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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소개하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기성 예술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한 혁신적인 예술 운동이 일어났다. 그 범위는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등 미술만이 아니라 종래적인 모든 전통 형식을 정면으로 거부하려고 한 문학·연극·영화·무용 등에서도 적용되었다. 이를 통틀어 ‘전위미술(예술)’, 또는 ‘아방가르드’(프랑스어)라고 일컫는다.
아방가르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다양한 미술사조로 유행하였지만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탈린 집권 이후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종식을 고하며, 이들 작품은 러시아 중부의 예카테린부르크 지방으로 격리되어 창고의 어둠에 잠들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에트연방(러시아) 시절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을 창작 정신의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주류로 정착하였다. 이는 소비에트연방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는 단순한 현실의 재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실천적인 반영을 목표로 이념을 선동하는 장르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구사회에서 금기시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불씨는 꺼지지는 않았다. 독일의 바우하우스와 미국의 미술관들이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칸딘스키와 말레비치 그리고 로드첸코와 타틀린은 구미지역 미술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거장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최근 2018년 영국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규모 전시들이 개최되었다. 이후 동구권의 헝가리와 체코 순회전도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에 소개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은 러시아의 국립미술관인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연해주 미술관 등의 소장품까지 모두 러시아 연방 문화부에 문화재로 등록 관리되고 있는 국보급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러시아는 50년대 이전의 러시아 미술작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반출을 엄격히 하고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혁신적 회화 작품 75점 소개되는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작품으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바실리 칸딘스키가 러시아 활동 시기에 남긴 ‘즉흥’ 시리즈 중 세 점이 전시장을 찾았다.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는 ‘즉흥’, ‘인상’, ‘구성’ 등의 시리즈로 유명하다.
또한,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선구자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대표작을 포함해 입체-미래주의 경향의 작품 2점과 함께 ‘광선주의’와 ‘신원시주의’로 유명한 미하일 라리오노프와 나탈리야 곤차로바의 작품들도 국내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 사진예술과 광고디자인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는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대형 회화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중앙대학교 김영호 교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퇴폐 예술로 낙인이 찍혔으나 50년 뒤에 미니멀아트로 부활한 역설적 창조의 예술 이었다”며 “1910~20년대 러시아의 전위적 예술운동은 한국의 추상미술과 단색화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다.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에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오는 4월 17일까지 진행된다. (관람료: 성인 20,000/청소년 15,000원/어린이 13,000원)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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