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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전 미국 외교관, 여행가, 조선총독부, 외신이 본 서울의 모습
140년 전 미국 외교관, 여행가, 조선총독부, 외신이 본 서울의 모습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생활상태조사’의 기초자료인 미공개 사진 등 163점 공개 1880년대부터 80여 년 간 격동의 서울의 모습을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 [서울문화인]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부터 국내외 흩어져있는 서울학 자료를 발굴, 조사하여 학술총서로 발간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을 발간하였다. 이번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의 3번째 결과물로, 2023년에는 필라델피아 소재 장로회 역사협회(Presbyterian Historical Society)와 워싱턴 D.C. 소재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을 조사한 후, 그중 의회도서관 판화․사진 분과(Prints & Photographs Division)의 사진 163점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1800년 4월 24일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서명한 의회법 제정으로 생겨난 세계 최초의 공공 국립도서관 중 하나로 1897년 본격적으로 종합도서관으로 재출범하였고 이때 생겨난 시각예술부(Department of Graphic Arts)가 판화․사진 분과(Prints & Photographs Division)의 전신이다. 의회도서관의 아시아 분과(Asian Division)는 그간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조사했지만 판화․사진 분과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판화․사진 분과는 미국 저작권청에 저작권 등록을 위해 납본된 사진들을 기반으로, 2021년 기준 1,470만여 건에 달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베인 뉴스 서비스(Bain News Service)의 원판사진 등 다수의 희귀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산재하여 알려졌던 자료들의 원 출처와 촬영 맥락을 파악하고, 정리되지 않은 불명의 자료들을 조사, 연구하여 새롭게 소개하였다. 그중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들은 조선 말기부터 1960년대까지 4개의 컬렉션으로, 미국 외교관, 여행 저널리스트, 조선총독부, 미국 언론사라는 각기 다른 ‘네 개의 시선’으로 본 서울의 모습을 조명하였다. 제1장(조지 C. 포크 컬렉션)에서는 통역사로 조선에서 온 보빙사 일행을 수행하고 이를 계기로 조선의 미국공사관에 외교 무관으로 파견된 미국의 해군 장교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가 촬영한 사진들로 1884년 부임 후부터의 1년간의 사진들로, 미국의 외교관으로서 고종의 근대화 사업의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던 포크의 시선으로 본 조선 말기 서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과 숭례문과 성벽 바깥의 민가의 사진은 현존하는 숭례문 사진 중 가장 이른 사진들로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남산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의 성벽과 그 주변 마을, 숭례문 바깥에 바로 접해있는 민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제2장(프랭크 G. 카펜터 컬렉션)에서는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며 수많은 책과 저서를 남긴 미국의 사진가, 여행 작가인 카펜터(Frank George Carpenter, 1855-1924)의 사진들로 1888년 고종을 인터뷰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카펜터는 짧은 기간 방문한 여행자의 단편적인 시선이었지만 많은 여행 기록과 신문 기사, 책 발간을 통해 20세기 전반 미국인들이 조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구를 제공하였다. 종로 2가에서 엿 파는 아이(사진9)와 초가집 사진(사진10)은 “조선의 어린 소년들은 어깨 위에 줄을 매단 쟁반을 들고 다니며 사탕을 판다”, “조선의 집들은 말발굽 모양을 띠고 있으며 주로 나무로 지은 집이나 짚을 얹어 돌과 진흙으로 만든 초가집에 산다”는 책의 기록과 함께 20세기 전반 서울의 세밀한 모습을 미국인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제3장(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에는 의회도서관에서 아직 등록하지 않은 미공개 사진들로, 해방 직후 미국이 일본에서 입수한 조선총독부 문건들 중의 일부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을 비롯한 전국의 ‘생활상태(生活狀態)’, ‘경제사정(經濟事情)’ 등에 대한 방대한 사진들로 조선총독부 생활상태 학술조사의 기초자료로 추정된다. 다양한 지역과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조선총독부가 식민 지배를 위해 조사했던 다양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 가치가 큰 사진들이다. 특히 이 사진들은 해방 직후 미국이 일본 도쿄에서 입수한 자료들 중 일부가 의회도서관으로 이관된 것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경성 외에도 평양‧인천‧수원‧대전‧강릉‧경주‧부산‧광주‧제주‧황해도‧함흥‧간도 등 전국의 ‘생활상태’, ‘경제사정’, ‘상업’, ‘부락’ 등 사진 뒷면의 기록을 통해 조선총독부 생활상태 학술조사의 기초자료로 추정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경성 사진의 경우, 당시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무라카미 텐코(村上天紅) 등이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어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이라고 명명하였다. 돈화문로 초입 단성사 뒤쪽에 위치한 경성 소방서 부설 종로지서의 고층 망루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화문로 일대 시가(사진13), 종로 5가 일대 전경(사진14), 남산 일대 시가지 전경(사진15) 사진들이 특히 흥미롭다. 모두 같은 지점에서 북쪽-동쪽-남쪽을 향해 촬영한 것으로, 기존의 종로대로 외에 잘 포착되지 않았던 시가지의 면면을 담고 있어 의미가 크다. 제4장(뉴욕 월드 텔레그램&선 컬렉션)은 뉴욕에서 발행한 일간지 『뉴욕 월드 저널 트리뷴(New York World Journal Tribune)』이 1920년대부터 폐간되는 1967년까지의 사진 약 100만 장을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사진들로, 모두 미공개 사진들이다. 이번에 소개된 서울 사진들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국가를 재건하는 196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들로, 사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뒷면 기록 사이의 간극을 통해 전쟁에서의 미군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안국동 일대 사진은 상공에서 바라본 안동별궁과 풍문여학교(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으로, 사진 뒷면의 기록을 통해 이 사진이 1950년 6월 26일 북한군의 남침 등 한국 전쟁 발발에 대응한 국내외 정황을 기사로 작성하기 위해 선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천상륙작전 후 서울을 통과하는 미군은 서울 탈환을 위해 전투가 격렬해졌을 당시, 미군이 서울의 한 도로를 통과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사진에 대한 개별 해설 외에도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자료의 의미와 학술적 가치」(석지훈), 「한국에 사는 미국인: 프랭크 G. 카펜터의 여행과 기록, 1888-1924」(구르셀 바하르), 「사진과 식민권력: 조선총독부의 ‘생활상태조사’ 사업과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의 관계를 중심으로」(권혁희)라는 3편의 전문가 논고도 함께 수록되어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학술총서19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은 서울책방(store.seoul.go.kr, 02-733-7033)과 서울역사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권수진 기자]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서울문화인]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한선학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북경연산燕山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의 특별전시와 연구, 교육 등을 통해, 세계적인 고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중국 북경 류리창에 있는 북경연산출판사에서 계약을 마친 한선학 관장은 “한국 고판화박물관 유물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동아시아 인쇄문화의 꽃인 고판화 문화가 활짝 피는 초석이 마련되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30여 년간 모은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 유물 6,000여점의 다문화적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라고 밝혔다. ‘한국고판화박물관장품집’의 발간은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고판화박물관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판화가 대중들에게 조명을 맞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고판화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를 14년 동안 꾸준히 열면서 국가별, 장르별로 열린 다양한 고판화 특별전과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박물관에서 제작된 30여종의 도록과 12여종의 학술지 등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이 중국에서 출판되어 한국을 비롯한 동 아시아 고판화의 아름다움을 세계 속에 전파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 관장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었던 것은 12년 동안 연속 선정된 문화재청 생생문화사업을 통한, 문화재청, 강원도, 원주시의 지속적인 후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고판화장품집’이 중국에서 전집으로 출판되는 계기는 중국 역대 불교 판화 중 3천여 점을 정리한 ‘중국불교판화전집’(中國佛敎版畵全集)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한 중국판화 100여점이 수록되면서, 고판화박물관의 유물의 가치가 중국에 알려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2월에 북경연합출판공사에서 한국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을 대형 컬러 상하권 2권으로 발간하기로 계약하면서였다. 하지만 이 계약은 4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폐기되었으며, 이를 아쉽게 생각하여 팬더믹 이후 4년 만에 지난 6월 북경에서 만난, 한선학관장과 주심혜선생 마문대선생, 북경연산출판사와 북경연합출판공사 공동 대표인 하염대표 등이 의기투합하여 중국 고판화만을 다루지 말고 한국, 일본, 티벳,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되었던 국가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고판화를 확대하여 8권의 전집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어 8월 17일 계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들어난 전집의 규모는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8권으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그동안 수집한 유물 6,000여점에서 선별되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가별로 이루어지며, 전적에 들어있는 삽화판화와 탱화 형식의 거는 판화인 종교판화, 판화로 만들어진 한국의 민화, 중국의 연화, 일본의 우키요에와 오츠회, 베트남의 동호, 향총 판화를 비롯한 민간판화, 판화를 찍었던 판목을 비롯하여, 판목으로 인출한 판화 등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다. 수록될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한국 국가 보물로 강원도에서 추천하여 문화재청에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2점을 비롯하여, 이미 지정된 강원도 문화재 7건을 비롯하여, 중국 소장품으로는 세계 유일본으로 인정받는 명나라 헌종(憲宗) 성화(成化) 13년(1477) 판각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과 오대산성경전도 등이 있으며, 일본 판화로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를 에도시대에 판각한 대형 오백나한도 판화와 관경만다라를 찍었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판목 중 하나로 평가받는 관경만다라 판목 등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 전집은 1년 6개월의 편집과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질 예정이며, 이번 전집의 주편을 맡은 마문대선생(북경수도도서관 관원)은 “중국 출판사상 한국, 중국, 일본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하였던 국가의 유물이 함께 실리는 최초의 출판 기획으로 고판화사에 남을 중요한 출판물로 기록 될 것이며, 이는 한국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 관장이 30년 전부터 동 아시아 유물을 국가를 망라하여 다문화적으로 수집하였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에서 최근 발행되는 대형 출판물들이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소장되는 추세에 따라 세계 곳곳에 소개될 예정이며, 출판저작권료로 한화 2억 5천만 원에 상당하는 200세트를 한국고판화박물관에 현물로 주는 계약에 따라 한국의 유수 도서관과 박물관에도 소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예정이다. 이 계약을 성사한 당사자인 북경연산출판사 하염사장은 “이 전집에 순조롭게 편집되고 제작되어 인쇄 문화의 꽃인 동 아시아 고판화가 세계에 알리는 계기되고 이를 통해 미술사, 서지학, 판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판화작가들을 비롯하여 판화를 사랑하는 세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사랑 받는 출판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중학 기자]
[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서울문화인]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생명체가 영생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이래 인류는 불로불사를 꿈꿨다. 그리고 이를 위한 끊임없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만큼 생명체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보의 한 축은 호기심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이 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과학을 발전시켜 왔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에 탐사선을 보내는 한편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수 있었던 출발점은 우리의 기원과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최고 호기심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내세관 역시 어쩌면 인간이 맞이해야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싶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에 가서는 영원한 이별을 피할 수 없다. 얼마나 사랑했든, 비할 데 없이 애틋했든, 누구보다 풍족했든 간에. 우리는 영생을 얻지 못했고,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은 여전히 과학으로도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며, 죽은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가는지, 저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저자 권태효, 지식의날개, 2022년 7월 31일)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런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인간의 영원한 과제 ‘죽음’이라는 소재로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저자 권태효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민속문화를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거인설화》, 《중국 운남 소수민족의 제의와 신화》, 《한국 구전신화의 세계》, 《한국신화의 재발견》 등의 책을 썼으며, 《신화학입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초의 죽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전승되는 죽음과 관련된 여러 신화를 바탕으로 신화에서 말하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책을 열어보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해 온 죽음과 저승에 관한 온갖 신이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삶에 관한 지혜를 던져준다. 이를 통해 오늘의 삶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이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 ‘불노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해 본다면’,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 등 7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죽음》은 알고 보니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다.(1장) 동물이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었지만 실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신의 뜻은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장) 그러고 보면 선물 같은 인생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데 실은 이 모두가 죽음과 맞바꾼 대가였다면?(3장) 그래도 여러분은 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싶은가? 알고 보니 이것이 죽음값인데. 예나 지금이나 죽지 않는 것만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영원한 젊음이었다.(4장) 그런데 젊어진 할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손자 때문에 우리가 노쇠를 피할 수 없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5장)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장차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저승은 어떤 모습일까.(6장) 정말 〈신과 함께〉에서 그려 낸 것처럼 저승차사가 와서 우리를 안내할까. 강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궁금하다.(7장) 등 100여 편의 이야기로 죽음과 연관된 우리의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저자는 “죽음기원신화의 내면에는 나름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생명의 출산이 있다면 그만큼 죽어야 세상이 온전히 유지된다고 말한다. 신화 중에 태초에 거북과 인간, 돌이 영생하며 함께 살았는데, 돌은 출산에 관심이 없었지만 거북과 인간은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 해서 신에게 찾아가 출산 능력을 갖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자 신은 너희가 죽어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인간과 거북은 그 말에 동의하여 드디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죽음을 얻었으며, 영원히 살기를 원한 돌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태어나는 만큼 죽음 또한 필요하다는 인식의 신화가 제주도에도 전해지며, 일본의 <고사기>에도 있다. 생산이 있다면 당연히 죽음이 있는 것이 순리일 텐데, 인간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죽음을 내리는 창조주마저도 인간의 편이 되어 어떻게든 죽음을 주지 않으려고 힘쓰고,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부여했더라도 하다못해 수명이라도 늘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죽음신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신의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어 “죽음을 다루는 시각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죽음의 어두운 측면보다는 밝은 측면에서 주로 기술한 책이다. 원하지도 않은 죽음을 억지로 맞게 된다면 고통스럽겠지만 인간이 스스로 원해서 신에게 죽음을 달라고 했다면 죽음은 두렵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또 죽음이 없어서 세상이 혼돈스러우니 죽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여 신이 죽음을 내리는 당위성을 신화에서는 나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무속학회라고 하면 무속인들의 연합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 있는데, 그런 곳이 아니다. 학자들이 모여서 무속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세미나도 하는 등 연구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1998년 결성되어 45호째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고 일 년에 네 번 정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무속은 어떻든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같이 해왔다. 그 속에는 신화도 있고, 음악과 무용도 있으며, 회화라든가 복식, 의례 등 아주 다양한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미신이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더라도 이런 문화적인 요소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속을 종교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그 가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라 강조했다. 이 책은 저승신을 그린 상상도와 죽음과 관련한 온갖 상징물과 장소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곳의 컬러 사진을 통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옛날 사람들은 결코 죽음을 우울한 주제라 여겨 피하지 않았다. 《최초의 죽음》과 함께 죽음을 향한 유쾌한 상상의 여행을 떠나 본다면 어떨까?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벗겨질 것이다. [허중학 기자]
[출판] 국립박물관 큐레이터, 30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출판] 국립박물관 큐레이터, 30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서울문화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은 유리케이스 안에서 잠을 자듯 고요하지만 그 하나하나에는 당시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깊은 역사를 안고 있다. 그 감춰진 이야기를 밝혀내기 위해서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큐레이터는 그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테마로 연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큐레이터이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더 풍성해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주류성출판사)는 30여 년 동안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서 일하며, 박물관의 유물과 그 유물이 지나온 시간들,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초대 어린이박물관 팀장,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재직 중인 최선주 관장이다. “박물관에는 유물과 그 유물이 지나온 시간들,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큐레이터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큐레이터는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박물관 110년의 역사 중에서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90년 이후부터 현재 까지 저자가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경험한 소회를 다루고 있다. 특히 최 관장은 불교 조각사를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불상 연구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전시에 얽힌 이야기, 또 가장 기억에 남은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을 비롯하여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이 기획한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특별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특별전과 함께 하면서 느낀 소감과 그와 관련된 사진들을 전시도록을 보는 것처럼 정리하여 담아내었다. 또한, 항상 오랜 유물의 가치를 찾고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이를 대중에게 소개하던 큐레이터가 애정을 가졌던 유물과 함께 그 이면 숨겨진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라고 인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감명 깊게 봤던 특별전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만큼 특별전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또 큐레이터의 역할도 특별전을 통해 많이 알려진 듯하다. 박물관 특별전시는 그 박물관의 역량과 품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상설전시가 일종의 종합전시라면, 특별전시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주는 주제전시이다. 특별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는 그 전시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영화감독이 혼신의 힘을 다해 영화를 완성하여 개봉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특별전시 때마다 새로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유물이나 작품의 감상은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다.<‘특별전, 이 땅의 특별한 이야기’ 中에서> 박물관 큐레이터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단지 좋은 유물과 작품을 직접 만지고 조사하고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다. 유물과 관람객을 이어 주는 기획자로서, 때로는 유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산소 역할을 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박물관, 숨겨진 이야기’ 中에서> 이 책은 큐레이터로서의 시간의 막을 내리려는 지금, 30년간의 큐레이터로서의 경험과 생생한 이야기는 물론,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박물관 도처에 스며있는 큐레이터들의 땀과 열정을 느끼고, 아울러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과 박물관을 사랑하고 즐겨 찾는 관람객들에게, 그리고 박물관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박물관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허중학 기자]
100년 전, 선교사들이 찍은 생생한 서울풍경과 생활상
100년 전, 선교사들이 찍은 생생한 서울풍경과 생활상
[서울문화인] 서울을 터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늘 다니던 곳도 무심히 지나던 길도 몇 년 사이 아파트가, 혹은 큰 빌딩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모습은 아련한 기억 속에 만 존재할 정도로 서울은 급격히 변화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10여 년 전의 모습도 잊어버릴 정도로 서울은 그 어느 곳 보다도 급격히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지금은 카메라가 대중화되어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만 수십 년 전 만해도 카메라는 대중적인 물건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100여 년 전 과거에는 한국인의 삶과 자연은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 이방인들에 의해 기록이 되었다. 그 중에 선교사는 다른 이방인보다 자유롭게 전국을 다니며 우리의 과거를 기록했다. 100년 전 서울은 어떤 모습을 하고,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은 어떠했을까?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용석)은 매년 해외에서는 무관심 속에 사라지거나 잊혀지고, 국내에서는 자료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서울학자료를 발굴하고 조사한 성과를 학술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은 미국 드류대학교 도서관을 비롯하여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LOC), 국립문서기록관리청(The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NARA) 등에 소장된 총 5,400여 건의 서울사진을 조사하였다. 이 중에서 뉴저지주 드류대학교(Drew University) 도서관에 소장된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General Commission on Archives and History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GCAH)의 약 3,200건의 서울사진 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180건을 엄선하여 학술총서 17〈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를 발간했다.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건너와 사역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로 국내에 간헐적이고 단편적인 학계 소개나 충남 등 다른 지역의 사진들이 소개된 바 있었지만, 서울사진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감리교 선교사들이 남긴 사진은 당시 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촬영한 사진에 나타나는 식민주의적인 정치 의도와는 달리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의 서울풍경과 생활상을 기록한 희귀자료가 많아 서울학 자료로도 가치가 크다. 그간 국내에 소개되었던 미국 내 근대 사진자료가 충분한 분석과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세부 사항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사진과 함께 조선 말기~일제강점기 신문, 상업사자료, 역사자료, 지적도 등 철저한 문헌 조사와 검증을 통해 자세한 국・영문 해제를 더하여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주제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 생활’ 등 총 6개로 분류되었다. 특히, 같은 장소의 사진이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된 것이 있어 시간의 추이에 따른 서울의 변화상을 비교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는 서울책방(서울시청 지하1층)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 23,000원) [권수진 기자]

출판 인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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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전 미국 외교관, 여행가, 조선총독부, 외신이 본 서울의 모습
140년 전 미국 외교관, 여행가, 조선총독부, 외신이 본 서울의 모습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생활상태조사’의 기초자료인 미공개 사진 등 163점 공개 1880년대부터 80여 년 간 격동의 서울의 모습을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 [서울문화인]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부터 국내외 흩어져있는 서울학 자료를 발굴, 조사하여 학술총서로 발간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을 발간하였다. 이번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의 3번째 결과물로, 2023년에는 필라델피아 소재 장로회 역사협회(Presbyterian Historical Society)와 워싱턴 D.C. 소재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을 조사한 후, 그중 의회도서관 판화․사진 분과(Prints & Photographs Division)의 사진 163점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1800년 4월 24일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서명한 의회법 제정으로 생겨난 세계 최초의 공공 국립도서관 중 하나로 1897년 본격적으로 종합도서관으로 재출범하였고 이때 생겨난 시각예술부(Department of Graphic Arts)가 판화․사진 분과(Prints & Photographs Division)의 전신이다. 의회도서관의 아시아 분과(Asian Division)는 그간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조사했지만 판화․사진 분과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판화․사진 분과는 미국 저작권청에 저작권 등록을 위해 납본된 사진들을 기반으로, 2021년 기준 1,470만여 건에 달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베인 뉴스 서비스(Bain News Service)의 원판사진 등 다수의 희귀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산재하여 알려졌던 자료들의 원 출처와 촬영 맥락을 파악하고, 정리되지 않은 불명의 자료들을 조사, 연구하여 새롭게 소개하였다. 그중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들은 조선 말기부터 1960년대까지 4개의 컬렉션으로, 미국 외교관, 여행 저널리스트, 조선총독부, 미국 언론사라는 각기 다른 ‘네 개의 시선’으로 본 서울의 모습을 조명하였다. 제1장(조지 C. 포크 컬렉션)에서는 통역사로 조선에서 온 보빙사 일행을 수행하고 이를 계기로 조선의 미국공사관에 외교 무관으로 파견된 미국의 해군 장교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가 촬영한 사진들로 1884년 부임 후부터의 1년간의 사진들로, 미국의 외교관으로서 고종의 근대화 사업의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던 포크의 시선으로 본 조선 말기 서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과 숭례문과 성벽 바깥의 민가의 사진은 현존하는 숭례문 사진 중 가장 이른 사진들로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남산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의 성벽과 그 주변 마을, 숭례문 바깥에 바로 접해있는 민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제2장(프랭크 G. 카펜터 컬렉션)에서는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며 수많은 책과 저서를 남긴 미국의 사진가, 여행 작가인 카펜터(Frank George Carpenter, 1855-1924)의 사진들로 1888년 고종을 인터뷰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카펜터는 짧은 기간 방문한 여행자의 단편적인 시선이었지만 많은 여행 기록과 신문 기사, 책 발간을 통해 20세기 전반 미국인들이 조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구를 제공하였다. 종로 2가에서 엿 파는 아이(사진9)와 초가집 사진(사진10)은 “조선의 어린 소년들은 어깨 위에 줄을 매단 쟁반을 들고 다니며 사탕을 판다”, “조선의 집들은 말발굽 모양을 띠고 있으며 주로 나무로 지은 집이나 짚을 얹어 돌과 진흙으로 만든 초가집에 산다”는 책의 기록과 함께 20세기 전반 서울의 세밀한 모습을 미국인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제3장(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에는 의회도서관에서 아직 등록하지 않은 미공개 사진들로, 해방 직후 미국이 일본에서 입수한 조선총독부 문건들 중의 일부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을 비롯한 전국의 ‘생활상태(生活狀態)’, ‘경제사정(經濟事情)’ 등에 대한 방대한 사진들로 조선총독부 생활상태 학술조사의 기초자료로 추정된다. 다양한 지역과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조선총독부가 식민 지배를 위해 조사했던 다양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 가치가 큰 사진들이다. 특히 이 사진들은 해방 직후 미국이 일본 도쿄에서 입수한 자료들 중 일부가 의회도서관으로 이관된 것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경성 외에도 평양‧인천‧수원‧대전‧강릉‧경주‧부산‧광주‧제주‧황해도‧함흥‧간도 등 전국의 ‘생활상태’, ‘경제사정’, ‘상업’, ‘부락’ 등 사진 뒷면의 기록을 통해 조선총독부 생활상태 학술조사의 기초자료로 추정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경성 사진의 경우, 당시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무라카미 텐코(村上天紅) 등이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어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이라고 명명하였다. 돈화문로 초입 단성사 뒤쪽에 위치한 경성 소방서 부설 종로지서의 고층 망루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화문로 일대 시가(사진13), 종로 5가 일대 전경(사진14), 남산 일대 시가지 전경(사진15) 사진들이 특히 흥미롭다. 모두 같은 지점에서 북쪽-동쪽-남쪽을 향해 촬영한 것으로, 기존의 종로대로 외에 잘 포착되지 않았던 시가지의 면면을 담고 있어 의미가 크다. 제4장(뉴욕 월드 텔레그램&선 컬렉션)은 뉴욕에서 발행한 일간지 『뉴욕 월드 저널 트리뷴(New York World Journal Tribune)』이 1920년대부터 폐간되는 1967년까지의 사진 약 100만 장을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사진들로, 모두 미공개 사진들이다. 이번에 소개된 서울 사진들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국가를 재건하는 196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들로, 사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뒷면 기록 사이의 간극을 통해 전쟁에서의 미군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안국동 일대 사진은 상공에서 바라본 안동별궁과 풍문여학교(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으로, 사진 뒷면의 기록을 통해 이 사진이 1950년 6월 26일 북한군의 남침 등 한국 전쟁 발발에 대응한 국내외 정황을 기사로 작성하기 위해 선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천상륙작전 후 서울을 통과하는 미군은 서울 탈환을 위해 전투가 격렬해졌을 당시, 미군이 서울의 한 도로를 통과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사진에 대한 개별 해설 외에도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자료의 의미와 학술적 가치」(석지훈), 「한국에 사는 미국인: 프랭크 G. 카펜터의 여행과 기록, 1888-1924」(구르셀 바하르), 「사진과 식민권력: 조선총독부의 ‘생활상태조사’ 사업과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의 관계를 중심으로」(권혁희)라는 3편의 전문가 논고도 함께 수록되어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학술총서19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은 서울책방(store.seoul.go.kr, 02-733-7033)과 서울역사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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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국에서 전집으로 발간된다.
[서울문화인]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한선학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북경연산燕山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의 특별전시와 연구, 교육 등을 통해, 세계적인 고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중국 북경 류리창에 있는 북경연산출판사에서 계약을 마친 한선학 관장은 “한국 고판화박물관 유물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동아시아 인쇄문화의 꽃인 고판화 문화가 활짝 피는 초석이 마련되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30여 년간 모은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 유물 6,000여점의 다문화적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라고 밝혔다. ‘한국고판화박물관장품집’의 발간은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고판화박물관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판화가 대중들에게 조명을 맞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고판화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를 14년 동안 꾸준히 열면서 국가별, 장르별로 열린 다양한 고판화 특별전과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박물관에서 제작된 30여종의 도록과 12여종의 학술지 등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이 중국에서 출판되어 한국을 비롯한 동 아시아 고판화의 아름다움을 세계 속에 전파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 관장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었던 것은 12년 동안 연속 선정된 문화재청 생생문화사업을 통한, 문화재청, 강원도, 원주시의 지속적인 후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고판화장품집’이 중국에서 전집으로 출판되는 계기는 중국 역대 불교 판화 중 3천여 점을 정리한 ‘중국불교판화전집’(中國佛敎版畵全集)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한 중국판화 100여점이 수록되면서, 고판화박물관의 유물의 가치가 중국에 알려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2월에 북경연합출판공사에서 한국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을 대형 컬러 상하권 2권으로 발간하기로 계약하면서였다. 하지만 이 계약은 4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폐기되었으며, 이를 아쉽게 생각하여 팬더믹 이후 4년 만에 지난 6월 북경에서 만난, 한선학관장과 주심혜선생 마문대선생, 북경연산출판사와 북경연합출판공사 공동 대표인 하염대표 등이 의기투합하여 중국 고판화만을 다루지 말고 한국, 일본, 티벳, 베트남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되었던 국가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고판화를 확대하여 8권의 전집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어 8월 17일 계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들어난 전집의 규모는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8권으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그동안 수집한 유물 6,000여점에서 선별되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가별로 이루어지며, 전적에 들어있는 삽화판화와 탱화 형식의 거는 판화인 종교판화, 판화로 만들어진 한국의 민화, 중국의 연화, 일본의 우키요에와 오츠회, 베트남의 동호, 향총 판화를 비롯한 민간판화, 판화를 찍었던 판목을 비롯하여, 판목으로 인출한 판화 등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다. 수록될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한국 국가 보물로 강원도에서 추천하여 문화재청에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2점을 비롯하여, 이미 지정된 강원도 문화재 7건을 비롯하여, 중국 소장품으로는 세계 유일본으로 인정받는 명나라 헌종(憲宗) 성화(成化) 13년(1477) 판각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과 오대산성경전도 등이 있으며, 일본 판화로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를 에도시대에 판각한 대형 오백나한도 판화와 관경만다라를 찍었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판목 중 하나로 평가받는 관경만다라 판목 등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 전집은 1년 6개월의 편집과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질 예정이며, 이번 전집의 주편을 맡은 마문대선생(북경수도도서관 관원)은 “중국 출판사상 한국, 중국, 일본 등 동 아시아 고판화가 발전하였던 국가의 유물이 함께 실리는 최초의 출판 기획으로 고판화사에 남을 중요한 출판물로 기록 될 것이며, 이는 한국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 관장이 30년 전부터 동 아시아 유물을 국가를 망라하여 다문화적으로 수집하였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에서 최근 발행되는 대형 출판물들이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소장되는 추세에 따라 세계 곳곳에 소개될 예정이며, 출판저작권료로 한화 2억 5천만 원에 상당하는 200세트를 한국고판화박물관에 현물로 주는 계약에 따라 한국의 유수 도서관과 박물관에도 소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예정이다. 이 계약을 성사한 당사자인 북경연산출판사 하염사장은 “이 전집에 순조롭게 편집되고 제작되어 인쇄 문화의 꽃인 동 아시아 고판화가 세계에 알리는 계기되고 이를 통해 미술사, 서지학, 판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판화작가들을 비롯하여 판화를 사랑하는 세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사랑 받는 출판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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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출판] 피할 수 없는 죽음, 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서울문화인]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생명체가 영생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이래 인류는 불로불사를 꿈꿨다. 그리고 이를 위한 끊임없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만큼 생명체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보의 한 축은 호기심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이 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과학을 발전시켜 왔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에 탐사선을 보내는 한편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수 있었던 출발점은 우리의 기원과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최고 호기심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내세관 역시 어쩌면 인간이 맞이해야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싶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에 가서는 영원한 이별을 피할 수 없다. 얼마나 사랑했든, 비할 데 없이 애틋했든, 누구보다 풍족했든 간에. 우리는 영생을 얻지 못했고,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죽음은 여전히 과학으로도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며, 죽은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가는지, 저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궁금한 것 투성이다. 《최초의 죽음-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저자 권태효, 지식의날개, 2022년 7월 31일)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런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인간의 영원한 과제 ‘죽음’이라는 소재로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저자 권태효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민속문화를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거인설화》, 《중국 운남 소수민족의 제의와 신화》, 《한국 구전신화의 세계》, 《한국신화의 재발견》 등의 책을 썼으며, 《신화학입문》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초의 죽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전승되는 죽음과 관련된 여러 신화를 바탕으로 신화에서 말하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책을 열어보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해 온 죽음과 저승에 관한 온갖 신이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삶에 관한 지혜를 던져준다. 이를 통해 오늘의 삶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이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 ‘불노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해 본다면’,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 등 7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죽음》은 알고 보니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다.(1장) 동물이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었지만 실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신의 뜻은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장) 그러고 보면 선물 같은 인생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데 실은 이 모두가 죽음과 맞바꾼 대가였다면?(3장) 그래도 여러분은 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싶은가? 알고 보니 이것이 죽음값인데. 예나 지금이나 죽지 않는 것만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영원한 젊음이었다.(4장) 그런데 젊어진 할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손자 때문에 우리가 노쇠를 피할 수 없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5장)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장차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저승은 어떤 모습일까.(6장) 정말 〈신과 함께〉에서 그려 낸 것처럼 저승차사가 와서 우리를 안내할까. 강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궁금하다.(7장) 등 100여 편의 이야기로 죽음과 연관된 우리의 모든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저자는 “죽음기원신화의 내면에는 나름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생명의 출산이 있다면 그만큼 죽어야 세상이 온전히 유지된다고 말한다. 신화 중에 태초에 거북과 인간, 돌이 영생하며 함께 살았는데, 돌은 출산에 관심이 없었지만 거북과 인간은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 해서 신에게 찾아가 출산 능력을 갖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자 신은 너희가 죽어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인간과 거북은 그 말에 동의하여 드디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죽음을 얻었으며, 영원히 살기를 원한 돌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태어나는 만큼 죽음 또한 필요하다는 인식의 신화가 제주도에도 전해지며, 일본의 <고사기>에도 있다. 생산이 있다면 당연히 죽음이 있는 것이 순리일 텐데, 인간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죽음을 내리는 창조주마저도 인간의 편이 되어 어떻게든 죽음을 주지 않으려고 힘쓰고,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부여했더라도 하다못해 수명이라도 늘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죽음신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신의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어 “죽음을 다루는 시각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죽음의 어두운 측면보다는 밝은 측면에서 주로 기술한 책이다. 원하지도 않은 죽음을 억지로 맞게 된다면 고통스럽겠지만 인간이 스스로 원해서 신에게 죽음을 달라고 했다면 죽음은 두렵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또 죽음이 없어서 세상이 혼돈스러우니 죽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여 신이 죽음을 내리는 당위성을 신화에서는 나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무속학회라고 하면 무속인들의 연합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 있는데, 그런 곳이 아니다. 학자들이 모여서 무속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세미나도 하는 등 연구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1998년 결성되어 45호째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고 일 년에 네 번 정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무속은 어떻든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같이 해왔다. 그 속에는 신화도 있고, 음악과 무용도 있으며, 회화라든가 복식, 의례 등 아주 다양한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미신이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더라도 이런 문화적인 요소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속을 종교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그 가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라 강조했다. 이 책은 저승신을 그린 상상도와 죽음과 관련한 온갖 상징물과 장소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곳의 컬러 사진을 통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옛날 사람들은 결코 죽음을 우울한 주제라 여겨 피하지 않았다. 《최초의 죽음》과 함께 죽음을 향한 유쾌한 상상의 여행을 떠나 본다면 어떨까?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벗겨질 것이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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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국립박물관 큐레이터, 30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출판] 국립박물관 큐레이터, 30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서울문화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은 유리케이스 안에서 잠을 자듯 고요하지만 그 하나하나에는 당시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깊은 역사를 안고 있다. 그 감춰진 이야기를 밝혀내기 위해서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큐레이터는 그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테마로 연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큐레이터이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더 풍성해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주류성출판사)는 30여 년 동안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서 일하며, 박물관의 유물과 그 유물이 지나온 시간들,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초대 어린이박물관 팀장,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재직 중인 최선주 관장이다. “박물관에는 유물과 그 유물이 지나온 시간들,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큐레이터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큐레이터는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박물관 110년의 역사 중에서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90년 이후부터 현재 까지 저자가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경험한 소회를 다루고 있다. 특히 최 관장은 불교 조각사를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불상 연구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전시에 얽힌 이야기, 또 가장 기억에 남은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을 비롯하여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이 기획한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특별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특별전과 함께 하면서 느낀 소감과 그와 관련된 사진들을 전시도록을 보는 것처럼 정리하여 담아내었다. 또한, 항상 오랜 유물의 가치를 찾고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이를 대중에게 소개하던 큐레이터가 애정을 가졌던 유물과 함께 그 이면 숨겨진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라고 인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감명 깊게 봤던 특별전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만큼 특별전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또 큐레이터의 역할도 특별전을 통해 많이 알려진 듯하다. 박물관 특별전시는 그 박물관의 역량과 품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상설전시가 일종의 종합전시라면, 특별전시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주는 주제전시이다. 특별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는 그 전시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영화감독이 혼신의 힘을 다해 영화를 완성하여 개봉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특별전시 때마다 새로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유물이나 작품의 감상은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다.<‘특별전, 이 땅의 특별한 이야기’ 中에서> 박물관 큐레이터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단지 좋은 유물과 작품을 직접 만지고 조사하고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다. 유물과 관람객을 이어 주는 기획자로서, 때로는 유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산소 역할을 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박물관, 숨겨진 이야기’ 中에서> 이 책은 큐레이터로서의 시간의 막을 내리려는 지금, 30년간의 큐레이터로서의 경험과 생생한 이야기는 물론,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박물관 도처에 스며있는 큐레이터들의 땀과 열정을 느끼고, 아울러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과 박물관을 사랑하고 즐겨 찾는 관람객들에게, 그리고 박물관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박물관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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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선교사들이 찍은 생생한 서울풍경과 생활상
100년 전, 선교사들이 찍은 생생한 서울풍경과 생활상
[서울문화인] 서울을 터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늘 다니던 곳도 무심히 지나던 길도 몇 년 사이 아파트가, 혹은 큰 빌딩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모습은 아련한 기억 속에 만 존재할 정도로 서울은 급격히 변화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10여 년 전의 모습도 잊어버릴 정도로 서울은 그 어느 곳 보다도 급격히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지금은 카메라가 대중화되어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만 수십 년 전 만해도 카메라는 대중적인 물건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100여 년 전 과거에는 한국인의 삶과 자연은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 이방인들에 의해 기록이 되었다. 그 중에 선교사는 다른 이방인보다 자유롭게 전국을 다니며 우리의 과거를 기록했다. 100년 전 서울은 어떤 모습을 하고,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은 어떠했을까?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용석)은 매년 해외에서는 무관심 속에 사라지거나 잊혀지고, 국내에서는 자료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서울학자료를 발굴하고 조사한 성과를 학술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은 미국 드류대학교 도서관을 비롯하여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LOC), 국립문서기록관리청(The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NARA) 등에 소장된 총 5,400여 건의 서울사진을 조사하였다. 이 중에서 뉴저지주 드류대학교(Drew University) 도서관에 소장된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General Commission on Archives and History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GCAH)의 약 3,200건의 서울사진 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180건을 엄선하여 학술총서 17〈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를 발간했다.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건너와 사역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로 국내에 간헐적이고 단편적인 학계 소개나 충남 등 다른 지역의 사진들이 소개된 바 있었지만, 서울사진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감리교 선교사들이 남긴 사진은 당시 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촬영한 사진에 나타나는 식민주의적인 정치 의도와는 달리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의 서울풍경과 생활상을 기록한 희귀자료가 많아 서울학 자료로도 가치가 크다. 그간 국내에 소개되었던 미국 내 근대 사진자료가 충분한 분석과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세부 사항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사진과 함께 조선 말기~일제강점기 신문, 상업사자료, 역사자료, 지적도 등 철저한 문헌 조사와 검증을 통해 자세한 국・영문 해제를 더하여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주제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 생활’ 등 총 6개로 분류되었다. 특히, 같은 장소의 사진이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된 것이 있어 시간의 추이에 따른 서울의 변화상을 비교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는 서울책방(서울시청 지하1층)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 23,000원) [권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