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소백산에서 만난 정말 재미있는 약초아저씨

소백산 등반기, 1
기사입력 2009.07.11 23:15 조회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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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영남의 진산 국립공원 소백산(小白山, http://sobaek.knps.or.kr)에 다녀왔다. 늘상 다니던 희방사에서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갔다가 비로사로 하산하는 4~5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를 포기하고, 이번에는 죽령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을 지나 국망봉을 조금 못 미쳐 석륜암골을 따라 초암사로 하산하는 9~10시간 정도 걸리는 긴 코스를 정했다. 출발 전 내 계획을 들은 집사람은 “더위에 미쳤다.”고 소리쳤다.


 


28일(일) 아침 6시 죽령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물과 도시락,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들고 바로 산으로 올랐다. 죽령탐방지원센터를 지나는데, 우측에 조그만 군부대가 보인다. 일요일 아침이라 아직 기상을 하지 않아서 인지, 너무 조용하다. 이런 곳에 군인들이 있다니, 휴게소 뒤편에 작은 군부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20년이 다 된 나의 군복무 시절이 떠올랐다. 강원도 산골에서 겨울이 너무 길어 추위로 무척 고생했었지.


 


연화봉까지는 국내 최대의 우주관측소인 국립천문대가 자리 잡고 있어서 인지, 길은 완만하고 도로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어 걷기에 편했다. 하지만 새벽에 출발한 덕분에 덥지 않았지 그늘이 전혀 없는 관계로 무더운 여름에는 추천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코스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워지기 시작한다.


 


1시간 정도 걸어올라 갔을까? 산악자전거대회 개막식을 한다고 죽령휴게소 앞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이동시켜달라는 황당한 전화를 2번씩 받았다. 사전예고도 없이 한참 기분 좋게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차를 이동시켜달라니, 돌아갔다 다시 온다고 가정하면 2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미리 공지가 없었던 관계로 나는 돌아갈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무례하게 차를 이동시켜달라는 전화에 매우 불쾌했다.


 


연화봉 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이지만,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중간 중간 안내판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고, 길섶의 나무, 풀, 꽃들이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민들레와 질경이가 무척 많았다. 소백산에는 관다발식물 1,000여 종이 자생한다고 하니 과히 식물의 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귀와 같은 약초도 많이 보였다.


 


2시간을 걸으니, 제2연화봉에 다다른다. KT의 중계소가 너무 웅장하게 봉우리에 자리를 잡고 있어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정상에 오를 필요 없이 능선을 돌아 연화봉으로 가는 길이 있어 곧장 내질렀다. 다행히 이 구간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흙길을 걷는 기쁨이 좋았다.


 


이른 시간이라 등반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오가는 사람이 있어 눈인사를 하면서 길을 간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어르신 한분이 길바닥에서 식사를 하고 계신다. 인사를 했더니, 같이 식사를 하고 가잔다. 마다하지 못해 옆에 앉아서 물 한잔 마셨다.


 


“경기도 안양에서 공구 상을 한다.”라며 자신을 소개하더니, “한 달에 한두 번은 약초채취를 위해 전국의 명산을 둘러본다.”고 했다. 국립공원에서 “약초채취는 불법”이라고 했더니 “올 때 마다 1~2뿌리를 캐가는 정도이고, 약초공부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전국의 산에 좋은 약초가 정말 많은데, 사람들이 너무 일찍 많이 캐가는 것이 아쉽다.”라며 자신은 주로 “늦가을 열매가 떨어지거나, 씨가 전부 날린 다음 1~2뿌리 필요한 것만 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약초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약초와 독초의 구분법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특히 “산삼 5뿌리를 먹어서 예순이 넘은 요즘도 힘이 좋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식사를 마친 후, 약초아저씨랑 함께 길을 재촉하여 연화봉 방향으로 간다. 1시간 30분을 더 걸으니 국립천문대가 나온다. 예전에 둘러본 적이 있지만, 담장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기는 처음이다.


 


원래 있던 천문대 옆에 새롭게 신축한 천문대와 숙소가 아주 깨끗해 보였다. 물이 귀한 곳이라 그런지 문 앞에 내어놓은 물통에는 ‘식수가 부족하니 드시고만 가시고, 물병에 담아가지는 말아주세요’라고 애절형으로 적혀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시원한 물을 한잔 마시고, 천문대를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담장 곁 풀밭에 박하가 피어있기에 한입 물었더니, 향이 진동을 한다. 약초를 잘 아시는 아저씨랑 동반을 하여 온갖 약초구경을 하게 생겼다.


 


늘 찾던 연화봉이라 애써 오르지 않고, 자연탐방로를 따라 비로봉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연화봉 주변은 매년 5월 말~6월초에 철쭉제가 열리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철쭉군락지가 보였다. 지난 5월말에 왔을 때 보다 녹음이 더 짙어서 좋았다.


 


장마가 북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구름이 많은 날씨라 그다지 덥지는 않았지만, 통상 6월말의 낮 시간에 9시간 넘게 산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고 출발을 했지만, 연화봉을 지나니 힘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산길을 걷는 것이다. 도로를 걷는 것보다 무릎에 무리를 주지는 않았지만, 계속하여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연거푸 물을 마시고, 중간 중간 계속 쉬어보지만,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아저씨의 약초 설명이 힘을 돋구어주었다.


 


자주 등산을 다니고 약초를 많이 먹어서 인지 약초아저씨는 아주 편하게 길을 걸었다. 마흔을 갓 넘긴 나는 대화를 해가면서 천천히 걸었지만, 운동이 부족한 때문인지 아저씨와 보조를 맞추기가 힘들고 피곤했다.


 


1시간을 넘게 걸으니, 비로봉이 보이기 시작했고, 중간에 산장과 주목군락지 등이 보기 좋게 펼쳐져 있다. 길옆에 당귀와 에델바이스(외솜다리)가 즐비하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에델바이스가 이뻐 사진을 한두 장 찍어온다.


 


여성스러운 산이라는 표현되는 소백산은 정상 부근이 아주 평탄하다. 해발 1,400m내외의 고지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인서 큰 나무는 거의 없고, 잔목과 풀밭이 펼쳐져 있다. 대관령의 목장지대를 옮겨 놓은 것 같은 분위기에 산장의 외관과 주목군락지는 장관이다.


 


주목군락지 부근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저씨와 약초에 관한 이야기며, 산과 건강에 관한 담화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정오를 넘기고 있었다. 나는 죽령휴게소에서 사온 도시락으로 아저씨는 안양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아저씨가 오던 길에 채취한 표고버섯을 비롯한 약초 반찬과 총각김치가 맛있었다. 내가 사온 도시락은 별로 맛은 없었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잘 먹었다.


 


집에서 가져온 오이며, 옥수수 통조림, 복숭아 통조림도 먹고, 물도 잔득 마시고는 행복한 식사를 마쳤다. 아저씨는 단양으로 간다며, 천동계곡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나는 길을 서둘러 비로봉에 올랐다.


소백산 천문대

소백산의 야생화

비로봉 산장

소백산의 풍경


김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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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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