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기산을 통해 100년 전 조선의 일상과 마주하다.

조선시대의 서민들의 삶을 가장 많이 그려낸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 특별전
기사입력 2020.05.20 16:49 조회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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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낸 그림을 일반적으로 풍속화라 일컫는다. 조선시대에는 다른 어느 때 보다 풍속화가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특히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풍속화가 가장 융성하게 발달하였다. 풍속화는 기준을 좁은 의미로는 궁궐이 아닌 민간의 생활상을 다룬 그림으로 한정하여 사인 풍속도(士人風俗圖)와 서민 풍속도(庶民風俗圖)로 나눌 수 있다. 사인 풍속도는 사대부의 생활상을 그린 것으로 수렵도, 계회도, 시회도, 평생도 등의 주제로 유행하였다면 서민 풍속도는 일반 백성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다룬 것으로, 풍속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궁중에서도 임금이 정치의 참고 자료로 삼기 위하여 서민 풍속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참고로 여인들의 생활이나 자태를 그린 미인도(美人圖)도 서민 풍속도에 속한다. 미인도는 원래 궁중 여인들을 그린 사녀도(仕女圖)에서 연원한 것으로 조선 후기에는 기생을 비롯한 신분이 낮은 여인들을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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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도 10폭 병풍_일재 김윤보,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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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_風俗圖, 야연(野宴),가두매점(假頭買占)_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우리가 풍속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나 혜원 신윤복(申潤福, 1758〜?)을 떠올린다. 또한 이 두 화가는 조선시대 그 어느 화가보다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럼 두 화가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들이 그려낸 풍속화는 산수화처럼 그림을 보는 깊이가 없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의 산수화는 대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려낸 풍속화는 다른 화가들의 풍속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서민들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해학적으로 담아내었다는 점에서 더 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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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씨름, 활쏘기, 무동, 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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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필 행려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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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보, 《형정도첩》중_〈북지워 조리돌리다〉, 〈북지워 조리돌리다〉, 개인소장

 

 

그럼 단원이나 혜원만이 풍속화를 그려왔을까. 그렇다면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달려가 보자. 오래전부터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실 한켠에 단원의 그림과 유사한 조선시대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풍속화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비록 단원의 솜씨에는 크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주변의 풍경은 생략한 채 오로지 당시 생활상을 표현한 그 그림의 작가는 바로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였다. 그러나 그 몇 작품으로 그를 판단했던 것은 나의 무지였다고 밝히고 싶다.

 

국립민속박물관, 기산을 통해 100년 전 조선의 일상과 마주하다.

20일(수)부터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그 기산의 작품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전시《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 생몰년 미상)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화가로, 부산의 초량을 비롯하여 원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활동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작품인 『텬로력뎡』(천로역정, 天路歷程)의 삽화를 그렸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왜 기산의 풍속화로 이번 전시를 열었을까. 앞서 밝혔듯 기산의 그림은 예술적으로는 분명 단원이나 혜원에 미치지 못하여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화가이지만 그는 생업과 의식주,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전 분야의 풍속을 그려내어 미술사, 민속학 등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왜 그에 대해서 알 수 없었던 것일까 그가 그려낸 1,500여 점은 당시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려나가서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되어 있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이 외국에 소장되어 있는 것은 시산의 그림 그리는 방식이라 말한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당시 한국을 찾은 서양인들의 주문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아마도 당시 이름난 화원들이 그려낸 작품은 그 수량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눈에 비쳐진 이국적인 조선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기에는 부족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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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풍속화

 

 

 

186 점의 기산의 풍속화, 우리를 18세기 조선으로 이끌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생소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국제간 교류가 쉽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를 뚫고 박물관을 찾은 작품은 대다수가 해외 소장처의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주목되는 그림은 독일 MARKK 소장 기산 풍속화 79점(원본: 71점, 복제본: 8점)과 외교관이자 인천에 세창양행(世昌洋行)을 설립한 상인인 에두아르트 마이어(Heinrich Constantin Eduard Meyer, 1841~1926)가 수집한 61점(이상 舊(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은 그림 주제가 다양한데다가 대부분 인물과 배경이 함께 그려져 있어 예술적·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이 그림은 우리나라를 떠난 지 126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것으로, 전체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한국 최초이다. 이처럼 기산이 120여 년 전 그려낸 조선의 풍경의 채색이 현재까지 그대로 살아 있어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기산 풍속화는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 소장품(모사본) 87점, 독일 MARKK(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품 79점, 국립민속박물관 소장본 28점 등 총 186점이다. 프랑스의 국립기메박물관 소장품은 87점이 전시되는데, 원래 기메박물관 소장본은 170점으로 알려져 있다.

 

기메 소장품을 전체적으로 분류하면, 생업 28점(농업12, 상업16, 수공업29, 기타7), 사회생활 29점(형벌, 교통 운송, 과거, 천민 등 다수), 의식주 31점(의생활19, 식생활8, 주생활4), 일생의례 17점(상례 다수), 놀이와 여가 21점, 전문예인 8점, 세시풍속 11점, 종교와 신앙 10점 등이다. 대체로 생업, 사회생활, 의식주, 일생의례, 놀이, 세시, 민간신앙의 전 분야에 고루 나타난다. 일생의례에서 상례가 다수를 차지하며, 전문예인에서 탈춤이 상세하지만, 기녀에 대한 그림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그림들은 당시 조선을 여행한 프랑스 샤를 바라(Charles Louis Varat, 1842∼1893)에 의해 수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MARKK(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은 79점이 전시되어 모든 작품이 전시되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분류하면 생업 15점(농업 3, 상업 3, 수공업 9), 사회생활 18점, 의식주 29점(의생활 19, 식생활 8, 주생활 2), 일생의례 6점, 놀이와 여가 17점, 전문예인 16점, 세시풍속 6점, 종교와 신앙 5점 등이다. 여기에는 일부 중복 분류도 포함되어 있다. 수공업은 각종 장인들 위주이며, 의식주에서는 의생활이 다수이다. 소장품의 특징을 보면, 의식주, 놀이, 전문예인(기방), 종교(불교) 분야가 중심이다. 그런데 생업이 적고, 사회생활의 과거시험⋅천민생활, 일생의례는 매우 드문 편이다. 그 그림들은 독일인 마이어(H. C. Eduard Meyer, 1841~1926)가 운영하던 인천 세창양행을 통해 수집되었다. 마이어는 독일 함부르크 출신으로, 1884년 인천 제물포에 개설한 마이어양행의 지점인 세창양행을 통해 독일, 네델란드 등지의 유럽으로 기산 풍속화를 반출했다.

 

 

시장(독일 MARKK).jpg
시장(독일 MAR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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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밥 먹고(독일 MARKK)

 

 

 

국립민속박물관 소장본 28점 또한, 2019년 수집한 그림으로, 놀이와 세시 7점, 생업 6점, 의생활 5점, 종교 2점, 일생의례 4점, 사회생활(형벌과 행차) 4점 등 전부 28점에 이른다. 대체로 독일 MARKK(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나 덴마크 코펜하겐박물관 그림과 일부 유사하고, 그 외에 여러 나라의 기산 그림과 유사성이 있다. 다른 지역의 기산 풍속화와 비교해 구도에 있어 좌우, 인물 숫자, 일부 행위가 바뀌는 정도이다. 그런데 일부 눈에 띄는 작품도 있다. <실 뽑고 베틀짜기> <원본 화제 이하 동일>(도판번호 대체!)는 독일, 프랑스, 러시아 소장품을 종합한 형태로서, 다른 지역 것보다 다채로우며, <신부 신행>(도판번호 대체!)은 덴마크, 독일 소장품과 유사하나, 가마 지붕에 호피가 없고, 좌우에 2인의 후행 인물이 추가된 것이 특이하다. <실타레 만들기>(도판번호로 대체!)는 덴마크 소장품과 유사하나, 인물이 더 많고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 이번에 전시되지 않았지만, 덴마크 국립코펜하겐박물관, 오스트리아 비엔나박물관, 러시아 국립모스크바동양박물관, 캐나다에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준근의 장가가고(위), 시집가고(아래), 국립민속박물관 -1.jpg
김준근의 장가가고(위), 시집가고(아래),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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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_장가가고(위), 시집가는 모양(아래), 독일 MAR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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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 풍속화 세계 분포도

 

 

기산 풍속도의 유형분류.

-대분류(380종류) / 중분류(380종류)

-생업(111) / 농업(21), 상업(30), 수공업(43), 광업(4), 어업(6), 수렵(3), 축산(4)

-사회생활(54) / 교통⋅운송(8), 교육⋅과거(10), 양반관리(6), 형벌(15), 의술(1), 하층민생활(14)

-의식주(71) / 의생활(40), 식생활(20), 주생활(11)

-일생의례(27) / 혼례(8), 상례(15), 제례(3), 잔치(1)

-놀이, 여가(36) / 기원적놀이(4), 두뇌개발형 놀이(8), 신체단련형놀이(5), 겨루기형놀이(4), 내기성놀이(4), 오락과 여가(11)

-연희(40) / 재인광대패(15), 탈놀이패(9), 기녀(16)

-세시풍속(16) / 정초(2), 상원(5), 청명과 한식(2), 단오(3), 여름세시(1), 추석(1), 겨울세시(2)

/종교(25) / 무속(8점), 마을신앙⋅점복⋅풍수(7점), 불교(10점)

 

기산의 그림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작품이 있어 전체를 본 사람은 없을 정도라 한다. 위 분류는 2006년 당시 파악된 1,400점 중에 외국 소장본 7곳, 한국 소장 1곳, 8곳의 709점을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정형호(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1부 01.jpg

 

이번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는 1, 2부로 나눠 기산의 풍속화를 살펴보고 있다. 먼저 1부 ‘풍속이 속살대다’(속살대다: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자꾸 이야기하다)에서는 사람과 물산(物産)이 모이는 시장과 주막, 그 시장에서 펼쳐지는 소리꾼, 굿중패, 솟대장이패의 갖가지 연희와 당시 일상 생활품(갓, 망건, 탕건, 바디, 짚신, 붓, 먹, 옹기, 가마솥)을 만드는 사람들, 글 가르치는 모습, 과거(科擧), 현재의 신고식과 유사한 신은(新恩) 신래(新來), 혼례와 상·장례 등의 의례, 널뛰기와 그네뛰기, 줄다리기와 제기차기 등의 세시풍속과 놀이, 주리 틀고 곤장 치는 혹독한 형벌 제도 등 등 기산의 풍속화가 우리를 18세기 조선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 작품 중 독특한 점은 한 공간의 순간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달리하는 장면을 한 공간에 담아내었다는 점이 이채롭다.

 

 

행상하는 모양(국립민속박물관).jpg
행상하는 모양(국립민속박물관)

 

 

또한, 그림 가운데 ‘그네뛰기’, ‘베 짜기’처럼 주제가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인물과 구도의 풍속화, 예물 보내는 모습부터 친영 행렬, 초례, 신부 행렬에 이르기까지 혼례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2부 01.jpg

 

 

영상 01.jpg

 

 

2부 ‘풍속을 증언하다’에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기산 풍속화와 그 속에 등장하는 기물(器物)을 통해 변하거나 변하지 않은 민속의 변화상을 찾아보고 있다. 그림 속에는 사라진 기물도 있고, 모양과 재료, 사용 의미가 변했지만, 기능이 남아있는 것도 있으며, 형식은 바뀌면서 여전히 의식이 이어지는 의례도 있다. ‘수공업(갈이장이, 대장장이)’, ‘식생활(맷돌, 두부, 물긷기), ’놀이(바둑, 장기, 쌍륙), ‘연희(삼현육각, 탈놀이), ’일생 의례(혼례)‘, ’의생활(모자, 다듬이질), ‘사회생활(시험, 합격)’의 7개 주제를 중심으로 기산 풍속화, 사진엽서, 민속자료, 영상을 통해 쇠퇴하거나 변화하고 지속하는 민속의 특성을 소개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풍속을 그려낸 달력이나 연하장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의 발전으로 놀이 문화가 변하면서 급격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나 우리의 DNA는 여전의 그것을 품고 있다. 비록 현재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모습들이지만 이번 국립민속박물관의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특별전은 시대의 변화로 잊고 있던 우리의 문화(민속)의 DNA을 다시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시라 하겠다. 전시는 오는 10월 5일(월)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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