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도의 권위에 도전하는 뱅크시의 ‘거리 예술’ 그래피티, 서울을 찾아오다.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 성수동 더서울라이티움
기사입력 2021.08.27 15:34 조회수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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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비밀스러운 활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영국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지난 20일부터 성수동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선보이고 있다.

 

하위문화로 취급받던 거리의 예술’, 스튜디오라는 환경에 안착

공공 도로·건물·공중 화장실의 벽 등 비어있는 벽에 그리는 그림을 총칭하는 그래피티(graffiti) 아트는 이제 공공전시장에서도 전시할 정도로 대중적인 작품이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한강으로 이어지는 일명 토끼굴 등 야외에서 그래피티 작품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반달리즘vandalism)가 처벌의 대상이라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는 실내공간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로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다.

      

20세기 들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이해도보다도 빨리 예술의 한 장르로 편입되어 수많은 거장들을 탄생시키며 이제는 미술관에서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주류 장르가 되었다. 

 

그래피티를 이제 현대미술의 한 장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야외에 공간에 그려지던 예술이 실내에 전시를 목적으로 판넬이나 액자 속에서 만나는 작품을 과연 그래피티 아트라고 불려지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는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팝아트와 크게 구분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낙서를 뜻하는 그래피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현대미술보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특성상 오랫동안 공공의 미관을 어지럽히는 하위문화로 취급받으며 예술의 한 장르로 바라보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게 예술의 장르에 포함이 되었지만, 21세기 변화된 환경 속에 무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더 이상 과거처럼 공공적인 장소에 몰래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그래피티를 드러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제도의 권위에 도전

그럼에도 뱅크시가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것은 그의 작품들이 가진 예술적 미학은 아닐 것이다. 그래피티가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사랑받게 된 풍자와 저항의 메시지, 그것을 지금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뱅크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93년 벽에 손으로 낙서를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것이 그를 유명세로 이끈 것은 아니다. 바로 그의 작품이 가지는 풍자와 메시지다. 미학적인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 아티스는 많지만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비꼬는 듯한 기발함과 은밀함을 지닌 그래피티를 설치예술과 접목시켜 선보이는 작품은 물론 예술의 상업성을 꼬집는 행위일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비단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영역을 넘어 2010년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다큐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를 통해서도 전시 예술의 상업성을 꼬집으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이 작품은 베를린 영화제에 초정되었으며, 국내에도 개봉되었다.)

 

뱅크시는 작품만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대중에게 알려진 뱅크시라는 이름은 가명으로 로버트 뱅크스가 본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1974년 영국 브리스톨 출생으로 추정만 될 뿐 현재도 얼굴을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2010타임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그의 일화는 다양하다.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잠입해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해두고 도망가기도 했는데 며칠 동안 사람들은 그게 가짜인지 몰랐다고 한다. 2018105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그의 대표 소재라 할 수 있는 풍선과 소녀140만달러(15억원)에 낙찰되자마자 저절로 파쇄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매 진행자가 낙찰봉을 내려친 순간 그림의 캔버스천이 액자 밑으로 내려오며 세로로 잘려나갔다. 뱅크시는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밝히면서 몇 년 전 그림이 경매에 나갈 것을 대비해 액자 안에 몰래 파쇄기를 설치했다파괴하려는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파쇄된 그림에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 있다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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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and Balloon, 2004

 


2003년에 열린 전시회 영역 다툼 Turf War에서 살아 있는 돼지의 몸에 그림을 그렸다.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에드워드 호퍼의 유명 작품들을 패러디한 모조품 전시를 특징으로 삼아 2005년 런던에서 열린 원유 Crude Oils라는 전시회에서, 그는 살아 있는 쥐 200마리를 풀어놓았으며, 2005년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테이트 미술관을 비롯한 뉴욕 및 런던에 있는 대형 미술관에 숨어 들어가 벽에 그의 작품들을 걸어놓는 도둑 전시를 하기도 했다.

 

2006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창고에서 있었던 전시회거의 합법적이지 않은 Barely Legal에서는 살아 있는 코끼리에 벽지와 같은 페인트를 칠해 전시 공간에 세워놓았으며, 2006년 영국 브리스틀에서 그는 공공 가족계획병원 담장에 창틀에 매달려 있는 나체 남성을 그려 노란이 되기도 했지만 지역민들은 투표를 통해 그 벽화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이처럼 뱅크시는 작품은 좌파와 우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 모두의 정치적·예술적 제도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스스로를 질 높은 예술 파괴자로 표현한다.

 

낙서의 생명력은 은밀함과 신속성으로 담아낸 메시지

낙서가 지금은 그래피티라는 이름으로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아 공개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전에 낙서의 생명력은 역시 은밀함과 신속성이다. 특히 사회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그 방법에는 역시 스텐실 기법이 최적일 것이다.

 

스텐실, “글자를 찍는다는 의미의 옛 프랑스 어인 에스텐세라에서 유래된 판화 기법의 일종으로 원하는 무늬를 두꺼운 종이나 필름에 옮겨 그려 칼로 오려 낸 후 천이나 종이, 나무 등에 올려놓고 물감(스프레이)을 사용해 찍어 내는 것.

 

뱅크시의 작품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유의 스텐실 기술로 어두운 유머와 그래피티를 결합, 전 세계 도시의 거리, , 다리 등 공간, 소재에 구애 받지 않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쥐와 경찰관 같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들에 대한 독특한 도상학(iconography)을 개발,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반권위주의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참신한 그의 작품 속에는 반권위주의적 메시지가 담겨 있어 그를 반사회적 예술가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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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ing Copper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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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use I am woethless, 2004

 

 


서울을 찾은 뱅크시의 그래피티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

이번 서울을 찾은 <아트 오브 뱅크시(The Art of Banksy - Without Limits)> 전은 20161월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암스테르담, 멜버른 등 유럽과 호주 11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하고 서울에 상륙한 전시로, 전시의 테마는 뱅크시의 작품과 메시지를 중심으로 각 도시의 특성에 맞게 일부 큐레이션을 달리하여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투어 전시의 테마는 디즈멀랜드이다.

 

디즈멀랜드‘Dismal(음울하다)’디즈니랜드를 합쳐 이름 붙여진 우울한 놀이공원이라는 뜻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슬로건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디즈니랜드를 풍자하기 위해 뱅크시가 만든 테마파크다. 베들레헴에 위치한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과 더불어 뱅크시의 가치관이 물리적으로 집약된 장소로 유명하다.

 

20158월 잉글랜드 서머싯주 웨스턴슈퍼메어에서 단 5주 동안 한정적으로 운영된 디즈멀랜드는 신데렐라 성을 무너져 내리는 모습의 연출과, 사고로 인해 뒤집힌 마차 밖으로 튕겨져 나온 신데렐라의 모습을 파파라치들이 쉴 틈 없이 플래시를 터트리고 취재하는 모습(다이애나 왕세자비 사고를 풍자한 작품), 인어공주가 있을 것 같은 물가에 난민이 탄 보트를 전시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상이 꼭 꿈과 환상만으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님을 보여주면서 15만여 명의 방문자는 물론 3000만개 이상의 트윗과 86500개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1100여 개의 유튜브 영상이 만들어질 만큼 등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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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뱅크시의 디즈멀랜드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지만,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디즈멀랜드는 당시의 전시와는 다른 새로운 연출로 재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지폐, 카탈로그, 풍선, 난민 보트 등 150여 점의 다양한 소품과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서울전시는 뱅크시가 오랫동안 전하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특히 150여 점은 투어 중 가장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전시는 내년 26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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