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했다. 당시 약 20명이 심사에 응시했으나 태평무 1종목에서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하며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36개 단체가 참여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심사위원 편파구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이 제기됐다.
특히, 태평무 인정예고자에 대한 예술적 정체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태평무의 원형과 정통성을 벗어나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 주자라는 점은 치명적 한계로 지적됐다. 무용계의 거센 반발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는 “보류결정” 됐고, 그 후 4년이 경과함으로써 이는 자동폐기된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다시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11명의 선정자 명단에 포함되어 의혹을 낳았다.
이후, 2019년 3월 20일, 문화재청은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하여 영상기록을 통한 “기량점검”을 실시한다는 공문을 발송하였고, 탈락자들에겐 “기량점점”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음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종신제(終身制)인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영상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더욱이 일평생 전통춤 지킴이로 살아온 무용가들을 “기량점검” 대상자로 전락시킨 문화재청의 반(反) 지성적 태도에 무용인들은 모멸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에 무용계 대표자로 구성된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불공정 인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정권을 넘어 자행되는 문화재청의 불공정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 강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4년 전 제도개선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문화재청의 시대착오적이며 독선적인 행정 폭주를 규탄한다면서, ‘민족의 혼과 얼을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3종목에서 보유자 인정심사에 응시한 무용가들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검토(재심사)하여 11명을 선정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조교와 이수자 구분 없이 통합하여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렀으나 평가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재검토(재심사)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한 객관적인 선정근거(점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객관적 근거(점수)를 무시하고 정책적 판단에 의해 전수조교 전원을 선정했다면, 이는 불공정 특혜이자 밀실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비대위 측은, 2015년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전 문화재청장은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무용계의 이의제기에 통감한다면서 문화재청의 행정적 미숙을 시인하고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으며, 2019년 3월 27일에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지난 4년간 자행돼온 문화재청의 부당행정에 대하여 잘못을 사과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후, 3월 29일 문화재청은 불공정 심사결과 선정된 것으로 의심되는 11명의 무용가를 대상으로 영상촬영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4년 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조사 결과를 아무런 개선조치 없이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표명과 다름없다며 비판했다.
이에 비대위 측은, 2015년 12월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3종목에서 보유자 인정심사에 응시한 무용가들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검토(재심사)하여 11명을 선정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의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 6가지 사항을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를 백지화하라. ▶승무·살풀이춤·태평무에 대한 심사결과(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밀실행정으로 선정된 11명의 무형문화재 ‘예비보유자’를 무효화하라.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무형문화재위원은 전원 책임지고 사퇴하라. ▶불공정 행정을 자행하는 문화재청 담당 관료를 인사조치 하라. ▶무형문화재 제도 및 정책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라.
더불어 무용인들은 민족 고유의 춤문화 유산을 왜곡 변질시키고, 자칫 무용계의 생태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무용계는 작금의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무형문화재는 개인이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닌, 국가의 공적(公的) 자산이다. 이른바 ‘인기종목’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유자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특혜와 권위로 전통문화자산의 사유화·독점화에 대한 문제인식이 오래됐다면서, 각 장르의 특성을 고려한 이른바 ‘맞춤형’ 무형문화재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