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시대 최고의 광대, 슬라바 폴루닌 slava polunin

세상을 향한 독특한 시각 - 슬라바의 광대예술
기사입력 2015.05.07 19:35 조회수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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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바 폴루닌 slava polunin


 


“광대는 의사와도 같습니다. 증오와 두려움을 가진 영혼들을 돕지요. 광대는 그들을 치료합니다. 그리고 원칙 앞에 의문점을 두곤 하는 철학가입니다. 광대는 모든 것을 만져보고 그것처럼 되고파 하는 빛나는 눈망울을 가진 어린 아이이기도 합니다. 광대는 또 별들을 바라보며 호기심에 빠지는 미치광이와 시인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죠.” – 슬라바 폴루닌


 


[서울문화인] 광대는 세상을 향한 독특한 시각, 보통 사람들이 보는 것과 다르게 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슬라바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쉽고 단순하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광대가 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독특한 시각’은 특이한 무언가가 아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세상을 올곧고 솔직하게 보는 것이 세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만약 연극 연기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나요?’ 라는 질문에 그는 “어렸을 적에 도서관 사수 혹은 목수가 되길 꿈꿨어요. 근데 그 꿈은 현실이 되었죠. 전 아주 큰 서재를 가지고 있고 숲 속에 살고 있거든요.”라고 대답하는 슬라바에게서 광대로서 독특한 시선을 가지며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스노우쇼>에 녹아있을 그의 독특한 시선의 광대예술이 궁금해지는 동시에 그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조우하고 싶어진다.


 



 


<스노우쇼>를 보면, 당신의 유년 시절이 궁금해집니다.
저는 러시아 중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 가족은 예술 쪽이나 공연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었죠. 어렸을 때 저는 찰리 채플린의 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지팡이를 만들어 찰리 채플린의 걸음걸이를 따라 했고, 친구들은 그런 제 모습을 보며 웃었습니다. 아마 그 때쯤 제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은) 제가 광대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광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훨씬 후에 나타났습니다.


 


전문 광대는 어떻게 되었나요?
연기는 판토마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신비로운 무성 예술(silent art)에 빠져들었죠. 몇 년 동안은 기괴한 판토마임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로 제 공연 파트너인 Alexander Skvortsov와 작업을 했고 우리 둘은 곧바로 관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러시아 전역의 저명한 공연장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 후 80년대에 들어서는 슬라바 (혹은 아시사이)라는 제 광대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는 제가 관객들을 웃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 ‘슬프고 착하고 상냥하게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광대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몸을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도록 혹독한 발레 트레이닝에서부터 세계 연극, 서커스, 엔터테인먼트, 카바레, 영화 등 다양한 경험에 대한 연구도 했습니다. 외부적으로 ‘신, 부모, 혹은 자연으로부터’ 받는 천부적 재능은 밑바탕에 불과합니다. 마치 내 손과 노력으로 집을 지을 때 필요한 기반이나 마찬가지이죠.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는 결국 본인이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스노우쇼>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이 공연은 사실 발표하기 20년 전부터 구상한 것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와 아이템들로 구성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영감이 되는 아이템들을 조금씩 조금씩 수집하며 이 작품이 만들어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쇼의 많은 부분들은 제 유년시절의 기억, 특히 러시아의 하얀 눈이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스노우쇼>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입니까?
어린 시절로의 여행입니다. 꿈 많던 유년 시절, 눈 덥힌 유년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시절의 꿈과 기대에 흠뻑 젖어보는 겁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느낄 수 있었던, 알록달록한 컬러풀한 세상, 솔직함 감정, 작지만 소중한 디테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 개개인이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다른 연극 예술과 마찬가지로 이 극에서 가장 마술 같은 점은 관객과의 교감입니다. 대사가 아닌, 연기자와 관객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이 미묘한 교감이 극장에 마법을 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서커스와 광대극(예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서커스가 시적인 아름다움(poetry)을 잃고 기술과 속임수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광대들은 영화, 극장, 혹은 거리 공연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자유와 자신들만의 공간을 얻었고 그로써 그들은 서커스 단원의 머릿수만 채우는 존재가 아닌 그들 공연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광대들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광대연기가 서커스 장르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넘어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운영하고 있는 ‘바보들의 아카데미(Academy of fools)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요?
Academy of Fools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지 아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서로한테 배우는 곳입니다.
Academy of Fools는 세상의 심각함과 허영에 반대하여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을 추구합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신의 진로, 걱정, 수입 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삶의 즐거움을 망각합니다. 꽃 향기를 맡고, 새들의 노래를 듣고, 여름 날 잔디밭에 누워서 별들을 감상하는 법을 잊어버린 겁니다. Academy of Fools의 가장 큰 목적은 이런 소소한 일들이 우리 삶에서 잊혀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는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일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놓치고 산다면 사람들은 심각함에 빠져 미소 짓는 법도 잊어버릴 지 모릅니다.


광대가 행복할수록 관객들도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한 사람들만 팀원으로 뽑습니다. 그것이 제 비밀/비법입니다.
(*Academy of fools는 1993년 슬라바 폴루닌이 모스크바에 세운 아카데미로, 모스크바의 거리 축제, 광대들을 위한 카니발, 연극 올림픽 등을 주최하였다.)


 


당신 이름 앞에 ‘세계 최고의 광대’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이러한 명성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물론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그러나 저는 “Academy of Fools”의 대통령(president)이란 칭호를 더 좋아합니다. 제가 Academy를 창단했을 때 스스로에게 준 직위입니다. 또한 덴마크의 여왕이 지어준 “안데르센(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덴마크 출신이다)의 러시아 특사”라는 칭호도 좋아합니다.


 


<스노우쇼>가 전세계으로 인기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공연이 ‘무언극’이라는 점이 우리가 오랫동안 전 세계를 성공적으로 투어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의 인생과 관련 있는, 단순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중요한 요소들 – 우정, 고독, 삶과 죽음 – 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또 그러한 주제들을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이고요. 끝으로, 제가 이 세상에 대해 감탄하고 이곳에 있음을 행복하게 생각하는데 관객들이 그걸 같이 느끼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각 나라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조금씩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각 나라 관객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점이 인기가 많고, 스페인에서는 격정적인 면모가 인기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영혼이 담긴 심오함을 선호하고 프랑스에서는 서정성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공연 내내 조용히 앉아서 관람을 하다가 극이 끝난 후 30분동안 기립박수를 치곤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무언가가 자신을 만지면 무대 위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모든 작품에서 대사를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우스꽝스럽고 환상적인 세계를 좋아하는 한편, “입으로 내뱉어진 말”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광대가 되기로 했습니다.


저는 ‘대사 없이 표현하는 것이’ 무대 위의 그 어떤 대사보다도 정직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각적 언어(visual language)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풍성하고 친밀하며 복잡미묘한 것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연에서 ‘대사’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자연, 아이들, 그리고 책. 저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해요. 평생 동안 수집하고 즐겨 읽은 책들로 이루어진 큰 사서를 갖고 있습니다. 공연에 있어서는 시각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공연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피나 바우쉬와 로버트 윌슨의 공연들을 좋아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 순간부터 제 삶과 예술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저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저에게는 동등하게 소중한 일입니다. 오늘 저는 러시아의 가장 큰 서커스단의 수장이며 새로운 극을 만들고 선보이는 극단을 소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구 곳곳의 다양한 도시에서 큰 규모의 거리 이벤트도 선보이고 현재 책을 집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2013년 초 슬라바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서커스단인, 상트 페테르부르크 볼쇼이 서커스단의 예술 감독으로 임명됐다.) [허중학 기자]


 




슬라바 폴루닌(Slava Polunin)은?


1950년 6월 12일 러시아 오룔주 노보실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슬라바 폴루닌은 17세 때 엔지니어링과 회계를 공부하기 위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마임 공연을 관람한 후 마임에 매료되어 예술에 입문한다. 채플린, 엥기바로프와 같은 대가들의 예술세계와 스타니슬라브스키, 베게트, 윌슨, 메이어홀드의 연극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예술적 재능을 키워나갔으며 1979년 ‘리체데이’ 극단을 창단한다. 리체데이 극단은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마임의 테크닉을 결합시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갔으며, 러시아의 대표 광대극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1993년, 그의 대표작의 주요 장면을 모아 만든 (이후 <스노우쇼(SNOWSHOW)>로 작품명이 바뀜)로 Time Out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외에도 바르셀로나 골든 노우즈상(‘95), 러시아 골든 마스크상과 런던의 로렌스 올리비에상(‘98) 등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연극상을 휩쓸며 그의 예술 세계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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