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세대공감,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는 교과서 속 한글 동화 속 친구들 이야기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친구들아, 잘 있었니? – 교과서 한글 동화〉
기사입력 2021.09.27 15:54 조회수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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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단일민족이라는 공동체를 각인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동시대 공통의 정서가 큰 역할을 한다. 단군신화를 비롯한 우리의 역사 속 신화, 그리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에겐 동화라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공통의 정서를 배워간다.

 

의좋은 형제’, ‘흥부와 놀부’, ‘금도끼 은도끼’, ‘혹부리 영감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동화이다. 이들 동화의 공통점은 개인이나 부모의 선택에 의해 알게 된 동화가 아니라 대부분 과거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작품이자 현재의 어린 세대를 넘어 부모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같은 동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효도와 우애,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가치관 형성이라는 교육을 목적으로 배운 작품이기도 하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이 세대를 넘어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통해 어린이가 공동체의 건실한 일원으로 자라나게 함과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길라잡이가 된 교과서의 동화를 전시로 풀어낸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Hi There! How’s It Going? - Hangeul Children’s Stories in Textbooks)>가 지난 5월부터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시는 교과서의 부모세대나 어린이 모두에게 익숙한 한글 동화를 마주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전시장 곳곳에는 이야기의 내용과 교훈의 이해를 돕는 영상과 음원 자료와 열어보거나 굴리고 돌리며 만지는 체험 요소가 있어, 옛이야기를 다양하게 보고 듣고 즐기는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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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표지, 바둑이와철수 국어1-1 (1948) / 국어2-2(1964) / 읽기3-1(1995) / 말하기듣기 3-1(2000) / 국어3-2(2006)

 

 

 

효도와 우애 이야기의 유래를 찾아

전시의 1부에서는 옛이야기를 따라 역사적 기록들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가장 가깝고 평생을 함께하는 관계인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쳐 주는 옛이야기들은 대부분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거의 기록에서부터 유래되어 지금은 교과서에 동화로 실려 있다. 전시에서는 국어 2-2(1964)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유래가 된 충남 예산 효제비(孝悌碑)에 관한 세종실록7권의 기록을 살펴보고, 말하기·듣기 3-1(2000)에 수록된 <금을 버린 형과 아우>의 배경이 된 한강 공암나루(지금의 가양동 일대)를 그린 겸재 정선의 그림(<공암층탑(孔岩層塔)>)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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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좋은 형제> 이야기

 

 

또한, 조선시대에 백성들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나라에서 펴냈던 생활 교과서인 행실도(行實圖)도 소개된다. 숭고한 희생이 수반되는 삼강행실도언해(三綱行實圖諺解)(1581) 속의 효행담과, 국어 3-2(2006)에 실린, 일상에서 부모의 작은 부탁에 정성을 다하는 이야기 <짧아진 바지>를 비교해 보며 물질이 아닌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효도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1부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아름드리나무를 배경으로 한 영상이 펼쳐지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배려를 다룬 동화를 소개한다. 마을 사람 모두의 것인 나무 그늘을 독차지하려 하는 욕심쟁이를 재치 있게 혼내 주거나(읽기 5-2(2013)<나무 그늘을 산 젊은이>), 이웃과 주고받는 말에서 삼가야 할 교훈을 주는(읽기 3-1(1995)<누렁 소와 검정 소>) 옛이야기를 마치 그림책 같은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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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비추는 거울, 교과서로 보는 세상

1부와 2부 사이 심화학습은 교과서를 통하여 시대와 역사를 바라보는 공간이다. 해방 직후 군정청에서 펴낸 최초의 국정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1948)부터 제1~7차 교과과정별 국어 교과서와,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중심으로 한글 정서법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자료가 소개되어 달라진 생활상을 드러내는 교과서 삽화를 비교해 볼 수도 있으며, 한글을 바르게 적는 맞춤법의 변화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동화에서 튀어나온 다채로운 친구들

2부에서는 교과서의 한글 동화에 등장한 뱀과 까치, 호랑이와 토끼의 성격을 이들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과 비교해 보고 있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맹수이자 신령스러운 수호신이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무서운 호랑이에 대한 기록은 태종실록3(1402)의 기사와 190912월 프랑스 신문르 프티 저널(Le Petit Journal)의 삽화에서 찾아볼 수 있고, <호랑이 무늬 베갯모><호랑이 무늬 가마 덮개>에는 호랑이의 기백이 나쁜 기운을 쫓아준다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호랑이는 현실에서는 가장 무섭고 강한 존재이지만, 옛이야기에서는 어리석은 존재로 뒤집어진다.

 

읽기 3-1(1995)에 실린 옛이야기 <토끼의 재판>에서는 영리한 토끼가 악독한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반전을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에 펼쳐진 전래동화 모집 운동으로 수집된 <토끼의 재판>이 오늘날 교과서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구전되던 옛이야기가 한글로 정착되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다듬어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묘지 둘레석의 십이지신상이나 민속극의 <뱀 신 가면>을 보면 뱀은 기괴하게 보여 피하고 싶은 동물인 동시에 신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뱀을 해친 사람이 화를 입는 교과서의 동화 <은혜 갚은 까치>(쓰기 5-1(1991) 수록)와 같은 이야기에서 드러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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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한글 동화는 슬기로운 관계 맺기로 이루는 성장과 삶에 대한 긍정을 담고 있다. 이전시는 시간을 달리하여 배웠던 교과서 속 동화를 통해 옛이야기가 전하는 웃음과 교훈은 물론 부모와 아이들 간 세대를 아우르는 어린 시절 정서적인 연대를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당초 101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1130()까지 연장되어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관람 인원을 1시간당 100명으로 제한되어, 관람을 위해서는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www.hangeul.go.kr)에서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잔여 인원에 한하여 현장 예약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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