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서야 관객 앞에 소리꾼으로 만날 준비가 되었다.

소리꾼 이자람이 선보이는 판소리단편 <이방인의 노래> 서울 초연
기사입력 2015.05.11 22:47 조회수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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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사천가>, <억척가>의 성공적인 행보 이후, 이자람이 소리꾼으로서 가지는 4년만에 판소리단편 <이방인의 노래> 서울 초연에 앞서 이번 공연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소리꾼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사천가>, <억척가> 이후 4년만입니다. 세 번째 신작 <판소리단편선2_이방인의 노래>는 어떤 작품인지?


<사천가>나 <억척가>를 기억하시는 분들에게는 전혀 다른 판소리 공연이 될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고, 다양한 재능와 끼를 발산하고, 관객을 커다란 소용돌이로 초대하려고 노력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판소리단편선2_이방인의 노래>는 예민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관객과 함께 잔잔한 호수 옆을 거니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천가>, <억척가>가 일종의 영웅적 서사였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은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모든 것이 자극적이고, 때문에 눈에 띄는 것만이 살아남는 지금의 시대에 한숨 돌리며 주변을 돌아보게되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에는 이성보다 본능에 집중에 결정하는 편인데, 라는 작품을 만났을 때, 제 마음이 움직였어요.
작고 소소한 것들 속에 숨어있어 우리가 자주 놓치는 보석같은 마음들을 작품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판소리단편선1_추물/살인>에 이은 단편선 시리즈인데, 앞으로 단편선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계획 인지? 왜 단편선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단편선을 시작한 계기는 긴 서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한 개인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사천가>, <억척가>가 가지는 의미가 분명하지만, 두 시간이 넘어 한번 공연을 하기위해 너무 많은 힘을 써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기동력을 가지고 편안하게 판을 벌릴 수 있는 ‘판소리’를 만들고도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단편소설 여행이 뜻밖에 훌륭한 작품들로 저를 안내해주었고, 그렇게 만난 주요섭 작가의 소설이 좋은 시작점이 되어주었습니다. 그 작업은 과정에서 더 아름다웠고, 그래서 앞으로도 단편선 시리즈로 많은 판소리창본들을 빚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 마르케스 단편소설과의 만남은 주요섭 작업을 함께 했던 박지혜 연출의 "남미의 환상 문학과 판소리가 어울리는 지점이 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보석같은 만남이지요. 서사적 구조가 아닌 감성과 공기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야하는 소설들을 만날 때면 판소리 작가로서 ‘기존의 판소리 어법이 아닌 조금은 새로운 판소리 어법’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지에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가끔은 그 속에서 너무 어려워 헤매기도 하지만 새로운 발견을 할 때면 굉장한 희열과 흥분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 <판소리단편선2_이방인의 노래> 역시 제게는 그런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 꼭 필요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판소리단편선1_추물/살인>에 이어 박지혜 연출과의 두 번째 협업인데, 두 사람만의 작업적 특징은 무엇인지?


정말 섬세합니다. 조금이라도 우리의 본능과 이성에 걸림돌이 생기면 절대로 무심히 넘기는 법이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박지혜 연출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하고요. 박지혜 연출은 아주 작은 것, 그것이 주는 사실은 커다란 변화에 대해 예민하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작업자입니다. 이런 협업자와의 만남은 제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비겁함이나 무심코 넘겨 왔던 나쁜 마음들을 직면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박지혜 연출과의 작업 중에는 늘 제 안의 잣대가 예민하게 서고, 활발히 움직입니다. 그러한 순간들이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요.


 


박지혜 연출과의 협업을 선택한 이유는?


연출가로서의 박지혜는 무대 위에 서있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만을 선택하는 미덕이 있습니다. 습관에 의해 어떤 오브제나 표현 등이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살핍니다. 가령, 조명이 과해 소리꾼만의 아름다운 상상력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무대 위의 소리꾼이 편하게 움직이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하고, 어떤 것을 과감히 제거해야하는지에 대해 살펴주지요. ‘소리꾼의 상태를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가장 좋은 상태의 소리꾼을 만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이 박지혜 연출과의 만남에서 얻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소리단편선1_추물/살인>에서는 소리꾼으로 서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에 소리꾼으로 서게 된 계기는?


준비가 된 것 같달까요. <사천가>나 <억척가>가 제 인생에 워낙 커다란 길을 열어주었기에 그 다음 쳅터를 여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소리꾼으로 무대에 서려는 것은 ‘이자람’이라는 소리꾼이 이제서야 관객 앞에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소리꾼으로 관객을 만날 준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만나는 일은 귀한 옷 한 벌을 만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어떤 자리에서 입을지, 내게 어울리는 옷인지에 대해 늘 깊이 고민하며 작품을 선택하지요. 주요섭 작가의 작품을 소리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는 이미 내 옷이 아닌 다른 소리꾼들의 옷을 빚으려고 마음 먹었을 때였습니다. 마르케스의 소설은 ‘내가 소리꾼으로 서야겠다.’라는 욕심을 가지고 준비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희 친언니가 그러더군요. “이번 작품은 정말 그냥 '너같다'.”


 


<판소리단편선2_이방인의 노래>를 관람하게 될 관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오셔서 소리 한 자락 나누고 가셨으면하는 것이 소리꾼으로서 늘 바라는 점인데...
정말 늘 그렇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전하는 이야기에 관심과 사랑을 보태어 들어주시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을 보실 관객분들께 제가 바라는 작은 마음입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러닝타임동안의 여행. 이것이 공연자로서 제 삶의 전부일 것 같은데요, 제 삶은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들로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판소리라는 이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저 '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나머지는 제가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


 


계속해서 판소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계획 중인지?


지금의 마음으로는 힘 닿는 데까지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실험이든, 제가 획득해낸 판소리 만들기 어법이라 진부하든... 그러한 모든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해서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그 안에서 '좋은' 작품들은 꾸준히 관객을 만나 성장할 것이고, 그것이 훗날 누군가의 입으로 전해지고...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의 소리꾼으로서, 작/작창가로서 많은 작품을 남겨 그것으로 더 많은 소리꾼들이 자신만의 옷을 입고 관객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런 작업들이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판소리를 통해 이례적인 신화를 기록하며, 2007년 <사천가>를 시작으로 <억척가>까지 국내에서의 선풍적인 호응을 이끈 후 프랑스, 루마니아, 우루과이, 브라질, 뉴욕, 런던, 폴란드, 호주 등 작품 선정에 있어 엄격하기로 유명한 세계 유수의 프로모터 및 공연관계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소리꾼 이자람의 신작 <판소리단편선2_이방인의 노래(연출:박지혜, 작/작창:이자람>가 열흘 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박수은 기자]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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