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20세기 또 다른 역사의 사관, 문학으로 바라본 혼란기 서울의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문학 속 서울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 展」
기사입력 2020.05.13 17:06 조회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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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고대 역사의 기록자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인 서기들의 몫이었다. 중세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특정한 집단, 지식층에 의해서 역사가 기록되어 지고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록유산이 아니더라도 유형의 유물이나 무형의 구전이나 관습을 통해 유추하기도 한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서 역사의 기록자는 특정한 지식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역사의 기록자가 될 수 있어졌다.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할 수 있는 집단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역사의 정사, 야사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조선 시대에는 당파로 인한 폐단이 있었다면 20세기 왕조가 무너지면서 찾아 온 일제강점기, 해방을 했지만 이념으로 조국이 다시 나눠지고 그 속에서도 갈등은 계속되었다. 조선 시대 당파는 정치권의 분쟁이었다면 이제 국민적 분쟁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아직 유효하다보니 우린 근대사를 기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기록한 문학가들이 있다.

 

최근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졌던 당시 역사를 역사학자나 정부의 기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그 시대의 서울과 서울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서울은 소설의 주인공이다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올해 한국전쟁 70주년과 4·19혁명 6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하는 전시인 만큼 해방과 한국전쟁과 4·19혁명, 그 순간을 포착한 24명 작가들의 문학작품 27편을 통해 해방에서 4·19혁명까지의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있다. 동시에 관련 유물 500여 점도 함께 전시되어 역사성을 더하고 있다.

 

해방의 감격과 분단의 아픔, 혼란이 가득했던 서울

전시는 역사의 시간의 순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이전, 해방의 감격과 분단의 아픔, 혼란했던 서울의 모습을 시()를 통해 만난다. 해방의 기쁨을 박종화의 시 대조선의 봄으로 느껴보고 그 기쁨 속에서도 안타까웠던 분단 현실을 이용악의 38도에서로 만나보자. 그리고 수많은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혼란했던 서울을 오장환의 병든 서울은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 세상에 대한 기대의 좌절을 최태응의 소설 슬픔과 고난의 광영으로, 미군정 하에 영어를 매개로 새롭게 등장한 지배세력에 대한 풍자를 채만식의 미스터 방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어 박완서 소설 목마른 계절나목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점령과 수복이 반복되었던 서울의 모습을 돌아본다. 9·28수복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혹독한 부역자 처벌에 대한 배신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해 10월에 중공군의 개입으로 1·4후퇴를 맞게 된 서울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는 것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피난을 가려고 한다. 박완서의 목마른 계절은 점령과 수복이 반복되었던 서울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기 서울 안에 공존했던 폐허와 번화함을 명동PX를 중심으로 이야기 한 나목을 통해 피폐함 속에서도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힘과 삶에의 열정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박완서와 화가 박수근이 실제로 미군PX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했던 사실과 그의 작품 <나무와 두 여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 더욱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1·4후퇴 전날 폐허가 된 텅 빈 서울을 노래한 조지훈의 종로에서와 추운 겨울, 뚜껑도 없는 화차를 타고 떠나는 고된 피난길에서 느끼는 미래에 대한 암담함과 딸에 대한 가련함이 담긴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도 소개되고 있다.

 

전시장에는 당시 PX의 내외부 모습과 주변의 거리를 재현하여 관람객들은 마치 한국전쟁기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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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PX의 내외부 모습과 주변의 거리를 재현하여 놓은 전시장

 


전후 재건·복구된 서울의 모습과 삶의 명암

환도 후 서울시는 전쟁으로 파괴된 서울의 복구와 재건을 서둘렀다. 서울로 몰려든 인구의 증가로 정부는 다양한 공영주택을 건설하였고 그 주택의 모습을 묘사한 김광식의 213호 주택을 통해 그 풍경을 살펴본다. 한편, 전후의 사회는 피폐와 곤궁함 속에서도 사치와 부패가 만연한 이중적인 모습이 공존하였는데 이를 이범선의 오발탄과 정비석의 자유부인을 통해 상반된 1950년대 서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6·25전쟁 이후 반공정책은 더욱 강화되었고 반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자유민주주의는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의 칼날로 돌아오게 된다. 1960315일 제4·5대 정·부통령 선거를 앞둔 이승만 정권 말기의 분위기와 부정선거 모습이 잘 묘사된 강신재의 오늘과 내일을 통해 혁명 직전의 서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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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쓰게 한 4·19혁명은 우둔했던 사람들도 시대의 문제에 대해 눈을 뜨면서 총명해지고, 영감이 부족하던 예술가도 새로운 발상으로 예술적 결과물을 내놓던 시대였다. 나는 단지 그 시대에 그 장소에 있었던 것뿐이고 역사가 비추는 조명에 따라 내 눈이 본 것을 글로 옮긴 것뿐이다. 개인에게 닥친 큰 사건에 대해 '문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다. - 최인훈,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4·19혁명 전후 군중의 함성으로 가득 찬 서울

3·15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김주열의 시신이 발견되고 제2차 마산항쟁이 일어난다. 오상원의 무명기는 그로 인해 촉발된 1960418일 고려대 학생 시위 당시, 시위대가 을지로4가 천일백화점 앞에서 정치깡패들에게 피습되었던 사건을 기자가 밀착 취재하는 형태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를 통해 4·19혁명 전야의 서울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으며, 김수영, 신동엽, 송욱, 김춘수, 박두진, 황금찬등의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혁명의 함성을 들어볼 수 있다.

 

그리고 혁명의 격렬함이 절정을 이루었던 425일 밤, 평화극장의 파괴현장을 극적으로 묘사한 박태순의 무너진 극장과 혁명이 남긴 것에 주목한 환상에 대해서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4·19혁명의 위상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

 

전시는 무형의 소설 텍스트만을 풀어낸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4·19혁명을 잘 보여주는 시각적인 미술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이응노의 한강도강, 한묵의 꽃과 두개골십자가, 임인식, 김한용 작가의 한국전쟁기의 사진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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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전시 관람은 531일까지는 사전예약제로 하루 최대 120명이 1층의 기획전시실만 관람 가능하다. 3(회당 40), 회당 2시간 관람 가능(1회차: 10~12/2회차: 13~15/3회차: 16~18)하다. 65()에는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VR온라인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예약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https://yeyak.seoul.go.kr), 박물관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12~13)에 한해 현장접수 운영된다.>

 

또한, 전시에 소개되는 주요작품 10편을 소설가 김영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큐피커)을 통해 작품낭독을 들어보고 관련 인터뷰 영상은 박물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낭독을 들을 수 있는 앱은 큐피커(QPICKER)로 구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검색하여 설치한 후 아래의 방법으로 들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11()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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