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서울공예박물관은 국가지정문화재 5점을 비롯하여 서울시시정문화재 및 지정추진 문화재 8점, 박물관 측에서 구입한 현대 공예작품으로 구성된 상설전과 기획전으로 꾸며졌다.
먼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꾸며진 상설전은 공예 역사 전반을 다루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예마을>과 함께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박영숙이 서울시에 기증한 컬렉션으로 구성한 직물공예 상설전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로 꾸며졌다.
무엇보다 서울공예박물관의 돋보이게 만든 것은 허동화∙박영숙의 기증컬렉션이다. 이들 부부가 서울시에 무상 기증한 공예품은 무려 4,241건(5,129점)에 이른다. 기증품에는 집중적으로 수집했던 자수병풍, 보자기 등 1천여 점 비롯해 자수공예 및 복식 등 각종 직물공예품, 장신구, 함, 바늘과 같은 침선구를 망라한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41호 <운봉수 향낭>, 국가 민속문화재 42호 <일월수다라니 주머니>, 국가 민속문화재 43호 <오조룡 왕비보> 3건도 포함돼 있다.
강남구 논현동 자리했던 옛 한국자수박물관은 허동화 관장(1926~2018)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으로 칭하며 열정을 다해 운영, 1970년대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자수라는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며 국내외에 명성을 떨쳐왔다. 박물관 설립자이자 허 관장의 부인인 박영숙 원장(1932년생)은 치과를 운영하며 경제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자수박물관은 작은 사립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1개국(영국, 프랑스, 벨기에, 미국, 터키, 독일, 호주, 이태리, 뉴질랜드, 스페인, 일본)에 우리의 여성자수공예문화를 알려왔다. 1만여 명이 관람한 1979년 일본 도쿄 전시 이후 최근까지 해외전시만 55회가 열렸다. 국내 전시까지 포함 하면 총 전시는 총 100여 회가 넘는다.
해외 전시의 경우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의 자수문화에 주목, 공식 초청해 열린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까지 개최한 단독 국외 전시가 31회인 것과 비교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이 거대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1978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서 전통 자수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고자 개최되었던 <박영숙 수집 전통자수 오백년> 전은 개인 소장가로서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청자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두 번째 전시였으며, 당시 15만여 관람객이 다녀가 대성황을 이뤘고, 우리 전통 자수의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획전으로 개관과 함께 과거에서 현재까지 귀걸이의 의미를 조명하는 기획전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을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무형문화재 작품을 전시한 지역공예 기획전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11월 21일까지), 다양한 동시대 공예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10월 24일까지), 故예용해가 쓰고 모은 자료로 보여주는 공예와 기록: <아임 프롬 코리아>(10월 29일까지), 크래프트 윈도우 #2. 공예, 만색晩色(11월 21일까지)가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