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디지털 환경의 토대 ‘데이터’를 보는 예술가의 다양한 시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불온한 데이터》전, 3월 23일(토)부터 7월 28일(일)까지
기사입력 2019.03.22 02:32 조회수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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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블라스의 <얼굴 무기화 세트>을 소개하고 있는 박덕선 학예연구사

 


 

[서울문화인]현대사회는 디지털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우리의 삶은 과거의 그 어느 때 보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으며, 사회 경제적 패러다임까지 데이터의 진화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은 비단 우리 일상만이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디지털 환경의 토대인 빅데이터, 블록체인, AI 등 데이터 기반의 작품을 통해 공공재로서의 데이터가 예술에 창의적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하는 국제 융복합 주제전 불온한 데이터를 오는 23일부터 서울관 3, 4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디지털 세상은 일상에서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해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불온한 데이터전은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 단위 조직까지 데이터화되어 관리되고 활용되는 오늘날, 데이터가 중립적 속성이 아님을 지칭하며 데이터가 갖는 공동체의 경제적, 윤리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 10()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공공의 선에 기여하도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이번 전시는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메커니즘의 민주주의와 반봉건주의’, ‘동시대 예술가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 ‘디지털 메커니즘을 활용한 새로운 제안세 가지 주제로 디지털 기술의 미적 특징을 탐구하고 디지털 환경의 허점과 통제 불가능한 틈새를 발견하여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 및 체계화하여 글로벌 기업과 정부에 의한 정보 독점이 초래한 반민주주의적 사건으로부터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회복하고자 시도하는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 수퍼플렉스(Superflex), 자크 블라스(Zach Blas)의 대표작을 통해 선보인다.

 

먼저 수퍼플렉스는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는 이동 경로, 거래와 관계가 끊임없이 등록되고 분석되는 세상에서 데이터에 접근한다는 것은 권력과도 같다. 수퍼플렉스는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라는 작업을 통해 현재 우리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불균형, 즉 우리가 경험하는 힘에 대한 정보와 분배에 대한 권리, 그리고 데이터의 가치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집중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포렌식 아키텍처의 <지상검증자료(Ground Truth)>(2018, 비디오, 1015)는 이스라엘 네게브/나카브 사막의 북쪽 경계에서 발생한 베두인족의 강제이주와 폭력의 역사를 주목하고 있다. <움 알-히란에서의 살인(Killing in Umm al-Hiran)>(2018, 비디오, 1128)2017118일 새벽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베두인족을 추방하기 위해 움 알히란의 베두인 마을을 급습한 사건의 모순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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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아키텍처_움 알-히란에서의 살인_스틸컷

 

 

자크 블라스의 <얼굴 무기화 세트>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여 '집단 가면'을 제작, 안면인식 기술로 탐지될 수 없는 무정형의 가면으로, 안면인식 기술이 보여주는 불평등에 저항한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레이첼 아라(Rachel Ara)는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디지털 아트 '엔도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작품에 반영하여 성별과 기술, 권력 구조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성별과 인종, 나이 등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프로그래밍, 자신과 작품의 가치, 가격을 결정하는 조건들을 탐색하고 '나의 값어치'가 나타내는 값이 작품의 실제 가치와 갖는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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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아라(Rachel Ara)의 디지털 아트 '엔도서'

 

 

차오 페이(Cao Fei)는 자율주행로봇인 로봇청소기를 소재로 디지털 시대에 급변하는 사회의 모순을 재치 있게 조명하고 크리스 쉔(Chris Shen)360개의 소형 로봇 공을 통해 데이터의 수집과 소멸을 우주의 물리적 현상에 비유했다. 작가가 선보이는 <위상 공간₃₆₀>은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인용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로봇 청소공을 우주 공간에 무리지어 나타나며 끊임없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기본 입자에 비유하고 있다.

 

세 번째 주제에서 사이먼 데니(Simon Denny)와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창조의 영역과 자유의 한계 그리고 기술이 지닌 미래적 가능성에 대해, 김실비는 세계의 다양한 종교적 도안을 합성하여 만든 벽화로 덮은 성소 안에 싱글채널 영상과 조각 3점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품 <금융-신용-영성 삼신도>을 통해 금융, 신용, 영성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신기술이 삶의 조건을 변형시키는 단계마다 발현되는 본연의 가치를 조명한다. 김웅현은 한 사건을 임의로 선택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데이터 링크를 엮어 창작한 종말 이후(Post-apocalypse) 소설을 주제로 한 영상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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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름판덴도르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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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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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현

 

 

하지만 우리는 편리한 디지털 환경을 누리는 것은 즐기지만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는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어쩌면 관심 밖일 수도 있고 급변하는 환경과 복잡함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동시에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전시도 그렇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술과는 거리감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참여 작가들과 국내 미술 이론가들과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되어 있으니 전시 관람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 번째로 322()에는 하름 판 덴 도르펠, 레이첼 아라와 신보슬 큐레이터의 대담이 열리며, 두 번째로 323()에 야콥 펭거(수퍼플렉스)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대담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329() 김실비와 문혜진 비평가의 대담이 진행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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