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국내 최대 연극제 ‘대한민국연극제(전국연극제)’가 37년 만에 서울에서 첫 개최를 하며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서울’로 명칭을 바뀌어 오는 6월 1일부터 대학로 일원에서 약 한 달 간 펼쳐진다.
‘대한민국연극제(전국연극제)’는 지방연극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시작되었다. 즉, 33년간 서울 이외의 지회만 참가가 가능했다. 매년 개최되는 ‘전국연극제’를 계기로 각 지역에 전문 극단과 전문 연극인이 등장했고, 공연장 시설도 신축, 개선되었다. 지역연극의 수준이 향상되고 연극관람의 기회가 소외된 지역민에게 연극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연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등 지역연극과 지역문화예술이 활성화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2016년 제33회 ‘전국연극제’에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로 명칭이 바뀌며 ‘서울’ 참가가 시작되었고 ‘서울’ 지회 참가 4년차, 37년만의 첫 개최하게 되었다.
2016년 ‘전국연극제’에서 ‘대한민국연극제’로 이름이 바뀐 후 3년간 ‘1회, 2회, 3회’로 명명되었지만, 올해는 4회가 아닌 ‘37회’라는 점이다. 이 명칭은 올해 집행부 출범 후 3월 30일 한국연극협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연극인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연극계의 큰 행사이자 ‘대통령상’의 훈격이 주어지는 대회이다. 하지만 지난 해 한국연극협회는 전임 이사장이 지원금을 미정산하여 파행 운영으로 위기를 겪었고, 올해 한국연극협회와 서울연극협회 모두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했다.
올해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 16개 지역(세종시 포함 예정) 연극협회를 산하에 둔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며, 조직위원장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오태근), 집행위원장에는 주관 지회 회장(서울연극협회 지춘성)이 맡았다. 37년 만에 첫 예술감독제를 도입, 첫 예술감독으로 박장렬 예술감독이 선임되었다.
박장렬 예술감독은 “37년의 전통을 지닌 연극계 가장 큰 행사다. 다시 새롭게 서야한다. 예술감독으로써 본 행사가 연극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조직위원장, 오태근 이사장은 “올해 슬로건을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로 정했다. 오늘의 차세대 연극인들을 통해 미래의 연극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며, 역사 깊은 다양한 본선경연연극을 통해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이야기하고, 지금 우리의 일상이 고스란히 무대 위에 다채롭게 펼쳐지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춘성 집행위원장은 “이번 개최지 서울은 대한민국 연극사를 고이 간직한 지역이다. 37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의 오늘은 사람과 사람, 세대 간의 경계를 없애고 연극인과 시민 모두가 화합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최측이 “1977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져온 연극계의 오랜 전통 있는 행사에 ‘서울’을 포함한 전국이 참여하는 건 자연스러운 시대의 수순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에도 ‘서울연극제’가 존재하고 있어 이는 지방 연극계가 정체되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 연극계 유일 ‘대통령상’ 시상 연극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서울’의 주요 행사는 크게 ‘본선경연’, ‘네트워킹페스티벌’, ‘초청공연’, ‘야외프로그램’, ‘학술행사’로 나뉜다. 본선경연 16작품, 네트워킹페스티벌 12작품, 국‧내외 초청공연 3작품, 야외프로그램, 학술행사 프로그램 27가지까지. 총 58가지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메인행사인 ‘본선경연’은 대한민국의 정신을 담는 문화와 말로 한 ‘창작연극(국내 작가의 창작희곡을)’ 경연이다. 전국 16개 시‧도의 예선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본선 참가작으로 선정, 16작품이 6월 5일부터 2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경연의 대상은 연극계에서 유일한 ‘대통령상’이라는 의의가 있는 만큼 심사위원의 구성에도 변화를 주어 올해 심사위원에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연극인으로 된 구성, 자신과 관여된 작품의 경우 심사기피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선경연’의 변화는 원칙을 지키는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창작극 활성화’와 ‘대한민국연극제’의 위상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올해 개최 이후에는 대한민국연극제 관련 모든 규정에 대한 재편 또한 빠르게 이루어질 계획이다.
◇ 16개 지역 대표공연, 대한민국의 ‘오늘’을 말한다.
올해 전국 16개 지역의 대표공연 16작품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이야기 <경숙이, 경숙 아버지>. 전쟁, 군대, 4대강사업, 현대 한국사의 전반적인 모습을 반추하는 극단 십년후 <냄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장대한 서사로 풀어낸 부산연극제작소 동녘 <썬샤인의 전사들>. ‘대한민국에서 좋은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의 틀에 갇힌 현대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극단 한네 <꽃을 피게 하는 것은>까지. 과거를 다룬 작품도 있다. 극단 홍성무대 <1937년, 시베리아 수수께기>는 강제 이주 당한 동포들의 비극을 다룬다.
16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결국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극단 시민극장 <은밀한 제안>은 인간의 욕망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극단 파.람.불 <고래>는 잠수정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맞이하는 죽음 앞에 솔직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극단 한네(한국의 아낙네)의 <꽃을 받아줘>는 ‘삶과 죽음은 벽 하나 차이’라는 사랑요양원의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불행과 행복의 조화를 말한다. 에이치프로젝트의 <전시조종사>는 전쟁을 관광 상품으로 만든 자본주의 굴레 속 이야기를 통해 전쟁처럼 힘든 현대인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극단 창작극회의 <아부조부>는 할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로 인생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처럼 다양한 ‘오늘’을 담고 있는 16작품이 오는 6월 대학로에 모인다.
‘본선경연’이 대한민국 연극의 ‘오늘’이라면, ‘제1회 네트워킹페스티벌’은 ‘내일’이다. ‘네트워킹 페스티벌’은 차세대 연극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해 신설되었다. 본선경연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연극제 속의 연극제이다. 연극제의 주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서울’은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라는 슬로건 하에, ‘오늘 그리고 내일의 연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 한다.
‘네트워킹 페스티벌’심사 방식은 2박3일로 전국의 연극인이 함께 모여 공개PT와 합동심사를 진행한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봐왔던 연극이 아닌 ‘내일의 연극’을 상징하는 차세대 연극인들의 새로운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네트워킹 페스티벌’ 참가작 12편은 초연 4편, 재연 8편으로 창작극부터 고전 재해석까지 넓은 장르를 아우르며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펼친다. ‘네트워킹 페스티벌’ 참가작 12편은 6월 6일부터 20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과 SH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