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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매년 한국전통문화대학교(총장 김영모)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전공(지도교수 권지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전통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전통회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2020년 ‘도화서 화원들의 B(비)급 전시’와 2021년 ‘화원(花園·畵員)’으로 이어 올해는 지난 26일부터 2월 7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3층에서 ‘화사(畵師)한 날’을 주제로 재학생과 졸업생 67명, 지도교수가 함께 참여하였다.
‘화사(畵師)한 날’은 곧 다가올 화사한 ‘봄날’과 조선 시대에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던 화가인 ‘화사(畵師)’의 중의적 표현으로 ‘화사들이 그린 봄날’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연구를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고자 자신의 길을 간다. 그러나 과거가 없이 미래를 그릴 수는 없다. 인류의 진보는 과거로부터의 시작이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는 단절된 다른 세계가 아니라 늘 두 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싶다. 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한국의 전통예술이 우리의 뿌리라는 가치를 품고, 법고(法古, 옛 것, 옛 사람을 본받다)·의고(擬古, 옛날 풍(風)을 모방)·방고(倣古, 옛 것을 본뜨다)라는 형식을 거쳐 형태뿐만 아니라 정신과 명맥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먼저, 곽선혜 외 11명(3학년 단체作)이 모사한 ‘강진 무위사 극락전 후불벽화(康津 無爲寺 極樂寶 後佛壁畵)’는 가로 119cm, 세로 142.8cm에 달하는 토벽채색으로 다년간의 수련을 통해 얻은 기량을 마음껏 드러내었다.
오지우(재학생)의 ‘궁보(宮褓)’는 조선의 궁궐에서 제작한 물건을 싸는 보자기인 ‘궁보’를 그린 작품이다. 여러 가지 무늬를 그려 장식했기에 인문보(印紋褓)라고도 불리며, 대체로 부귀나 장수와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의 궁보를 창조적인 변형을 통해 물건을 싸던 기능만 부각하지 않고 활짝 펼쳐 그 안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의미가 한층 크다.
조재건(대학원생)의 ‘소소(小小)’는 괴석 안에 작은 풍경을 담았는데, 옛사람들이 괴석을 보며 사유하는 것과 현대인들이 유리병 등에 식물을 가꾸며 소소한 휴식을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작품은 전통과 현대회화의 재미와 구성을 독창적으로 다루었다.
김주현(졸업생)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자 이 세상의 혼란하고 어지러운 일들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려 ‘아미타팔대보살도(阿彌陀八大菩薩圖)’를 그려 내었다.
이 외에도 박지해(대학원생)는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 조선의 사계절을 8가지 장면으로 그린 산수화로 안견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속 금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모사한 ‘초춘(初春)’을, 2학년(노정은, 신윤진, 이경수, 최지혜) 단체작인 ‘십장생도(十長生圖)’는 불로장생에 대한 꿈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더불어 권지은 교수는 짧은 순간 지나가는 꽃의 아름다움을 석채나 금박 등의 강한 금속성 재료로 재창조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그린 ‘화원_화왕(畵圓_花王)’을 김석곤 교수는 임인년을 맞아 호랑이의 용맹스러움과 기품 있는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표현한 ‘맹호도(猛虎圖)’을 선보인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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