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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뮤지컬 <판>(작:정은영/작곡:박윤솔/원안연출:변정주, 협력연출:송정안)이 7월 27일부터 다시 한 번 관객들과 함께 신명나는 ‘판’을 펼친다.
뮤지컬 <판>은 2015년 정은영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가 제작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20분가량의 공연에서 출발했다. 2017년 3월 CJ 문화재단의 신인 공연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마인즈리딩’을 통해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고, 같은 해 12월 창작공연 발굴을 위한 국립정동극장 프로젝트 ‘창작 ing’에 선정됐다. 또 탄탄한 줄거리와 시원한 풍자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베스트 리바이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재공연 무대를 가지는 뮤지컬 <판>은 19세기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 ‘달수’가 전기수(전문적으로 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버는 직업)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인 매설방(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의 주인 ‘춘섬’과 전기수가 읽어주는 소설을 필사하는 ‘이덕’이 등장해 극을 이끌어간다.
극은 전통연희 양식과 서양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국악 퍼커션과 함께 대금 등 우리 소리를 기반으로 스윙, 보사노바, 클래식, 탱고 등 서양 음악 요소를 추가해 색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여기에 양주별산대놀이, 꼭두각시놀음, 판소리, 가면극 등을 활용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풍자와 해학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며,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담았다.
뮤지컬 <판>은 초연 때부터 당시 상황에 적절한 시사성 있는 대본으로 공연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 새로운 재미를 안겼는데 이번 공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상이 반영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렸다. 온 나라에 역병이 퍼져 외출이 자유롭지 않다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담았다. 또 주막에 들어가기 위해 인증을 하는 등 코로나19 속의 일상을 무대 위에 녹여냈다.
공연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시대를 앞선 주체적인 여성캐릭터 춘섬과 이덕이다. 주막을 겸한 매설방의 주인으로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총명한 여성 춘섬과, 이야기를 읽는 전기수를 위해 소설을 필사하는 진취적인 작가 지망생 이덕은 여성의 삶에 제한이 많았던 조선시대에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작품 속 등장하는 최초의 여자광대 이야기와 김생과 영영의 사랑을 그린 영영전은 고전 속 여성을 바라보는 달라진,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관객들이 전기수의 이야기에 말과 박수로 추임새를 넣으며 배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갔던 지난 공연과 달리, 아쉽게도 이번 공연에서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박수만 가능하지만 전기수는 관객에게 이야기의 주제를 여럿 제시하고 이를 직접 선택하도록 유도, 전기수는 관객들이 선택한 주제로 즉석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2018년 공연 당시 박윤솔 작곡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현대의 뮤지컬 음악으로 풀어가면서, 달수와 호태가 전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금과 바이올린이라는 새로운 편성으로 국악적인 느낌을 살린 색다른 음악을 들려 줄 예정이다.” 라고 전했으며, 정은영 작가는 “사회적 금기를 ‘이야기’로 넘어선 전기수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서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극의 해설자인 ‘산받이’ 역할을 제외한 전체 더블 캐스팅으로 총 13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초연 배우인 김지철, 류제윤, 김지훈, 최유하, 김아영, 박란주, 임소라 배우와 산받이 최영석이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원종환, 최수진, 류경환, 이경욱, 김지혜 배우가 새로 합류하면서 기존 배우들과의 색다른 케미를 보여준다.
3년 만에 돌아와 코로나19 속에서도 관객들과 신명나는 ‘판’에서 함께 어울리며 현실을 극복하는 힘과 용기를 선사할 준비를 마치고 관객을 맞이하는 뮤지컬 <판>은 오는 9월 5일까지 총 48회(화~금 19:30, 토~일 14:00, 18:00) 진행된다. (문의: 국립정동극장 02-751-1500) [권수진 기자, 사진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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