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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코로나19로 잠정 휴관이었던 국립고궁박물관이 부분 정상화로 그 첫 전시로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숙종대왕 호시절에’ 테마전을 선보인다.
이번 테마전은 조선 제19대 왕 숙종(肅宗, 재세 1661~1720년, 재위 1674~1720년)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여 숙종의 생애와 숙종이 이룬 왕실 문화 전통의 확립, 사회‧경제 분야의 치적 등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숙종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여러 차례 소개되며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의 주변인물과 연관된 궁중 정치 측면에 치중하여 다루어져 그의 치세에 대한 것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19세기 한글 소설이나 구전 설화 속에는 숙종의 시대를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한 좋은 시절로 묘사한 경우가 많다. 이는 숙종과 숙종의 시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대중적으로 알려진 숙종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강력한 국왕권을 바탕으로 한 그의 업적과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 ‘왕으로 태어난 사람’에서는 현종(顯宗, 재위 1659~1674년)과 명성왕후(明聖王后, 1642-1683년)의 유일한 아들로 완벽한 정통성을 지니고 태어난 숙종의 생애와 재위 기간 중 숙종이 보여준 강력한 왕권을 조명하며, 2부 ‘왕실의 역사를 다시 쓰다’는 숙종이 왕실의 역사와 선대 국왕들의 업적을 재조명하여 왕실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발판으로 조선 후기 왕실 문화 전통을 정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3부 ‘조선 후기 중흥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숙종이 단단해진 왕권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개혁을 시행하여 조선 후기 사회의 기틀을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숙종이 당쟁의 폐해를 경계하면서 쓴 ‘계붕당시(戒朋黨詩)’를 적은 현판, 군주에 대한 신하의 충심을 강조한 그림 <제갈무후도(諸葛武侯圖)> 등을 통해 국왕 숙종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며, 창업주 태조(太祖, 재위 1392~1398년)의 업적을 강조하며 그 계승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했던 점을 반영하여 태조의 여덟 마리 준마를 그린 <팔준도첩(八駿圖帖)>, 숙종이 59세 때 ‘기로소’(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중신들을 우대하여 만든 관서)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여 그린 <기사계첩(己巳契帖)>, 이 외에도 각종 유물과 문헌을 통해 대동법의 전국 시행, 화폐인 상평통보의 발행과 유통, 양전(量田, 고려·조선 시대에 경작 상황을 알기 위해 토지 넓이를 측량하던 일)의 시행과 양역(良役, 조선 시대 16세부터 60세까지 양인 장정에게 부과하던 공역, 노역, 군역 등) 변통, 북한산성 축조로 대표되는 국방 강화 등 숙종 대에 시행된 주요 사회 경제 개혁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시의 마지막에는 구전 설화 속 숙종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박물관이 특별히 제작한 책을 통해 관람객이 전등을 비추면 백성을 위하고 아꼈던 숙종의 숨겨졌던 면모들을 그림과 이야기로 드러나게끔 하여 관람객들이 읽고 체험해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6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오는 5월 11일부터는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의 360〫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여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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