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추상미술의 거장, 김기린 화백 별세

기사입력 2021.08.19 17:09 조회수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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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서울문화인] 원색의 강렬한 모노크롬(단색)화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재불화가 김기린(金麒麟, 1936-2021)이 지난 812일 목요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향년 86세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기린은 50년 화업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평면에 대한 자각이었다. 또한 그는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을 자신의 지각 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작품을 보는 행위를 그림과의 단순한 조우를 넘어서는 일종의 명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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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Guiline_Untitled_73x91cm_oil on canvas_1967

 

 

처음에 점을 찍게 된 것은 복잡하고 형상이 많은 이 세상에서 그림을 볼 때, 마음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점은 시작일수도, 끝일 수도, 또한 선도 되고, 형태도 되고, 그 안에는 시간도, 생각도, 흔적도 있습니다.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떨쳐버리고 붓과 내 손의 단순한 움직임으로 색을 캔버스에 올려놓았을 때, 점 하나 하나가 다 같은 듯 다른 느낌 일 때 마치 우리 인간이 다 다르듯이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조용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김기린

 

1936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난 김기린은 어린 시절 비행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력이 약해 문학을 공부하게 된다. 시를 쓰면서 시 문학을 계속하고 싶던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과 졸업하고, 프랑스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Saint-Exupéry, 1900-1944)에 대해 더 알고 싶어 1961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그림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프랑스 17세기 회화 전문가인 자크 튈리에(Jacques Thuillier, 1928-2011) 교수와 주위 친구의 격려로 프랑스 디종에서 첫 개인전(1965)을 열었다. 그해 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Beaux-Arts)에 들어가 로저 카스텔(Roger Chastel, 1897-1981)의 지도를 받았다. 이후 1968년까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다닌 후, 1971년에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The Arts-Décoratifs)를 졸업했다.

 

작가 활동 초기인 1960년대 전반기, 그는 어린 시절에 꾼 꿈에서 영감을 받은 구상적인 작품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 고향의 기억과 그리움은 그의 작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회화의 깊이를 살리기 위해 평면을 다차원적으로 탐구했다. 1960년대 중후반 제작한 작품에는 가장 한국적이라는 흑, , , , 녹에서 뽑아낸 색채의 독특한 배치가 도드라진다. 1970년대 김기린은 단색이나 다른 두 색으로 사각형 안의 사각형을 그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을 발표했다.

 

작가의 이러한 탐구는 순수한 색채의 창으로 구현된 단색 회화 연작으로 이어졌다. 이 연작에서 화면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점은 무한히 변화하며 미묘하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캔버스의 틀을 초월하는 듯하다. 1980년대에 작가는 사각의 캔버스 안에 작은 사각형과 그 안의 달걀형 점을 기본단위로 한 평면 모노크롬 회화 <안과 밖> 연작을 심화시켰다. 1990년대에 화려한 원색을 사용하여 이원적 관계에 대한 확인 작업을 보여 주었다. 2016년 갤러리현대에서 그간 공개되지 않던 1960년대 작품부터 2000년대 발표한 작품을 아우르는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재조명을 받았다.

 

김기린은 50여 년간 1990년 프랑스 니스 이티네레르 화랑, 1989년 파리 자크 바레르 화랑, 파리 릴리안느 미셀 뒤랑-데세르 화랑, 2017년 리만머핀 뉴욕 등에서 해외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품을 소개하였으며, 국내에서는 2006년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 현대미술로의 초대 서울대학교 미술관 개관전을 비롯하여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추상회화 1958-2008, 2011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대구미술관 개관전, 기가 차다, 2011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대구미술관 개관전, 기가 차다, 2012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단색화, 2013년 서울 북서울미술관 장면의 재구성 #1 Scenes vs Scenes, 2014년 부산비엔날레 세상 속에 거주하기, 2015년 경기도미술관 친절한 현대미술 II 추상은 살아있다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현재 김기린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현대미술관, 프랑스 디종 디종미술관, 프랑스 파리 시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의 컬렉션에 소장되어있다. 유족은 부인 민병수 씨와 사이에 11녀가 있다. [권수진 기자]

 

 

 

 

 

 

[권수진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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