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헨리 로저스(Henry Rogers)는 그의 저서 《Writing systems》(2005)에서 한글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종이 한글을 ‘발명’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자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문자가 탄생했다면 새로운 문자를 발명했다고 할 수 있으나, 한글의 경우 문자의 기본 개념을 잘 알고 있는 개발자가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낸 것이기에 ‘발명’이 아니라 ‘개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글은 문자적 지식을 가진 세종이 기존과 전혀 다른 문자를 만들어 낸 것이므로 한글은 발명된 문자가 아니라 개발된 문자라는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세계 문자의 흐름 속에서 한글의 가치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헨리 로저스의 《Writing systems》를 번역한 《언어학으로 풀어본 문자의 세계》를 출간하였다.
《언어학으로 풀어본 문자의 세계》는 문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지역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문자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고, 전 세계문자를 ‘동양 지역 - 중동 지역 - 유럽 지역 - 인도 및 서남아시아 지역 - 아메리카 지역 - 기타 문자 - 문자 분류’의 순으로 배열하고 정리하였다. 나아가 문자 분야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언어학 용어에 대한 해설을 부록으로 덧붙였다. 또한 문자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연습문제를 제시하여 재미를 더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한글에 대해 “한글이 주변 동아시아 문자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어느 문자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기는 어렵다”고 기술하는 등 한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언급하고 있다.
《언어학으로 풀어본 문자의 세계》는 문자 발달사 속에서 한글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문자의 변화에 언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책은 전국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진수 기자 ost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