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를 대표하는 또 다른 공예품 ‘나전국화넝쿨무늬합’ 1점 일본에서 돌아오다.

고려 나전칠기 1점 지난해 12월 귀환, 국내 처음 자합 형태 나전합 보유
기사입력 2020.07.02 16:59 조회수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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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서울문화인] 북송 황제 휘종(재위 1100-1125)이 고려에 파견한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 방문 이후 저술한 『고려도경(高麗圖經)』(1123)에 ‘극히 정교하고(極精巧),’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라고 저술한 것이 있다. 우리가 흔히 고려를 대표하는 예술품을 꼽으라면 고려청자와 고려불화를 꼽는다. 그럼 서긍이 정교하고 솜씨가 세밀하다고 밝힌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고려를 대표하는 고려 나전공예품을 일컫는 말이다.

 

 

좌, 극정교 언급 부분(권제15 부분), 우, 세밀가귀 언급 부분(권제23 부분).jpg
좌, 극정교 언급 부분(권제15 부분), 우, 세밀가귀 언급 부분(권제23 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7월 2일 2시 고궁박물관에서 고려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나전합’) 1점을 공개하는 언론공개회가 있었다. 이 나전합은 지난 12월 일본의 한 소장가로부터 환수하여 국내로 들어와 과학조사를 마치고 첫 공개를 가지는 자리였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의 문화재적 가치는 희소성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 약 22여 점으로, 완형은 약 15점이 남아있다. 국내에는 총 6점이 남아있는데 고려 나전칠기 완형은 국내에 단 2점(경함 1점, 불자 1점) 뿐이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미국, 일본)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에서(대영박물관에 손상된 1점, 국립중앙박물관에 일제강점기 출토품 2점이 불완전한 잔편으로 소장), 유일하게 매입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매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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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대모국당초문삼엽형합_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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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전'에 공개되었던 나전국당초문경함_영국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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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모란넝쿨무늬경전함_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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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대모칠국화넝쿨무늬불자_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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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모란문모자합, 고려시대,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의 위임을 받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이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지난해 소장자와의 협상에 임하여 이뤄낸 값진 성과다. 또한,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더욱 뜻 깊다. 언론공개회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도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고려나전칠기합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는 말로 이번 ‘나전합’의 환수에 기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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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환수된 ‘나전합’은 길이 10㎝ 남짓에 무게는 50g의 크기다. 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대모(玳瑁, 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을 이용한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뚜껑과 몸체에 반복되는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무늬로,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배치되며 유려한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다.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 안쪽에 안료를 칠하여 앞면에 비쳐보이도록 하는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시켜 만든 문양)으로 촘촘히 장식되었다. 또한,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기물의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문양 요소가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유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작방식과 사용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구축을 위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를 통해 이번 유물의 비파괴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나전합’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무로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木心漆器)라는 점,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의 몸체를 만든 점, 몸체는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후에 측벽을 붙여 제작된 점 등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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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합 과학조사_X-선투과조사 및 CT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지난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로 공개되면서 그 소재를 파악하게 되었다. 환수된 ‘나전합’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되어 올해 하반기에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20.12.22~‘21.3.7)’에서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14년 만에 다시 모습을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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