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의 시대, ‘이동’을 주제로 변화된 일상 고찰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투 유: 당신의 방향》
기사입력 2022.03.11 18:26 조회수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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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유- 당신의 방향] 참여작가.jpg
[투유- 당신의 방향] 참여작가

 

 

 

[서울문화인]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가장 큰 것 중에 하나는 이동의 제한이 아닐까싶다. 최근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그에 따른 변화가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고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는 전시 투 유: 당신의 방향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을 키워드로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이동의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로 8()의 작가들은 물리적 이동은 물론 알고리즘, 데이터 등 정보의 이동을 포함, 각자의 인지한 이동의 다양한 단면과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자유인 줄 알았던 이동이 사실 권력과 배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시대임을 지각과 함께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질 때 그동안 변화된 이동의 의미와 방식이 어떻게 또 지속되고 변화 될 것인지를 들여다본다.

 

 

김익현_그늘과 그림자_2022.jpg
김익현 〈그늘과 그림자〉(2022, 단채널 비디오, P3 LED 매트릭스, 컬러, 사운드, 25분 30초)

 

김익현 작가가 20181124일부터 20211025일의 시간 동안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한 그늘과 그림자는 택배로 주문한 물건을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도착을 공지하거나, 몇 년 전의 추억을 알리고, 알고리즘과 타임라인을 통해 당신의 눈을 실어 나른다. 인간의 눈과 기계의 눈이 공존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사진 데이터는 정확한 기록도 현실도 아닌 채 감각과 인식을 혼동시키며 데이터 사이를 유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재민이 냄새의 경계선.jpg
김재민이 〈돼지똥과 아파트〉, 2022, 단채널 비디오, 15분

 

돼지똥과 아파트는 과거 용산과 나주에 있던 공장 및 농장의 이동 과정을 좇는다. 이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냄새이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 기생충(2019)의 주요 인물인 오근세와 국문광을 주인공으로 한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2022)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극 중 부천과 광명 출신인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상류층에 입성하고 한편으로 실패했는지를 현재의 집에서 과거 살던 동네까지 순례길로 상정해 상상의 기념품들과 아카이브를 비치하였다.

 

 

〈돌고 돌고 돌아〉. 2022. 혼합매체.jpg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2022, 혼합매체, 가변크기

 

팬데믹으로 인해 쉬이 해외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들과 면세업계는 땅에 멈춘 비행기의 연료와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무착륙비행을 개발했다. 돌고 돌고 돌아는 면세품 구매를 촉진하고 이벤트로서의 비행을 자처하는 무착륙 비행의 움직임은 정착 없이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닮아 있음을 표현하였다.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둘의 모습은 이동을 위한 이동으로, 소비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송예환.jpg
송예환 〈월드 와이드〉, 2022, 폼보드 위에 프로젝션 매핑, 폼보드, 빔프로젝터, 혼합매체, 가변크기

 

팬데믹 이후 가상세계에서의 정보 공유는 더욱 각광받으며 새로운 세계를 여는 포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래픽 디자이너인 송예환은 이러한 환상에 제동을 걸고 우리가 사용하는 웹 플랫폼들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혹은 충분히 접근 가능한 공간인지를 질문한다.

 

 

닷페이스.jpg
닷페이스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2022, 혼합매체, 가변크기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여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기획했다. 자신만의 캐릭터와 메시지를 만들어 SNS 등에 공유, 확산되었던 이 행사는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라는 문구를 통해 이동이 어려운 혹은 불가능한 시대를 사는 이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화, 협력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기대이자 가능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유아연.jpg
유아연 〈벌레스크〉, 2021, 단채널 비디오, 29분 9초

 

시대에 따라 변하는 노동의 양상에 주목하는 작가는 노동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를 전시장에 구현했다. 입구에서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관객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서빙 로봇에게 이를 반납할 수 있다. 작가는 반납이라는 이동 행위를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접촉 및 정보를 끼워 넣음으로써 서비스 노동, 플랫폼 노동 등 노동의 주체는 삭제되고 용이하게 결과만을 소비하는 작금의 구조를 가시화하였다.


  


오주영.jpg
오주영 〈구름의 영역〉, 2021, 아케이드 PC게임, 컨트롤러, 네온사인, 가변크기

 

구름의 영역은 최근 각광받는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등 새로운 이동 기술이 초래할 딜레마를 고찰하고 상상하였다. 세 개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미래의 어느 시대, 뜨거워진 대기로 인해 상공 도시에 살아야 하는 기후 위기 난민과 인간에게 하늘을 빼앗겨 날지 못하는 새의 생존 관계를 다룬다.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엔딩에는 미래 이동 기술이 내재한 생명윤리 및 환경문제를 반영한다.

 

 

 

송주원.jpg
송주원〈마후라〉, 2021, 3채널 비디오, 10분 22초

 

마후라는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장안평 일부와 자동차의 풍경을 담았다.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기술의 변화 속도와 코로나19로 인해 사장된 시장 상황 등으로 금세 구형이 된 자동차 기체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해체를 기다린다. 작가는 이들을 퍼포머의 신체와 결합해 생명력을 부여하여 유령처럼 지역을 맴돌게 만든다.

 

한편, 전시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시의 의의를 공유하고 확장한다. 먼저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과의 공동 기획으로 415일 국내 봄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장애인 환승 지도를 기획한 협동조합 무의와 이동 장애인의 미술관 이용 설명서를 제작하고 휠체어 체험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외 전시 연계 프로그램 상세일정 및 내용은 추후 아르코미술관 웹사이트 및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24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네이버 사전 예약 시스템을 통해서도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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