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 권세진, 진희란 ‘감각기억’

(재)한원미술관, 《감각기억 Sensory Memory》
기사입력 2020.06.19 16:21 조회수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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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지난 2010년부터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젊은 한국화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해온 ()한원미술관이 올해 11회를 맞아 권세진은 사진을 통해서 기억 속의 감정과 시간성을 표현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권세진 작가와 전통채색화 기법에 기반하여, 주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鳥瞰圖)의 시선으로 산을 오르내린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를 회화로 기록하고 있는 진희란 작가를 소개하는 감각기억 Sensory Memory전을 진행하고 있다.

 

권세진, 진희란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적 감정과 경험, 기억 등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그들이 재현해낸 풍경은 기억의 잔상 속에서 의미와 상징성을 탐색하는데 몰두하며, 작가 자신은 혹은 자신과 연결된 다양한 상황들을 스크랩하듯 그들이 지나온 풍경에 대한 기억의 회상 또는 조합을 통해 경험된 시간이 내재하고 있는 가치들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권세진 작가에게 사진은 그의 작업에서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도구이자 작업을 이루는 중추적인 매체로서 작용한다. 개인적 관심사와 경험의 관찰에서 재발견된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이를 디지털 편집 과정을 거쳐 정사각형 크기의 조각으로 해체한 뒤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재조합한 조각그림을 그려낸다. 특히 일상의 틈에서 마주한 사소한 풍경과 기억을 수집하고 전통적 화법을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특유의 시각적 접근법으로 도식화된 풍경을 그린다.

 

사진을 중심으로 시작된 그의 일련의 작업들을 시기별로 정리해보면, 흐려진 풍경(2014) 시리즈는 작가의 유년기 시절 졸업앨범을 통해 기억으로만 존재했던 환영을 수집한다. 선명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각색되고 탈색이 되듯, 종이에 아크릴 물감을 묽게 만들어 여러 겹 칠하는 작업과정을 거쳐 붓질의 흔적들을 통해 흐릿해진 기억과 마주한다. 전통채색화 기법을 응용한 -풍경(2016) 시리즈는 하천 주변에 조성된 길을 따라 발견한 돌의 풍경을 소재로 하여 종이에 먹을 칠하고 부분적으로 겹겹이 쌓인 먹을 지워나가며, 다시 그 안에 색을 채우는 방식으로 종이에 안료가 흡수되는 강도와 번짐의 정도에 따라 밀도 있는 화면을 선보인다.

 

 

권세진_작은 연못, 종이에 먹, 과슈.jpg
권세진_작은 연못, 종이에 먹, 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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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_바다를 구성하는 741개의 드로잉_종이에 먹, 190×390cm, 2020 (each 10×10cm, 741pieces)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조각그림(2017) 시리즈는 작가가 매일 작업실을 지나가면서 보는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여 내면의 감성을 투영한 작업이다. 그는 수십 장에 달하는 작업량을 제약된 시간 내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종이의 크기를 10×10cm의 규격으로 고안하였다. 디지털 편집으로 그리드(Grid) 된 사진은 다시 종이에 옮기는 과정에서 먹으로 채워진다. 이때, 우연히 발생한 먹의 흔적은 정적인 순간이 동적으로 변해가는 시각적 변화를 일으키며 번짐과 겹침의 과정을 거쳐, 한국화 특유의 깊고 묵직한 농담을 구현한다. 이렇게 그려진 여러 장의 조각그림은 한 장 마다 시간의 단층을 드러내며 순간이 아닌 회화가 가지는 지속성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island drawing 2020-풍경(2016)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그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관조적 태도로 평범한 서울 도심의 하천 풍경을 예리하게 주시하며, 마치 작은 산수처럼 보이는 형상들로 탈바꿈시킨다. 그렇게 그가 도림천(道林川) 주변의 수풀 사이에서 발견한 풍경들은 시적인 은유나 사색이 담긴 새로운 형상의 내러티브로 전개된다.

 

진희란은 전통채색화 기법에 기반하여, 주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鳥瞰圖)의 시선으로 산을 오르내린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를 회화로 기록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일상과 어떤 시공간적 거리감을 가졌는지 그 간극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는 극명하다. 자연을 관망하거나 그 기운을 누리고자 하는 것. 진희란은 전통산수화의 명맥을 잇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산천을 진경(眞景)으로 그려내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산수화는 실재의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지만 동시에 상상된 자연을 구현한다.

 

진희란은 산수화를 해석하는 태도와 형식, 그리고 작업에 대한 의미와 방향성을 고민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산을 경험하며 내가 직접 보았던 것, 책이나 지나가는 사람이 전해준 그 지리에 관한 전설, 현장을 보고 떠오르는 추상, 산에 어우러진 산장과 법당 등의 사람들이 오간 흔적 등을 그려 산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나의 이야기를 한다.”(작가노트 발췌, 2020). 그의 작업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마치 산속 일대를 거닐고 있는 듯하다. 작업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생동감은 아마도 답사를 통한 곳곳의 절경들을 채집해 옮긴 덕분일 것이다.

 

진희란은 북한산을 비롯한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우리나라의 명산을 오르내리며 그때의 시간과 함께 부유했던 다양한 감각과 감정들을 수집한다. 그는 당시의 현장성을 감각하고 기억하되, 스케치해온 풍경과 그곳에서 받은 여러 감흥을 회상하며 정리된 기억을 재구성하였다.


 

진희란_뱀사골6경, 순지에 수묵담채,75×33cm, 2020 (6ea).jpg
진희란_뱀사골6경, 순지에 수묵담채, 75×33cm, 2020 (6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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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란_백록담,순지에 수묵담채, 90×192cm, 2018

 

 

  

이번 전시에서는 지리산을 답사한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 실재와 기억 속의 풍경이 공존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지리산 뱀사골의 높게 솟은 산봉우리와 거친 암벽, 그리고 수직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거친 협곡의 풍경들을 그린 뱀사골길(2020)은 산자락 아래 드리운 운무를 사이에 두고 기암괴석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등산객들이 계곡을 끼고 길게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는 모습, 비탈진 바위계곡 아래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들은 당시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듯하다. 이처럼 진희란의 산수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정신적 소통의 매개체로서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하는 주관적인 풍경으로 치환된다.

 

전시는 731()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일·월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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