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세계 곳곳에 전승되는 죽음과 관련된 신화,
기사입력 2022.09.26 10:21 조회수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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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생명체가 영생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이래 인류는 불로불사를 꿈꿨다. 그리고 이를 위한 끊임없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만큼 생명체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보의 한 축은 호기심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이 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과학을 발전시켜 왔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에 탐사선을 보내는 한편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수 있었던 출발점은 우리의 기원과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최고 호기심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내세관 역시 어쩌면 인간이 맞이해야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싶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에 가서는 영원한 이별을 피할 수 없다. 얼마나 사랑했든, 비할 데 없이 애틋했든, 누구보다 풍족했든 간에. 우리는 영생을 얻지 못했고,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은 여전히 과학으로도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며, 죽은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가는지, 저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저자 권태효, 지식의날개, 2022731)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런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인간의 영원한 과제 죽음이라는 소재로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저자 권태효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민속문화를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거인설화, 중국 운남 소수민족의 제의와 신화, 한국 구전신화의 세계, 한국신화의 재발견등의 책을 썼으며, 신화학입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초의 죽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전승되는 죽음과 관련된 여러 신화를 바탕으로 신화에서 말하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책을 열어보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해 온 죽음과 저승에 관한 온갖 신이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삶에 관한 지혜를 던져준다. 이를 통해 오늘의 삶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이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 ‘불노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해 본다면’,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7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죽음은 알고 보니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다.(1) 동물이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었지만 실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신의 뜻은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 그러고 보면 선물 같은 인생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데 실은 이 모두가 죽음과 맞바꾼 대가였다면?(3) 그래도 여러분은 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싶은가? 알고 보니 이것이 죽음값인데. 예나 지금이나 죽지 않는 것만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영원한 젊음이었다.(4) 그런데 젊어진 할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손자 때문에 우리가 노쇠를 피할 수 없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5)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장차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저승은 어떤 모습일까.(6) 정말 신과 함께에서 그려 낸 것처럼 저승차사가 와서 우리를 안내할까. 강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궁금하다.(7) 등 100여 편의 이야기로 죽음과 연관된 우리의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저자는 죽음기원신화의 내면에는 나름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생명의 출산이 있다면 그만큼 죽어야 세상이 온전히 유지된다고 말한다. 신화 중에 태초에 거북과 인간, 돌이 영생하며 함께 살았는데, 돌은 출산에 관심이 없었지만 거북과 인간은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 해서 신에게 찾아가 출산 능력을 갖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자 신은 너희가 죽어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인간과 거북은 그 말에 동의하여 드디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죽음을 얻었으며, 영원히 살기를 원한 돌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태어나는 만큼 죽음 또한 필요하다는 인식의 신화가 제주도에도 전해지며, 일본의 <고사기>에도 있다. 생산이 있다면 당연히 죽음이 있는 것이 순리일 텐데, 인간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죽음을 내리는 창조주마저도 인간의 편이 되어 어떻게든 죽음을 주지 않으려고 힘쓰고,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부여했더라도 하다못해 수명이라도 늘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죽음신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신의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어 죽음을 다루는 시각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죽음의 어두운 측면보다는 밝은 측면에서 주로 기술한 책이다. 원하지도 않은 죽음을 억지로 맞게 된다면 고통스럽겠지만 인간이 스스로 원해서 신에게 죽음을 달라고 했다면 죽음은 두렵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또 죽음이 없어서 세상이 혼돈스러우니 죽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여 신이 죽음을 내리는 당위성을 신화에서는 나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무속학회라고 하면 무속인들의 연합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 있는데, 그런 곳이 아니다. 학자들이 모여서 무속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세미나도 하는 등 연구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1998년 결성되어 45호째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고 일 년에 네 번 정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무속은 어떻든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같이 해왔다. 그 속에는 신화도 있고, 음악과 무용도 있으며, 회화라든가 복식, 의례 등 아주 다양한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미신이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더라도 이런 문화적인 요소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속을 종교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그 가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라 강조했다.

 

이 책은 저승신을 그린 상상도와 죽음과 관련한 온갖 상징물과 장소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곳의 컬러 사진을 통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옛날 사람들은 결코 죽음을 우울한 주제라 여겨 피하지 않았다. 최초의 죽음과 함께 죽음을 향한 유쾌한 상상의 여행을 떠나 본다면 어떨까?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벗겨질 것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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