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 서소문본관에는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는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에는 미술관이 인원제한과 더불어 사전 신청자에 한해서 개방, 물리적으로도 접근이 쉽지가 않은 것도 미술관 방문을 어렵게 하였지만, 엔데믹 이후 그 억눌린 해소감에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아 문화를 향유하는 듯하다. 미술관 측에서는 특히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한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미셸 오토니엘(b.1964년, 프랑스 생테티엔)은 대표적인 ‘유리구슬 조각’과 스테인리스스틸, 금박 등의 다양한 물질을 사용하여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를 선보이며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현대미술 작가로 2000년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역을 비롯한 베르사유궁전과 프티 팔레 같은 공공 공간에서 예술과 퍼블릭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시도 했다. 당시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역에 설치한 <여행자들의 키오스크>는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한 공모작으로서, 마법의 공간에 들어서는 듯한 폴리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1년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My Way》를 비롯해,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등 그룹전을 통해 소개되면서,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번 개인전은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전시 이후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전시로 최근 10년간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작품들로 고통을 이겨낸 부활과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74점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 “정원과 정원”은 2000년 초반부터 이어온 공공 야외 설치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작가의 주된 영감의 원천인 ‘정원’을 매개로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러 개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꽃과 꽃에 얽힌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그에게 정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작업 초기부터 정원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작업과 연관 지어 왔으며, 1997년부터 정원을 포함한 야외 장소에서의 작품 설치를 꾸준히 시도했다.
또한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 예술과 작가는 퍼블릭을 만나기 위해 나가야 한다”라는 그의 말에서 보듯 오토니엘의 예술세계는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에 조응하며 이들을 연결하는 매듭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도 그러한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다. 전시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실내 전시장을 비롯하여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 연못에서도 전개되어 미술관을 넘어선 다양한 공간에서 대중에게 접근하고 있다.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를 자연과 서사, 상징이 어우러진 한국의 고궁과 정원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희구하던 중 연잎으로 덮인 수면과 작은 섬을 지닌 덕수궁의 연못을 보고 즉시 덕수궁을 전시 장소로 결정하였다. 미술관 또한 이번 전시는 먼저 덕수궁 관람 후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을 거쳐 전시실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추천했다.
오토니엘은 덕수궁 연못에 덕과 장수의 뜻을 지닌 궁에서 펼쳐진 역사를 사색하고 고행과 깨달음의 상징으로 스테인리스스틸 구슬 위에 손으로 금박을 입힌 <황금 연꽃>과 함께 연못 섬의 나뭇가지에는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황금 목걸이>를 걸었다. 이는 영험한 나무에 소원을 비는 인류의 오랜 풍습을 떠올리게 하며 소원을 적어둔 ‘위시 트리(wish tree)’처럼 우리 안에 있는 열망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한다. <황금 목걸이>는 미술관 조각공원의 나무에도 설치되어있다. (글은 다음편에 이어서 계속됨)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