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최근 10여 년 동안 가장 많이 소개된 사진전을 꼽으라면 내셔널지오그래픽(4회), 라이프 사진전(3회), 퓰리처 사진전(3회)이 아닐까 싶다. 이 중에 내셔널지오그래픽가 자연을 테마로 하고 있다면 라이프나 퓰리처는 저널리즘 사진전이라는 점에서 결을 같이한다. 이와 같은 저널리즘 사진전으로는 AP, 로이터, AFP 등의 사진전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소 한 차례는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6년 만에 찾은 퓰리처 사진전에는 코로나19로 많은 전시기획 업체가 힘들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전시장에는 줄을 서서 관람할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몰렸었다. 그리고 올해는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았다.
이번 라이프 사진전은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으로 시작으로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세 번째 사진전으로 ‘더 라스트 프린트’라는 주제로 선보이고 있는 전시이자 라이프에서 기획된 세 가지 주제의 마지막 전시이다.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라이프 사진전
그런데 이전 두 번의 전시에 비하면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해 많은 관람객이 찾은 퓰리처 사진전은 영화로 예를 든다면 ‘라이프’展은 한 영화사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라면 ‘퓰리처’展은 영화의 아카데미 수상작을 소개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그렇다고 라이프지의 아카이브의 사진이 뒤떨어진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먼저 바로 이번 전시의 소재가 ‘일상의 포착’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전시장을 가장 많이 찾는 젊은 층에게 크게 기억되지 못하는 인물의 일상에서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크게 공감되고 기억되는 역사적인 장면의 사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그 한 장의 사진이 가지는 역사적인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점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아쉬움은 이전에 소개되었던 사진들이 중복되어 소개된다는 점이다. 이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동안 세 차례 전시에서 내내 그런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기억에만 의존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이전 두 차례의 전시에 소개된 일부 사진을 비교해 보았는데 많은 사진이 중복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여기에 또 일부 사진은 ‘퓰리처 사진전’을 통해 소개되었던 사진이라는 것이다. 명화는 물론 다시 봐도 그 감흥이 새롭다. 이는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직관에서 느낄 수 있는 색감과 질감이 있다. 그러나 사진은 질감을 느낄 수 없어 직관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시간성과 공간성이다.
미디어의 다양화와 온라인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가 바로바로 공유되며, 또한 정보를 쉽게 검색하여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라이프’지 1000만 장의 아카이브에서 100여 장의 사진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사진전에서 많은 사진이 이전 전시에서 소개된 사진을 선보인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피카소’ 전에 엄청난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는 이 전시가 ‘피카소’라는 명성 때문에 관람객이 찾는 것일까? 아니다 이번 ‘피카소’전은 이전에 간간이 소개된 피카소의 작품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피카소라는 거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관람객의 눈높이는 굉장히 높다. 과거 그 브랜드만 보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에 몰렸다. 그리고 대표작 한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확인하며 눈높이가 높아진 지금 더 이상 브랜드와 과거의 성공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관람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품격 높은 작품, 새로운 컨텐츠가 되어야 관람객의 마음과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