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한-일 양국의 대립 관계를 초월하여 현대미술 바라보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모두를 위한 세계》展
기사입력 2019.03.05 01:53 조회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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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미술관.jpg

 

 

[서울문화인] 100년 전, 3·1운동은 만주 지린,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중국 상하이 등에 흩어져 있던 유학생들의 총체적 움직임으로 열린 한민족 독립 운동의 서막이자 세계사적 의로도 중국의 5·4운동뿐만 아니라 인도, 필리핀, 동남아시아, 아랍지역의 민족 운동과의 연관성으로 충분히 연구된 바 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3·1운동을 단순 한국과 일본이라는 이항대립 관계를 넘어 코스모폴리타니즘이라는 국제적인 관점으로 3·1운동에 접근하여 동시대 미술의 지평과 세계사적 토대에서 재조명하는 전시로 풀어내었다.

 

‘2019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모두를 위한 세계(Zero Gravity World)전은 인종이나 귀천, 빈부 차이에 대한 저항과 역사적 진보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코스모폴리타니즘과 식민지 본국의 문화를 비판적으로 전복시키는 탈식민주의 개념이자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범세계적 움직임의 일부이자 세계사와 함께 흘러온 인권신장 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하여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일본, 대만, 베트남, 덴마크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모두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키는 미시적 이야기들에 집중하고 있다.

 

터키의 아흐멧 우트는 전시장 도입 부에 경사진 공간을 만들어 스케치 작품을 배치하였다. 그가 설계한 가파른 경사의 공간은 통치와 억압의 카프카적인 요소를 중력으로 무력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벽면의 스케치들은 국민국가(민족국가, nation-state)의 개념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가짜 여권과 대사관 그리고 인공 대지에 대한 이야기를 묘사한 스케치들은 국가의 무의미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서구 문명을 인류 보편으로 간주하는 서구중심주의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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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멧 우트(우측), 공상적 환상의 물질 세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윌리엄 켄트리지의 7채널 영상 설치 작품 <더욱 달콤하게 춤을>은 윌리엄 켄트리지가 르완다 피난민, 발칸반도 탈출 행렬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무렵의 인구 이동에서 받은 영감을 투영하고 있다. 장례 의식과 난민의 행진을 연상케 하는 행렬은 춤과 노래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애도한다. 특히 등장인물은 모두 흑색 그림자로 묘사되어 최대한의 기본 단위로 실체를 규정하려는 환원주의(reductionisum)적 관점을 환기한다. 국제적 난민의 문제를 인류 본질의 문제로 확장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키케로와 같은 로마시대 정치가나 마오쩌둥의 문화혁명당시 선전선동에 등장하는 민초들의 얼굴도 등장하는데, 이는 정치적 항의를 암시하며, 끌려가는 시신들은 아프리카에 창궐했던 에볼라나 페스트의 희생자와 수세기에 걸친 중세 억압의 희생자를 상기시키면서 작품의 모든 요소는 지배와 폭력을 이겨내는 일련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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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켄트리지의 더욱 달콤하게 춤을

 

 

일본인 히카루 후지이의 영상작품 <2.8 독립선언서>도 눈여겨 볼만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도쿄의 2·8독립선언 기념자료실에서부터 연구를 시작, 이를 통해 당시 종교 집회는 물론 출판과 사업까지 철저히 감시당했던 일본 동경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모여 선언했던 ‘2·8독립선언을 알게 되었고 이를 행위를 재조명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영상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유학생들을 섭외하여 2·8 독립선언문 낭독을 재연하는 연극을 꾸렸다. <2·8 독립선언서>는 베트남인의 목소리로 현재까지 일본 사회에 만연한 불의와 불평등을 소환시키고 1919년 당시의 선언을 새롭게 인식시킨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일본 사회에서 받는 불평등을 과거 일본에서 차별받는 한국인을 대비시켰다고 한다. 이를 통해 피식민 국가와의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식민지배의 주체가 되었던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유도하는 특별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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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 후지이의 2·8 독립선언
히카루 후지이, 2·8 독립선언 01.jpg
히카루 후지이

 

 

이 외에도 야오 루이중의 세계 곳곳에 생겨난 차이나타운을 보여주면서 작가에게 차이나타운은 스스로를 타자화 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히 고수한 상징을 보여주고 있는 <모두를 위한 세계>, 1980 한국 출생 후 덴마크 입양된 제인 진 카이젠은 1948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발생한 제주 4·3사건의 파편적 기억과 억압된 역사를 조명하는 <거듭되는 항거>를 응우옌 트린티는 베트남의 침공으로 사라져버린 참파 왕조(Champa, 2세기 말엽부터 17세기 말 베트남 중부부터 남부에 걸쳐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이 세운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판두랑가에서 온 편지>(싱글 채널 영상, 35)을 통해 다양한 국가 통치 아래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정체성을 발현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26일까지이며 무료관람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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