진행하고 있는 한글실험프로젝트의 4번째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을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2016년 첫 전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에 이어 2017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2019년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에 이어, 올해는 근대 시기 한글 자료를 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근대는 한글이 쓰이는 방법과 한글 문헌의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어문 규정의 토대가 다져진 시기이다. 1894년 고종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선포한 ‘국문선포’로 인해 한글은 창제 이후 약 450년 만에 나라의 공식 문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글이 공식 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정리와 한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불러일으키며 한글 연구를 빠르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글 연구자들에 의해 가로 쓰기, 띄어쓰기, 한글 전용 글쓰기 등 한글 사용에 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고, 출판물을 인쇄에 사용하는 한글 납활자도 활발히 생산되었으며 각종 서적에 특색 있는 한글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 작품의 제작 바탕이 된 박물관의 소장 자료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와 국어 문법서 『말의 소리』, 지석영이 편찬한 외국어 교재 『아학편』, 프랑스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 한글 띄어쓰기를 선구적으로 적용한 「독립신문」 등을 바탕으로 하였다.
이번 한글실험프로젝트는 시각 분야 7명과 1팀, 제품·공예 분야 7명, 패션 분야 4명, 리서치프로젝트 2팀, 음악 분야 1명과 1팀, 영상 분야 1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협업을 통해 한글문화의 외연을 더욱 확장했다.
특히 올해 음악 분야와 첫 협업을 시도했다. 국악 아카펠라그룹 토리스는 판소리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판소리 <흥부가> 중 흥부에게 은혜를 입은 제비가 강남에 갔다가 이듬해 봄, 박씨를 물고 흥부네 집으로 날아오는 여정을 주제로 한 소리 대목)를 불렀으며, 작곡가 김백찬은 근대 한글 연구자 주시경을 기리는 노래를 작사·작곡하여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근대 한글 연구소’라는 공간을 설정하여 4개의 연구실로 구성되었다. 1부 ‘동서말글연구실’에는 근대 시기 한글과 서양 언어의 소통이 반영된 『한어문전』 등의 자료를 재해석한 작품을, 2부 ‘한글맵시연구실’에는 가로쓰기, 풀어쓰기 등 근대 한글 사용 방법의 변화를 작가의 시각에서 새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3부 ‘우리소리실험실’에서는 근대 시기 대중에 큰 인기를 끌었던 판소리계 납활자본 고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4부 ‘한글출판연구실’에서는 근대 한글 출판물을 창작의 원천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한글실험프로젝트는 2023년 1월 29일(일)까지 진행 이후, 국내외를 순회하며 한글의 문자적·미적 가치를 쉽고 직관적으로 알릴 예정이라 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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