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북서울미술관, 조형성에 대한 색다른 해석한 어린이 전시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기사입력 2018.03.15 23:34 조회수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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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_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서울문화인] 2016년부터 ’, ‘··’, ‘율동등의 조형 개념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네 번의 조형 언어 시리즈를 소개해온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조형에 대한 보다 풍부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미술과 디자인 언어 모두에 능통한 산업 디자이너 출신 작가 잭슨홍을 어린이 전시에 초대하여, 지난 313일부터 오는 819일까지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가 어린이들에게 꺼내놓은 주제는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법이다. 보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닌 만큼, 전시는 특정한 조형 개념을 파고들기보다는 다양한 조형 요소와 원리들을 소재 삼아 여러 사물들을 골고루 훑는다. 또한, 이번 전시는 북서울미술관과 서울교육대학교간 업무협약 이후 첫 공동 프로젝트로, 교대 교수·연구진이 워크북과 워크시트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어린이와 동반 보호자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풀어가도록 설계된 워크북은 작품을 미술·수학·과학 교육과정과 연결한 활동으로 풀어내고, 워크시트는 최근 교육계에서 각광받는 개념인 공간지능의 관점에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는 어린이 갤러리와 복도에 걸쳐 펼쳐놓은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작품에서 사물을 변형한 아이디어들은 미술과 디자인에서 쓰는 각종 기술·기법들이다. 다양한 드로잉 재료·방법들,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에 나타내는 투시도법, 입체물을 각 방향에서 바라본 투상도나 사물의 절단면을 상상해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횡단면도 같은 설계도면 종류 등은 대상을 효과적으로 관찰하고 설명하고 위해 실제로 쓰이는 방법들이다. 실전에서 시각적 의사소통과 분석, 정확한 설명을 위해 고안된 방법들이 대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한 힌트이자 작품의 내용으로 안착했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부분) 2018, 가변크기, 혼합매체


 


첫 번째 풍경은 거대한 연필과 지우개, 자 세트이다. 작가와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연필로 메모와 스케치를 하며 생각을 발전시켜나간다. 이렇게 연필은 새로운 생각을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고 종이 위에 실제로 구현하는 도구이자 상상을 뻗어나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사물이다. 사물을 가지고 자유롭게 상상, 실험하고 직접 그려보도록 어린이의 관심을 북돋는 것이 바로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이다. 또한, 삼원색과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버스는 어린이들이 버스를 직접 타보고 내부 구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쪽 옆면 전체가 뚫려 있어 전시 관람 중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되기도 한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부분) 2018, 가변크기, 혼합매체


 


사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흠잡을 데 없이 유려한 형태미를 지녔다. 8가지 재료와 묘사하는 방법(와이어 구조, 파스텔, 색연필, 점묘, 정밀묘사, 수성펜, 동양화 붓, 볼펜)에 따라 이 흔한 과일이 가진 다른 얼굴들이 드러난다. 대형 크레인이 사과를 들어올리는 진풍경에서 여러 가지 상상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사과는 인류 역사, 특히 미술사에서 풍부한 맥락을 지닌 과일이기도 하다. 기독교를 근간으로 한 서양문화는 사과를 오랫동안 선악과(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로 여겼고,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으며,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은 사과 정물화 연작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의 그래픽 아이덴티티 역시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중 사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부분) 2018, 가변크기, 혼합매체


 


이 벽에는 작가가 사물을 다시 보는 과정이자 사물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모여 있다. 대상을 묘사하는 방식은 도구의 종류(컴퓨터와 인간의 손)와 목적(사실적인 묘사, 구조 설명 또는 아이디어 발전), 공간감(평면 또는 입체) 등에 따라 표현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도면은 3차원 물체의 형태 등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드로잉이다. 여기서는 도면이 사물의 구조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발견하기 위한 도구처럼 쓰였다. 정투상도(·, 왼쪽·오른쪽, ·아래 여섯 방향에서 바라본 평면도)와 부품도, 그리고 입체 모형은 비행기의 구조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분해조립도(exploded view)는 벨브의 조립 순서와 원리를 시각적으로 설명해주고, 전진중인 사람들이 지고 가는 나무배는 사물의 절단면과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횡단면도(cross-sectional view)로 등장한다. 한편 19세기 식물도감에서 가져온 꽃나무 이미지는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 식물을 매우 상세하게 분석하고자 했던 욕망과 이를 구현한 고도의 그리기 기술을 보여준다.


 


한편, 실제 크기보다 크게 부풀려지거나 작게 축소된 사물은 크기의 변화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크기를 변형하면 무게, 질감, 용도 등 다른 속성들도 이와 맞물려 함께 달라지며 원래 사물과는 다른 맥락에 놓이며 재미와 색다름을 유발한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부분) 2018, 가변크기, 혼합매체


 


언뜻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품의 각 요소들은 끝말잇기놀이처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암모나이트와 포크레인은 생존시기가 1억년 이상 차이 나지만, 도르르 말려 나오는 나선형 무늬와 포크레인 팔이 움직이는 반경의 곡선 형태가 유사하다. 뒤따라 등장하는 고양이는 포크레인이 위아래로 팔을 꺾듯이 앞발을 움직이며 언뜻 기계를 찍어내리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는 훨씬 작은 크기의 이 부드러운 동물은 길이와 각도, 곡률이 몸 전체에 표시된 단순한 기하학 도면으로 재구성되었다.


 


아주 오래전 번성하다 멸종한 바다 생물 암모나이트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 공사장에서 땅을 파고 자재를 나르는 건축기계, 로봇 모양 고양이를 한 벽에서 만나며, 어린이 관람객은 서로 다른 시공간이 뒤섞인 사물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부분) 2018, 가변크기, 혼합매체


 


투시도법은 3차원의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다. 물체에서 연장선을 그어 소실점에 모이도록 전체 구성을 설정해, 마치 공간이 소실점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깊이감을 평면에 부여한다. 이 작품은 소실점의 갯수에 따른 투시원근법의 종류(1점 투시도, 2점 투시도, 3점 투시도)를 감각적인 색상 배치와 도형으로 표현했다.


 


상시체험공간인 어린이 갤러리 2’에서는 학부모를 동반한 어린이들이 작품 감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 <문제1>, <문제2>, <문제3>에 어린이들이 직접 풀 수 있는 문제를 넣었다. 어린이들은 서울교육대학교 연구진들이 개발한 워크시트를 풀며 작품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소화할 수 있다.


 


<문제1>은 여섯명의 친구들과 이들이 모두 들어가기엔 빠듯한 놀이터 공간을 제안한다. 관람객에게 주어진 과제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친구들이 놀이기구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주어진 놀이터 공간을 상상 속에서 변형하거나, 인물들 사이에 규칙이나 이야기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궁리하며 상황을 해결한다.


 


문제 1 (어린이 갤러리 2), 2018, MDF, 각종 금속, 페인트, 각종 기성 생활용품


 


<문제2>에서 작가는 분무기를 가지고 상상한 닭 주변에 청소도구, 옷걸이, 주전자 등 갖가지 생활용품들을 잔뜩 늘어놓았다. 작가가 분무기를 닭으로 만들었듯이, 어린이들은 기성용품을 가지고 자신만의 새로운 물건 또는 생명체를 상상해본다.


 


문제 2 (어린이 갤러리 2), 2018, MDF, 각종 금속, 페인트, 각종 기성 생활용품


 


<문제3>의 집에서는 창문에서 엉뚱한 사물들이 불쑥 튀어나와있다. 아이들은 전혀 연관되어있지 않아 보이는 고양이, 비눗방울, 스패너를 쥔 사람 손 등을 연결시켜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탐정처럼 추리해본다.


 


문제 3 (어린이 갤러리 2), 2018,MDF, 각종 금속, 합성수지, 페인트


 


사실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작가보다 어린이들이 훨씬 능할지 모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사물탐구놀이를 통해 어떻게 익숙한 환경을 새로운 세계로 바꾸었는지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미 기자 ostw@naver.com]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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