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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판화박물관,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과 중국 관련 목판 아카이브 작업 진행
고판화박물관,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과 중국 관련 목판 아카이브 작업 진행
[서울문화인]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약 30년간 수집해 온 다양한 고판화 작품 중 중국 관련 목판을 아카이브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03년에 개관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 이상 다양한 주제의 고판화 전시회와 국립민속박물관, 해인사대장경축제, 청주 고인쇄박물관, 일본 동경국문학연구자료관, 중국 쑤저우 공예미술대학 등 국내외 초청전을 통해 이제는 접하기 어려운 우리의 고판화는 물론 아시아의 다양한 판화의 세계를 선보여 왔다. 이번 작업을 위해 한국의 국가 인간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 허베이 우창 마시친(馬習欽66세)과 그의 제자인 한국의 도 인간문화재인 성급 년화 전승인 쉬샤오이(徐曉毅 41세)과 함께 내한하여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고판화박물관에 머물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국가급 마시친 중국 년화 전승인은 1975년 무강년화공방에 입문하여 49동안 중국 년화 한길을 걷고 있으며, 1992년에 창립한 년화공방 숭이자이(承斋藝)의 대표이기도한 중국 년화 전승의 산증인이다. 한국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년화 목판 1,000여점 중 다색목판을 중심으로 100여점이 인출되어 세상에 다시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이며,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할 수 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고판화박물관의 목판 소장품의 아카이브를 완성하는 일이다. 중국 년화 다색판화는 한국과 일본의 칼라 판화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던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일본 우키요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판화박물관은 그 동안 꾸준히 소장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등의 목판 2,500여점에 대한 아카이브 작업을 사진과 인출 장인들의 판화 인출 본 작업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판화는 주로 흑백판화로만 이루어져 있어 다색판화를 인출할 수 있는 장인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이루어진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를 통해 중국, 일본의 다색판화 전문가를 초청해서 다색판화 인출 시연회를 매년 열고 있으나 짧은 시간으로 인해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를 타개하고 한국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8C, 19C 청나라 작품 100여점의 중국 년화 작품을 다색으로 인출하기 위해 이번에 2명의 중국 국가급, 성급 전승인을 초빙하여,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아카이브를 완성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제작되는 다색 판화작품들은 내년 11월 말에 중국 북경시 문물국 소속인 베이징옌산(北京燕山)출판사에서 발간되는 8권의 전집에도 실린 예정이어서 사라질 수도 있는 세계문화 유산을 복원하여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은 힘주어 말했다. 작년 8월,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베이징옌산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동방고판화-한국고판화장품집’이란 제목으로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발간되며, 8권 전집에는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베트남 등 여러 지역의 고판화 유물 6천여 점 가운데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엄선해 실리며, 특히 판화를 찍었던 판목(版木·인쇄를 위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나무 또는 목판을 의미) 사진과 인출한 판화가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며, 그동안 난이도로 인해 인출하지 못한 다색판화가 이번 기회로 전집에 실려 다채로운 편집으로 이루어게 되었다. [허중학 기자]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2024 화랑미술제 156개 갤러리가 참여... 4월 3일 VIP 프리뷰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2024 화랑미술제 156개 갤러리가 참여... 4월 3일 VIP 프리뷰
[서울문화인] 2024 화랑미술제가 오는 4월 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코엑스(Coex) C, D홀에서 개최된다.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는 4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로 매년 한 해를 여는 대형 아트페어로 국내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올해 총 156개의 국내 갤러리가 참가, 기성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재기발랄한 신진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여서 기존 컬렉터들에게는 또 다른 취향 발견의 기회가, 신규 컬렉터들에게는 미술시장 입문의 기회가 될 것이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화랑미술제는 모든 회원 화랑에게 동일한 부스 크기를 제공하여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부스당 6명 이하의 작가의 작품을 출품하도록 권고하여 나열식 전시가 아닌 세심하게 큐레이션 된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 밝혔다. 국제갤러리는 최근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김홍석을 비롯해 쟝-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등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저명한 국내외 작가들을 선보일 예정이며, 갤러리현대는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과 실험미술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강소의 작품 등을 소개한다. 금산갤러리는 지난 Kiaf SEOUL 2023에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주목받은 윤필현의 위트 있는 작품을 다시 한 번 선보이며, 학고재는 이우성, 장재민, 지근욱, 김은정 등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프론티어들과 함께한다. 또한, 솔로 부스를 통해 단일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갤러리도 다수 있다. PKM 갤러리는 '붓질'이라는 근원적인 행위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온 신민주, 더페이지갤러리는 재료의 고유한 물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미니멀리즘 추상 조각 작업을 해온 조각가 박석원, 갤러리마크는 스페인 출신의 다원 예술가 하비에르 마틴(Javier MARTIN), 우손갤러리에서는 넓은 색면과 선, 점 등의 요소를 자유자재로 섞어서 화면을 구성하는 허찬미의 정물화, 갤러리세줄은 한지와 먹이라는 대표적인 한국적 요소를 주재료로 다루는 차계남의 2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나아트는 90년대 이후 일본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인정받는 작가 히로시 스기토의 개인전을 조현화랑은 일본의 모노하 운동을 이끈 키시오 스가의 작품을 출품하며, 갤러리조은은 국내외 유망 작가들을 조망하는 가운데 Kiaf SEOUL 2023에서 솔드아웃되며 성공적으로 국내에 데뷔한 타츠히토 호리코시의 신작을 선보이며, 갤러리밈에서는 일본 미술전문지 미술수첩에서 2021년 ‘일본작가 100인’에 선정되며 차세대 작가로 꼽히는 카이토 이츠키의 작품을 소개한다. 2024 화랑미술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5, 미술시장의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ART&ARTIST TALK, 그리고 엄선된 작품을 행사 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특별 온라인 프리뷰가 준비되어 있다.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5회차를 맞은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이하 줌인)은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만 39세 이하의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화랑미술제의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사전에 작가 10인이 선정되었고, 페어 현장에서 관람객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합산해 최종 2024 ZOOM-IN 어워즈의 수상자 3인이 가려진다. 어워드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특별 프로모션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는 약 570여명의 작가가 공모에 지원한 가운데 10명의 작가가 선발되었다. 선발된 작가는 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송지현, 심예지, 이성재, 이호준, 장수익, 최명원, 최혜연 (ㄱㄴㄷ 순)으로, 특히 출품 장르의 다양성과 한국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ART&ARTIST TALK 화랑미술제는 지난해 ZOOM-IN 작가들과 비평가들과의 ARTIST TALK(이하 아티스트 토크)를 비롯한 다양한 ART TALK(이하 아트 토크) 강연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 애호가와 미술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컬렉터에게 유용한 전문 지식을 제공하며 호평을 받았다. 2024 화랑미술제에도 더욱 다채로운 토크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4월 4일(목)부터 4월 6일(토)까지 D홀 토크 라운지에서 진행될 이번 행사는 작가와 갤러리, 비평가를 아우르는 미술시장의 균형 잡힌 성장과 올바른 컬렉팅 문화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아트 토크 강연으로는 ‘크리스티 홍콩’의 정윤아 부사장이 국내외 미술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며 컬렉팅 가이드를 제시하고, 이유경 변호사가 미술세법, 진흥법, 문화재 보호법 등 미술과 관련된 법률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는 패션과 아트라는 다르면서도 닮은 두 산업 간의 융합을 주제로 콜라보레이션 사례와 브랜드 컬렉션 등을 소개한다. 또한, 신진작가 특별전 줌인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안진국, 이문정, 이태호, 고동연, 김수진, 김허경 평론가와 줌인 선발 작가 6인(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이성재, 이호준, 최명원)의 대담이 진행된다. 모든 토크 프로그램은 한국화랑협회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td4xh3io7r)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S.I.VILLAGE 와 함께하는 온라인 프리뷰 2024 화랑미술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프리미엄 온라인 부티크 S.I.VILLAGE(이하 에스아이빌리지)와 협업해 행사 2주 전인 3월 18일(월)부터 행사 종료일인 4월 7일(일)까지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https://www.sivillage.com/)에서 특별 온라인 프리뷰를 진행한다. 화랑미술제 출품작 중 엄선된 47점을 온라인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한국 모노크롬을 대표하는 ‘윤형근’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서용선’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는 ‘이우성’ ▲ZOOM-IN EDITION 4 대상 수상자 ‘젠박’ ▲최영욱 ▲아트놈 등 다수의 국내 인기 작품이 중점적으로 선보여진다. 또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선발 작가 일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프리뷰에는 최예림, 심성아 도슨트가 온라인 큐레이션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특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달한다. 또한 아트페어 감상 팁과 컬렉터를 위한 온라인 가이드 등이 제공, 초보 컬렉터나 미술시장에 입문하는 신규 고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2024 화랑미술제의 일반 입장권의 가격은 20,000원이며, 학생(초ž중ž고등학생) 및 예술인 패스 소지자와 미술협회 회원은 할인된 금액인 15,000원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2024 화랑미술제 도록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된다. [권수진 기자]
[국제갤러리] ‘주역’ 21세기에 다시 캔버스로 소환. 김용익 개인전
[국제갤러리] ‘주역’ 21세기에 다시 캔버스로 소환. 김용익 개인전
‘레트로토피아’을 통해 다시 ‘저엔트로피’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서울문화인] 예술을 하는 작가가 더 이상 물감을 구입하지 않고 물감을 소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 작업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것일까... 그러나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에 담긴 의미는 단순 붓을 놓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점의 확장인 원, 그리고 면, 선의 모더니즘적 기하학적 도형의 회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오고 있는 김용익 작가가 국제갤러리 부산과 서울 한옥 공간에서 동시에 개인전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진행되는 개인전이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천착하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전시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그의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근작 46점(부산점 19점, 서울점 한옥 27점)을 다루고 있다. 김용익 작가(b. 1947)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제목의 새 연작을 시작했다. 현재진행형인 이 연작은 지금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 회구(繪具)들을 그의 여생에 걸쳐 모두 소진(消盡)하는 프로젝트이다. 남아있는 회구(繪具,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물감, 붓 따위)를 색깔별로 골고루 소진하고자 화폭을 잘게 나누어 작업한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양을 띄며 김용익이 예술가로서 평생 추구해온 ‘저엔트로피(low entropy 에너지 낭비의 최소화)적인’ 삶의 방식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이전 작업을 ‘모더니즘 프로젝트’라 칭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궁극적인 추구는 ‘계몽주의로 각성된 인간의 이성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 세계를 탐구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하여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진보가 인류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것이라는 꿈’이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 그리고 기후 위기는 모더니즘 프로젝트의 실패를 예증하며 자신은 “한국전쟁 이후 현대를 살아오면서 어릴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의식주의 풍요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달콤한 열매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와 자가용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이전의 작업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기하학적 도형과 얇게 발린 물감 등 비교적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듯 보이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에도 과거의 조형적 특성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광활한 우주변화의 원리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인 동양의 ‘주역’ 사상이 내제되어 있다. 종이 혹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기하학적 도형들은 실제 『주역』이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괘(卦)의 형태를 차용하거나, 중국의 전통 우주론의 바탕이 되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개념에서 빌려온 원과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 작업에도 도형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더니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작가의 철학을 대변할 수 없었는지 작가의 캔버스에는 작가의 생각과 철학이 묻어나는 글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주역’의 철학의 개념을 상징적으로 담아내었다. 그래서 캔버스 위에 땅을 상징하는 네모와 하늘과 방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원을 배열하여 음과 양의 균형과 조화를 드러낸다. “50년 이상 작업을 하다 보니 주체성, 일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싸여서 오히려 정보가 혼란스럽다” 이러한 변화는 오랫동안 그가 캔버스에 그려내었던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여러 방면에서 실패하였음을 간접적으로 그 대안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작업의 키워드를 ‘레트로토피아’(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 하려는 것)라고 정의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그림자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주역’이라는 사상을 통해 마지막으로 띄우는 자유와 저항이자 비록 희망이 작가가 꿈꾸던 유토피아를 향한 마지막 그의 희망의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예술가로서 자유로운 행위’라 말한다. 더불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재료에 따라 작품 표면을 이루는 물감의 두께가 얇아 흐릿하거나 때로는 붓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다소 거친 질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이번 작품 가운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레이어 작품에 우연히 앉았다가 물감에 붙어 생명을 다한 모기 한 마리도 그의 작업의 일부가 되어 또 다른 레이어를 형성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와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용익 작가는 “나의 삶과 예술이 같이 종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작가는 자신의 논리에 자유로워야 한다. 이는 예술을 한다는 것에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죽음에 대한 자유로워야 하는 제의(祭儀)작업이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상상과 책을 통해 예술을 펼쳐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전시] 상상과 책을 통해 예술을 펼쳐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서울문화인] 영화와 그 영화 속의 소품과 세트가 전시장에 펼쳐져 있고 벽면에는 대형 목판화(차콜 드로잉)와 마치 여러 작가의 화풍을 모아 놓은 듯한 오일 파스텔화가 가득하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국내 첫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가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 두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b.1983)는 가상과 실제, 평행우주 안의 무한한 개연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는 작가로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 매체에서 클리핑 한 이미지나 역사적 인물의 삶에 대한 기록 등 일차적 사료를 기반으로 각 작품 속 독특한 세계관을 영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 영상(영화)에는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여 회화를 확장시키고 있다.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공상은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 틈으로 내다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볼 수 있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그만큼 덜 알게 된다.’는 도덕경의 노자의 말처럼 작가의 특이점은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자신의 작업실 안에서 상상과 공상만으로 스스로 설계한 내적 여행을 떠나고 이를 영상과 회화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11세 때 부모와 그랜드 캐니언을 보기 위해 미국여행을 떠났지만 장시간 비행과 이동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도착하여서도 차에서 내리기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는 ‘차라리 집에 머무는 게 낫다’, ‘내적 여행’, ‘안락의자 여행자’ 등 최근 그의 작품 제목에도 잘 드러난다. 반 데 벨데는 직접 여행하는 대신 잡지, 미술 서적, 역사서, 인물 전기 등 책과 영화, 뉴스 등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력만으로 모험을 즐기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이번 그의 첫 한국에서의 개인전에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작가 특유의 상상적 여행을 회화와 조각 그리고 영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먼저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회화는 어딘가 익숙하듯 하면서도 어떤 것이 작가의 특징인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풍이 다르다는 점에서 마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최근의 오일 파스텔화는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같은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들과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반 데 벨데가 많은 미술 사조들 속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에 대해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상상하여 상상의 풍경에 도달하거나 과거의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이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는 반어적으로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들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자신과는 가장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 외광파 화가들이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보고 겪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반 데 벨데는 작업실 안 안락의자에 머물며 상상의 여행을 하고 상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외광파 작가로서의 반 데 벨데가 그린 하늘, 바다, 호수, 숲, 들판을 담은 풍경화들로 가득하지만 작가의 회화는 마치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다양한 작가의 예술을 세계를 마주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 제목은 그의 작품 제목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3)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글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인용문을 여러 색의 빛으로 가득한 추상화 밑에 손 글씨로 써서 빛을 찾아 여행한 20세기의 야수파 화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편 사실 자신은 실제로 떠나지 않고도 자기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작업관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앞서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영상(영화)에는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이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2, 3층에는 회회 외에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먼저 영화 <라 루타 내추럴>(2019-2022)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하루의 삶>(2021-2023)은 외광파 작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며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저마다의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골판지 등으로 직접 만들어 제작하고 있다.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상상의 여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영화 세트이자 조각인 ‹소품, 터널›(2020) 외에도 공상을 하고 영감을 얻는 자리이자 여러 평행우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인 빈 침대를 그린 차콜 드로잉 그리고 탐험가, 예술가 등의 실존 인물들의 전기에 기반해 ‘허구적 자서전’을 담은 오일 파스텔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미술과 언어 등이 충돌하고 또 서로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작가의 삶과 내적 모험을 풀어낸 작품과의 동행을 통해 기존의 미술 시야를 벗어나 예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는 5월 12일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에서 전시를 마치고 5월 말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이동해 전시를 이어간다. 전시 기간에 평일 오후 3시, 주말 오후 3시, 5시에 도슨트 전시해설이 진행된다. 스페이스 이수는 토, 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0원이며, 스페이스1, 스페이스2, 더그라운드의 전시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공연극장에서 만나는 공연콘텐츠 인터랙티브 실감 영상, 국립극장 ‘별별실감극장’
공연극장에서 만나는 공연콘텐츠 인터랙티브 실감 영상, 국립극장 ‘별별실감극장’
[서울문화인] 요즘 국립박물관을 방문하면 전시 외에도 관람객의 사로잡는 곳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선보이는 실감 영상실이다. 그런데 이런 실감 영상을 박물관이 아닌 공연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국립극장(박인건 극장장) 공연예술박물관(관장 이주현)이 박물관 1층, 기존 별오름극장 공간에 2023년 3월 개관한 ‘별별실감극장’에서 공연예술을 프로젝션 매핑 기술과 멀티 센서 등을 활용해 만든 인터랙티브 실감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귀토><온춤><호두까기 인형> 등 신규 콘텐츠 3편, VR백스테이지 투어 등 체험존 마련 ‘별별실감극장’이 2월 27일(화)부터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신규 콘텐츠는 실감 영상 3편과 증강·가상현실을 접목해 개발한 체험 프로그램 2개로 구성되어, 국립극장 공연을 새로운 방법으로 감상하고 작품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몰입형 실감 영상 3편은 창극·전통무용·발레 등 인기 레퍼토리 공연 속의 주요 장면을 생생하게 구현해 관람객이 작품 속에 있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션 기법은 더욱 생생한 경험과 강력한 몰입으로 이끈다. 새롭게 공개된 영상 3편 중, 국립창극단 <귀토, 토끼의 팔란>은 작품의 배경인 깊은 바닷속 신비한 용궁의 모습을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었다. 토끼의 수궁 탐험에서부터 깨달음을 얻고 육지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어 국립무용단 <온춤>의 ‘월하정인’과 ‘산수놀음’ 영상에서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감정선에 맞추어 바뀌는 시공간이 눈길을 끈다. 달에서 등장하는 남녀, 한량무를 추는 선비의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나뭇잎 등 다양한 효과로 눈을 즐겁게 한다. 공연에서 안무·출연을 맡은 국립무용단원 박기환, 박지은, 황태인, 이도윤이 제작에도 참여해 실감 영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고전 발레의 대표작 <호두까기 인형>은 ‘눈의 나라’ ‘과자 나라’ 장면을 생동감 넘치는 실감 영상으로 구현했다. 130분 공연을 6분 영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가 안무를 새롭게 짜고, K-Arts 발레단의 정예 단원들이 출연한다. 실감 영상 외에도 체험존도 마련되었다. ‘별별체험존’에서는 해오름극장의 숨겨진 공간을 가상현실에서 탐색해 보는 VR 백스테이지 투어와 관람객이 직접 선택하고 꾸민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만들어 보는 AR 무대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인건 극장장은 “실감 영상과 체험 콘텐츠를 통해 관객들이 공연을 보다 가깝게 경험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미래의 공연예술을 이끄는 국립극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별별실감극장’은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운영시간(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 운영)에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홈페이지(www.ntok.go.kr/museum)에서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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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판화박물관,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과 중국 관련 목판 아카이브 작업 진행
고판화박물관,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과 중국 관련 목판 아카이브 작업 진행
[서울문화인]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약 30년간 수집해 온 다양한 고판화 작품 중 중국 관련 목판을 아카이브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03년에 개관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동아시아의 다양한 옛날 판화를 6,000여점 수집하여 60여 차례 이상 다양한 주제의 고판화 전시회와 국립민속박물관, 해인사대장경축제, 청주 고인쇄박물관, 일본 동경국문학연구자료관, 중국 쑤저우 공예미술대학 등 국내외 초청전을 통해 이제는 접하기 어려운 우리의 고판화는 물론 아시아의 다양한 판화의 세계를 선보여 왔다. 이번 작업을 위해 한국의 국가 인간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국가급 년화 전승인 허베이 우창 마시친(馬習欽66세)과 그의 제자인 한국의 도 인간문화재인 성급 년화 전승인 쉬샤오이(徐曉毅 41세)과 함께 내한하여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고판화박물관에 머물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국가급 마시친 중국 년화 전승인은 1975년 무강년화공방에 입문하여 49동안 중국 년화 한길을 걷고 있으며, 1992년에 창립한 년화공방 숭이자이(承斋藝)의 대표이기도한 중국 년화 전승의 산증인이다. 한국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년화 목판 1,000여점 중 다색목판을 중심으로 100여점이 인출되어 세상에 다시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이며,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할 수 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고판화박물관의 목판 소장품의 아카이브를 완성하는 일이다. 중국 년화 다색판화는 한국과 일본의 칼라 판화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던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일본 우키요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판화박물관은 그 동안 꾸준히 소장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등의 목판 2,500여점에 대한 아카이브 작업을 사진과 인출 장인들의 판화 인출 본 작업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판화는 주로 흑백판화로만 이루어져 있어 다색판화를 인출할 수 있는 장인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이루어진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를 통해 중국, 일본의 다색판화 전문가를 초청해서 다색판화 인출 시연회를 매년 열고 있으나 짧은 시간으로 인해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를 타개하고 한국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8C, 19C 청나라 작품 100여점의 중국 년화 작품을 다색으로 인출하기 위해 이번에 2명의 중국 국가급, 성급 전승인을 초빙하여,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아카이브를 완성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제작되는 다색 판화작품들은 내년 11월 말에 중국 북경시 문물국 소속인 베이징옌산(北京燕山)출판사에서 발간되는 8권의 전집에도 실린 예정이어서 사라질 수도 있는 세계문화 유산을 복원하여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은 힘주어 말했다. 작년 8월,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북경 수도 도서관 부관장) 주선으로 북경시에서 운영하는 베이징옌산출판사(사장 하염夏艳)에서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가 대형 컬러 8권 전집으로 발간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동방고판화-한국고판화장품집’이란 제목으로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발간되며, 8권 전집에는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베트남 등 여러 지역의 고판화 유물 6천여 점 가운데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엄선해 실리며, 특히 판화를 찍었던 판목(版木·인쇄를 위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나무 또는 목판을 의미) 사진과 인출한 판화가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실릴 예정이며, 그동안 난이도로 인해 인출하지 못한 다색판화가 이번 기회로 전집에 실려 다채로운 편집으로 이루어게 되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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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바로미터, 2024 화랑미술제 156개 갤러리가 참여... 4월 3일 VIP 프리뷰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2024 화랑미술제 156개 갤러리가 참여... 4월 3일 VIP 프리뷰
[서울문화인] 2024 화랑미술제가 오는 4월 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코엑스(Coex) C, D홀에서 개최된다.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는 4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로 매년 한 해를 여는 대형 아트페어로 국내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올해 총 156개의 국내 갤러리가 참가, 기성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재기발랄한 신진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여서 기존 컬렉터들에게는 또 다른 취향 발견의 기회가, 신규 컬렉터들에게는 미술시장 입문의 기회가 될 것이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화랑미술제는 모든 회원 화랑에게 동일한 부스 크기를 제공하여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부스당 6명 이하의 작가의 작품을 출품하도록 권고하여 나열식 전시가 아닌 세심하게 큐레이션 된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 밝혔다. 국제갤러리는 최근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김홍석을 비롯해 쟝-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등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저명한 국내외 작가들을 선보일 예정이며, 갤러리현대는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과 실험미술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강소의 작품 등을 소개한다. 금산갤러리는 지난 Kiaf SEOUL 2023에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주목받은 윤필현의 위트 있는 작품을 다시 한 번 선보이며, 학고재는 이우성, 장재민, 지근욱, 김은정 등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프론티어들과 함께한다. 또한, 솔로 부스를 통해 단일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갤러리도 다수 있다. PKM 갤러리는 '붓질'이라는 근원적인 행위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온 신민주, 더페이지갤러리는 재료의 고유한 물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미니멀리즘 추상 조각 작업을 해온 조각가 박석원, 갤러리마크는 스페인 출신의 다원 예술가 하비에르 마틴(Javier MARTIN), 우손갤러리에서는 넓은 색면과 선, 점 등의 요소를 자유자재로 섞어서 화면을 구성하는 허찬미의 정물화, 갤러리세줄은 한지와 먹이라는 대표적인 한국적 요소를 주재료로 다루는 차계남의 2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나아트는 90년대 이후 일본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인정받는 작가 히로시 스기토의 개인전을 조현화랑은 일본의 모노하 운동을 이끈 키시오 스가의 작품을 출품하며, 갤러리조은은 국내외 유망 작가들을 조망하는 가운데 Kiaf SEOUL 2023에서 솔드아웃되며 성공적으로 국내에 데뷔한 타츠히토 호리코시의 신작을 선보이며, 갤러리밈에서는 일본 미술전문지 미술수첩에서 2021년 ‘일본작가 100인’에 선정되며 차세대 작가로 꼽히는 카이토 이츠키의 작품을 소개한다. 2024 화랑미술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5, 미술시장의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ART&ARTIST TALK, 그리고 엄선된 작품을 행사 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특별 온라인 프리뷰가 준비되어 있다.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5회차를 맞은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이하 줌인)은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만 39세 이하의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화랑미술제의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사전에 작가 10인이 선정되었고, 페어 현장에서 관람객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합산해 최종 2024 ZOOM-IN 어워즈의 수상자 3인이 가려진다. 어워드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특별 프로모션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는 약 570여명의 작가가 공모에 지원한 가운데 10명의 작가가 선발되었다. 선발된 작가는 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송지현, 심예지, 이성재, 이호준, 장수익, 최명원, 최혜연 (ㄱㄴㄷ 순)으로, 특히 출품 장르의 다양성과 한국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ART&ARTIST TALK 화랑미술제는 지난해 ZOOM-IN 작가들과 비평가들과의 ARTIST TALK(이하 아티스트 토크)를 비롯한 다양한 ART TALK(이하 아트 토크) 강연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 애호가와 미술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컬렉터에게 유용한 전문 지식을 제공하며 호평을 받았다. 2024 화랑미술제에도 더욱 다채로운 토크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4월 4일(목)부터 4월 6일(토)까지 D홀 토크 라운지에서 진행될 이번 행사는 작가와 갤러리, 비평가를 아우르는 미술시장의 균형 잡힌 성장과 올바른 컬렉팅 문화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아트 토크 강연으로는 ‘크리스티 홍콩’의 정윤아 부사장이 국내외 미술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며 컬렉팅 가이드를 제시하고, 이유경 변호사가 미술세법, 진흥법, 문화재 보호법 등 미술과 관련된 법률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는 패션과 아트라는 다르면서도 닮은 두 산업 간의 융합을 주제로 콜라보레이션 사례와 브랜드 컬렉션 등을 소개한다. 또한, 신진작가 특별전 줌인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안진국, 이문정, 이태호, 고동연, 김수진, 김허경 평론가와 줌인 선발 작가 6인(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이성재, 이호준, 최명원)의 대담이 진행된다. 모든 토크 프로그램은 한국화랑협회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td4xh3io7r)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S.I.VILLAGE 와 함께하는 온라인 프리뷰 2024 화랑미술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프리미엄 온라인 부티크 S.I.VILLAGE(이하 에스아이빌리지)와 협업해 행사 2주 전인 3월 18일(월)부터 행사 종료일인 4월 7일(일)까지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https://www.sivillage.com/)에서 특별 온라인 프리뷰를 진행한다. 화랑미술제 출품작 중 엄선된 47점을 온라인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한국 모노크롬을 대표하는 ‘윤형근’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서용선’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는 ‘이우성’ ▲ZOOM-IN EDITION 4 대상 수상자 ‘젠박’ ▲최영욱 ▲아트놈 등 다수의 국내 인기 작품이 중점적으로 선보여진다. 또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선발 작가 일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프리뷰에는 최예림, 심성아 도슨트가 온라인 큐레이션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특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달한다. 또한 아트페어 감상 팁과 컬렉터를 위한 온라인 가이드 등이 제공, 초보 컬렉터나 미술시장에 입문하는 신규 고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2024 화랑미술제의 일반 입장권의 가격은 20,000원이며, 학생(초ž중ž고등학생) 및 예술인 패스 소지자와 미술협회 회원은 할인된 금액인 15,000원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2024 화랑미술제 도록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된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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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주역’ 21세기에 다시 캔버스로 소환. 김용익 개인전
[국제갤러리] ‘주역’ 21세기에 다시 캔버스로 소환. 김용익 개인전
‘레트로토피아’을 통해 다시 ‘저엔트로피’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서울문화인] 예술을 하는 작가가 더 이상 물감을 구입하지 않고 물감을 소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 작업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것일까... 그러나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에 담긴 의미는 단순 붓을 놓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점의 확장인 원, 그리고 면, 선의 모더니즘적 기하학적 도형의 회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오고 있는 김용익 작가가 국제갤러리 부산과 서울 한옥 공간에서 동시에 개인전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진행되는 개인전이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천착하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전시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그의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근작 46점(부산점 19점, 서울점 한옥 27점)을 다루고 있다. 김용익 작가(b. 1947)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제목의 새 연작을 시작했다. 현재진행형인 이 연작은 지금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 회구(繪具)들을 그의 여생에 걸쳐 모두 소진(消盡)하는 프로젝트이다. 남아있는 회구(繪具,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물감, 붓 따위)를 색깔별로 골고루 소진하고자 화폭을 잘게 나누어 작업한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양을 띄며 김용익이 예술가로서 평생 추구해온 ‘저엔트로피(low entropy 에너지 낭비의 최소화)적인’ 삶의 방식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이전 작업을 ‘모더니즘 프로젝트’라 칭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궁극적인 추구는 ‘계몽주의로 각성된 인간의 이성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 세계를 탐구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하여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진보가 인류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것이라는 꿈’이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 그리고 기후 위기는 모더니즘 프로젝트의 실패를 예증하며 자신은 “한국전쟁 이후 현대를 살아오면서 어릴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의식주의 풍요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달콤한 열매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와 자가용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이전의 작업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기하학적 도형과 얇게 발린 물감 등 비교적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듯 보이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에도 과거의 조형적 특성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광활한 우주변화의 원리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인 동양의 ‘주역’ 사상이 내제되어 있다. 종이 혹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기하학적 도형들은 실제 『주역』이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괘(卦)의 형태를 차용하거나, 중국의 전통 우주론의 바탕이 되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개념에서 빌려온 원과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 작업에도 도형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더니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작가의 철학을 대변할 수 없었는지 작가의 캔버스에는 작가의 생각과 철학이 묻어나는 글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주역’의 철학의 개념을 상징적으로 담아내었다. 그래서 캔버스 위에 땅을 상징하는 네모와 하늘과 방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원을 배열하여 음과 양의 균형과 조화를 드러낸다. “50년 이상 작업을 하다 보니 주체성, 일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싸여서 오히려 정보가 혼란스럽다” 이러한 변화는 오랫동안 그가 캔버스에 그려내었던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여러 방면에서 실패하였음을 간접적으로 그 대안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작업의 키워드를 ‘레트로토피아’(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 하려는 것)라고 정의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그림자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주역’이라는 사상을 통해 마지막으로 띄우는 자유와 저항이자 비록 희망이 작가가 꿈꾸던 유토피아를 향한 마지막 그의 희망의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예술가로서 자유로운 행위’라 말한다. 더불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재료에 따라 작품 표면을 이루는 물감의 두께가 얇아 흐릿하거나 때로는 붓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다소 거친 질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이번 작품 가운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레이어 작품에 우연히 앉았다가 물감에 붙어 생명을 다한 모기 한 마리도 그의 작업의 일부가 되어 또 다른 레이어를 형성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와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용익 작가는 “나의 삶과 예술이 같이 종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작가는 자신의 논리에 자유로워야 한다. 이는 예술을 한다는 것에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죽음에 대한 자유로워야 하는 제의(祭儀)작업이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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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상과 책을 통해 예술을 펼쳐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전시] 상상과 책을 통해 예술을 펼쳐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서울문화인] 영화와 그 영화 속의 소품과 세트가 전시장에 펼쳐져 있고 벽면에는 대형 목판화(차콜 드로잉)와 마치 여러 작가의 화풍을 모아 놓은 듯한 오일 파스텔화가 가득하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국내 첫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가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 두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b.1983)는 가상과 실제, 평행우주 안의 무한한 개연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는 작가로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 매체에서 클리핑 한 이미지나 역사적 인물의 삶에 대한 기록 등 일차적 사료를 기반으로 각 작품 속 독특한 세계관을 영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 영상(영화)에는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여 회화를 확장시키고 있다.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공상은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 틈으로 내다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볼 수 있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그만큼 덜 알게 된다.’는 도덕경의 노자의 말처럼 작가의 특이점은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자신의 작업실 안에서 상상과 공상만으로 스스로 설계한 내적 여행을 떠나고 이를 영상과 회화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11세 때 부모와 그랜드 캐니언을 보기 위해 미국여행을 떠났지만 장시간 비행과 이동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도착하여서도 차에서 내리기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는 ‘차라리 집에 머무는 게 낫다’, ‘내적 여행’, ‘안락의자 여행자’ 등 최근 그의 작품 제목에도 잘 드러난다. 반 데 벨데는 직접 여행하는 대신 잡지, 미술 서적, 역사서, 인물 전기 등 책과 영화, 뉴스 등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력만으로 모험을 즐기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이번 그의 첫 한국에서의 개인전에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작가 특유의 상상적 여행을 회화와 조각 그리고 영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먼저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회화는 어딘가 익숙하듯 하면서도 어떤 것이 작가의 특징인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풍이 다르다는 점에서 마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최근의 오일 파스텔화는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같은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들과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반 데 벨데가 많은 미술 사조들 속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에 대해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상상하여 상상의 풍경에 도달하거나 과거의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이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는 반어적으로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들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자신과는 가장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 외광파 화가들이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보고 겪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반 데 벨데는 작업실 안 안락의자에 머물며 상상의 여행을 하고 상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외광파 작가로서의 반 데 벨데가 그린 하늘, 바다, 호수, 숲, 들판을 담은 풍경화들로 가득하지만 작가의 회화는 마치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다양한 작가의 예술을 세계를 마주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 제목은 그의 작품 제목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3)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글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인용문을 여러 색의 빛으로 가득한 추상화 밑에 손 글씨로 써서 빛을 찾아 여행한 20세기의 야수파 화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편 사실 자신은 실제로 떠나지 않고도 자기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작업관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앞서 그는 실제적 사건들과 상상력 속에서 혼합된 가상의 이야기를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영상화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영상(영화)에는 작가와 유사한 용모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플갱어, 평행우주 개념을 작품 세계에 끌어들이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2, 3층에는 회회 외에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먼저 영화 <라 루타 내추럴>(2019-2022)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하루의 삶>(2021-2023)은 외광파 작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며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저마다의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골판지 등으로 직접 만들어 제작하고 있다.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상상의 여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영화 세트이자 조각인 ‹소품, 터널›(2020) 외에도 공상을 하고 영감을 얻는 자리이자 여러 평행우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인 빈 침대를 그린 차콜 드로잉 그리고 탐험가, 예술가 등의 실존 인물들의 전기에 기반해 ‘허구적 자서전’을 담은 오일 파스텔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미술과 언어 등이 충돌하고 또 서로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작가의 삶과 내적 모험을 풀어낸 작품과의 동행을 통해 기존의 미술 시야를 벗어나 예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는 5월 12일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에서 전시를 마치고 5월 말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이동해 전시를 이어간다. 전시 기간에 평일 오후 3시, 주말 오후 3시, 5시에 도슨트 전시해설이 진행된다. 스페이스 이수는 토, 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0원이며, 스페이스1, 스페이스2, 더그라운드의 전시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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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극장에서 만나는 공연콘텐츠 인터랙티브 실감 영상, 국립극장 ‘별별실감극장’
공연극장에서 만나는 공연콘텐츠 인터랙티브 실감 영상, 국립극장 ‘별별실감극장’
[서울문화인] 요즘 국립박물관을 방문하면 전시 외에도 관람객의 사로잡는 곳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선보이는 실감 영상실이다. 그런데 이런 실감 영상을 박물관이 아닌 공연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국립극장(박인건 극장장) 공연예술박물관(관장 이주현)이 박물관 1층, 기존 별오름극장 공간에 2023년 3월 개관한 ‘별별실감극장’에서 공연예술을 프로젝션 매핑 기술과 멀티 센서 등을 활용해 만든 인터랙티브 실감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귀토><온춤><호두까기 인형> 등 신규 콘텐츠 3편, VR백스테이지 투어 등 체험존 마련 ‘별별실감극장’이 2월 27일(화)부터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신규 콘텐츠는 실감 영상 3편과 증강·가상현실을 접목해 개발한 체험 프로그램 2개로 구성되어, 국립극장 공연을 새로운 방법으로 감상하고 작품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몰입형 실감 영상 3편은 창극·전통무용·발레 등 인기 레퍼토리 공연 속의 주요 장면을 생생하게 구현해 관람객이 작품 속에 있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션 기법은 더욱 생생한 경험과 강력한 몰입으로 이끈다. 새롭게 공개된 영상 3편 중, 국립창극단 <귀토, 토끼의 팔란>은 작품의 배경인 깊은 바닷속 신비한 용궁의 모습을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었다. 토끼의 수궁 탐험에서부터 깨달음을 얻고 육지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어 국립무용단 <온춤>의 ‘월하정인’과 ‘산수놀음’ 영상에서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감정선에 맞추어 바뀌는 시공간이 눈길을 끈다. 달에서 등장하는 남녀, 한량무를 추는 선비의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나뭇잎 등 다양한 효과로 눈을 즐겁게 한다. 공연에서 안무·출연을 맡은 국립무용단원 박기환, 박지은, 황태인, 이도윤이 제작에도 참여해 실감 영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고전 발레의 대표작 <호두까기 인형>은 ‘눈의 나라’ ‘과자 나라’ 장면을 생동감 넘치는 실감 영상으로 구현했다. 130분 공연을 6분 영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가 안무를 새롭게 짜고, K-Arts 발레단의 정예 단원들이 출연한다. 실감 영상 외에도 체험존도 마련되었다. ‘별별체험존’에서는 해오름극장의 숨겨진 공간을 가상현실에서 탐색해 보는 VR 백스테이지 투어와 관람객이 직접 선택하고 꾸민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만들어 보는 AR 무대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인건 극장장은 “실감 영상과 체험 콘텐츠를 통해 관객들이 공연을 보다 가깝게 경험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미래의 공연예술을 이끄는 국립극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별별실감극장’은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운영시간(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 운영)에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홈페이지(www.ntok.go.kr/museum)에서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 [권수진 기자]