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갤러리 주요 뉴스

[전시] 10년 만에 선보이는 송은문화재단 소장품전
[전시] 10년 만에 선보이는 송은문화재단 소장품전
[서울문화인] 송은문화재단이 2021년 8월, 신사옥 개관을 기념해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 드 뫼롱과 협력 기획한 특별전과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는 본선에 오른 작가 20인의 신작을 선보인데 이어 4월 6일부터 송은문화재단 소장품전 《Past. Present. Future.》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소장품전은 2012년에 개최한 《Testing Testing 1.2.3 : 송은문화재단 소장품전》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로 송은문화재단이 미술계 젊은 인재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소장하게 된 김세진, 김영은, 김우진, 김은형, 김준, 김준명, 김지평, 박보나, 박준범, 신정균, 이세경, 이은우, 이재이, 이진주, 정소영, 최성임, Orange Miner(고재욱) (가나다순) 작가의 작품 일부와 고미술 소장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전시의 구성은 과거, 현재, 미래가 나열되거나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라는 시간에 과거, 미래가 교차되는 지점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회화∙공예∙서예, 동시대 작가들의 벽화∙조각∙영상,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NFT 작품을 선별해 과거부터 흘러온 한국 미술의 흐름과 의미를 따라 조명한다. 이는 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선보여온 장르, 시대 이런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모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송은문화재단은 이런 방식으로 기획한 것은 한국 미술사의 회고, 전통적인 소재와 표현기법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는 동시대 작가들, 예술의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NFT 작업을 선보이며 동양적 세계관을 평행 교차하는 시간성에 녹여내고자 이런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고 한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송은문화재단의 전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국내 작가 8인(고재욱, 김세진, 김우진, 박보나, 박준범, 신정균, 이재이, 정소영)이 참여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되며, NFT 작품과 관련하여 온라인을 통한 미술 작품 패러다임의 변화를 미술계 인사들과 함께 논의하는 NFT 토크와 더불어, 병풍, 족자 등 고미술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에 관해 전시 참여 작가 김지평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토크 프로그램 상세일정 및 내용은 추후 송은 공식 웹사이트 및 SNS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카메라라는 도구로 표현한 추상표현주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
[전시] 카메라라는 도구로 표현한 추상표현주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
[서울문화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국내 최초 개인전 《Andreas Gursky》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 태생의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1955-)는 거대한 공장, 광란의 증권거래소, 대규모의 호텔 아트리움과 슈퍼마켓, 어마어마한 군중이 모이는 관광 및 레저 명소, 광활하게 펼쳐진 기업형 농장과 화려하게 빛나는 마천루 등 세계자본주의(global capitalism)를 대담하게 기록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피사체를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그를 현대사진의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치 않았다. 거스키 작품에는 특징이 있다. 먼저 작품의 기념비적 피사체의 규모와 디테일과 수평성이다. 거스키는 원거리 시점으로 큰 스케일 속에서도 전례 없을 만큼 세밀한 디테일을 지니고 있다. 사진의 크기가 5미터 가까이 됨에도 화면을 구성하는 피사체는 어느 위치에 있던 모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놀랄만한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큰 스케일의 피사체를 그려내고 있지만 비현실적으로 명확한 수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의 사진의 가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큰 건물을 촬영한다면 렌즈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좌우의 수평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스키의 사진은 명확한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셀도 정확하게 같은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거스키의 사진은 짜집기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렇다 거스키의 많은 작품은 이미지 조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거스키는 몇 개의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평면적 구성,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색상의 조정 등과 같은 다양한 이미지 조작을 통해 그 특징을 극대화하여 표현하여 보여주고 있다.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 그의 사진은 여러 컷의 사진을 디지털 편집을 통해 그 대상의 본질을 집중하였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단순히 현대사회의 기록이 아닌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한 추상회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제작방식으로 거스키는 지난 37년간 약 250여 점의 사진 작품만을 제작하지 못했을 정도로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 이번 전시에는 <파리, 몽파르나스>(1993), <99센트>(1999, 리마스터 2009)와 같은 대표작을 비롯해 4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얼음 위를 걷는 사람>(2021)과 <스트레이프>(2022)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이음 더 플레이스, 아트놈(ARTNOM) 개인전
[전시] 이음 더 플레이스, 아트놈(ARTNOM) 개인전
[서울문화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이음 더 플레이스가 2022년 첫 전시로 아트놈(ARTNOM) 개인전 <호호호 晧好虎>을 선보인다. 아트놈의 작품에는 수많은 충돌적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아트놈’이라는 예명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한 가지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짓는 것을 경계하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디자이너적 시각, 동양의 민화를 서양의 팝아트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는 캐릭터와 브랜드, 민화의 아이콘화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각적 배려가 가득 담겨 있다. 물론 친근하고 유쾌한 작품들 속에는 시대적 통찰과 작가정신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아트놈은 “어떤 대상을 포장된 메시지로 규정짓기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작품의 중요 동기인 것 같다. 그 안에서 토끼소녀가 ‘가지’로, 말썽꾸러기 강아지가 ‘모타루’ 등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나 자신의 여러 단면이다. 농담과 유희를 좋아하는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들, 좋아하는 분들과 대화 속에서 만나는 나 자신의 성격 등이 작품해석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 <호호호>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밝을 호’, ‘좋을 호’, ‘범 호’를 사용하여 빛나고, 아름다우며, 용맹한 호랑이와 같은 기백으로 살기 바라는 새해 덕담은 물론 아트놈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해학과 감수성을 ‘호호호~’라는 의성어의 중의적 의미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주인공들은 강인하면서도 융합적인 캐릭터들로, 이는 여권신장이 아닌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순수성에 의해 선택됐다. 예를 들어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여주인공이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내 작품들은 정치적 메시지이기보다 평화와 위안의 미학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음 더 플레이스(EUM THE PLACE)’는 1908년에 지어진 한옥에 마련된 갤러리로 2022년 올해 ‘일기일화(一期一畵)(지금 이 순간은 생애의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마주하는 이 그림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를 주제로 일곱 작가들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놈 개인전 <호호호 晧好虎>는 오는 9일부터 3월 13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서울문화인]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송현동 이건희기증관 건립업무협약(2021. 11.)을 맺음으로써 광화문을 아우르는 지역에 새로운 주요 국공립미술관 뮤지엄벨트가 형성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은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신장하고자, 올해 국제적인 지명도와 역사적 중요성, 대중적 인지도를 고루 확보한 권진규, 장-미셸 오토니엘, 키키 스미스, 백남준 같은 일련의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과, 분관시대 아시아 미술기획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해외 작가전으로 《장-미셸 오토니엘》전은 루브르박물관 첫 동시대미술 소장 작가이자 지난해 9월 개막한 프랑스 파리의 프티 팔레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전시이며, 동시대미술사의 다양성과 개성의 아이콘인 《키키 스미스》개인전은 이미 널리 확보된 국내 팬층과 전문가들에게 동시대 거장들의 걸작을 만끽하는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K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고 뛰어난 한국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보다 많은 시민 관객에게 한국현대미술의 성과를 알리고자 권진규, 정서영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2022년 의제-기관의제 ‘제작’, 전시의제 ‘시’ 서울시립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의 특성을 다양한 전시로 접근하고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2019년부터 매년 기관의제와 전시의제를 설정해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의제 도입 첫해에 ‘수집’, 두 번째 해에 ‘배움’을 설정하여 미술관 정체성의 지표이자 정책과 태도의 갱신 지표로서 수집과 배움의 중요성을 환기하였다면 올해는 그간 축적된 의제사업 간 연속-융합선상에서 시대감성에 부응하는 의제로 기관의제는 ‘제작’, 전시의제 ‘시’로 설정하였다. 2022년 기관의제 ‘제작’은 대상의 속성과 이치를 이해하고 숨은 원리를 발견하여 감각, 지성, 행위의 공조로 대상과 또 다른 관계를 이어가는 행위로 이러한 관계 탐구와 관계 잇기의 과정으로서 제작의 면모를 탐험하기 위하여 서도호, 김범, 임흥순을 초대한다. 전시의제 ‘시’는 시적 결합을 의미한다. 미술에서 구체적인 재료와 개념, 형상, 서사구조, 언어와 문자, 음률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조형 실험으로 접근한 백남준, 정서영, 성찬경, 이규철, 강석호의 개인전을 통해 시적 절합의 경지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7개 분관에서 8개로 확장 서울시립미술관은 현재 7개(서소문본관,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SeMA창고, 백남준기념관, SeMA벙커) 기관에서 2024년까지 총 10개 기관으로 확장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8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와 기록을 수집, 보존, 연구하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평창문화로101)가 개관되며, 2024년에는 서울사진미술관(도봉구)과 서서울미술관(금천구)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아카이브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연동하여 아카이브 기반 전시, 교육, 연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22개 컬렉션 57,000여 건의 미술 아카이브를 수집했고 그 일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서울사진미술관과 서서울미술관은 개관에 앞서 사전프로그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된다. 한편,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그간 숙원사업으로 머물러있던 남서울미술관(구 벨기에영사관, 사적 제254호)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사업이 마침내 구체화된다. 남서울미술관은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 점자블록 설치를 골자로 하는 BF공사 시행을 추진한다. 또한 2023년 권진규 상설실을 마련을 계기를 통해 현대조각과 건축을 토대로 하는 분관을 추진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해부터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 현상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서소문본관은 1928년 일제에 의해 경성재판소로 지어진 건물로 원래 대법원으로 사용되다가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겨간 뒤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미술관 신규 통합 MI 개발 미술관 브랜드화를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술관 신규 통합 MI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개발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신규 MI를 공개했다. 신규 MI는 서울(Seoul)과 서울시립미술관(SeMA: Seoul Museum of Art)의 영문 첫 글자 S에 연결, 변화, 유연함의 가치를 담아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로운 예술의 흐름, 새로운 S(New S)’를 만들어 가는 기관임을 담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신규 MI는 서서울미술관이 개관하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2022년을 도약기로 설정했다.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은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진화하는 미술관으로서 삶이 만나고 교차되는 순간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미술관이다”라며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각 분관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미술관의 운영 모델을 제시 하겠다”라고 밝혔다. [허중학 기자]
[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에서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 《BERLIN》을 선보이고 있다. 도윤희 (1961년 서울 생)작가는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화가로 지난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Galerie Beyeler: 20세기 최고 화상/아트 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눈에 띄지 않고 숨겨져 있거나, 낯선 삶의 파편과 구석, 가려진 뒷면,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표현해 내고 있다. 《BERLIN》전에 선보이는 40여 점의 작품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도윤희의 과감한 도전과 파격적 변신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먼저 1층 전시장에 소개되는 7점의 작품은 작가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으로 이 작품들은 2015년 《Night Blossom》 전시로 변신을 꾀한 작가가 한 단계 전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서정성을 간직한 초기 모델들이라 할 수 있다. 이어 지하 전시장에는 베를린과 서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들로 화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2층 전시장은 팬데믹 이후 대다수 서울에서 작업한, 높이 3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최근작으로 채워졌다. 2011년 갤러리현대와의 첫 개인전 《Unknown Signal》에서 작가는 세포나 화석의 단면, 뿌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이미지를 흑연으로 그리고 위에 바니쉬를 반복적으로 칠해 올리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읽을 수 없는 문장’,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살아있는 얼음’,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등 한 편의 시구와 같은 문학적 제목을 더해, 쓴다와 그린다는 행위 사이에 놓인 회화를 고민하며, 생명의 본질과 근원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 도윤희는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며 베를린 동쪽에 스튜디오를 마련하면서 그는 이러한 물리적인 이동을 통해 베를린만의 데카당스함(지성보다는 관능에 치중, 죄악과 퇴폐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껴 암흑과 문란 속에서 미를 찾으려 함)과 기괴한 무거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Night Blossom》에서 그 첫 결과물을 공개했다. 당시 작가는 작품 제목을 모두 ‘무제’로 정한 것은 이전 작업에 영감이 되었던 문학적 요소와 결별을 암시하는 것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사용을 억제했던 색을 받아들이기 시작을 알렸다. 더불어 이미지를 캔버스로 구체화해 옮기는 과정에서 연필이나 붓이라는 전통적 미술 도구를 벗어나 보다 원시적 수단인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손의 감각에 의지하며, 손의 적극적인 사용은 캔버스와 작가 내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실재하지 않지만, 작가의 내면에는 이미 존재했던 세계가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낸다. 화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어나오는 형형색색의 환상적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색채’, 나아가 ‘밤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세계의 이면’을 제시했다. 《Night Blossom》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 《BERLIN》에서 도윤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는 회화의 기본적 언어이자 재료인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물성을 더욱 되살렸다. 이전 전시에서 작가는 뭉게구름처럼 퍼져 가던 얕은 층위의 물감은, 색 덩어리로 강렬한 물질성을 획득하고 생명체처럼 육감적인 질감을 지니고 있다. 거침없는 선과 색 덩어리가 쌓이고 뒤섞여 형성한 다층적인 레이어들 사이에 구멍을 뚫어 빈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익숙한 회화의 모습과 다른 매혹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추상은 환상이 아니에요. 환상, 몽상, 상상 같은 게 아니고 인식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실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번 전시의 작품은 개개인의 감정이나 기억속의 이미지들이 다르듯 작품은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나, 해 질 녘 강변의 쓸쓸한 잔상처럼 다양하게 다가온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화면들은 그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라 말한다. 작가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찬란한 빛과 소용돌이치는 색들, 부유하는 형태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재빠르게 붙잡기 위해, 캔버스 앞에서 마치 육탄전을 벌이듯 손, 붓, 부러진 붓의 모서리, 유리병, 망치 등 도구를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전통적 행위를 넘어 물감 덩어리을 만지고, 주무르고, 찍고, 쌓고, 선을 긋는 등 역동적 제스처를 통해 새로운 추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이번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2월 27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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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10년 만에 선보이는 송은문화재단 소장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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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카메라라는 도구로 표현한 추상표현주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
[전시] 카메라라는 도구로 표현한 추상표현주의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
[서울문화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국내 최초 개인전 《Andreas Gursky》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 태생의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1955-)는 거대한 공장, 광란의 증권거래소, 대규모의 호텔 아트리움과 슈퍼마켓, 어마어마한 군중이 모이는 관광 및 레저 명소, 광활하게 펼쳐진 기업형 농장과 화려하게 빛나는 마천루 등 세계자본주의(global capitalism)를 대담하게 기록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피사체를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그를 현대사진의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치 않았다. 거스키 작품에는 특징이 있다. 먼저 작품의 기념비적 피사체의 규모와 디테일과 수평성이다. 거스키는 원거리 시점으로 큰 스케일 속에서도 전례 없을 만큼 세밀한 디테일을 지니고 있다. 사진의 크기가 5미터 가까이 됨에도 화면을 구성하는 피사체는 어느 위치에 있던 모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놀랄만한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큰 스케일의 피사체를 그려내고 있지만 비현실적으로 명확한 수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의 사진의 가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큰 건물을 촬영한다면 렌즈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좌우의 수평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스키의 사진은 명확한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셀도 정확하게 같은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거스키의 사진은 짜집기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렇다 거스키의 많은 작품은 이미지 조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거스키는 몇 개의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평면적 구성,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색상의 조정 등과 같은 다양한 이미지 조작을 통해 그 특징을 극대화하여 표현하여 보여주고 있다.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 그의 사진은 여러 컷의 사진을 디지털 편집을 통해 그 대상의 본질을 집중하였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단순히 현대사회의 기록이 아닌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한 추상회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제작방식으로 거스키는 지난 37년간 약 250여 점의 사진 작품만을 제작하지 못했을 정도로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 이번 전시에는 <파리, 몽파르나스>(1993), <99센트>(1999, 리마스터 2009)와 같은 대표작을 비롯해 4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얼음 위를 걷는 사람>(2021)과 <스트레이프>(2022)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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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음 더 플레이스, 아트놈(ARTNOM) 개인전
[전시] 이음 더 플레이스, 아트놈(ARTNOM) 개인전
[서울문화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이음 더 플레이스가 2022년 첫 전시로 아트놈(ARTNOM) 개인전 <호호호 晧好虎>을 선보인다. 아트놈의 작품에는 수많은 충돌적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아트놈’이라는 예명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한 가지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짓는 것을 경계하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디자이너적 시각, 동양의 민화를 서양의 팝아트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는 캐릭터와 브랜드, 민화의 아이콘화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각적 배려가 가득 담겨 있다. 물론 친근하고 유쾌한 작품들 속에는 시대적 통찰과 작가정신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아트놈은 “어떤 대상을 포장된 메시지로 규정짓기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작품의 중요 동기인 것 같다. 그 안에서 토끼소녀가 ‘가지’로, 말썽꾸러기 강아지가 ‘모타루’ 등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나 자신의 여러 단면이다. 농담과 유희를 좋아하는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들, 좋아하는 분들과 대화 속에서 만나는 나 자신의 성격 등이 작품해석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 <호호호>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밝을 호’, ‘좋을 호’, ‘범 호’를 사용하여 빛나고, 아름다우며, 용맹한 호랑이와 같은 기백으로 살기 바라는 새해 덕담은 물론 아트놈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해학과 감수성을 ‘호호호~’라는 의성어의 중의적 의미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주인공들은 강인하면서도 융합적인 캐릭터들로, 이는 여권신장이 아닌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순수성에 의해 선택됐다. 예를 들어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여주인공이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내 작품들은 정치적 메시지이기보다 평화와 위안의 미학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음 더 플레이스(EUM THE PLACE)’는 1908년에 지어진 한옥에 마련된 갤러리로 2022년 올해 ‘일기일화(一期一畵)(지금 이 순간은 생애의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마주하는 이 그림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를 주제로 일곱 작가들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놈 개인전 <호호호 晧好虎>는 오는 9일부터 3월 13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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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서울문화인]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송현동 이건희기증관 건립업무협약(2021. 11.)을 맺음으로써 광화문을 아우르는 지역에 새로운 주요 국공립미술관 뮤지엄벨트가 형성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은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신장하고자, 올해 국제적인 지명도와 역사적 중요성, 대중적 인지도를 고루 확보한 권진규, 장-미셸 오토니엘, 키키 스미스, 백남준 같은 일련의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과, 분관시대 아시아 미술기획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해외 작가전으로 《장-미셸 오토니엘》전은 루브르박물관 첫 동시대미술 소장 작가이자 지난해 9월 개막한 프랑스 파리의 프티 팔레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전시이며, 동시대미술사의 다양성과 개성의 아이콘인 《키키 스미스》개인전은 이미 널리 확보된 국내 팬층과 전문가들에게 동시대 거장들의 걸작을 만끽하는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K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고 뛰어난 한국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보다 많은 시민 관객에게 한국현대미술의 성과를 알리고자 권진규, 정서영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2022년 의제-기관의제 ‘제작’, 전시의제 ‘시’ 서울시립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의 특성을 다양한 전시로 접근하고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2019년부터 매년 기관의제와 전시의제를 설정해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의제 도입 첫해에 ‘수집’, 두 번째 해에 ‘배움’을 설정하여 미술관 정체성의 지표이자 정책과 태도의 갱신 지표로서 수집과 배움의 중요성을 환기하였다면 올해는 그간 축적된 의제사업 간 연속-융합선상에서 시대감성에 부응하는 의제로 기관의제는 ‘제작’, 전시의제 ‘시’로 설정하였다. 2022년 기관의제 ‘제작’은 대상의 속성과 이치를 이해하고 숨은 원리를 발견하여 감각, 지성, 행위의 공조로 대상과 또 다른 관계를 이어가는 행위로 이러한 관계 탐구와 관계 잇기의 과정으로서 제작의 면모를 탐험하기 위하여 서도호, 김범, 임흥순을 초대한다. 전시의제 ‘시’는 시적 결합을 의미한다. 미술에서 구체적인 재료와 개념, 형상, 서사구조, 언어와 문자, 음률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조형 실험으로 접근한 백남준, 정서영, 성찬경, 이규철, 강석호의 개인전을 통해 시적 절합의 경지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7개 분관에서 8개로 확장 서울시립미술관은 현재 7개(서소문본관,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SeMA창고, 백남준기념관, SeMA벙커) 기관에서 2024년까지 총 10개 기관으로 확장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8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와 기록을 수집, 보존, 연구하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평창문화로101)가 개관되며, 2024년에는 서울사진미술관(도봉구)과 서서울미술관(금천구)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아카이브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연동하여 아카이브 기반 전시, 교육, 연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22개 컬렉션 57,000여 건의 미술 아카이브를 수집했고 그 일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서울사진미술관과 서서울미술관은 개관에 앞서 사전프로그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된다. 한편,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그간 숙원사업으로 머물러있던 남서울미술관(구 벨기에영사관, 사적 제254호)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사업이 마침내 구체화된다. 남서울미술관은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 점자블록 설치를 골자로 하는 BF공사 시행을 추진한다. 또한 2023년 권진규 상설실을 마련을 계기를 통해 현대조각과 건축을 토대로 하는 분관을 추진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해부터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 현상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서소문본관은 1928년 일제에 의해 경성재판소로 지어진 건물로 원래 대법원으로 사용되다가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겨간 뒤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미술관 신규 통합 MI 개발 미술관 브랜드화를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술관 신규 통합 MI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개발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신규 MI를 공개했다. 신규 MI는 서울(Seoul)과 서울시립미술관(SeMA: Seoul Museum of Art)의 영문 첫 글자 S에 연결, 변화, 유연함의 가치를 담아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로운 예술의 흐름, 새로운 S(New S)’를 만들어 가는 기관임을 담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신규 MI는 서서울미술관이 개관하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2022년을 도약기로 설정했다.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은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진화하는 미술관으로서 삶이 만나고 교차되는 순간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미술관이다”라며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각 분관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미술관의 운영 모델을 제시 하겠다”라고 밝혔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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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에서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 《BERLIN》을 선보이고 있다. 도윤희 (1961년 서울 생)작가는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화가로 지난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Galerie Beyeler: 20세기 최고 화상/아트 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눈에 띄지 않고 숨겨져 있거나, 낯선 삶의 파편과 구석, 가려진 뒷면,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표현해 내고 있다. 《BERLIN》전에 선보이는 40여 점의 작품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도윤희의 과감한 도전과 파격적 변신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먼저 1층 전시장에 소개되는 7점의 작품은 작가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으로 이 작품들은 2015년 《Night Blossom》 전시로 변신을 꾀한 작가가 한 단계 전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서정성을 간직한 초기 모델들이라 할 수 있다. 이어 지하 전시장에는 베를린과 서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들로 화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2층 전시장은 팬데믹 이후 대다수 서울에서 작업한, 높이 3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최근작으로 채워졌다. 2011년 갤러리현대와의 첫 개인전 《Unknown Signal》에서 작가는 세포나 화석의 단면, 뿌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이미지를 흑연으로 그리고 위에 바니쉬를 반복적으로 칠해 올리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읽을 수 없는 문장’,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살아있는 얼음’,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등 한 편의 시구와 같은 문학적 제목을 더해, 쓴다와 그린다는 행위 사이에 놓인 회화를 고민하며, 생명의 본질과 근원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 도윤희는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며 베를린 동쪽에 스튜디오를 마련하면서 그는 이러한 물리적인 이동을 통해 베를린만의 데카당스함(지성보다는 관능에 치중, 죄악과 퇴폐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껴 암흑과 문란 속에서 미를 찾으려 함)과 기괴한 무거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Night Blossom》에서 그 첫 결과물을 공개했다. 당시 작가는 작품 제목을 모두 ‘무제’로 정한 것은 이전 작업에 영감이 되었던 문학적 요소와 결별을 암시하는 것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사용을 억제했던 색을 받아들이기 시작을 알렸다. 더불어 이미지를 캔버스로 구체화해 옮기는 과정에서 연필이나 붓이라는 전통적 미술 도구를 벗어나 보다 원시적 수단인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손의 감각에 의지하며, 손의 적극적인 사용은 캔버스와 작가 내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실재하지 않지만, 작가의 내면에는 이미 존재했던 세계가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낸다. 화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어나오는 형형색색의 환상적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색채’, 나아가 ‘밤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세계의 이면’을 제시했다. 《Night Blossom》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 《BERLIN》에서 도윤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는 회화의 기본적 언어이자 재료인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물성을 더욱 되살렸다. 이전 전시에서 작가는 뭉게구름처럼 퍼져 가던 얕은 층위의 물감은, 색 덩어리로 강렬한 물질성을 획득하고 생명체처럼 육감적인 질감을 지니고 있다. 거침없는 선과 색 덩어리가 쌓이고 뒤섞여 형성한 다층적인 레이어들 사이에 구멍을 뚫어 빈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익숙한 회화의 모습과 다른 매혹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추상은 환상이 아니에요. 환상, 몽상, 상상 같은 게 아니고 인식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실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번 전시의 작품은 개개인의 감정이나 기억속의 이미지들이 다르듯 작품은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나, 해 질 녘 강변의 쓸쓸한 잔상처럼 다양하게 다가온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화면들은 그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라 말한다. 작가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찬란한 빛과 소용돌이치는 색들, 부유하는 형태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재빠르게 붙잡기 위해, 캔버스 앞에서 마치 육탄전을 벌이듯 손, 붓, 부러진 붓의 모서리, 유리병, 망치 등 도구를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전통적 행위를 넘어 물감 덩어리을 만지고, 주무르고, 찍고, 쌓고, 선을 긋는 등 역동적 제스처를 통해 새로운 추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이번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2월 27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