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와 근현대미술이 시공과 장르를 넘어 한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기사입력 2021.07.22 17:31 조회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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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1999-19, 전통암채기법의 강서고분벽화 청룡도>, 1999, 종이에 채색, 90.9×116.7cm, 개인소장

 

 

 

 

- 근현대미술과 문화재의 유기적 관계 고찰로 한국의 미 재조명

- 국보, 보물 등 문화재 35점, 근현대미술 130여 점, 자료 80여 점 전시

 

 

[서울문화인] 박물관과 미술관은 과거, 그리고 현재의 그 나라의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자 전통 계승의 요람이다. 우리의 국립박물관, 미술관 역시 가장 큰 기능이라면 우리의 역사가 문화가 녹아든 아름다운 옛 문화재와 예술작품을 미래의 후손에게 훼손되지 않고 물려주는 기능과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그것을 선보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현재 박물관에도 다양한 회화작품을 만나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세기를 기준으로 이전의 회화는 박물관에 이후의 작품은 미술관에서 보관, 관리하고 있어 한 전시 공간에서 이 미묘한 시간의 벽을 넘어 한 공간에서 그것도 장르를 넘어 만날 수 있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이런 관념을 깨고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 자리에 모아 한국의 미를 조망하고 있는 이 전시는 조금은 특별한 전시라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전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박물관의 문화재와 미술관의 미술작품을 서로 마주하고 대응시켜, 시공을 초월한 한국미의 DNA를 찾고자 하였다.”, 또한 “근대의 미학자인 고유섭, 최순우, 김용준 등의 한국미론을 통해 한국의 대표 문화재 10점을 선정하고, 전통이 한국 근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과 의미는 무엇인지 바라보고자 하였다.”고 밝혔는데 한국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 자리에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기획이다. 거기에 이번 전시는 문화재와 현대미술작품의 상호 연관성으로 시공을 초월하여 서로 마주하고 대응시키고 다른 듯하지만 씨줄과 날줄과 같이 엮이고 상호성을 가진 작품을 찾아서 구성한 연출은 과거에는 만나볼 수 없었던 아주 획기적인 연출이자 결코 쉽게 펼쳐낸 전시가 아니다.

 

전시 작품 또한 수많은 기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토기, 도자, 불상, 한국화, 유화, 사진, 공예, 서예, 조각, 미디어 작품 등 문화재 35점(국보물 포함)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총 97명의 작가의 근현대 작품 130여 점과 8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DNA(Dynamic & Alive Korean Art)

전시는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이자 근현대 미술가들의 전통 인식에 이정표 역할을 해온 네 가지 키워드, ‘성(聖, 신성함과 이상적 Sacred and Ideal)’, ‘아(雅, 우아함과 간결함 Elegant and Simple)’, ‘속(俗, 장식적과 세속적 Decorative and Worldly)’, ‘화(和, 동적과 복합적 Dynamic and Hybrid)’를 중심으로 각각의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우리는 이런 키워드를 모른다 할지라도 우리의 DNA가 충분히 이를 인지할 수 있다.

 

1부 ‘성(聖, Sacred and Ideal)’, 종교적 성스러움과 숭고함의 가치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종교적으로 이상주의적 미감이 근대 이후 우리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어떤 형태로 발현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과거 동서양 예술의 핵심은 종교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먼저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천상 세계에 대한 염원을 담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대표하는 강서대묘江西大墓(7세기경)의 사신도四神圖와 함께 1990년대 이숙자李淑子(1942-)가 그린 <청룡도靑龍圖> 마주하게 된다. 이어 우리의 고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석굴암을 비롯한 불교미술과 고려청자, 단청의 미학이 근대에 예술가에게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살펴봄과 동시에 현재 각각의 예술의 발광체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비춰 주는 반사체가 되어 주고 있음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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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대묘 현무 모사도>, 고구려 6세기 말~7세기 전반(1930년 모사), 종이에 채색, 238×31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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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진, <미륵불>, 1935(1999년 주조), 브론즈, 높이: 11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고구려<강서대묘 현무>는 이숙자의 <1999-19, 전통암채기법의 강서고분벽화 청룡도>에서 통일신라<녹유귀면와>(국립경주박물관 소장)는 박생광의 <창>의 모티브가 되고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은 김복진의 <미륵불>로 조선 <분청사기 인화문 자라병>의 점화무늬는 김환기의 추상회화 속에서 시대를 뛰어넘어 드러난다. 또한, 이중섭의 <봄의 아동>에 보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고려시대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에 보이는 동자들의 문양을 평면적으로 펼쳐 놓은 듯한 구도와 청자의 음각 기법처럼 보이는 새긴 듯한 윤곽선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전통이 가진 DNA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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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수, <수렵도>, 1961, 종이에 채색, 217x19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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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아(雅, Elegant and Simple)’,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

‘아(雅)’는 순수함이나 무(無)의 조형성과 연결된다, 이것은 순백의 아무런 무늬가 없는 달항아리의 비완전성·비정형성과도 통하며, 자연을 실견하고 거기에 동화되어 그려진 겸재의 진경산수화, 생각과 마음을 지적(知的)으로 그려 내려 한 추사의 문인화도 아(雅) 미학 추구의 결과들이다. 이러한 문인화와 한국의 무위자연의 서툰 졸박미(拙朴美)의 정수가 깃든 백자가 만들어 낸 전통론은 실제 1970~1980년대 한국의 단색조 추상 열풍과 백색담론으로 이어졌다는 측면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 공간에서는 해방 이후 서구 모더니즘에 대한 반향으로 한국적 모더니즘을 추구하고 국제 미술계와 교류하며 한국미술의 정체성 찾기에 고군분투했던 화가들의 비정형의 미감이라는 차원에서 추구되었던 한국적 표현주의 작품과 연결 지어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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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조선의 백자는 시대를 넘어 현재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빌게이츠재단에서 구매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매료되고 있다. ‘달항아리’라는 명칭은 김환기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는 달항아리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이건희켈렉션’에서 그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를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조선의 백자와 달항아리가 현대 작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있는지 또한, 겸재의 진경산수는 윤형근, 이철량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 되었는지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순우가 김환기에게 보낸 연하장에는 김정희의 제자 허련許鍊(1809-1892)이 그린 김정희의 초상과 <불이선란도>의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어 당시 미학자와 화가가 공유했던 김정희에 대한 애호와 이후 개진된 문인화 지속의 원인을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이 엽서의 소장자가 이른바 단색화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윤형근(1928-2007)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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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묵란도>와 <최순우가 김환기에게 보낸 연하장>, 18.2×26.8cm, 개인소장

 

 

 

 

3부 ‘속(俗, Decorative and Worldly)’, 대중적이고 통속적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라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취향이나 문예 작품을 가리킨다. 조선 시대 풍속화와 민화는 이러한 미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대표적으로 김홍도의 풍속화와 신윤복의 미인도가 어떻게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전통으로 자리매김하였는지, 근대 이후 화가들에게 어떤 의미로 내재화되어 그들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더불어 ‘속’은 대중을 위한 불교를 추구했던 조선 시대 불교회화의 정신 및 미감과도 통한다. 조선 시대 감로도나 시왕도 등은 당대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며 고달픈 삶의 모습을 반영하는데, 이러한 면모들은 1980년대 민중미술에도 계승되어 강렬한 채색화가 유행하는 데 기반이 되고 있음을 살펴보는 동시에 서양미술과 조선 및 근현대 주류 미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현주의적이고 강렬한 미감이 추구되던 장식미(裝飾美)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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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불상>, 1971, 목조, 높이: 45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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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문상의 청향, 1973, (우)김홍도, <경직풍속도 8폭 병풍>, 조선 18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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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1978, 종이에 채색, 46.5x42.5cm, 개인소장, (우) 정우성의 단군일백이십대손지상, 2000

 

 


김홍도의 《경직풍속도 8폭 병풍》와 풍속화의 현대화를 추구한 이종상의 1963년 작 <장비裝備>와 신윤복의 <미인도>는 천경자, 장운상, 장우성의 여인과 비교하며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되었는지 또한, 민화의 소재인 까치호랑이, 책거리, 십장생, 문자도 그리고 불교미술이 김기창 오윤, 장욱진, 권진규 등 근대 작가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 되었는지를 확인하면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민화속의 호랑이는 20세기 근대 민화에 이어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재탄생된 모습 등을 통해 한국적 미가 그 표현의 방법은 달라도 그 생명력은 아직도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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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의 관음보살상,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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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상, 화랑연무도,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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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호랑이>, 조선 후기, 종이에 채색, 93×60cm / <제24회 88서울올림픽 포스터>, 호돌이 디자인: 김현, 1983, 84.1×59.4cm, 개인소장 / 이만익 <안녕> 1989

 

 

 

 

4부 ‘화(和, Dynamic and Hybrid)’, 대립적인 두 극단의 우호적인 융합

동아시아 전통 미학에서 ‘화(和)’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 차이를 존중하는 조화를 통해 통일에 이름을 뜻한다. 공존할 수 없고, 지향도 다른 것으로 여겨지던 고대의 문화재와 현대의 미술이지만 오히려 서로를 비추고 공존해야 함을 화(和)의 미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모하는 한국미술의 달라진 시대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작가로 백남준白南準(1932-2006)을 빼놓을 수 없다. 백남준의 <반야심경>은 문짝에 새겨진 서구의 문명 텔레비전 수납장 안에 브라운관을 빼내고 동양사상의 결정체인 불상을 넣어 감상자로 하여금 이를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마주하게 한다. 또한, 신라금관(보물 339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전통이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헌정 되는지를 통해 한국적 미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모하던 현대 미술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변화되어 녹아들었는지 그 변화를 통해 과거와 한국적 미학이 현대의 미학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융합되어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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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반야심경>, 1988, 혼합재료, 133(h)x50.6x94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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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약수곡 석불좌상 불두>, 높이: 50cm, 너비: 35cm,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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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달빛왕관_신라금관 그림자>, 2021, 유리부표, 황동, 철, 24K 금박, 나무 3D프린트 조각, 진주, 유리, 자개, 131.7(h)×65×66.4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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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 <오마주 2021-Ⅱ>, 2021, 특수 한지에 UV출력, 연필, 350x830cm, 개인소장 / 이 작품은 약 100년 전 과거 한국인들의 모습을 가로 830센티미터, 높이 350센티미터의 거대 화면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일제강점기 유리건판에 근거하여 약 1,000장의 사진들 가운데 함경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을 고르게 선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전체가 모인 듯한 성비(性比)로 균형을 맞춰 배열했다. 한국미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재원, 오세창, 전형필, 고유섭, 최순우, 진홍섭, 황수영, 김원용, 최완수, 한석홍, 나혜석, 윤이상, 백남준 등 이미 사라진 수백 명의 실존 인물들을 소환, 역동적으로 현재와 대면토록 하고 시공을 뛰어넘는 삶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이번 전시가 ‘성聖·아雅·속俗·화和’라는 의미를 기준으로 한국미를 대표하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을 통해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DNA가 녹여져 융합되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가 아닌가 싶다.

 

한편, 이 특별한 전시와 더불어 전통미술과 근현대미술 연구자 44명이 참여, 한국미를 대표하는 문화재 10점을 중심으로 공동의 연구주제로 풀어낸 650페이지 분량의 도록에는 전통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에 대한 근현대미술의 반응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연구한 48편의 칼럼과 논고는 전시 못지않은 한국미술의 귀중한 데이터가 아닐까 싶다.

 

전시는 10월 10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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