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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고래> <빨간시>를 시작으로, 사회의 폭력과 소외된 자들의 고통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해 온 극단 고래의 ‘비명자들 3부작’은 고통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통찰력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이 3부작 가운데 <비명자들 2>가 2017년과 2018년에 먼저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맞았다.
작가이자 연출인 이해성은 <비명자들 2>라는 작품을 통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시키면서 고통에 대한 한 편의 서정시를 무대 위에 일궈냈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 나가는 ‘비명자들’은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좀비인 동시에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생명체로서 이들에 대한 제거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비명자들 2>가 ‘비명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비명자들 1>은 비명자의 탄생 배경, 유일하게 이들을 처단할 수 있는 요한이라는 인물의 전사와 고통 문제 연구소의 설립 배경을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비명자들 2>를 보며 관객들이 느꼈을 궁금증이 <비명자들 1>에서 제시되는 한편, 극적인 사건 전개와 영화적 서사기법을 통한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캠프. 서로 다른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도피해 매브니로 자원한 현우와 요한이 있다. 무고한 희생자들의 살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요한은, 그날부로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비명자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첫 번째 비명자가 출몰한다. 비명자의 존재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폐쇄 위기를 직면한 고통 문제 연구소는 국가의 지원 하에 비명자들을 상대하기로 결정한다. 첫 번째 비명자와의 대척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요한이 나타나 비명자를 처단하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비명자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비명자들 1>은 ‘2018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 작으로 뽑히면서 그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이선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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