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미술관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좋은 작가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기능과 더불어 젊은 작가를 발굴하여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선보이는 《젊은 모색》이 그러한 예이다.
지난 5월 28일(금)부터 MMCA 과천에서 선보이는 《젊은 모색 2021》전은 MMCA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출발, 20회 차를 맞이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젊은 모색》전은 말 그대로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이를 계기로 한국 미술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20회 차를 맞이하지만 2020년에는 진행하지 못했으며, 2019년 진행한 19회 차(타이틀, 액체 유리 바다)는 5년 만에 부활하여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약 400여 명의 신진 작가들이 소개되었으며, 대표적으로 1989년 이불, 최정화, 1990년 서도호, 2000년 문경원, 2004년 이형구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MMCA 학예연구사들의 연구, 추천 및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선정된 이번 《젊은 모색 2021》전에 참여하는 신진 작가는 강호연, 김산, 김정헌, 남진우, 노기훈, 박아람, 배헤윰, 신정균, 요한한, 우정수, 윤지영, 이윤희, 최윤, 현우민, 현정윤 등 30대 젊은 작가 15인이다. 이는 최근 10여 명 이내로 선보여 온 것에 비해면 소개되는 작가가 크게 늘어났으며, 그만큼 장르도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사진, 영화, 도예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가 선정, 총 140여 점의 신작을 포함하여 총 160여 점을 통해 최신 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젊은 모색 2021》은 1층 1, 2 전시실의 신진 작가 전시와 중앙홀의 《젊은 모색》 4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로 구성되었다. 먼저1 전시실에는 강호연, 김정헌, 우정수, 윤지영, 노기훈, 배헤윰, 남진우, 현우민 8명의 작가의 작품이 2 전시실에서는 이윤희, 박아람, 김산, 신정균, 요한한, 최윤, 현정윤 7명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1 전시실 : 강호연은 과거 레코드숍을 연상케 하는 시티팝과 서울 야경 이미지를 통해 팬데믹 이전 한국 사회의 호황기를 청각적, 시각적으로 회상하게 한다. 김정헌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적 체계로서의 에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토템과 같은 조각 작품으로 드러낸다. 우정수는 대중문화 속의 산사태라는 재난 이미지를 통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을 회화로 재현한다. 윤지영은 팬데믹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극도로 자의식이 과잉되어가는 현대인의 상황을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통해 보여준다. 노기훈은 자신의 고향이자 산업화를 상징하는 도시인 구미의 청년 세대를 통해 산업구조의 변화로 과거와 변해가는 고향 구미이 모습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담하게 담아낸다. 배헤윰은 색면 추상 회화를 통해 회화 매체의 근본을 탐구한다. 남진우는 대형 웹툰을 연상케 하는 입체 회화에는 영웅과 괴물 오징어의 전투를 재현, 선과 악의 이분법적 전형을 전복 한다. 현우민은 재일교포 3세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시작된 지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2 전시실 : 이윤희는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욕망과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치유의 여정을 떠나는 소녀의 서사를 백자와 채색 도자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박아람은 밤거리를 주행하는 듯한 감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 작업을 제시한다. 김산은 고향인 제주의 아픈 역사와 자연적 특수성을 사회적 풍경이라는 주제 하에 담아낸다. 신정균은 재난에 맞설 대비책으로 본능적 몸의 감각이 요구되는 현시대의 상황을 곡예사가 등장하는 영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재현한다. 요한한은 세상과 소통하는 표면으로서의 피부와 연관된 촉각적 감각들을 북을 이용한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등의 다매체 작업으로 재현한다. 최윤은 텅 빈 전시장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영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현정윤은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각들이 펼치는 연극무대와 같은 설치 작업을 통해 제시한다.
1 전시실과 2 전시실 사이 중앙홀에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시는 특별히 올해 40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이는 전시로 《젊은 모색》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향후 이어가야 할 가치와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모색해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로 꾸며져 19회까지의 《젊은 모색》전 도록과 기사 등 자료 및 주요 출품작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AR 프로그램, 그리고 참여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인터뷰 영상은 《젊은 모색》의 역사 및 미래의 방향성, 그리고 젊은 작가들을 위한 메시지 등으로 구성, 각 시기별 인터뷰 참여자는 1980년대 오광수(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용익(1981년 제1회 전시 참가), 서용선(1985년 제5회 전시 참가), 1990년대 최은주(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현 대구미술관장), 김선두(1990년 제6회 전시 참가), 구본창(1992년 제7회 전시 참가), 2000년대 이추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문경원(2000년 제11회 전시 참가), 양아치(2004년 제13회 전시 참가)이다. 아카이브 전시 디자인과 구성은 《젊은 모색 2013》에 참여했던 다운라이트 박재영 작가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젊은 모색》 40주년 기념하여 진행하는 《젊은 모색 2021》전은 9월 22일(수)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