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인도네시아의 종교는 알다시피 이슬람(87.2%)이다. 그 이 외에도 기독교(6.9%), 카톨릭(2.9%), 힌두(1.7%), 불교(0.7%)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자바섬에는 우리의 경주와도 같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고대 도시 족자카르타(Jogjakarta)에는 이슬람사원 보다 더 유명한 불교사원과 힌두사원이 존재하고 있다.
족자카르타에는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비행기가 아니라면 야간에 기차를 이용하면 새벽에 닿을 수 있어 추천한다. 이곳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고도(古都)인 만큼 이곳에는 고풍스런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바로 세계적인 불교사원인 보로부두르 사원과 아름다운 힌두사원 프람바난 사원이다.
보로부두르 사원(Borobudur Temple)
7세기까지 자바 섬과 수마트라 섬은 인도에서 건너온 왕조들이 지배하였다. 이들이 결합한 사일렌드라 왕조는 대승 불교를 받아들인 뒤 보로부두르 사원을 건설하였다. 한때 동남아시아의 불교 신앙의 중심이었던 보로부두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12세기에 버려진 뒤 1814년 자바 지사 스탬포드 래플스 경이 다시 발견해낼 때까지 화산재 속에 묻혀 방치되어 있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 층계식 사면 피라미드는 모두 열 개의 층, 여섯 개의 정방형 단, 세 개의 원형 테라스, 그리고 꼭대기에는 중앙의 스투파(stupa)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층 한 층 보다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기단 벽면에 돋을새김으로 붓다의 행적과 일대기를 표현한 1,500여 개의 부조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렇게 테라스를 따라 한 층 한 층 올라가면 천년 세월 넘게 늘 그 미소로 세상을 응시해 왔을 불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돔 형상의 성소 스투파(stupa)들이 군집되어 있다. 스투파는 부처님이나 업적이 뛰어난 스님들의 유골을 보관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절에서 볼 수 있는 탑과 비슷한 것이다. 보로부두르 사원 위쪽 단에 세워진 72개의 종 모양 스투파에는 고승의 유골 대신 자비로운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 이 스투파는 얼핏 보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조금 꼼꼼히 살펴보면 스투파 중간 부분의 문양과 그 속에 앉아 있는 부처의 조각상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눈 아래로 남국의 열대 평야가 한 폭의 그림처럼 까마득히 펼쳐져 경외감을 드러낸다. 이런 풍경에 이곳은 꼭 해뜨기 전 새벽에 방문하길 권한다.
혹시 앙코르 와트를 먼저 본 사람들은 앙코르 와트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 보로부두르 사원은 8~9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불교 건축의 모델은 물론 12세기 크메르 왕 수르야바르만 2세(1113~1145년 재위)에 의해 세워진 캄보디아의 힌두 사원 앙코르 와트와 같은 건축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람바난 힌두사원(Prambanan Temple Compounds)
족자카르타 동쪽으로 17km 지점, 보르부두르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이 한두교 사원은 정략적 결혼으로 샤일렌드라 불교왕국이 갖고 있던 중부 자바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한 마타람 힌두 왕국이 850년경에 세운 힌두사원이다.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에 버금가는 이 사원은 대소 신전 240개(건립 당시의 전설로는 1천 개)로 구성되었는데, 16세기 화산 폭발로 인해 건물이 무너져 내린 뒤 200여 년간 방치되어오다가 1918년에 복원을 시작, 1953년에 주건물이 복원된 데 이어 18개 신전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2006년 5월의 강진으로 다시 일부가 파괴되었다.
사원 내에는 트리삭띠(trisakti, 삼위일체)라고 하는 힌두교 3대 신을 모신 북쪽의 브라만 신전과 남쪽 비슈누 신전, 중앙의 시바 신전 등 3개의 신전이 있다. 높이 47m의 시바 신전에는 4개의 석실이 있는데, 각각 시바상과 부인 두르가상, 아들 가네샤상, 스승 아가스트야상이 모셔져 있다.
정교한 조각미로 자바 건축의 백미라고 자랑하는 이 사원은 보로부두르 사원과 함께 1991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