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 내 주제전시실이 3월 19일부터 “마음으로 듣는 새들의 노래”를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7세기 조선 사대부 화가들이 그린 서정적인 화조화와 더불어 19세기~20세기 초반의 자유분방한 민화풍 화조화도 함께 소개하면서 화조화에 담긴 새의 문화적 의미를 함께 조명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새를 문학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고구려 유리왕(琉璃王, 재위 BC 19∼AD 18)은 「황조가(黃鳥歌)」를 지어 쌍쌍이 나는 꾀꼬리 부부의 정을 애틋하게 노래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새들의 생태적 모습을 사계절에 은유한 ‘사계화조(四季花鳥)’ 유형의 그림이 유행하였다. 봄의 제비, 여름의 물총새, 가을의 백로, 겨울의 기러기는 계절을 대표하는 철새로서 이처럼 새는 계절을 부르는 전령(傳令)으로 널리 그려졌다.
또한, 화조화는 옛 사람들의 복된 소망을 함께 담은 경우가 있다. 백로와 연밥을 뜻하는 ‘일로연과(一鷺蓮果)’는 ‘일로연과(一路連科)’와 발음이 같아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에 연이어 급제하라는 기원과 격려의 의미를 지니며,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텃새인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 의미에서 ‘희작(喜鵲)’으로 까치 그림을 벽에 걸면서 집안에 경사가 있기를 소망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서화 및 자수 19건 89점이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17세기 김식, 조속을 비롯한 사대부 화가들의 화조화는 문인다운 시적 정서를 수묵이나 담채로 표출하였다. 비어있는 듯 간결한 김식(金埴, 1579~1662)의 화조화는 17세기 사대부 화가들의 이상적 미의식을 대표하며, 조속(趙涑, 1595~1668)의 〈메마른 가지 위의 까치〉는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찰력이 번득이는 작품이다. 부리를 턱에 부비며 깃털을 고르는 까치의 묘사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 낸 자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20세기 자수 병풍과 자유분방한 민화풍 화조화도 빼놓을 수 없다. 강렬한 채색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화조화는 현세의 행복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강릉에서 활동한 취소 김창익(翠巢 金昌益)의 <화조도>는 작가가 알려진 흔치 않은 민화로, 꽃과 새를 서툰 듯 천진하게 변형한 개성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이건, <연꽃과 백로>(조선 17세기 중엽, 종이에 먹), 조속, <물총새>(조선 17세기 중엽, 종이에 먹), 이징, <대나무와 새>(조선 17세기, 종이에 먹), 이영윤, <꽃과 새>(조선 17세기, 비단에 색), 김득신, <금계>(조선 18세기 말~19세기 초, 비단에 색), 백은배, <참새와 진달래>(조선 19세기 말, 종이에 엷은 색), 박병수, <낙화로 그린 꽃과 새>(조선 19세기 말, 종이에 낙화) 등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