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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 2관은 2021년 3월, 《한국인의 일상》에서 《한국인의 일 년》으로 개편, 일 년을 주기로 되풀이된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관 《한국인의 일 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른 세시풍속, 생업과 신앙, 의식주 생활상을 전통 시기와 근현대 시기로 나눠 자료와 사진, 영상을 함께 배치하여 풍속 변화상을 한눈에 읽어볼 수 있다. 여름 ‘더위나기’ 주제에는 전통 시대 부채와 죽부인, 그리고 20세기의 선풍기와 빙수기계가 함께 전시되어 여름철 풍속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겨울의 ‘난방과 방한’ 주제에는 조선 후기의 화로와 20세기의 연탄난로, 석유난로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겨울철 난방기구의 변화상을 이해할 수 있게 꾸며, 전통 시기에 머물지 않고 기억 속의 가까운 과거를 소환하며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경직도 병풍과 이를 입체(3D)맵핑 영상으로 만든 실감형 영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전시장 곳곳은 사계절 풍경 영상을 배경으로 자료와 사진, 자료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장은 민속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연출되었다. 특히 위도띠뱃놀이와 제주 영등굿에 등장하는 ‘띠배’와 ‘배방선’, 동해안의 미역 채취에 쓰이는 ‘떼배’를 전시한 공간은 이들 자료와 바다, 파도를 실감 영상으로 표현해 마치 바다에 떠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추석 차례상은 기존 모형 방식에서 탈피해, 곽종석郭鍾錫, 1846~1919의 『육례홀기六禮笏記』를 바탕으로 제물 진설 모습을 영상으로 연출했다. 또한, 새해 운수를 보는 윷점과 청참聽讖, 설 아침 밖으로 나가 처음 듣는 짐승의 소리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체험 코너도 있다.
체험과 장애인을 배려한 전시 기법
특히, 2관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전시 기법이 다양하게 시도, 각 부의 주제를 설명하는 패널에는 점자를 포함한 촉지도점자 배치도를 함께 배치해 시각장애인의 관람을 돕고 있다. 또한, ‘고써레’, ‘키’ 등의 자료를 입체(3D)프린터로 제작한 촉각 전시물을 배치해 시각장애인이 전시품을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전시품 설명과 사진을 크게 인쇄한 책자를 통해 노인이나 저시력자를 배려했다.
지난날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 년을 떠올리는 전시
2관은 물론 상설전시관에서 가장 볼거리는 전시장 후반부의 실감형 전시관 〈한옥에서의 사계절 풍경과 삶〉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경북 경주 양동마을에서 옮겨온 한옥을 배경으로 주변 벽면에 양동마을에서 현지 촬영한 풍경을 바탕으로 사계절 정취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한국인의 일 년 모습과 의미는 변했지만, 상설 2관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 관통하는 가치를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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