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백여 년 잠들어있던 영월 창령사 나한상, 세상과 마주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기사입력 2019.04.30 09:55 조회수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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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인물상들이 관람객을 마주한다. 그 투박한 인물상의 돌덩어리 어느 하나 ‘당신 누구냐’라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이 없다. 모두들 눈과 코, 입에서 배어 나오는 미소로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 한 터에서 지역주민에 의해 화강암의 투박한 석상이 발견되었다. 강원문화재연구소가 2001~2002년에 정식으로 발굴조사하면서 완형 64점을 포함하여 317점의 나한상과 불보살상을 발견하면서 드디어 오백여 년 잠들어있던 나한상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당시는 이곳이 어떠한 터인지를 몰랐지만 중국 송나라의 동전 숭녕중보崇寧重寶와 고려청자 등이 함께 출토되어 그 터가 고려 12세기 무렵에 세워졌던 사찰임을 확인하였고, “蒼嶺寺” 글자가 새겨진 기와를 통해 절의 이름이 밝혀졌지만 당시 절에 대한 기록이 없었으나 역축적을 통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481년, 1530년)과 <동여비고東輿備考>(1682년경) 등의 기록을 창령사가 고려 중기부터 조선 중기까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춘천박물관의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전(2018. 8. 28 ~ 2019. 3. 31)을 관람객의 사랑과 전문가의 추천을 받은 2018년의 전시로 선정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워진 연출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 전시가 왜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는지는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전시장에 들어서 ‘나한’을 마주하면 잠시 세상 번뇌를 잊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투박한 화강암에 새겨진 나한들의 미소가 세월의 풍파에 얼마나 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것은 어르신의 미소가 또 다른 나한에서는 애기 같은 미소가 어느 순간 내 마음 속 번뇌를 훔쳐 가버린다. 과연 정교한 대리석의 미소에서 이런 느낌은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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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오백나한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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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뒤에 앉은 나한, 고려말 조선초,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 출토, 높이 39.9cm, 국립춘천박물관 소장

 

 

배기동 관장도 전시 개막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는 현대인에게 주는 ‘힐링’이다. ‘나한’은 깨달음, 번뇌를 끊고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말한다. 고민이 많은 현대인들이 이곳 나한의 미소를 보면서 덜었으면 좋겠다. 삶에 대해 계속해서 괴로워하지 말고 나한과 같이 현실을 뛰어넘는 삶을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1부는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국립춘천박물관의 전시의 개관(槪觀)을 유지했고, 2부 전시는 “일상 속 성찰의 나한”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설치작가 김승영이 새롭게 연출하여 총 88점의 나한상을 선보인다.

 

1부 전시 공간은 전시실 바닥을 옛 벽돌로 채우고 그 위로 여러 개의 독립적인 좌대를 세워서 창령사 나한상 32구를 배치하여 다양한 나한의 미소의 보고 있노라면 세속의 번뇌와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눈 녹듯 사리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부 전시 공간은 오래된 스피커 700여 개를 석굴암의 토굴처럼 쌓아올려 그 사이에 나한상 29구를 함께 구성하여 도시 빌딩숲 속에서 성찰하는 나한을 형상화하였다. 귀를 기울이면 스피커에서는 도시의 소음이 녹음된 소리 사이사이 물과 종소리가 합쳐진 음악이 섞여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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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영 작가는 “스피커의 형상은 도시이고 각 스피커는 우리 개개인이기도 하다. 물방울 소리는 부처님의 말씀이 물방울과 같다는 생각에서 작업하게 되었다. 각박한 도시 속에서도 존재하는 부처님의 깨우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작품의 중앙에는 먹물이 담긴 수로가 놓여 있다. 수로에 대해 김승영 작가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깨우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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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영 작가

 

 

이번 전시의 1부 주제 ‘자연 속의 나한’과 2부 주제 ‘도시 속의 나한’, 그 주제가 대조적이지만 ‘자아 성찰’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도시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아성찰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불·보살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지닌 존재로 내면의 고독과 정진으로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 인간으로서는 가장 높은 경지에 올랐다. 나한은 대부분이 석가모니불의 제자들이어서 나한상에는 위대한 성자의 모습과 함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면모도 표현된다.

 

특히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에는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나한의 성격 중 ‘세속화’된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나한상들은 때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며, 따뜻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순박한 표정이 장인의 손길로 투박하게 표현되었다. 특히 독특한 표정의 얼굴과 함께 머리 위까지 가사를 뒤집어쓰거나 두건을 쓴 나한상이 많이 보인다. 박물관 측은 이는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어 구도(求道)의 길을 치열하게 걸었던 나한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판단했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참여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오백나한 관련 강연과 소규모 설명회인 아트토크(Art Talk)를 비롯하여 설치작가 및 큐레이터와 토크형식의 강의가 4차에 걸쳐 진행되며,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원책을 만드는 "My Hero, 나한!"과, 야간에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박물관 힐링 요가”도 진행된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오는 6월 13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3천원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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