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방색 선이 만들어 낸 공간예술

갤러리현대, 프레드 샌드백의 국내 첫 개인전 <오방색>展, 10월 6일까지
기사입력 2019.08.26 18:04 조회수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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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Sculptural Study, Seven-part Construction), 갤러리현대 01.jpg
Untitled (Sculptural Study, Seven-part Construction), 갤러리현대

 

 

 

[서울문화인] 오방색의 가느다란 실은 수평과 수직 또는 대각선으로 벽, 바닥, 천정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때론 하나의 선으로 때론 면을 이루고 관객의 시선의 위치에 따라서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가는 기하학적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수놓고 있다.

 

수많은 현대미술을 보아왔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작품들이 많다. 갤러리현대가 2019년 하반기 첫 전시로 미국의 조각가 프레드 샌드백(1943-2003)의 첫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는 <오방색>역시 어떻게 보면 현대미술을 새롭게 느껴보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프레드 샌드백, Photo by Thomas Cugini, Zurich.jpg

 

언 듯 설치작품으로 여겨지지만 프레드 샌드백은 미국의 전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그 자신도 조각가로 자칭한다. 작가는 화가가 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공간에 색색의 실을 통해 공간을 조각한다.

 

프레드 샌드백은 초기에는 철사, 고무줄, 밧줄 등으로 부피와 경계가 명확한 정육면체나 직육면체의 구체적인 다각형 조각을 제작했으나, 점차 아크릴 실을 사용해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무한대로 확장하는 듯한 추상적 조각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샌드백의 실 조각은 윤곽만 존재하는 것처럼 최소한의 부피와 무게로 이루어져 있지만, 공간 속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또한 단순한 외양과 달리, 보는 이의 움직임과 공간의 구조에 따라 시시각각 자태를 바꾸는 가변적인 성질 때문에 관객에게 매우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그는 초기부터 코너작품과 동시에 바닥과 천장에 곧바로 연결된 수직 조각을 발전시켰다. 작가는 수직 구조를 지닌 조각에 대해, “인간의 몸동작과 일치하므로, 수직의 것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자연스럽다. 수직 구조는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내 마음을 끈다라고 말했다. 관객이 관람하는 위치에 따라 좌우 대칭과 비대칭 구조를 오가는 다각형 수직 조각은 고정된 부피를 지닌 정적인 오브제라는 전통적 의미의 조각이 아니라, 경험을 위해 개방된 확장된 조각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한 줄의 실은 선 이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하나의 면을 이룰 뿐 아니라 자신의 경계선 밖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라고 밝힌 작가는 작품과 공간, 작품과 관객, 관객과 공간, 그리고 공간과 시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강조, 그의 예술 철학은 이후 동시대 조각가와 설치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번 개인전은 갤러리현대가 프레드 샌드백 유족(Fred Sandback Estate)과 협업해 선보이는 첫 전시로 한국에서 프레드 샌드백의 전시가 몇 차례 열린 바 있지만, 작가로 데뷔한 대학원 시절부터 말년의 대형 작품까지를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개인전은 처음이라 한다.

 

이번 전시 제목 <오방색>은 한국에서의 역사적 개인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오방색은 유족의 의견으로 이에 갤러리현대와 그의 다채로운 색색의 작품 중에서 오방색에 속하는 청, , , , 흑색의 실과 고무를 활용한 조각과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선택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에스파스 루이비통(파리), 무담 룩셈부르크(룩셈부르크 시티), 유맥스미술관(멕시코 시티), NC아르테(보고타), 베니스비엔날레(베니스)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전시에 출품된 뮤지엄 작업도 소개하고 있다.

 

전시에는 캘러리와 함께 전통한옥 두가헌에 한시적으로 설치된 작품을 포함해 총 29점을 선보인다.(실 조각 19, 드로잉 및 판화 10) 1층 전시장에서 관객은 프레드 샌드백의 시그니처인 코너작품, 그가 자신의 조각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보행자 공간(pedestrian space)’이라는 개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을 2층에서는 보행자 공간이라는 개념을 더욱 입체적으로 체험케 하는 대형 작품, 동일한 색과 형태를 크기와 너비, 간격 등을 미세하게 변주하며 독특한 시각적 환영을 제시하는 작품, 전시장의 바닥, , 천장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벽면에 걸린 <Untitled(Broken Line Polygon)>(1996년경)은 뉴욕 작업실에 오랫동안 걸려 있던 다각형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외부에 공개된다. 작가는 흰색실에 검은색과 노란색 아크릴 물감을 교차하며 칠한 후에 5개의 꼭짓점을 찍어 벽에 설치하였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1990년대에 시작한 놀이처럼 유희적이고 직관적인 매력이 넘치는 -업 스틱연작을 소개하고 있다. 2007년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됐던 벽면의 <Untitled(Sculptural Study, Wall Construction)>(2001/2007)과 지하 전시장 전체를 사용한 <Untitled(Sculptural Study, Seven-part Construction)>(1993/2019)-업 스틱놀이의 우연성에 기반한 작품이다.

 

Untitled (Sculptural Study, Three-part Construction), 갤러리현대 01.jpg
Untitled (Sculptural Study, Three-part Construction), 갤러리현대

 

 

Fred Sandback_두가헌 설치 전경.jpg
Fred Sandback_두가헌 설치 전경

 

 

 

이 외에도 전시장 곳곳에서 프레드 샌드백의 드로잉과 판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1943829일 뉴욕 브롱스빌에서 태어난 프레드 샌드백은 1966년 예일대학교에서 철학과 조각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지만 1968년 첫 개인전을 독일 뒤셀도르프 콘라드피셔갤러리에서 개최하며 작가의 길을 걷는다. 1969년 조각으로 예일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해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다. 뉴욕 첫 솔로 데뷔이자 예일대 학위전으로 드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독일 크레페트에 있는 랑게하우스미술관에서 첫 미술관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해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기념비적 전시 <Live in Your Headhen Attitudes Become Form>에 참여한다. 1976년 존 사이먼 구겐하임 메모리얼 재단에서 순수예술장학금을 수여받고, 1978년 뉴욕현대미술관과 P.S.1현대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치른다. 1981년 뉴욕의 디아미술재단의 후원으로 매사추세츠 주 윈첸던의 옛 은행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딴 프레드샌드백미술관을 개관한다.(1996년까지 운영) 1985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함께 북극 탐험에 나선다. 이후 휴스턴현대미술관(1989), 마가신 3(1991), 스톡홀름쿤스트홀(1991), 디아:비콘(1996), 치나티재단(2001) 등 유럽과 미주 지역의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3년 세상을 떠난다. 사후 첫 회고전이 바두츠의 리히텐슈타인미술관에서 개최되어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유럽을 순회한다. 2009년에는 워싱턴 D.C.의 허쉬혼미술관과 조각공원에서 첫 미주 회고전이 열린다.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퐁피두센터,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주의 디아:비콘에 대표작이 영구 전시되고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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