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노랫말을 통해 살펴보는 우리 대중가요 100여 년 역사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기사입력 2020.05.18 13:31 조회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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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음악(音樂)은 소리를 재료로 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 보존 및 표기는 시각적인 매체인 악보, 또는 문자를 사용한다. 가사가 존재하지 않는 음악도 있지만 대중가요에는 반드시 가사가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가수와 그 노랫말을 기억을 하여도 그 노랫말을 만들어낸 작사가를 기억하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가수가 직접 노랫말을 쓰는 경우도 드문 경우는 아니다.

 

우리의 대중가요의 초창기에는 노랫말을 전문적으로 짓는 작사가가 따로 있었다기보다는 당대의 문인이나 예술가들이 노랫말도 함께 쓰는 식이었다. 노랫말을 가요시’, ‘노래시라고도 불렀을 만큼 시가 곧 노랫말이고 노랫말이 곧 시가 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우리의 대중가요의 역사에서 대중가요 앨범이나 가수가 아닌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를 지난 15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그간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가 열렸지만, 대중가요 앨범이나 가수가 아닌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로 알려진 <낙화유수>(1929)부터 진정성 있는 노랫말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BTS)<IDOL>까지 총 190여 곡의 대중가요 노랫말과 더불어, 각종 대중가요 음반가사지노랫말 책축음기 등 총 206222점의 전시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장은 1노랫말의 힘’, 2노랫말의 맛으로 구성되었다. 1노랫말의 힘에서는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약 100여 년에 이르는 대중가요 노랫말의 변화와 각 시기별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2노랫말의 맛은 대중가요 노랫말에 담긴 말과 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외국의 노랫말을 번안하여 새롭게 쓴 우리의 노랫말부터 시로 쓴 노랫말까지 다양한 언어문화적 주제로 노랫말의 맛을 느껴 보고, 평범한 일상의 언어가 아름다운 한 편의 노랫말로 태어나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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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의 노랫말은 대중을 위해 생산되고 대중에 의해 소비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와 정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서 다뤄지는 소재와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다.

 

<낙화유수>는 본래 무성 영화 <낙화유수>(1927)의 주제가였다. 무성 영화에서 극의 진행 및 등장인물의 대사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변사(辯士) 김서정(金曙汀, 1898~1936)이 곡과 노랫말을 지었는데,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어 1929년 정식으로 음반이 발매되었다. ‘강남 달이/밝아서/임의 놀던 곳’, ‘물망초 핀/언덕에/외로이 서서와 같이 각 행의 글자 수를 맞춰 시 같은 느낌을 준다. 음율에 맞춰 앞 구절과 뒷 구절을 띄어쓰기 없이 한 덩이처럼 적거나, ‘물에 ᄯᅳᆫ’, ‘ᄭᅢ울 ᄯᅢᄭᅡ지처럼 오늘날 사용되지 않는 표기 방식을 사용하는 특징도 볼 수 있다.

 

사공의 뱃노래 감을 거리며 삼학도 파도깊이 숨어드는 때로 시작되는 <목포의 눈물>1935년 초 오케레코드사가 개최한 전국 향토 찬가모집에서 당선된 것이다. 겉보기에는 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관한 노랫말로 읽히지만, 이 노랫말의 진가는 2절에 숨어 있다.

 

삼백연 원안풍은 노적봉밑에 임자최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임그려 우는마음 목포의노래

 

2절의 삼백연(三栢淵) 원안풍(願安風)은 본래 삼백년 원한 품은이었다. 이는 노래가 만들어진 1935년으로부터 삼백 년 전 무렵에 일어났던 임진왜란(1592~1598)을 암시한 것이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역시 화자가 사랑하는 연인이기보다는, ‘조국의 광복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어로 이해되면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우리말의 표기와 발음을 미묘하게 변형한 노랫말로 민족의 설움을 달래 주었던 <목포의 눈물>은 음반 발매 당시 5만 장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1920년대부터 1945년 이전까지는 식민 지배 아래에서 대중이 겪은 설움과 울분을 비유적인 단어들로 표현하는 시 같은 노랫말이 유행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로 알려진 <낙화유수>(1929)와 일제의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노랫말을 수정한 <목포의 눈물>(1935) 등이 대표적이다.

 

1950년을 전후로 한 시기에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위로한 <단장의 미아리 고개>(1957년 추정)와 미8군 쇼 등을 통해 들어온 이국적인 지명과 리듬을 섞은 <늴리리 맘보>(1957) 같은 노랫말이 인기를 얻었다. 1960~70년대에는 도시의 화려한 성장과 이상을 표현한 <임과 함께>(1972),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오는 소외감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고향역>(1972) 노랫말이 동시에 유행하기도 하였다.

 

1970~80년대에는 포크송과 발라드가 유행하면서 <아침이슬>(1971)처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이거나 <사랑하기 때문에>(1987)처럼 서정적인 노랫말이 대중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1990년대 이후 대중을 대상으로 한 문화적 표현이 한층 자유로워지고 한류, K-pop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노래가 주목받게 되면서 노랫말의 주제와 성격도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를 사랑하고 를 표현하라는 자존감과 정체성을 강조한 노랫말들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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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전시의 기획을 위해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 26천 여 곡의 노랫말에 사용된 단어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 시대를 불문하고 노랫말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말, 사람, 눈물, 마음, 가슴, 세상 등의 단어가 상위 빈도 단어가 들어 있었다. 이에 전시장에서는 사랑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 19곡을 믹싱하여 소개하고 있다. 믹싱한 노래는 노랫말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연출 영상 및 조명과 함께 즐기도록 하였다. 또한 전시장 끝에는 노랫말에서 계절감이 듬뿍 느껴지는 <처녀총각>(1934), <해변으로 가요>(1970),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1966), <겨울아이>(1980) 16곡을 믹싱하여, 사계절의 변화를 담은 우리나라 명소들의 사진과 함께 제공한다.

 

더불어 박물관 2층 카페(카페)DJ박스를 설치하여 전시 기간 동안 매일(11:00~16:00) 추억의 음악다방을 운영한다. 평일에는 1970~90년대 애창곡 30곡을 선정하여 틀어 주고, 주말휴일(12:00~15:00)에는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틀어 준다. 음료와 함께 신청곡을 즐기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전시와 관련된 노랫말 문제 풀이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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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전시에는 박남정의 <사랑의 불시착>(1988), 주현미의 <짝사랑>(1989), <잠깐만>(1990) 등을 작사한 이호섭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시장에는 작사가 지명길(최진희 <사랑의 미로>(1984), 혜은이 <파란나라>(1985), 이지연 <난 사랑을 아직 몰라>(1987) 등 작사)과 이호섭이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노랫말과 삶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삶의 노랫말, 노랫말의 삶영상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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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이호섭(좌)

 

 


노랫말의 100여 년 역사 한 자리에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018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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