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작품의 화면 구성들을 보면 원초적으로 디자인적, 회화적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를 취하는 모습을 화면에 동시에 끌어들여 긴장을 가져다주는 잠재적 기술이 엿보인다. 특히 기법 면에서도 반도체 위에 켜켜이 두텁게 쌓아 올린 겹을 통해 이룬 독창적인 질감의 색과 변화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한 줌 한 줌 모아 작품으로 조형하고 피어나는 인간의 빛과 같은 마음을 전해 받는다.”
반도체와 홀로그램이란 오브제로 “빛”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 박병근 작가에 대한 안재영 미술평론가의 평론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진행한 2021년 광화문 국제 아트 페스티벌(9월 29일-10월 5일)에서 선정한 광화문 아트 포럼 올해의 작가상 수상하며, 올해의 작가전을 진행하고 있는 박병근 작가를 만났다.
앞서 이야기 했듯 박 작가가 반도체라는 어쩌면 예술과는 대칭적인 이미지의 오브제와 홀로그램이라는 소재로 작업을 하는 이유는 과거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내력 때문이다. 두 오브제는 과거 그에게 쉽게 접하던 오브제였으며, 무엇보다 그것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작가를 알게 된지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다. 그 또한 추상 작업을 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디자이너가 어느 날 추상작업을 한다면 조금은 의구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추상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잘나가던 디자이너의 타이틀로 버리고 꿈을 찾아 화가의 길로
박 작가가 디자이너란 타이틀로 버리고 화가라는 직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8년 전이다. “삼성전자와 SK텔리콤의 디자이너로 있다가 디자인 개인 사업을 했다. 당시 사업은 잘되었지만 갑자기 위암이 찾아왔다. 그때 ‘내 어릴 적 꿈이 화가였는데’라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꿈을 찾아 제 2의 길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길을 가게된 것은 당시 와이프(부인)의 내조가 컸었다. 처음에는 ‘꽃’ 그림을 그렸다. 그때 의외로 많은 작품을 팔았다.
박 작가 “처음 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 과거 디자이너 시절처럼 어떤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떤 색을 선호할까?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랜 디자이너 생활에서 오는 그의 습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추상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의 휴대폰에는 지난 삶의 이야기를 그려낸 과거의 구상.일러스트.스케치로 가득했다. 그는 이것은 지금을 위한 기초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작업은 역시 탄탄한 구상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작품의 주제나 작업의 재료는 나의 깊은 내면의 고백이며 직장과 직업 경험에서 나온 창조적인 예술이다.
어느 날 갤러리 대표가 재능이 있지만 구상으로는 더 이상 작가로 성장하기 힘들다며 추상을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상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는 “비구상을 공부하면서 남의 것에서 찾지 말고 내속에서 찾자 싶어서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반도체와 홀로그램을 소재로 하고 자신의 집 주변의 한양도성의 성돌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는 ‘빛이 있으라’는 내가 아프기 전 탐욕과 힘들었던 시기를 넘어 빛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주제로 계속 작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나는 어둠의 세상을 살았다. 치열한 경쟁과 탐욕, 교만 등으로 위암 수술까지 동반한 어둠속에서 살았다. 어둠은 돈이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오직 “빛”으로만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내가 어둠에 살고 있다고 인정할 때 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빛이 나와 함께 함을 인식할 때나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그는 8년 이란 짧은 시간에 화가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그동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도 자신의 작품을 몇 작품을 구매했으며, 미국 유명한 곳과도 현재 작업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말을 아꼈다.
박병근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는 기존의 “빛이 있으라”라는 주제를 확장하여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 한양도성 성돌을 모티브로 한 “빛의 채널”이라는 주제를 오버랩한 작품을 선보였다. 어둠을 깨뜨리는 “빛이 있으라”와 새로운 빛을 세상에 전파하는 “빛의 채널”이라는 2가지 주제를 오버랩하는 최근의 작품 활동으로 작가의 영문이름 parking이 뜻하는 것처럼 빛이 있는 곳 어디든지 주차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밝혔다.
다행히도 그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서 성공의 욕망을 내려놓고 위암을 완치하게 되었다며,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저마다의 “빛”을 발견하기를 소망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