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 10. 26 사건 이전 40일간의 이야기 속, 인물들의 암투

기사입력 2020.01.16 15:53 조회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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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19791026일 밤 7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18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2005년에 개봉된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주연. 한석규, 백윤식)이다.

 

두 작품 모두 10.26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하지만 두 작품의 차이라면 2005<그때 그 사람들>10.26 사건 당일에 집중했다면, 2020<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을 중심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의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담하게 좇는다. 그 가운데 박대통령(이성민)은 이들을 어떻게 적절히 이용하고 국가를 어떻게 통치하려고 했는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2개월간 연재된 취재기를 기반으로 출판되었으며, -일 양국에서 총 52만 부가 판매되어 논픽션 부문 최대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원작자 김충식은 남산의 부장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재를 통해 한국 기자상을 2회나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1960-1970년대의 독재 18년은 중요한 시대다. 18년을 지배한 정점에 중앙정보부가 있었다. 입법, 사법, 행정을 총괄할 정도로 권력을 누렸던 중앙정보부에 대해 1990년대까지 모든 매체가 보도를 꺼렸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막중한 권력을 휘두른 이들에 대해 기자가 보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한국 중앙정보부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정치 이면사를 그린 원작을 근간으로 이 중 주요 인물들을 꼽아내어 재구성했다. 우민호 감독은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원작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꼽히는 10.26 사건에 집중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건이지만, 그 인물들이 정확하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길래 10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총성이 들렸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 맡은 이병헌은 특유의 해석력과 연기력으로 관객들이 김규평의 심리를 그려낸다. 무엇보다 박통 시해사건 이후 이어진 군부 통치로 인해 그는 오랫동안 재평가를 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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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애드리브를 직접 탄생시키며 각종 패러디를 양산 하였지만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애드리브를 시도하지 않았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실존인물을 모티브 한 작품인 만큼 사실과 너무 다르거나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는 애드리브는 위험한 시도라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결론지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가 규정 지어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생각했다, “사건을 토대로 하되 카메라가, 렌즈가 깊이 들어가서 그 사람들의 심리와 갈등과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일 것이라며 밝혔다. 덕분에 <남산의 부장들>은 이벙헌의 정통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박통 역으로 이병헌과 처음 만난 이성민은 이병헌은 끊임없이 눈으로 뭔가를 표현해내려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표정 한 번, 미소 한 번 흘리는 걸로 다 설명해내는 연기는 아마 이병헌이 지구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의 온화한 얼굴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곽상천 경호실장 역의 이희준은 이병헌은 큰 액션보다 눈빛과 표정을 통해 심리를 보여주는 김규평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병헌은 내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배우다”,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장 역의 곽도원은 넘치지 않는 감정과 리얼한 자연스러움이 이병헌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의 김규평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이병헌은 내가 꿈꿔왔던 배우의 모습이었다.”고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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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이 연기한 박통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간 제1권력자로서 독재정치를 행한 인물로 그려진다. 주변 인물들을 쥐락펴락하는 자신만의 용인술로 청와대를 굳건하게 지켜왔으나 세월이 흐르자 자신을 둘러싼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부딪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성민은 부와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까이할수록 흐려지는 판단력, 흔들리는 심리를 소름 끼치게 재현해냈다. 박통이 막걸리를 마시며 홀로 노래를 읊조리는 장면은 많은 스태프들 및 배우들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이 대사가 박통이 어떻게 2인자들을 활용했는지 한마디로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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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이 연기한 박용각은 전 중앙정보부장으로 박통 정권의 비리를 전 세계에 폭로하기 위해 앞장서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타국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이다. 박용각 캐릭터는 1960년대 중앙정보부 권력의 핵심적인 시기를 보냈던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이 배역을 그려내기 위해 곽도원은 미국, 프랑스 로케이션에도 모두 참여, 고군분투하며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타국에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불안감, 고국을 향한 그리움, 1인자를 향한 원망과 열망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탁월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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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박통의 존재를 종교적 신념으로 여기는 충성심 강한 경호실장 곽상천 역할을 맡아 김규평과의 대립적인 캐릭터로 곽상천 캐릭터는 실제 당대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차지철 경호실장을 모티브로 했다. 특히 이희준은 이번 경호실장 캐릭터를 위해 25kg이나 증량해 비주얼 변신했다.

       

리얼리티에 집중한 한국-미국-프랑스 3개국 대규모 로케이션 

우민호 감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공간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를 선택했다. 65회차 중 국내 51회차, 미국 4회차, 프랑스 10회차로 3개국 대규모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다.

 

먼저 한국에서는 청와대,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가 주요한 촬영 장소였다. 세 곳 모두 세트로 제작했으며 청와대는 정권 말기의 느낌을 담아 화려하지만 황량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중앙정보부의 지하실은 기존 매체에서도 많이 다뤘기에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되 주로 취조가 진행되는 지하실과 김규평의 집무실 분위기는 큰 차이가 느껴지도록 제작했다. 특히 김규평 집무실은 규모는 작지만 그의 취향이 확고히 느껴지도록 소품 하나에도 정성을 들였다. 집무실 벽면 대리석은 자세히 보면 균열이 있는데, 이는 김규평의 심리 상태를 벽면에 반영한 것이다. 궁정동 안가는 최대한 고증에 충실했다.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최후의 요새 같은 분위기의 안가에서 진행된 박통 암살 장면은 관객들이 연극의 한 장면을 보듯 원 씬 원 컷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로케이션은 영화 초반 김규평과 박용각이 접선하는 장면을 담았다. 두 사람이 넓게 펼쳐진 링컨메모리얼 파크와 워싱턴 기념탑을 배경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이국적인 질감을 전달한다. 프랑스 로케이션은 영화 후반부 박용각의 행적을 담는 데 활용됐다. 이 중 파리 방돔 광장은 지금까지 어떤 한국 영화도 로케이션이 허락된 적이 없었던 지역. 영화 촬영이 최초로 허가가 난 데에는 <남산의 부장들>이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에, 프랑스 관계자 측도 사건 재현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드론 촬영으로 진행된 프랑스 외곽 지역 풍광도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122일 개봉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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