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2부, 실험미술의 거장들과 동시대 미술 조망

기사입력 2020.06.15 16:20 조회수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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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가 50주년을 맞이하여 선보이는 특별전 2부 전시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2부는 지난해 시작된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그리고 《현대 HYUNDAI 50》의 1부에서 갤러리현대와 반세기를 함께 한 한국 동.서양화의 거장들을 조망했다면 이번 2부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들과 갤러리현대에서 소개되었던 해외 작가, 한국 동시대 미술을 이끌어가는 작가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였던 한국 작가 16명(팀),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으로 꾸며졌다.

 

1980년대는 갤러리현대가 ‘세계화’의 비전을 전시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반영한 시기로 1981년 해외 유명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1987년 한국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한국미술을 국제무대에 알렸고,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해외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바로 이곳에서 출발, 전시가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들 한자리에

먼저 본관에서는 이승택, 곽덕준,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등 한국의 실험미술가를 한자리에서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현대가 주목한 다섯 작가는 한 장르나 특정 사조에 포섭되지 않는 전위적 작품 활동을 펼쳐 왔다. 이들의 작품에는 자연과 인공, 삶과 예술, 물질과 관념, 전통과 혁신, 실재와 환영 등 미술사를 가로지르는 첨예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박현기, 무제, TV 시소, 1984.jpg
박현기, 무제(TV 시소), 1984/2016

 

 

다섯 작가가 미술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중반은 한국의 ‘실험미술’이 꽃 핀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 입체, 오브제, 설치, 개념미술, 이벤트,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대지미술 등 장르와 매체의 넘나드는 놀라운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미술사적으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이룩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2013년 이승택의 <고드랫돌>(1958)과 2016년 이건용의 퍼포먼스 사진 <장소의 논리>(1975)는 테이트미술관에 소장되었고, 2018년 박현기의 대표작인 <무제(TV돌탑)>(1978)는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하였다.

 

본관 전시장에서 관객을 처음 맞는 작가는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이승택(1932-)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비조각(non-sculpture)’이라는 자신만의 핵심 개념을 담은 전위적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에 소개되는 <무제>(1982)는 ‘비조각’ 개념은 물론 작품이 놓이는 환경에 관한 작가의 관심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40여 년 만에 공개된 작품이다.

 

한국과 일본 미술계에서 활약한 곽덕준(1937-)은 1960년대 말, 석고, 호분, 수지 등이 들어간 독특한 회화로 미술계에 데뷔했지만, 1970년대부터는 사진, 이벤트, 영상, 퍼포먼스, 판화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한 작업을 발표하며 활동의 폭을 넓혀갔다. 전시 출품작 <오바마와 곽>(2009)은 그가 1974년부터 지속한 ‘대통령’ 시리즈와 영어 신문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반복’해 인쇄하고, 동일한 보도 사진을 다르게 가공해서 한 화면에 ‘반복’적으로 배열한 <반복> 연작, ‘계량하는 것이 계량되고 있는’ 넌센스한 상황을 유머러스한 개념미술의 언어로 풀어낸 계량기 작품 <2개의 계량기와 돌>을 선보인다.

 

박현기(1942-2000)는 돌, 나무, 흙과 같은 자연의 물질과 TV, 거울, 유리와 같은 인공의 물질을 병치하거나, 자연 풍경을 담은 영상을 건축적 설치와 결합하는 등 관념적인 비디오 아트의 세계를 구축했다. 제1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1979)에 출품한 <무제(TV돌탑)>과, 작가가 들고 있는 모니터의 기울기만큼 화면 속 물도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도록 연출한 퍼포먼스 기록 사진 <물 기울기>, 한지에 오일 스틱과 연필을 사용해 낙서처럼 선을 수없이 긋거나 자신의 작품과 수집한 골동품 일부를 그려 넣은 <무제> 연작을 선보인다.

 

이강소는(1943-)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실험미술 움직임을 주도한 작가로 갤러리현대는 2018년 이강소 작품 세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1970년대의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개인전 《소멸》에서 선보였던 갈대를 석고와 시멘트로 고정해 실내에 전시한 설치 작품 <여백>(1971), 화랑을 주막으로 변신시키는 <소멸(선술집)>(1973), 파리비엔날레에서 호평을 받은 닭 퍼포먼스 <무제‒75031>(1975) 등 한국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표작품들의 기록 사진을 비롯해 세리그래피 작업을 처음 소개하고 있다.

 

이건용(1942-)은 한국 실험미술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 연작 <신체 드로잉>과 관련 기록 사진, 회화를 하나의 ‘환영’으로 해석해, 천에 주름을 만들어 물감을 뿌려 주름의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팽팽하게 펴서, 그림을 ‘환영’ 그 자체로 다시 제시하는 <포(布)-주머니>(1974), 작가가 소장한 귀중한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현대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해외 작가

신관 전시장은 현대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해외 작가와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등 한국 동시대 미술가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1층 전시장에는 지그재그를 그리는 12개의 네온 빛이 공간을 재정의 하는 프랑스와 모를레의 <Prickly π Neonly No. 2, 1=3°>와 밤하늘의 무수한 별자리가 한 장의 지도처럼 화면에 쏟아지는 이반 나바로의 아름다운 신작 <Constellations>을 선보이며, 크기가 다른 색색의 사각형이 수직 줄무늬 위에 섬세하게 배열되어 부유하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양면성-11>(1981), 붉은색 외부와 파란색 내부의 극적인 대비 효과가 돋보이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AMOUR>(1998), 일상의 단어와 오브제의 이미지를 감각적 색감과 재조합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Untitled>(2010) 연작, 다양한 클립과 매듭 형태를 확대하고 선으로 구획된 화면을 화려한 색으로 채운 사라 모리스의 추상화 <1980(Rings)>(2009)가 꼬리를 물 듯 전시장에 시각적 리듬을 형성하고 있다.

 

 

  
(앞)토마스 사라세노.jpg
(앞)토마스 사라세노, PDS 70 c/M+M, (뒤)문경원 & 전준호, 이례적 산책 II_황금의 연금술, 2018, 싱글채널 HD필름, 13분 49초, 철조각, 모니터, 290(h) x 230 x 180cm

 

 

 

중국 동시대 미술의 ‘힘’을 상징하는 아이 웨이웨이와 쩡판쯔도 이번 전시에 참여하였다.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중국 장인의 전통적 가구 생산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아이 웨이웨이의 나무 조각 <무제>, 중국의 급속한 현대화가 불러온 빛과 그림자가 투영된 쩡판즈의 대표 연작 <풍경>과 <가면> 연작을 선보이며, 이 외에도 온 카와라는 ‘날짜 그림’ 연작과 백만 년의 과거와 미래를 책의 형식으로 묶은 <One Million Years>를 갤러리현대와의 협업으로 북한을 방문해 평양의 풍경을 포착한 토마스 스트루스 대형 사진,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가는 프레드 샌드백의 실조각, 구름 형상과 유토피아적 미래의 공중 도시 개념을 결합한 토마스 사라세노의 설치, 전통적 미술 재료인 나무와 대리석으로 모더니즘의 유산에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라이언 갠더의 작품은 관객을 동시대 미술의 매력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이반 나바로, Constellations.jpg
이반 나바로, Constellations, 2020, LED 조명, 나무 상자, 거울, 원웨이거울, 100.5 x 189.5 x 16.5cm

 

 

동시대 한국미술의 스펙트럼을 확인하다.

2부에서는 갤러리와 성장한 한국 작가 16명(팀)의 대표작과 신작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1층 중앙에 놓인 문경원 & 전준호의 <이례적 산책_황금의 연금술>은 일본 가나자와의 어느 빈집과 한국의 자동화된 식물 공장을 교차시킨 시적인 영상과 부산에 버려진 폐선박의 잔해를 결합한 대형 영상설치작품이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동시대적 삶의 조건을 성찰하는 작품으로 테이트 리버풀의 개인전에 출품한 이후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전통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풀어낸 강익중, 김민정, 이슬기의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익중은 작가가 일상에서 깨달은 지식과 지혜를 3×3인치의 정사각형 나무판에 한 문장으로 담은 텍스트 작품을 거대한 달항아리 형상으로 조합한 <내가 아는 것>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그림은작은창이다’, ‘사장이착하면직원들도착하다’, ‘사랑은바람으로전해진다’, ‘아무리긴시간도지나면순간이다’ 등의 문장은 한 편이 경구와 같다. 현재 광화문광장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형 설치 작품 <광화문 아리랑>이 설치되어 있다.

 

 

2부.jpg

 


랑겐 파운데이션, 힐 아트 파운데이션 등 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 미술계에서 더욱 주목받는 김민정은 향과 초를 사용해 태운 색색의 한지를 화면에 세심하게 배열해 완성한 <The Street>을,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이슬기는 공예와 구술문화, 동시대 미술의 연관성을 탐구하며 통영의 누비 장인과 협업한 <U: 쥐 죽은 듯>과 <U: 나비의 꿈>, 자연 속 나무 뒤에 캔버스가 있는 것처럼 회화적 장면을 연출한 이명호의 ‘나무’ 연작, 방호복을 소재로 제작된 거대한 흰 꽃이 천천히 피고 지는 것처럼 보이는 최우람의 대형 신작 <One(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을 비롯하여 유근택, 도윤희, 박민준, 김성윤의 회화 작품은 구상과 추상, 재료와 기법, 형상과 사유, 우연과 계획, 픽션과 리얼리티,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등 동시대 회화의 폭넓은 이슈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부 전시는 오는 7월 19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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