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괘불탱화’는 한국이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중세 근세의 인류가 만든 대작미술품이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말이다. 하지만 10m를 넘는 거대한 작품이라 전시자체가 힘들다 보니 대중들이 ‘괘불탱화’를 접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5월, 한 사찰의 ‘괘불탱화’를 선정하여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사(상설전시장 2층)를 진행하고 있어 그 웅장한 자태를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이 2015년부터 성보문화재연구원(원장 지현스님)과 함께 우리나라 대형불화의 보존과 복원에 필요한 자료 확보하기 위해 10개년 간의 계획으로 ‘대형불화 정밀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사업의 중간 기점을 맞아 5년 간 총 33점의 대형불화에 대하여 조사를 완료하고 이 중 비지정 대형불화 4건을 보물로 지정하였다. 또한 2019년에는 ▲ 청곡사 영산회 괘불탱(국보 제302호), ▲ 법주사 괘불탱(보물 제1259호) ▲ 개심사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1264호) ▲ 은해사 괘불탱(보물 제1270호), ▲ 예천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1445호) ▲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도(보물 제1642호), ▲ 김천 계림사 괘불도(비지정) 등 7건의 정밀조사를 완료했다.
대형불화는 야외에서 거행되는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등 대규모 불교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불화로, 보통 10미터(m)가 넘는 웅장한 크기와 화려한 색채, 장엄한 종교의식이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문화재이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무게와 크기가 상당하며 특정 행사에만 사용되는 대형불화의 특성상 정밀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만일에 대비한 보존‧복원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현상기록과 보존환경 조사, 미술사적 조사와 더불어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과학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과학 조사는 ▲ 엑스레이(X-ray) 장비를 이용한 안료의 종류 파악, ▲ 자외‧가시광선을 이용한 염료 분석, ▲ 적외선 조사를 통한 밑선과 묵서(墨書) 확인, ▲ 손상 상태 분석과 손상지도 제작 등의 기록화 작업 등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국보 제302호 <청곡사 영산회 괘불탱>의 석가모니불 얼굴 등에서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과거의 보존처리 재료를 확인하였다. 또한, 보물 제1445호 <예천 용문사 영산회 괘불탱>의 청색 안료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대형불화의 회청(回靑, 청색안료) 중 가장 이른 시기(1705년)의 안료를 확인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밖에도 대형불화와 보관함의 서식 곰팡이와 세균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펼쳐 총 미생물 202점의 배양에 성공하고 대형불화의 잠재적인 유해 인자를 파악하여 앞으로 진행될 보존 관리에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였다. 축적된 자료는 빅데이터(대용량 정보체계)로 구축되어 관련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올해 조사한 대형불화에 대하여 2020년 3월에 『대형불화 정밀조사 보고서』를 발간과 함께 지금까지 5년 간 진행된 사업의 연구 성과를 중간 점검하는 학술대회를 2020년 상반기에 개최하여 국민과 관련 연구자들에게 그간 축적된 자료를 공유할 계획이라 밝혔다. 문화재청은 2024년까지 대형불화 35점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